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12 - 2014년 9월 1~15일

in #kr-dev8 years ago (edited)

2014년 8월에는 면접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지만, 9월 들어 다시 면접을 다니며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아 보였고, 머지 않아 재취업이 가능하리라 생각했었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적었던 회고록을 스팀잇에 맞게 재구성합니다.

이직하시는 분들의 건승을 바랍니다.


2014년 9월 1일 - 종로 J사 지원

새로운 달,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됐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취업 사이트에 접속했다. 이 날에는 J사가 눈길을 끌었다. 위치는 종로. 괜찮아 보이는 복리후생. 연봉이 변수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괜찮은 조건이었다.

그리고 이 날은 입사원서를 접수받는 첫날. 바로 입사원서를 제출했다. 첫날이 유리할까? 막날이 유리할까? 지금까지는 주로 마지막날에 제출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첫 날에 내기로 했다. 발상을 바꿔봤는데, 서류 결과는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2014년 9월 4일 - 희망퇴직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

이 날 저녁. 합정역 부근에서 친구와 술자리가 있었다. (대학 친구이면서 같은 회사에 다녔던 특수한 사이) 그 친구와 했던 이야기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어 적어 둔다.

이전에 다녀왔던 면접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회사를 그만뒀는지에 대한 명확한 대답이 있어야 하고, 그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점. 친구가 그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나는 이전 면접까지는 희망퇴직을 솔직히 말했는데, 친구 말로는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솔직함을 높게 사주는 회사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회사들은 희망퇴직한 사람에게 마이너스가 있다고 생각한단다. 그래서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말하는 것은 자살에 가까운 행위이니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친구가 내게 건넨 직설적인 충고였다. 너무 솔직해도 탈이라는 거. 인정함..

그렇다면 다음 면접부터는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 것이 옳을까?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고 굳이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친구의 뜻이라는 것을 잘 안다. 이 대답을 잘 하는 것이 내가 재취업을 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번 술자리에서 확인했다. 다음 날부터는 그것을 다듬고 입으로 연습을 해야 한다.


2014년 9월 10일 - 강남 M사 서류 합격

지난 달의 친구 조언에 따라 제조업체에도 조금씩 지원하고 있었는데, 한 곳에서 면접보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강남에 있는 M사.

이 회사의 대표는 전 직장에 다녔던 분이다. 같은 회사 출신이라는 것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어쩌면 그러한 이유로 내게 더 어려운 질문을 할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 분도 전 회사에 대해 아는 것들이 많을테니...

오래간만에 면접이다. 입이 잘 풀려야 할텐데...


2014년 9월 10일 - 분당 L사 서류 합격

지난 달에 분당 L사에 입사지원을 했었는데, 이 날 메일로 서류 합격 소식을 받았다. 메일에는 주어진 기간 내에 면접일을 정해 달라는 안내를 받았다. 어떤 날이 좋을까? 준비를 하려면 시간이 필요할텐데... 마지막 날이 좋을까? 너무 늦어도 안 좋을 것 같은데... 일단 18일로 정했다.

분당 L사는 내가 가장 들어가고 싶은 회사 중 하나. 그 곳에 서류 합격했으니 면접은 반드시 통과하고 싶다. 약간의 시간이 있으니 준비를 열심히 해보자.


2014년 9월 12일 - 강남 M사 면접 후기

이 날 오전 11시 15분. 강남 M사에서 면접을 봤다. 면접관은 4명이었고, 모두 임원들이었으며, 대표이사님까지 계셨다. 모두 정장 차림에 과묵한 분위기였다. 제조업 답게 매우 보수적인 느낌을 받았다. 실무면접이라기보다 임원면접에 가까워 보였다.

먼저 대표이사님이 내게 첫 질문을 건넸다.

"전 회사는 왜 그만 두셨어요? 무책임하게..."

'무책임'이라... 처음부터 공격적인 표현이었다. 거기서부터 이미 나는 지고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한다. 첫 대답부터 매끄럽지 못 했다. 이번에도 '희망퇴직'이 이유라고 대답했다. 며칠 전에 그것을 절대로 말하지 말라는 친구의 충고가 있었는데... 실수를 또 반복하고 말았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추석 연휴가 핑계일 수는 없다. 정말로 중요한 준비라면, 가족에게 양해를 구해서라도 해야 하는 것이었으니... 이번 면접 결과도 좋지는 않을 것 같다.

대표님은 내게 또 다른 질문을 건넸다.

"경력을 보니 진급을 못 했네요. 이유를 말씀할 수 있겠어요?"

그 분 역시 나와 같은 회사를 다녔던 분이라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2011년부터 조직개편 등으로 인해 이동과 업무 변경이 여러 번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고과가 좋지는 못 했다고 답변했다. 작년에 고과 B를 받았던 것은 다행이라고 추가로 말씀 드렸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러한 대답은 변명에 더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차라리 '제가 좀 부족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라는 내용으로 말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왜 그랬을까... ㅠㅠ

그 다음에 내 경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당신이 맡았던 기능 M은 무엇인가요?"
"M은 앱인가요? 프레임워크인가요?"
"그러면 당신은 앱 개발자인가요? 프레임워크 개발자인가요?"

또 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앱은 만들어 보셨어요?"

보여줄 만한게 없으니 '없다'고 답할 수 밖에... 다만, '특정한 앱을 대상으로 단위 테스트 코드를 만든 적은 있다'는
답변을 추가로 했다. 역시나 불만족스러운 내용이었다.

라이브러리, 드라이버를 개발해봤냐는 질문도 있었다. '앱과 프레임워크까지만 해봤다'고 대답했다. 내가 앱 개발을 지원했지만, 하위 레벨의 개발도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면접관의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다.

마지막으로 연구소장님이 내게 질문한 내용은 이렇다.

"프레임워크는 어떻게 구현하나요?"

내가 프레임워크를 구현한 것은 아니라 굉장히 막연한 질문이었다. 이전에 구현했던 M을 가지고 답해야 했다. 클래스들 몇 개가 머리 속에 떠올랐으나 그걸 가지고 설명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 질문이 내게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 대답을 잘 했을리 없지.

내 마지막 대답이 끝나자마자 대표님은

"됐습니다."

는 말씀으로 면접을 마무리 했다. 그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 드리고 나온 후 시계를 봤다. 면접 시간은 약 15분. 생각보다 훨씬 짧았다. 결과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것. 채용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끝냈던가... 아니면 탈락시키기로 정하고 바로 끝냈던가...

준비가 부족해서 기대를 하지 않고 들어간 면접이었지만, 소득은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가 이전의 면접에서보다 머리 속에서 구체적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면접 준비를 잘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었지만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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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을 정말 많이 본 사람중의 하나로 도리안님의 글이 정말 이해가 됩니다. 면접관이 갑질하는 사람들도 많죠 그런데 말은 심층면접. 압박면접. 에라이~~

아.. 형님께서도 소싯적에 고생 많이 하셨네요. 저도 인생펴질 날이 왔음 좋을텐데요.. ㅠㅠ

아이구..살짝 준비가 미흡하셧던것 같아요! 하지만...갑질 면접이란게 조금 느껴지네요...ㅜㅜ헬조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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