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톤의 느끼는 여행이야기) 나만의 장소, 불국사의 무설당 뒷마당에서

in #oldstone6 years ago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나 혼자만 멋있게 느끼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특별히 역사적 건축물이 있어서도 아니고 진기한 물건이 있어서도 아니다. 무슨 이유인지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그냥 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어떤 경우 물건이 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불국사에 가면 나 혼자 항상 들르는 곳이 있다. 대웅전 바로 뒤에 무설당이 있다. 무설당이란 말이 없는 집이란 뜻이다. 스님이 설법을 강하는 곳이다. 말을 하는 곳을 왜 말이 없다는 의미의 이름을 붙였을까 ? 그야 말로 역설이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내가 가는 곳은 무설당 뒷편의 별로 넓지 않은 공간이다.

무설당 뒤의 공간은 후미진 곳이라 굳이 마음먹고 찾아가려고 하지 않으면 발길이 잘 닫지 않는 곳이다. 불국사에 몇번을 가보았으나 그 뒤쪽까지 갈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내가 그쪽으로 가게 된 것도 순전히 우연이었다. 그냥 우연히 그곳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불국사를 찾았던 때가 올해 초 겨울이었다.

무설당 뒷 공간은 그리 넓지 않았다. 무설당 뒤로 높게 담이 서 있었고 겨울의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서 있었다. 겨울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고 있었다. 올해 초는 매우 추웠다. 추운날씨에 쨍쨍한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공기는 투명했다. 무설당 뒤 마당의 처마에 서서 앞의 담을 바라 보았다. 담은 높았다. 무설당 뒷마당과 담사이에 나무들이 비틀진 경사면에 서 있었다. 여름이었으면 무성했으리라. 그러나 앙상한 나뭇가지는 여름의 기억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앙상한 가지만으로도 풍성했다.

내가 왜 그곳을 좋아했는지 모른다. 그냥 내 마음에 다가 왔다. 발길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못하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곳이 좋아진 이유를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그냥 좋으면 좋은 것이니. 아마 전생에 이곳과 무슨 인연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창창한 날씨 햇살이 그대로 내리 임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운 날씨였다. 어디 앉을 때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왔다 갔다 했다. 집에 돌아와서도 무설당 뒷마당의 차가운 겨울속 빛나는 태양이 생각이 났다. 아무 이유없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아직 내가 무엇때문에 그곳이 내 마음에 다가 왔었는지 잘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알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조만간 한 번 다시 불국사를 가볼 생각이다. 그 때 다시 한번 무설당 뒷 마당을 가보려고 한다.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가보면 그 이유가 스스로 내 앞에 나타나리라.

아무생각없이 가고 싶은 곳을 찾으신다면 불구사 무설당 뒷 마당을 찾아가보실 것을 권한다. 모르겠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실지 아닐지. 인연이란 다들 다르니 나와 같은 생각과 느낌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그러면 그냥 불국사를 한바퀴 천천히 돌아보시라. 그럼 어떤 무엇인가가 여러분의 가슴에 와 안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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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을에 딸아이와 그쪽을 가려 하는데 말이죠
가서 한번 느껴봐야겠군요 ^^

가을에 가시려는 분들이 많군요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발길이 머물게 되는 곳! 신비한 장소를 찾으셨네요.
나중에 이유을 아시게 되면 꼭 알려주세요 ^^

네 다시 가보아야 겠군요

저도 올 가을엔 아이들 데리고 꼭 불국사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무설당 뒷마당도 한번 들러보구요^^

네 가을에 좋지요

여담입니다!
저희 아부지도 저런 곳에가면 맨날 사라지시는데 후미진 곳으로... 이곳 저곳 둘러보시는 걸 좋아하셔서ㅎㅎ
술 드시면 더 깊은 곳으로가시고...ㅠㅠ

ㅎㅎ
아버지들이 다 그러시지요

포스팅을 보다가 무설전에 대한 어원이 궁금해서 한번 찾아봣습니다 ㅎ
말씀 하신대로 설법을 하는 곳인데, 무설전이라니 조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제가 찾은 글에 따르면

불교의 깊은 뜻이 언어 수단으로써는 도달 할 수 없는 언어도단의 경지임을 표현 한 것

이라고 하네요, 말이 필요없는 언어의 경지를 표현하여 무설전이었나봅니다..ㅎ

그렇지요.
지혜의 경지를 말로 설명할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나만의 장소가 있다는것 멋진 일 같아요
아침 보문사. 공룡능선 1275봉 여수 향일암가는길
이유도 없이 추억이 된 곳들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냥 길가다 갑자기 그런 곳들이 생각나면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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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머물러지고 이유없이좋아지는곳 글을읽는저도마음이편해지는듯하네요^^

No Sugar인줄 잘못봤는데 No talking이었군요.

가을이 되면 꼭 불국사에 다시 한번 가볼생각입니다!!!~ ^^

좋은 생각이십니다. 제 마음도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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