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전락 轉落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전락,



스팀잇은 과연 창작플랫폼으로써의 기능을 상실했을까요? 양상만 보자면 채굴용 SNS로 '전락'했다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현시점에서 일단 '인정'. 그러나 이것은 이 시스템의 '본질'이 아니라 '전락'이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의 결과로 스팀의 시세가 폭등했다거나 채굴자들이 마구 몰려들고 있다거나 암호화폐 시장에서 각광받는 코인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들 오로지 한 사람의 대륙인 만 쳐다보고 있는 꼴이라니, 비아냥을 들어도 쌀 수준으로 '전락'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닌가요? 누가 제대로 반박을 좀..



전락,



이런 모습은 어디서나 쉽게 흔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거품처럼 타올랐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겨우 목숨만 연명하고 있는 수많은 시도들, 사업들, 커뮤니티들이 어느 곳에서든 먼지처럼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발에 채이는 명함들, 미팅이 끝나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명함들이 그렇고 여기 디지털 쓰레기로 무수하게 쌓여있는 휴면계정들이 또 그렇습니다. 이런 것을 '전락'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전락'한 플랫폼에서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리며 서성이고 있습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경춘선 폐선부지 위에서 땅따먹기를 하고 있는 겁니다.



전락,



그러나 전락한, 마치 모두가 포기한 듯 보이는 비루한 공터에서 생명이 피어나기도 합니다. 전락하는 것에는 사용되지 못한 많은 에너지가 쌓여있습니다. 열정과 기대, 희망과 포부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사용되지 못한 에너지가 화석화되어 단단히 굳어가고 있지만, 그러다 어쩌다 불이라도 붙으면 무엇으로도 끄지 못하는 대단한 불길로 일어서게도 되는 겁니다. 자연발화 말이죠. 그러나 그것을 기다리고 앉아있다가는 한 생을 다 보내야 될지도 모릅니다.



전락,



전락하는 힘을 역이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전락은 때로 새로운 창조의 동력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파괴를 통해 생성되는 창조 말이죠. 시도된 것은 새로운 것이었을 테니 새로움은 어디를 가지 않습니다. 다만 방법이 틀렸을 뿐이겠죠. 돌파구를 찾지 못했을 뿐이겠죠. 전락하는 것은 굴러떨어져 버렸지만, 전락 이전의 상태는 새로운 어떤 것이었을 테고, 그래서 관심이 몰렸을 테고, 그러니 전락이라고 표현할 만큼 상승된 상태였을 겁니다. 그러니 전락하는 것에는 여전히 새로움이 남아 있습니다. 몰락하는 것에는 없는 그것이 있습니다. 몰락하는 것은 단물이 빠질 대로 빠진 헌것이지만 전락하는 것은 돌파구를 찾지 못했을 뿐 새것입니다.



전락,



그러나 전락하는 것은 이미 시도된 그것 자체로는 돌파구를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한번 타오른 관심을 다시 가져오는 것은 새로 하는 것만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쉰 떡밥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법입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그것이 방법입니다. 시도는 언제나 새로워야 합니다.



전락,



K-POP 한류도 전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보아로부터 시작된 K-POP 한류의 시작은 뮤직 인더스트리의 전락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의 가장 찬란했던 시기라 불리는 90년대, 음반만 내면 100만 장은 우스웠던 그 시대를 무너뜨린 것은 모두 잘 알다시피 'MP3 불법다운로드'입니다. 기획사들은 더이상 음반으로 돈을 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돌파구로 찾은 곳은 콘텐츠의 가치를 여전히 인정하는 일본이었습니다. 여전히 CD를 사고, LP를 돈 주고 구입하는 일본으로의 진출이 돌파구였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전락,



그 90년대, 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문화 콘텐츠 업계를 탐낸 곳 중에 삼성도 있었습니다. '삼성영상사업단'은 90년대에 야심 차게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97년 IMF와 함께 '에이 안 되겠다. 폰이나 만들자'며 일찌감치 손절해 버렸습니다. 잘했습니다. 공돌이는 폰을 만들고 예술은 딴따라가 하면 되죠. 오갈 데 없어진 인재들이 불모지 같던 한국의 영화시장, 공연시장, 각종 콘텐츠 업계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들은 한국 콘텐츠 산업화의 주역이 되었습니다. 전락해 버린 기존 부대에서 탈출하거나 내쫓긴 새 술들이 '한류'라는 새로운 부대를 만들어 내었고 그 끝에서 '기생충'도, 'BTS'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고 명성을 날리게 된 것입니다.



전락,



BTS 탄생의 이면은 좀 더 드라마틱합니다. 어느새 공고한 아성이 되어버린 3대 기획사가 한국에서만 짱인 네이버의 유혹에 속아, 이제 막 시대적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유튜브를 뒤로하고 독점 계약을 맺어버립니다. 그러나 3대 기획사의 등쌀에 공중파고 어디고 발 디딜 틈이 없던 BTS는 유튜브를 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우리가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영상서비스가 어떻게 게토화 되었는지. 그것을 우리는 전락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성공한 적도 없으니 몰락이라고 부를 수도 없습니다.



몰락,



몰락을 얘기하자면 유튜브에 초토화되고 있는 공중파 방송국들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청률 안 나온다고 폐지해 버린 개그 프로그램 때문에 졸지에 설 무대가 사라진 방송사 공채 개그맨들이,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유튜브에서 대박을 터뜨린 얘기는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몰락은 쫓겨난 이들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 레거시 미디어여~, 오~ 스파업은 안 하고 보상받는 족족 내다판다 괄시를 받던 플랑크톤들이여~ 그래서 폐지해 버렸더니 시청률 좀 나아지던가요? 그래서 보상받아 통닭 사 먹는 이들 사라지니 시세 좀 오르던가요?



다시 전락,



자, 다시 스팀잇으로 돌아옵시다. 폐허가 되어버린 운동장에서 막대기를 휘두르며 골프 연습을 하는 건 말릴 일이 아닙니다. 텅 빈 운동장, 그렇게나마 누가 사용해주기라도 해야 잡초만 무성해지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여기서 끝내 발을 붙이지 못한 이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그들이 다시 돌아올까요? 아니 그럴 리가요. 그들은 또 어딘가 해방구를 찾아 브런치로 블로그로 유튜브로 떠돌아다닐 겁니다. 그들 중 누군가 보아가, BTS가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때에 이곳에서 스팀잇의 콘텐츠 플랫폼으로써의 미래를 그렸던 그 그림을 재현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돈'이 없으니까요. 거지같이 고래의 재력에만 손을 벌렸으니까요. 고래들의 정당한 투자를 마치 제 것인 양 청구서를 마구 들이댔으니까요. 아니 아니죠. 돈을 얻으려면 돈을 심고 작품을 얻으려면 글을 심어야죠. 심보가 틀려먹었습니다.



전락,



그러면 고래는 그래서 다 쫓아내니 기분 째집니까? 나는 손해 본 거 없다며 이빨이나 쑤셔대면 시원합니까? 단타 쳐서 일찌감치 털고 나간 이들이라면 모를까 4주에 묶여있는 내 돈은 대체 언제 찾을 생각입니까? 길어야 하루, 기껏해야 반나절 펌핑하면 도로 제자리를 찾는 게 이 바닥 시세인데, 4주를 묶어 놓고 비트코인처럼 아름다운 우상향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는 겁니까? 이 경춘선 폐선부지 위에서 말입니다. 아니아니 그런 일은 네버,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게다가 비트코인처럼 수량이 한정되어있기나 해야지, 스팀은 발행량이 한정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발행량이 줄어들지언정 무한히 계속 발행되는 화폐라는데, 도대체 무슨 매력으로 사람들이 스팀을 사줄까요?



본질,



그게 본질입니다. 스팀잇은 이제 와 마치 처음부터 '채굴용 SNS'였다는듯 하고 있지만, 이 시스템은 애초에 콘텐츠 창작과 거래용으로 세팅되어 있는 거란 말입니다. (아님 말고, 대륙인 맘대로 바꾼다면 것도 할 수 없구요.) 그러나 우리는 이 빌어먹을 골프 연습장으로 전락해 버린 운동장에서 무언가 힌트를 얻었다는 말입니다. 어떤 답을 얻었다는 말입니다. 탈중앙화된 창작플랫폼의 미래 같은 거 말입니다.


"제도(시스템)의 인정과 상관없이 누구나 작가가 되는 시대. 새로운 읽기 환경을 바탕으로 작품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만나며 블록체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창작물과 유저 활동에 적합한 보상(암호화폐)을 지급하는 콘텐츠 플랫폼 및 온오프 생태계 구축."

2021 호언장담 / @roundyround



이제 전략,



그러면 전략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매우 간단하고 원초적입니다. 'BTS처럼', 계속 글을 쓰는 겁니다. 어디든 일단 글을 올리는 겁니다. 그리고 BTS라는 이름으로, [스팀시티]라는 이름으로, [춘자]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지속하는 겁니다. 그러면 어느 날엔가 우리는, 모두들 '그게 되겠어요.' 하던 어떤 대륙이 떠오르는 걸 보게 될 겁니다. 그 옛날 '나는 꼭 텔레비전에 나오는 스타가 될 거야.'라고 브라운관 앞에서 춤추던 소녀에게 '니까짓 게 무슨 테레비에 나와.' 꿀밤을 주려던 버릇없는 오빠의 팔을 탁 붙들고는 '얘야 이 아이가 크면 유튜브라는 게 생긴단다. 그때에는 먹기만 잘해도 스타가 될 수 있어.'라고 마법사가 점잖게 말해 주는 겁니다. '난 꼭 소설가가 되고 말 거야. 노벨문학상을 타고 말 거라고' 연필을 꼬옥 쥐며 다짐하는 문학소녀에게 '아이야 스팀시티를 찾아오렴, 춘자가 맞아줄 거야.' 말해 주는 겁니다. 그게 전략입니다.



저 멀리 우리 말도 못 알아듣는 대륙인 만 쳐다봐야 지 맘대로 줬다말았다하는 트론 대신 빌어먹을 썩은 트림만 나올 뿐입니다. 진짜 대륙은 어디 먼 곳에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를 구원해 줄 진짜 대륙인은 아직 미래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그대의 창작 세계, 성인이 되고서는 패배의식 속에 꽁꽁 감추어 둔 감수성의 세계, 남 눈치 보느라 모두 분산 시켜 놓은 하늘이 내린 에어드롭 속에 아직 잠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입장권 없이 담을 넘으려는 못된 이들의 침입에 가라앉아 버린 [스팀시티]에 그것들이 모두 모여 있습니다. 우리들의 잃어버린 감성의 조각들이 말이죠. 그걸 열심히 가져다 집을 만들고 작품을 만들어 보려 하는 겁니다. [춘자]가 말이죠. 그러자면 우리는 보아처럼 새로운 나라의 언어를 배우고, BTS처럼 새로운 플랫폼의 문법을 익혀야 합니다. 마법사는 그것이 바로 블록체인의 언어이며 암호화폐의 문법이라고 장담합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최초로! 블록체인의 언어와 암호화폐의 문법을 익힌 창작자가 바로 [춘자]입니다. 다들 배우다 말아버렸지만, [춘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익혀가고 있습니다. (춘자의 듀오링고 성적은 훌륭합니다.) 유창한 수준의 회화에까지 이르려면 아직 시간이 조금 필요하지만, 학원에 혼자 나와 있으니 이건 뭐. 모두들 개무시하지만, '난 손해 본 거 없으니까'라며 막대기를 제멋대로 휘둘러 대는 이들조차 이 운동장의 미래에 대해서 비관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걸. 전락하는 곳에서 무언가 뚫고 나올 거라는 걸.





당분간,
자꾸 떠들 예정입니다.
잘근잘근 씹어 줄 예정입니다.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 게 아니라서요.
2021년이 시작되었으니까요.
이제 때가 되었으니까요.

휘리릭~







[코인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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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글을 쓰는 겁니다. 어디든 일단 글을 올리는 겁니다."
: 느릿느릿하더라도 힘이 센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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