무제-7 (Untitled-7)

in #kr6 years ago


무제7.jpg






1
집에서 버스타고 세네 정거장이면 도착하는 거리에 우체국이 있었다. 오랜만에 운동할 겸 걸어갔다. 걷는다는 건 머리를 비워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또 다른 생각들이 잔잔히 들어온다. 그것들은 나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이나 아이디어를 주기 때문에 나는 산책의 힘을 믿는다. 꽉 쥐고 있던 앞선 마음도 조금씩 풀어진다.

그렇게 걸어 우체국에 도착해 종합소득세 환급금을 수령했다. 주민등록증을 내고 신청서를 작성하니 1분도 안되어 돈을 내주었다. 생각보다 많이 나와서 놀랍고 반가웠다. 얼마 안벌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벌긴 벌었나보다. 작년엔 3군데 회사와 일했는데, 어느 회사에서 낸 세금이 이 돈의 결정적 비중을 차지했을까. 연말정산의 계산법도 잘 모르면서 이런 상상을 해본다. 5만원권 현금으로 받아 바로 은행에 넣었는데, 오랜만에 지폐를 만져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2
팟캐스트를 준비하며 하루종일 과자를 생각했다. 어릴때 먹던 시리얼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또 친구에게 물어보기 까지하며 구글링을 열심히 해댔다. 결국 이름은 알아냈지만, 내가 먹던 버전이 아니었다. 단종되고 새로운 버전으로 나왔던 시리얼의 패키지 사진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는 그 버전 마저도 단종되었다.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고, 인터넷을 사용하던 시기도 아니었기 때문에 구글에서도 찾을 수 없는거고 오로지 기억속에만 남아있다. 불량식품 맛이 나는 것이 참 맛있었는데, 왜 없어졌을까. 어떤 걸 먹어도 그걸 대체할 수가 없다.

내 입맛이 평균적이지 않은걸까. 내가 좋아하는 메뉴는 자주 없어지곤 했다. 베스킨라빈스의 '타이니툰크런치'도 참 좋아했다. 아이스크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몇가지가 있었다. 베스킨라빈스에서는 매번 이것만 먹었다. 이 역시 불량식품 맛이 났고, 오독오독 씹히는 사탕은 뭔가 쾌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없어졌다. 대충 다른 메뉴를 찾아 대체했다.






3
유투브에서 탐미쉬(Tom micsh)노래를 공기처럼 틀어놓기 일쑤였다. 다른 뮤지션의 음악을 듣다가도 자동추천으로 탐미쉬의 음악이 재생되곤 했다. 라이브 영상을 틀어놨는데, 음원보다 더 느낌이 좋았다. 그러다 문득 '탐미쉬는 내한 안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찾아봤는데, 곧 내한공연이 잡혀있었다. 이미 매진되었겠지.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지정석은 매진이고 스탠딩석은 자리가 꽤 남아있었다. 이미 공지된 런닝타임만 세시간인데, 서있을 자신이 없었다. 유난히 오래 서있는 걸 힘들어하는 타입이기도 한데, 이건 딱 봐도 너무 고난의 시간임이 분명했다.

포도알을 잡으리라는 심정으로 정각에 재로그인했다. 지정석 맨 마지막 줄 자리 발견. 이미 하루종일 공연에 가고 싶어 끙끙대던차였기에 이거라도 잡아야했다. 잡았다. 단 한자리였기에 누구랑 같이갈 수도 없다. 솔플은 처음인데 어떡하지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냥 혼자 온전히 집중해보는 시간이 더 좋은 경험이 될지도 모르겠다.

공연을 보내준 그 영상.

작은 책상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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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그 시리얼이 무엇일지 참 궁금합니다~

다음주 팟캐에서 이야기할게용 크크

홀로 즐기는 공연의 매력에 빠져서 즐기다 오시길요!분명 좋아하실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솔플잘할수있겠죵 ㄷㄷ

p님 덕분에 또 새로운 뮤지션을 알게되네요. 혼자라서 더 집중 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세시간이라니...끝까지 잘 버텨내시길 화이팅!ㅎㅎㅎ

네 의자에 앉아있을거라 버틸수있을거 같아요. 노동요로 최고에요. 평소에들어보셔요:)

저도 산책의 힘을 믿습니다.

단지.. 산책을 잘 안나가는게 문제죠..

저도 ㅎㅎ 막상나가면 좋은데 한번 나가는게 어렵죠

전 이상하게도 어릴때 먹던 불량식품의 맛이 이제 다시 찾아먹어도 기억과 다르더라구요.
추억의 맛이 빠진 탓인지, 아니면 공장에서 첨가되는 성분이 달라진 것인지..

다시 먹어보면 그맛이 아닐수도 있겠네요. 다시 먹을 수 없어서 다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흑 ㅎㅎ

다음 팟캐스트 기다리겠습니다 :)
일하고 있는 중인데 못들은 회차 들으러 아이튠즈로 갑니다요~

꺄 애나님 감사해용 ㅋㅋ

참 생각이 바르고 곧아요. 왠지 그런 느낌의 P님. 쓸데없음이 없는 고민의 연속이 P님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것 같아요! 화이팅!

사실은 저 속좁은 다혈질에 괜한 걱정도 많이하는데, 그래도 고민을 글에 담아내고 나면 그나마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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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탐 미쉬 참 좋아합니다..참 재능 많은 청년이여요ㅋㅋ
저도 예매 슬쩍 알아봤다가 포기했었는데 쟁취하셨군용!!

취게팅에 성공했어용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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