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3 (Untitled-3)

in #kr-daily8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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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스스로 성격이 급하다고 느꼈지만, 산만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나는 사실 산만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공부에 빠져 끼니를 놓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밥 먹기 30분 전 부터 때를 기다린다. 교환학생이었을 때 같은 방을 쓴 내 친한친구는 책상에 앉아있다가 밥 먹을 때를 깜빡하기도 하고, 그대로 잠이 들어버리기도 했다. 나와는 참 달랐는데, 오기가 생겨 친구가 먼저 밥 먹자고 할 때까지 기다려본 적이 있는다. 기다리다 굶어 죽을 것 같은 허기짐에 내가 두손두발을 다 들고 '너 왜 밥먹으러 가자고 안해?'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아,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허무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노트북을 켜고 그 사이에 드리퍼에 원두를 갈아 넣고, 커피포트 버튼을 눌러논 후 화장실에 다녀온다. 사과를 베어 문 채로 커피를 내리고, 낮에 읽을 책을 미리 소파에 가져다 둔다.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크롬창을 연다. 스팀잇을 열어두고, 플랫폼 관련된 창을 열어둔 후, 한창 막바지에 다다른 프로젝트 일도 미리 파일을 열어둔다. 스팀잇에 미리 읽어볼 이웃들의 글도 10개쯤 열어놓는다. 일하다 지칠 때 하나씩 보겠다는 심산이다. 나의 행동은 서두가 긴 것 같다. 미리 준비해 놓아야 안심이 되다보니, 오히려 진득하게 무언가를 하는 법이 없이 '짧은 길이'가 연이어서 이어진다.

나는 언젠가 나의 이런 루틴을 깨닫게 되었는데, 예전에 회사에 소속되어 있을 때는 스스로를 반대로 정의했었다. 솔직히 일하다가 담배피러 나가서 한창을 돌아오지 않는 행동을 잘 이해하고 싶지 않은 적이 있다. 그래서 더 보란듯이 1분도 쉬지 않고 모니터에 레이저를 쏘아댔다. 그렇게 아침부터 밤까지 일했다. 난 정말 열심이었으므로 그랬던 걸 후회하진 않지만, 유연하지 못했던 것 만큼은 인정한다. 난 정말 경직된 사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2


새로운 채널을 위한 계정을 만들었다. 아직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인 그 계정을 만드는데 오늘 오후의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선배와 공동으로하는 일들이기에 공동계정이 필요했고, 새로운 채널만을 위한 활동과 내용이 있길 바라고 있다. 계속되는 에러에 종이컵을 꺼내 믹스커피를 마셨다. 내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반영하는 결과인데, 이럴 땐 에스프레소도 소용없다.

틀이나 룰을 잘 지키고 수행하는 체질이라고 나 스스로를 정의해왔던 시간이 꽤 길지만, 최근에는 그 반대라고 느끼는 중이다. 뭔가 룰을 세워두면 상황파악 능력에 약간의 마비가 오는 것 같다. 잘 지키려고 노력하다보니, 오히려 긴장되고 경직되는 모순된 현상이다. 식당에서 '반찬 남기면 천원 벌금' 이런 멘트를 보면, 정말 한 톨도 남김없이 먹으려고 노력한다.




3


우연히 tv를 틀었는데, 백상예술대상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인상깊게 보았고, 즐겨보는 드라마에 나오는 배우가 tv부문 남자조연상을 받았다. 오랜만에 생방송 시상식을 보다가 이내 참지 못하고 채널을 돌렸다. 그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어색함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후보에 오른 배우들을 비춰주는 장면에서 솔직한 리액션을 마주해서 볼 자신이 없었다.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화면에 비춰지면 환호성을 지르기도 하는데, 다른 배우가 상을 타거나 수상소감을 말하고 있는 순간일 경우에는 민망해서 도저히 tv 화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다.

난 이런 것들이 왜 이렇게 어색하고 민망한지 모르겠다. 가장 솔직한 순간인 것 같으면서도 가장 치밀한 연기를 펼치는 무대같다는 생각도 든다.




4


이 글을 쓰려고 '무제'라고 적는데, 갑자기 이 제목이 멋없게 느껴진다. 여태까지 '무제'라고 두 번 썼고 이제 세번째 쓰고 있는 것인데, 주제와 맥락없는 일상의 기록이나 짧은 단상일 경우에 '무제'라고 쓰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 제목이 몹시 무성의하게 느껴지면서 어떻게 할지 잠시 고민했다.

일단 시작한게 있고, 다른 타이틀이 딱히 생각나는 것도 아니라서 일단 '무제-3'을 이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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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1 (Untitled-1)
무제-2 (Untitled-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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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욱

감사합니다 :)

창 10개 열어놓고 시작하시는군요
저는 모바일에 2,3개 열어놓고 읽고 댓글 달아야지하는데 나중에 부랴부랴 읽고 댓글은 못 달 때가 많네요 ㅎㅎ
지금 이 댓글도ㅋㅋ 기상 후 보팅은 먼저하고 창 열어놨다가 답니다

디지털 기기가 끼어들면 산만하게 되는 것 같아요ㅜㅜ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없었을 땜 좀 나았던 것 같기도 하고 ㅎㅎ그런데 e스팀앱 쓰시나요? 전 댓글 하나 달면 화면이 멈추고 보팅한번 누르면 또 멈춘답니다;;;;

저는 앱은 따로 안 쓰고 있어요
그냥 크롬에서 주소로 들어가서 사용하는데 스팀잇은 로그인 유지가 되서 쓰기에 괜찮더라고요 ㅎㅎ

본인은 산만하다고 표현하셨지만 드립커피에 사과, 그리고 낮에 볼 책이라니.. 회사 다니실 때 보다 심적으로 많이 여유로워지신 것 같아요.

ㅎㅎ산만해지는 것도 시간과 공간이 허락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저도 인터넷창을 수십개 띄워놓고 하나씩 없애가면서 읽고 댓글을 답니다. ㅎㅎㅎ
그런데 다 읽을 때쯤에 새로운 글이 올라오는게 함정이죠 읔..

맞아요 ㅎㅎ 공감합니다 다 읽기도 전에 올라오는 새글들 ㅎㅎ

1, 2, 3, 4 참으로 도플갱어를 보는 듯 ^^ 에러 날 때 믹스커피 ㅎㅎ

당이 딸릴 땐 믹스를 찾는데 요즘 부쩍 찾게되네요 ㄷㄷㄷ:)

내용을 기대하며 읽는 맛이 있어 '무제'라는 제목을 개인적으로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약간은 솔직하고 경직된 틀이 가끔은 단단히 중심을 잡게도 하는 법이니 적절하게 바라보셔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감사합니다. 앞으로 무제로 계속 가볼 생각입니다. :)

모든일이 체계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시는것을 보는 것은 좀더 친밀해 지는 느낌이 들어서좋아합니다
잘읽었습니다^^

느리고 산만한 저의 일상이에요 ㅎㅎ 좋게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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