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희망퇴직 이야기 #1 - 2014년 4월

in #kr-dev8 years ago (edited)

4년전 이맘 때,
희망퇴직을 권고받고
퇴사를 결정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때를 다시 돌아볼겸...
당시 작성했던 일기를
스팀잇에 맞춰 다시 써봅니다.

2014년 4월 9일 수요일.

팀장이 회의실로 나를 불렀다.
이유는 희망퇴직 권고.
내가 이 회사와는 맞지 않는 것 같으니
위로금을 받고 새 출발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바로 대답할 필요는 없었다.
팀장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했다.
(물론 그것은 형식적인 절차였을지도..)

당시 회사의 사업은 적자 실적이 계속되고 있었다.
언젠가는 회사가 직원들을 정리할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기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 왔을 뿐.
권고받기 전날 입사 동기로부터 희망 퇴직 인원들이 선정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직원들이 이미 알고 있었는데, 나는 몰랐던 것이다.
그걸 알았더라면, 미리 대비를 했을텐데...
계속 다니기 위해 좀 더 납작 엎드리던가...
아니면 옮길 준비를 하던가...

머리 속이 너무나도 복잡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이제 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떻게든 여기에서 버티느냐?
아니면 나갈 것인가?

팀장으로부터 희망퇴직을 권고 받은 후
나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는 권고대로 퇴직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4월 14일.

팀장과 면담에서 나는 내 의사를 전달했다.
그는 내게 물었다.

"가족들에게 이야기했나?"

나는 아직 이야기하지 않았다.

"아직 안 했습니다."
"그러면 가족들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다시 면담하자."

나는 이틀 후에 팀장과 다시 만나기로 했다.

권고를 했다는 것은 이미 나를 내보내려고 한 것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 가족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마치 고양이가 쥐 걱정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쥐.
팀장은 고양이.
언젠가는 팀장도 쥐가 되겠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틀 전 면담에서 가족과 상의해서 희망퇴직을 결정하라는
팀장의 말씀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면담에서 그렇게 했다고 그 분에게 말씀드렸다.
그 분은 박수를 한 번 치더니 '알았다'고 답했다.
위로금은 1년치 연봉으로 받게 될 거라는 언급으로
면담이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희망퇴직이 확정 되었다.

눈 앞의 방향은 결정되었다.
이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대비해야 한다.

사실 가족과 상의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내 신상의 급격한 변화를
가족에게 바로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두고 단계적인 방법을 이용해
가족과 이야기할 예정이다.

그날 오후

희망퇴직하기로 결정은 했으나
관련된 정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었다.
아는 사람들과 연락해 보니
작년 하반기에 같은 파트에 계시던 김 부장님도
희망퇴직 대상자라고 한다.
나는 그 분한테 전화 드려 찾아뵙기로 했다.
부장님은 이번달 말까지 다닌다고..
아마도 그 자리가 그 분에게 드릴 마지막 인사가 될 것 같았다.

부장님과는 회사에 대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희망퇴직 관련해서 궁금한 점들을 여쭈어 보았다.
사람들마다 아는 것들이 다르니
관련 인사 담당자들을 찾아가 보는 게 제일 좋을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주에 면담 신청할 것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이야기는 길지 않았다.
둘 다 조용한 성격인데다
좋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다 보니...

부장님이 웃으면서 하시던 말씀이 생각난다.

"그래도 넌 젊잖아."

그렇다. 아직 나는 젊다.
가능성은 아직 많이 남아 있고,
좋은 곳으로 재취업할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4월 21일.

지난 주에 퇴직원을 작성하라는 요구를 팀장으로부터 받았고,
이번 주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런데 오늘 팀장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퇴직일을 5월 19일로 작성하라고.
내가 알기로 희망퇴직자들은 5월말까지 다닌다는데...
어떻게 된 것인지 인사부서를 통해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저녁에 K부장님에게 메일을 보내고 퇴근.
빠르면 내일 면담이 있을 예정이다.

2014년 4월 22일.

오전에 인사부서에 방문했고,
K부장님과 면담이 있었다.

부장님은 희망퇴직에 대해 전반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계속되는 회사의 사업 실적 부진으로 인해
인원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게 되었고,
5월말까지 선정된 인원들을 내보내기로 했단다.
위로금은 근속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나의 경우는 최대치인 1년치 연봉을 받을 수 있다고.

혹시 한달 더 회사에 다녀도 괜찮은지를 부장님에게 여쭤보았다.
6월에 퇴직할 직원들도 일부 있다고 한다.
그러나 회사에서 내려온 지침에 따르면
5월말까지 다니는 것이 원칙이라고.
더 다닐 수도 있겠지만, 위로금의 변화가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한다.
자리에서 잠시 고민해 보았고...
나는 5월말까지 다니기로 결정했다.
부장님은 내 결정을 팀장님에게 알려 주겠다고 말씀하셨다.

면담 후 팀장님이 다시 나를 부르셨다.

"인사부서에서 연락이 왔는데,
5월 30일에 퇴직한다고 말했다며?
...
그렇게 해."

내가 곧 나갈 사람이라
크게 뭐라고는 하지 않는 듯 했다.
5월 19일이 아닌 30일 퇴직.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어 다행이다.

2014년 4월 24일.

작성한 퇴직원을 팀장님에게 제출하였고,
사인을 받았다.
구직 활동 잘 하고 있는지는 묻지 않는다.
하긴... 물어봐야 서로 불편할 뿐.

다음 단계는 실장님 면담.
오늘은 자리에 안 계시고, 내일은 뵐 수 있을 거라고...
실장님이 나는 나가지 말고 남아 있으라는...
그런 말씀은 절대로 하실리 없지.
그 분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실테니... ㅎㅎㅎ

2014년 4월 25일.

다음 단계는 실장님과 면담.
실장급 임직원들은 팀원들에 대해 잘 모른다.
따라서 면담에서 별 다른 이야기는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장실 앞으로 가니 문이 열려 있었다.

"똑똑똑."

나는 노크를 하고 실장실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시죠?"
"면담하러 왔습니다. 희망퇴직 예정자입니다."
"그래요? 이름이 뭐죠?"
"dorian입니다."

실장님은 한 서류를 들춰보며 내게 물었다.

"명단에 없네요."
"팀장으로부터 권고를 받게 됐습니다."

실장님은 내 퇴직원을 간단히 검토하고,
면담 내용도 간단히 작성한 후
사인을 완료했다.
그 분은 그것을 다시 건네주며,
내게 악수를 청했다.

"수고했어요."

힘도 없고 영혼도 없는,
그저 형식적인 멘트였다.
다른 수많은 퇴직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소속 부서와 면담은 이렇게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인사부서와의 만남 그리고 자질구레한 퇴직 관련 절차들이다.
여러 부서들을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확인과 사인들을 받아야 한다.
퇴직하는 마지막 날까지 귀찮을 것 같다.

희망퇴직 결정 후 심경의 변화

처음 희망퇴직 권고를 받았을 때,
내 기분은 생각보다 무덤덤했다.
한 편으로는 이제야 다른 직장으로 옮길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회사에서 인정을 못 받고 쫓겨난다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내 마음은 복잡해졌고, 우울하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당시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이 있었다.
그것으로 당시 내 심정을 다시 떠올려 본다.

From Facebook on 2014/04/22

30대 중반의 나이에 명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아마도 다음 달까지 회사를 다니게 될 거 같고...
지금은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야 한다.

처음에는 회사의 사정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잘못해서 쫓겨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점점 나를 압박하기 시작하더라.
내 심장의 느낌이 예전 같지 않다.
신입사원 시절에도 경험해봤지만,
사람이 왜 우울함에 시달리는지 알겠더라.

이로부터 벗어나려면
가능한 빨리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문제는 그게 내 맘대로 되느냐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이 고비를 어떻게 넘길 수 있을까?

일시적인 편안함

4월 중순에 희망퇴직을 결정한 후
다음 달까지 회사에 다니기로 했다.
내게 새로운 일들은 더 이상 주어지지 않았고,
하던 일들을 마무리 하고 다른 동료에게 인계하는 것만 남게 되었다.
업무가 오지 않으니 시간이 남기 시작했다.
몸과 마음이 편해졌다.
물론 새 직장을 구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퇴직까지는 한 달이 넘는 시간이 남아 있다.
운이 좋으면 바로 회사를 옮길 수도 있다.

갑자기 내게 찾아온 편안함...
즐겨도 되는 것일까?

취업 사이트에 방문

희망퇴직을 결정한 후,
취업 사이트에 방문했다.
이게 대체 몇년만인지...
이직을 이전에도 시도하긴 했지만,
그 때는 가고 싶은 회사들의 채용 페이지에만 다녀왔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들어가 본 취업 사이트는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졌다.
이제는 자주 가봐야 하는 곳.
어떤 회사들이 있을까?
그 곳에 올라온 회사들 중
나는 어떤 회사와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될까?

희망퇴직을 가족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나?

갑작스레 내려온 희망퇴직.
나야 그렇다지만, 가족에게는 어떻게 알려야 할까?
아내를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는 없었다.
충격이 너무 클테니까.
나는 단계적인 과정을 통해 서서히 알리기로 했다.

회사의 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은
이미 올 초에 아내에게 여러 번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4월 중순에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회사가 인원 정리를 한다는 소문이 있다."

일주일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감원 대상을 고르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일주일 후에는 이렇게 말했다.

"구조조정 리스트의 대상은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없다고 한다."

며칠 뒤에는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내가 리스트에 올라갈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4월에서 5월로 넘어갈 무렵에
아내는 내가 희망퇴직을 하게 됨을 알게 되었다.

아직 늦지 않은 나이

2014년 4월.
내 나이 36.
이직하기에 아직은 늦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회사로 이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년 전부터 이미 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팀장의 희망퇴직 권고를
나는 큰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지금이 아니면 내가 언제 직장을 옮길 수 있을까?'
'지금이 바로 기회다.'

긍정적인 마인드도 내 마음 속에는 자리잡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

희망퇴직.
쪽팔리는 일이지만,
나는 동료들에게 솔직히 밝히고 떠나기로 했다.
죄 지은 건 아니니까...

카톡,
라인,
사내 메신저,
스카이프,
네이트온 등등을 이용해서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고 알렸다.
동료들에게...
친구들에게...
학교 선후배들에게...

다음에는 재취업했다는 소식을 전할 수 있기를...

재취업의 방향

희망퇴직을 결정한 후,
회사는 5월까지 다닐 예정.
이제는 다음 직장에 대한 방향을 정해야 한다.
어떤 업종을 선택할지,
어떤 회사에 지원할지,
어떤 직무를 원하는지...

난 2011년부터 안드로이드 분야에서 개발을 해왔다.
앞으로도 이 분야에서 계속 일하고 싶고,
안드로이드 개발을 잘 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
다만, 단말기 개발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컨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다.

관심 가는 회사들은 안드로이드 앱을 만드는 곳들이다.
이 말은...
내가 업종 전환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서비스 관련 경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길이 될 것 같다.
그렇지만 내가 원하는 길을 열기 위해서는
넘어야만 하는 관문이다.
어렵더라도 반드시 통과할 것이다.
그러고 싶다.

이직을 위한 공부

이직을 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업종을 제조에서 서비스로 바꾸기로 했으니
그것에 맞는 스킬들을 보유해야 한다.
앱 개발이라면,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가 필수.
뿐만 아니라 레이아웃을 구현하는 것도 잘 해야 한다.

자료구조와 알고리즘도 공부하는 게 좋다.
좋은 회사들 중에는 필기 시험을 봐야 하는 곳들도 있기 때문.
그런데 공부해야 할 게 많아진다.
다 할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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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play 가 kr-dev 컨텐츠를 응원합니다! :)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 댓글을 봤네요.
감사합니다.
컨텐츠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편이 있는건가요?? ㅎㅎ

10월까지 있습니다.
한달씩 나누면, 포스트 7개 올릴 수 있죠.

기대하겠습니다 ㅎㅎ 재밌어요~

완전 몰입해서 봤습니다...
전 희망퇴직이 아닌 모두 스스로 퇴사를 한것이지만, 희망퇴직이 됬을 경우를 간접적으로 느낄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은 내용들이 더 있어서
순차적으로 보여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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