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13 - 2014년 9월 16~30일

in #kr-dev8 years ago (edited)

2014년 8월에는 면접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9월 들어 다시 면접을 다니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아 보였고, 머지 않아 재취업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적었던 회고록을 스팀잇에 맞게 재구성합니다.

이직하시는 분들의 건승을 바랍니다.


2014년 9월 18일 - 강남 M사 면접 탈락

강남 M사로부터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M사입니다. 지난주 SW면접결과 아쉽게도 당사에서 원하는 인재분이 아니기에 이렇게 문자로 나마 연락드립니다. 항상 어디서든 건승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M사 인사팀 배상'

예상대로 M사 면접에서 탈락했다. 내가 했던 답변들이 내 스스로 만족스럽지 않으니 나쁜 결과를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한 답을 푸는 것이 재취업에 성공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 점 잊지 말아야 한다.


2014년 9월 22일 - 라인플러스 1차 면접

분당 라인플러스 1차 면접이 있었다. 면접 전에 필기 테스트가 있었다. 문제를 보는 순간. 나는 얼었다. 모르는 내용들이 많아서. 공부해야 할 범위가 참 넓다는 것을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많이,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

면접에서는 제대로 털렸다. 내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수많은 질문들.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이 많았다. 반복되는 대답 '잘 모르겠습니다.'. 내 몸도, 내 영혼도 탈탈 털렸다.

면접이 끝나고 나서 기분은 이상하게 후련했다. 이유는 아마도 내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가 명확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감이 좋아서는... 아닌 것 같다. 이 회사에 희망을 걸었는데... ㅠㅠ


2014년 9월 23일 - 종로 J사 서류 통과

종로 J사로부터 면접보러 오라는 전화가 왔다. 지원한지 2주가 지나서 기대를 접었는데, 뒤늦게 전화를 받고 기분이 다시 UP!

면접 보기 전에 J사의 앱들을 보고 오라는 요청을 받았다. 면접일은 25일. 이틀 밖에 안 남았네. 일단 요청대로 앱들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이것이 합격의 실마리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으니...


2014년 9월 24일 - 면접을 하루 앞두고 아프다

종로 J사 면접을 하루 앞두고 몸이 아팠다. 새벽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고, 아침에는 몸살로 온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회사의 요청 대로 앱들을 사용해 보고 있었지만, 아픈 몸으로 집중력이 오래 가지는 못 했다. 보다가 눕다가를 반복... 그러다 밤 12시가 다 돼 갔다. 조금이라도 더 보고 자는 수 밖에...

이번 면접은 편하게 봐야 할 거 같다. ㅠㅠ


2014년 9월 25일 - 종로 J사 1차 면접

어제 새벽부터 시작한 배탈이 오늘 아침에도 이어졌다. 도착시간이 11시를 넘길 것 같아 회사에 전화를 해 양해를 구했다. 10년 전에도 배탈로 인해 I사 면접에 제 시간에 가지 못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에도 전화를 해서 늦는다고 양해를 구했다. 당시에는 운 좋게도 합격했다. 이번엔 어떻게 될까? 상황이 그 때랑 흡사한데...

나는 한 회의실로 안내 받았고, 면접관 두 분이 들어오셨다. 한 분은 팀장, 다른 한 분은 개발자였다. 전체적으로 압박 없이 무난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약간의 준비를 필요로 하는 질문들도 있었지만, 큰 어려움 없이 답할 수 있었다.

최근의 친구의 충고대로 희망퇴직을 내가 먼저 말하지 않기를 다짐했다. 오래전부터 내가 이직하고 싶었던 것이 내 진심이니 그것을 잘 말하면 되는 것이다.

먼저 팀장님은 전 직장에서 퇴사한 이유를 물었다. 한 직장에 10년 가까이 다녔고, 잠시 쉬며 새로운 분야로 가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분은 관련된 질문을 계속 했다.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알아보는 방법도 있지 않았나요?'

나는 휴식기를 가지고 싶었다고 대답했다. 그 분은 내게 이렇게 물었다.

'대답이 와닿지 않네요.'

잠시 뜸들이며 다시 물어 보셨다.

'혹시... 희망퇴직 하셨어요?'

그렇게 물어본 이상 희망퇴직을 더 이상 숨길 수는 없었다. 아니라고 대답하면, 그것은 거짓말이 되니까. 솔직하게 대답하되 내가 정말 이직을 하고 싶었다는 것을 말하자는 것이 당시의 내 판단이었다.

'올 상반기에 회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희망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조건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니었고, 남고 싶으면 남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직장을 옮기려는 생각은 3, 4년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희망퇴직을 하는 그 때야말로 이직을 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나오게 되었습니다.'

면접관은 내 경력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지금 우리 회사가 앱 개발자를 구하고 있는데, 지금 도리안 씨의 경력은 앱 개발과는 거리가 좀 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왜 면접보기가 쉽지 않은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순간 머리 속에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의 경력은 바꿀 수가 없는 것인데...'

이어지는 질문.

'도리안씨가 지금 안드로이드 개발 실력은 상, 중, 하 중에 어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중'이라고 답했고, 이유는 '기본적인 것은 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실무 경험이 없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면접관은 '중이라면, 거기서 상, 중, 하 중 어디에 속하는지'를 물었다. 나는 역시 '중'이라고 답했다.

이제는 회사 앱에 대한 이야기였다. 면접관은 내게 어떤 앱을 써봤는지를 물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앱에 대해 어떤지를 물었다.

  • 장단점은 무엇인지
  • 기술적으로 생각한 점이 있는지

이번엔 인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앞으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을 말했다.

개발하면서 많은 자료들이 만들어지고 그것들이 정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적인 내용도 그렇고, 기술적인 내용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입니다. 기술적인 내용은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개인 블로그에 정리하고 있습니다. 제가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 직장에 입사해서도 동료들을 위해 자료들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개발자로서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싶습니다.

면접관이 내게 종교가 있는지를 물어보셨고, 그 분은 '기독교적인 답변 같아서 교회에 다니는지 궁금했다'고 말씀하셨다.

'혹시 iOS 개발도 해볼 마음'이 있는지를 면접관이 물어봤다. 이렇게 답했다.

저는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게 맥 컴퓨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iOS도 하게 되면,
안드로이드와 iOS 개발의 차이점을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만들어 두면, 멀티 플랫폼 개발에 도움이 많이 될 것입니다.

점심 시간이 다 되자 나의 면접은 마무리 되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데다 배탈까지 있어 아쉬움이 남았다.

면접관 중 한 분이 잠시 나를 불렀고, 같이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그 분은 전 직장의 협력업체 출신이었고,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내 일이 남 일 같지 않아 보였던 것이 아닐지... 그 자리에서 느낌이 왔다. 어쩌면 이번 면접을 통과할 수도 있겠다는...


2014년 9월 26일 - 라인플러스 1차 면접 탈락

저녁 7시에 분당 라인플러스로부터 1차 면접 탈락 메일을 받았다. 가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아쉽고 또 아쉬운 마음. 면접관들이 내게 했던 질문들이 내 머리 속을 뱅뱅 돌고 있었다. 좀 더 열심히 공부했어야 했는데... 좀 더 열심히 일했어야 했는데...

다음에 다시 면접본다면 붙을 자신이 있을까? 이에 '예'라고 쉽게 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회사가 다음에도 대규모로 채용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데... 그래서 내 마음은 답답하기만 했다.

전날 종로 J사에서도 면접을 봤었는데... 이마저도 떨어진다면, 더 어려운 시련이 찾아오지 않을지 걱정이었다. 어쩌면 그 곳이 내 마지막 희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2014년 9월 29일 - 종로 J사 1차 면접 합격

종로 J사로부터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전화가 왔다. 희망퇴직 이후로 면접에 통과한 것은 이번이 최초였다. 2차 면접이 남아있지만, 이번 결과는 내게 큰 의미를 주었다. 내 마음은 그 전보다 많이 가벼워졌고, 이번에는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생겼다. 퇴직한지 4개월이 다 돼 가는데... 5개월을 넘기고 싶지 않다. 남은 1번의 면접으로 재취업을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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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rian님의 그때 상황이 글로 잘 느낄 수 있었네요.
면접관이 애매한 질문을 할 때 가장 힘들죠.

질문이 두루뭉실하면 대답의 방향을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어찌보면 객관식 찍기보다 더 어렵다고 할까요.

상황이 잘 전달되네요 음.. 약간의 절박함과 함께...^^

그때는 그랬었죠. 지금도 녹록치는 않지만요...

옴뇸뇸~~
젤리.jpg

뒤늦게 감사 드려요. 요새 정신이 없어서... ㅠㅠ

럭키투님께소 벌레를 놓구 가셔서 퇴치해드리고 풀봇하구 갑니당~+_+

오! 짤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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