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6 - 2014년 6월 16~30일

in #kr-dev6 years ago (edited)

4년전 이맘 때,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퇴사를 결정했던 시기였습니다.2014년 6월은 퇴직 후 본격적으로 구직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를 회상하며 적었던 회고록을 일부 수정하고 스팀잇에 맞게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지난 이야기


2014년 6월 16일

S사 헤드헌터로부터 C사, O사의 JD를 받았다. 둘 다 이름이 낯익은 회사들이고, 후자에는 고등학교 친구가 다니고 있다. 둘 다 괜찮은 회사들인데, 후자는 점점 상황이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사람 구하는 걸 보니 아주 나쁘지는 않은 듯.

'O사에 재직 중인 친구에게 전화를 해볼까?'

그러나 연락한지가 오래된 친구라 염치가 없었다. 인연이 있다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훗날 다시 연락이 된다면, '너네 회사에 지원했었다'는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14년 6월 17일

며칠 전에 구로 A사에 근무하는 후배로부터 사내 추천 전형이 아직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몇몇 선후배들이 그것을 통해 입사 했었다. 어쩌면 내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후배에게 이력서를 보냈다.

A사는 급여, 복지가 괜찮다. 게다가 출근 시간이 오전 11시 이내 범위에서 자유롭다고 한다. 그 정도면 좋은 회사다. 학교 선후배들도 있으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출퇴근 시간도 이전 직장에 비해 조금 줄어든다. 이 정도면... 감사한 마음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2014년 6월 19일

고용센터에서 받아야 할 교육이 있었다. 먼저 출석부에 간단한 내 인적사항을 적었다. 생년월일도 적어야 했는데, 90년생도 있음이 눈에 띄었다. 나이드신 분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실업은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의 주내용은 실업 급여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었다. 지금부터 앞으로 우리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실수를 하면 안되는지, 당사자의 실수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을 우리는 당부 받았다.

교육이 끝난 후 교육자들은 취업희망카드를 받았다. 앞으로 언제 실업인정을 받아야 하는지가 적혀 있다. 그 날짜를 놓쳐 실업 급여를 못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2014년 6월 24일

후배의 추천으로 지원했던 A사로부터 메일이 왔다. 서류 심사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과제를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안녕하세요? A사 개발본부 UX팀 김**입니다.
서류 심사 예비 합격을 축하드리며, 남은 일정을 안내해 드립니다.

1. E-mail 과제 수행 -> 서류 심사 최종 합격 여부 판단
2. 전화면접 (프로그램밍관련 구술시험 30분)
3. 기술 면접 (필기 시험 1시간, 기술 질답 1시간)
4. 임원 면접

남은 일정 중 E-mail 과제 수행에 대해 설명 드립니다.
* 제출기한: 2014/6/26(목) 24:00 까지 (E-mail timestamp기준)
* 제출처: 받은 e-mail reply.
* 내용
A사에서 왜 본인을 뽑아야 하는지
혹은 어떤 공헌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Max. 500자).
본인이 알고 있는 A사의 제품들을 전부 나열하고,
각 제품별로 단점 3가지(판단근거 포함)씩 써 주세요(Max. 500자).
주의사항: 제출내용 중 표절(Plagiarism)에 해당 사항이 있으면,
최종 합격 후에도 합격최소 사유가 됩니다.

UX팀에 지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기술면접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김** 드림.

과제 내용이 좀 어렵다. 이유는 이 회사의 제품은 내게 경험이 없어 생소하기 때문이다. 구해서 써볼 수는 있을지... 기한 내에 단점들을 파악할 수는 있을지... 후배 말로는 이런 과제는 없었다고 하던데... 어째 예감이 그리 좋지 않다. 하는데까지 해보는 수 밖에...


2014년 6월 25일

첫 실업 급여가 나왔다. 8일치. 32만원이다. 직업이 없는 내게는 이 돈도 결코 적지 않다. 생활비로 금방 나갈 돈이겠지만, 일단 기분은 좋다.


2014년 6월 26일

헤드헌팅 K사가 제안했던 T사 오퍼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해서 메일을 보냈다. 20분 뒤 답장이 왔다.

안녕하세요? 연구원님.
 
앗… 죄송합니다.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예상보다 서류 검토결과 나오는데 오래 걸리기 했지만 ..
많은 후보자분 컨텍하다보니 .. 제가 서류결과 업데이트 제대로 안됐네요..
죄송합니다.
 
다른 기회있으면 다시 연락드려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결과는 역시나 서류에서 탈락. 떨어진 건 인정하는데, 이 회사의 태도가 성의 없는 것 같다. 결과를 제 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날 수록 내가 회사들에게 매력적인 인재가 아님을 확인하게 된다. 시간은 지나가는데... 면접 볼 기회 조차 없다.


2014년 6월 27일

기한이 26일 24:00인 A사 과제를 26일 24:00에 제출했다. 27일 00:00이기도 해서 어쩌면 기한을 넘긴 것인지도... 이 회사의 업종과 관련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작성한 내용이 부실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쉬운 대로 제출했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른 동기, 선후배들이 들어간 회사인데, 나만 못 들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나 스스로 쪽팔리는 중...

Sort:  

A사 채용 깐깐하네요.ㅎ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문턱을 높인 거 같았어요. 노조가 있어 근로자의 대우가 괜찮은 곳 중 하나였죠. 나중에 얘기 들어보니 월급이 밀린 적이 있다고 하네요. 그런 상황에서는 노조도 의미가 없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어요.

월급을 밀린적이 있다니...많이 어려웠었나봐요.

Coin Marketplace

STEEM 0.16
TRX 0.15
JST 0.028
BTC 54461.78
ETH 2294.45
USDT 1.00
SBD 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