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in #kr6 years ago

감동/cjsdns

일행 세명이 탄 자동차는 신이 난 듯 경춘 국도를 달린다.
운전대를 잡은 나의 기분이 자동차에게도 전해진 듯했다.
그러나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서 마냥 들떠있는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이야기기 동시에 두 사람의 동승자에게서 나온다. 설마 아니겠지 그건 아닐 거야 아니고 말고 그간 세상을 살아오면서 사람 보는 눈이 탁월하지는 않아도 예상을 빗나간 경우는 거의 없었기에 확신에 차 있었지만 촉이라면 여자들의 촉이 제대로라 하는데 은근히 염려가 되는 대목이기도 했다.

설렘으로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려 서둘러 출발한 것도 있지만 사실 오늘 점심 초대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었기에 기분 좋게 가고 있는데 혹시 아닐까요 하는 동승자에 말로 시작한 이야기는 일순 설마요, 하는 나의 말과 함께 자동차 에어컨 성능을 한층 올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것도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니 이거 그렇다면 안 가는 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하는 것이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가 물으니 아무래도 점심 먹고 차를 마시면서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는 말에서 철렁하고 가슴이 주저앉는 소리를 들었다며 두 분 모두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니 나 역시도 어 그건 아닌데 나는 전혀 그런 기분이 안 들었는데 하면서도 왠지 어두운 그림자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던 지라 내가 그건 세상을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람을 잘못 보고 낭패를 보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두 분이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로 좋은 말씀이 있을 것이다. 오히려 우리들과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시는 모습으로 나는 이해가 된다. 그러니 두고 보면 알겠지만 내 생각이 맞을 것이고 두 분의 생각이 기우일 것이다고 말하면서 내기라도 하겠다 하니 두 분 역시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는 듯했다.

약속시간을 한 시간이나 앞서 도착하니 식당을 확인하고 공지천을 한번 가보자는 의견에 따라 방향을 다시 공지천으로 잡았다. 10여 년 전 전국 사진 공모전에 빠져서 지낼 때 춘천도 출사를 여러 번 왔던 곳이고 더 옛날 양구에서 군 복무 시절 춘천을 통해서 다녀야 했기에 그리 낯선 곳은 아니지만 막상 공지천을 찾아 가려니 잠시 헤매게 되었다. 동승자 중에는 춘천을 아주 잘 아는 분이 있어 덕분에 어렵지 않게 공지천에 들려 둘러보고 다시 약속 장소로 돌아왔다.

11시쯤에는 비어 있던 주차장이 빈자리가 없도록 꽉 찼다. 바로 앞에 소공원이 있는데 길가에 주차할만한 곳이 있기에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후끈 다가온다. 잠시 기다리니 초대를 해준 선생님이 오셨는데 연세는 도둑맞고 사시는지 여전히 미모로도 한몫하시는데 인품까지 덧씌워지니 한마디로 참 곱다 싶은 게 우리 아내도 저렇게 늙어 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약이 되었기에 불편함 없이 자리에 앉아서 안부를 겸한 인사가 오고 가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이 분위기가 괜찮다 싶어서 선생님 오늘 점심 초대를 해주신 의미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시죠. 오는 과정에 우리들끼리 선생님이 초대해주신 것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저의 이야기가 맞을 것 같다고 하니 그럼 여쭈어보자 내기를 하자 하는 의견이 있었다 하니 그럼 그게 뭔데 해봐,하신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나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그렇지, 그럼 그런 거지, 뭐 다른 뭐가 있겠어하시면서 이곳이 워낙에 맛이 있는 집이라서 좋은 사람들에게 맛 보여주고 싶었어, 하시면서 이야기 도중에 나온 음식을 보시면서 어서 먹어봐 내 말이 믿을만한가도 봐야 할 것 아니야, 이게 다가 아니야 조금 있다 나올 밥이 진짜야, 찰밥인데 정말 끝내준다니까 어서 먹어하신다. 서빙하는 직원이 가만히 계세요, 움직이지 마세요를 연발하면서 내온것은 펄펄 끓는 채로 나오는 능이버섯을 넣은 삼계탕이었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는 버릇이 있는 나지만 오늘은 달랐다. 국물도 검지만 고기가 꼭 그을린 것처럼 약간 검은 기운이 도는 것이 우선 맛이 어떤가를 확인해보고 싶었다. 한 저분 입안으로 들어간 닭고기 맛은 간이 약간은 센듯한데 묘한 맛의 끌림이 있었다. 이런 매력의 맛도 있구나 싶은 생각과 동시에 혹시 국물이 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짠 것을 거부하는 맛의 심술이 살짝 발동할지도 모른다는 염려를 하면서 한 숟갈 떠 넣은 국물 맛은 이건 또 뭐야 싶게 예상을 빗나갔다.

이건 뭐지 국물로 간을 맞춘 것이 아니라 혹시 고기에 간을 배게 해서 조리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게 고기와 국물 맛이 완연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내 입맛이 매번 정확한 것은 아니니 확신에 찬 말로 이건 이렇게 요리를 한 것이네 할 입장은 아니고 무난한 음식 모양에 맛은 엄지 척을 할 만큼 좋았기에 좋은 사람과 같이 또 갔으면 하는 집으로 기억을 해둡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초대해주신 분에 말처럼 진짜 대박은 밥에 있었습니다. 대부분에 삼계탕집은 찹쌀밥을 배를 가른 닭 안에 다른 한약재와 넣어서 끓여 나오는데 이곳은 밥이 따로 나오는데 특이했으며 이 밥맛은 환상 그 자체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길게 쓰면 보지도 않는다는 여론이 비등한바 밤새도록 써도 다 못써낼 오늘의 감동, 이쯤에서 오늘의 감동을 줄입니다.

오늘 밤은 스티미언 모두
꿈 많은 소년 소녀로 돌아가시기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내는

청평에 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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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쓰면 안 보는게 스팀잇의 풍속인가요?
에공
가위 들고 살아야겠네요.

재미없어 안보고
배울거 없어 안보고
도움 안되니 안보고
그런게겠지요.

큰일 날 말씀...
가위까지 눌리면 그나마 하던 말도 못하게 됩니다.

잘라내는가위보다 무서운게 눌리는 가위인지라...

여운의 감동이 더 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 가 밋밋하니 글맛이 없지요.
땡겨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내 글엔 그런게 없어 보입니다.

그냥 매일먹는 밥 같으니...

감사합니다.
늘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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