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팅받고 싶은 글 vs 묻혀도 되는 글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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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스팀잇을 할 때는 아무리 성의껏 글을 써도 읽어주는 이가 없으니 혼자 벽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꼴이었다. 이럴거면 그냥 블로그로 돌아가 계속 비밀일기를 쓰는 게 낫다 싶었다. 최소한 다른 글의 보팅이나 댓글 수로 의기소침해지는 일은 없을테니까. 팔로워가 뭔지 알기는 커녕 태그 쓸 줄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소소한 관심을 받게 되면서부터는, 읽어주는 분들을 위한 글을 써보고자 했다. 그 분들이 궁금해하는 것에 관해서 혹은 내가 전하고 싶은 말을 썼다. 이를테면 흑백사진 정답&풀이 같은 글? 보팅을 받으면 '궁금증 해결~고마워요' 라고 칭찬도장 받는 느낌이었다. 특정인 몇 명만 보면 미션 컴플릿인 글이다.

하지만 내가 평소에 쓰던 것 같은,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도 써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스팀잇을 꾸준히 할 수 없을테니까. 그런 글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나의 마음을 드러내는 글아무말 대잔치. 전자는 쓰고나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그 글에 대한 거부는, 나에 대한 거부로 받아들일 참이었다. 그러다 댓글이 달리면, 천군만마라도 얻은 듯 했다. 보팅액은 아무래도 좋았다. 내 글에 귀기울여주고 공감해주었다는 사실에, 내 존재를 인정받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도 이렇게 살 수 있을까가 그런 글이었다. 그리고 후자.. 후자는 미묘한데, 조회수가 0 이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정말 내가 보려고 쓴 글이기 때문이다. 바로 6일째 고기국물 우려내는 이야기같은 글! 그런 글에 지지를 보내주면 데굴데굴 구를 정도로 부끄럽지만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느낌, 코드가 맞는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든다.

마지막으로, 100% 남들 보라고 쓰는 글이 있다. 오직 읽는 이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주기 위해 이것저것 사실 확인을 하고 쓰는 글이다. 이를테면 남미여행 Tip 과 주의사항같은 글이 그렇다. 그런데 이런 글이 문제다. 많이 읽을 수록 가치가 있는 글인데, 관심을 끌지 못하고 묻혀 버리면 너무나 허무하고 안타까운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 역시 ‘고래고래’ 소리치게 된다 :D 유익한 글을 쓸수록 조회수와 보상액에 집착하게 되니, 마음 편히 스팀잇을 하려면 일상얘기나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을 자주 올리는 편이 나은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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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 확신한 것이 있다. 나는 나의 속도(Pace) 대로 걸어야 한다는 것. 모두 가진 능력이 다른데 비교하고 경쟁하려고 하면, 제 풀에 지칠 뿐만 아니라 길가의 들꽃은 커녕, 눈 앞에 펼쳐진 풍경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사실. 조바심내지 말자. 너무 애쓰지도 말자. 계속 걷다보면 언젠가는 닿을 것이다.

welcome @spring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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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화이팅입니다.!

스팀잇에선 글쓰기가 유독 어렵게 느껴지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마지막 말씀처럼 자기 페이스를 찾는 게 중요하겠죠.

@kimthewriter 님 :-) 안그대로 지난 번에 @kimthewriter 님이 쓰신 글(두려움없이 글 쓰는 법) 읽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저도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아요. 언젠가 의미와 가치가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이 곳에서 단련하는 중이라 생각합니다.

나의 속도로 걷는것... 스티밋에서 그 페이스 조절이 쉽지는 않죠. ^^ 저 역시 지금도 같은 고민으로 하루에도 몇번 갈등을 하는것 같아요.
그나저나 산티아고님도 순례길 걸으신 분? 오... 이로써 제가 스티밋에서 만난 순례길 경험자가 3분이나 되네요.(참고로 전 동경만 할 뿐 아직 미경험잡니다.)

노아님 :-) 노아님도 그런 고민을 하시는군요! 왠지 힘과 위로가 되네요. 페이스조절도 어렵고 글의 수위(?)도 몇번이나 점검하게 되고... 아직도 제게 스팀잇은 요지경이네요. 순례길 걸으신 분 전 자기소개에서 한 분 뵈었는데, 또 누가 계신가요? 순례길을 걸을 때도 모두의 목적지는 산티아고 대성당이었기에 서로 으쌰으쌰했던 기억이 나요. 빨리 도착한다고 좋은 것도 없고요. 노아님 시간이 나실 때(그리고 무릎 튼튼하실 때 ㅎㅎ) 순례길 걸어보세요^^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생각해요 :-)

@neun 님과 @myhappycircle 님이 산티아고길 걸으신 걸로 알고 있어요. ^^
무릎 도가니는 벌써 상태가... ㅋㅋ

@neun 님, @myhappycircle 님 팔로우했어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같은 길을 걸어서 그런지 모르는 분들인데도 그저 반갑네요. 노아님 무릎도가니야 힘을 내!!

자신의 속도대로 걸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공감됩니다 ^^ 저는 기본이 안되있어서 글쓰는 법부터 하나씩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 자주 읽겠습니다!

@jkyoon 님 안녕하세요 :-) 기본이 안되있으시다니 ㅜㅜ 저는 뭐 기본이 되어있나요. 저도 스팀잇에 글 쓰는 연습하려고 온 걸요? ^^ 조바심내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꾸준히 @jkyoon 님의 속도로 걷다보면 분명 어떤 모양으로든 결실을 맺으시리라 확신합니다. 자주 만나요 :-)

말씀하신 의미 마음에 와닿네요.

@genius0110 님 안녕하세요 :-) 제 글에서 의미를 찾아내주시니 감사합니다. 소중한 댓글이네요 :-)

이 포스트는 OCD 팀에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허락을 해주신다면 저희 팀에서 이 게시물을 공유할 수 있습니다. 허락해주신다면 추가 보상의 기회도 늘어나고 OCD 팀이 게시물 사진을 모음집에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저희 OCD팀을 팔로우하면 이 프로젝트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고 다른 좋은 글들도 볼 수 있습니다. 저희는 투명성을 위해 노력합니다.
@ocd가 이 게시물을 하고 리스팀하기를 원하면 #ocd-resteem 태그를 사용하세요. 첫 태그가 아니어도 됩니다. 저희는 이 태그를 사용하는 게시물들을 하루에 세개씩 리스팀할 겁니다. 화이팅.

@normalbro 님 댓글과 보팅 감사합니다. 그런데 @ocd 팔로워가 대부분 영어사용자인 것 같아 제 글이 리스팀되어도 읽을 분들이 과연 있을까 싶네요..^^

영어 하는 구가뿐만 아니라 @ocd 는 여러 나라의 포스트를 공유합니다. 전 미국인이라도 대상으로 kr 커뮤니티에 집중합니다

@normalbro 님, 설명 감사합니다 :) 제 다른 글에 ocd-resteem 태그를 이용해보았습니다.

제가 스팀을 시작했을 때 또한
처음엔 제 자신만을 위한 글을 쓰기 시작했었습니다 ㅎㅎ
많은 분들이 봐주지 않더라도요-
그 글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생겨나고
소통의 의미를 알아가니
점점 일상글과 여러 글들로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스팀의 묘미는 보상 외에도 참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아요 :)

어머나. 혼자 팔로우하고 몰래 @xinnong 님 글 읽곤 했는데 :D 반갑습니다. 신농님도 처음엔 그런시절이 있었군요. 그래도 소신을 지켜오신 데다 뜻이 있는 일을 함께 하시니 많은 분들이 신농님을 알아보신 것 같아요! :-) 처음엔 쬐끔 외로웠는데 저도 점점 좋은 분들을 알아가고 소통의 의미를 알아가니 스팀잇이 고맙게 느껴질 때도 있네요. 신농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정말 딱 부류를 제대로 나누신 것 같네요. ㅎㅎㅎ
티는 안내도
많은 스티미언 분들이 공감하실듯 ㅎㅎ

@annely 님 :-) 그사이 명성도가 엄청 느셨네요 :D 제가 다른 분들보다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 스팀잇에 적응하는 데 한참이나 걸렸거든요. 넘어지고 부딪히다가 느낀 것들인데 공감해주시니 뭔가 힘이 나는데요!? ㅎㅎ

저 또한 쓰고 여행하고 나서 여행기를 정리하고 싶어서 블로그에 쓰다가, 어느 날 친구로부터 스팀잇을 알게 되었어요. 여기에 쓰는데, 보상액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블로그에서 느낄 수 없는 가족 같음이 느껴져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르바님 :-) 가족같은 느낌, 그러게요.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건데 말이죠. 르바님도 풀어낼 이야기가 많으실텐데 영구(?)독자 하나 여기 하나 이렇게 기다립니다 ㅋㅋㅋ :D

스프링필드님 생각을 글로 정말 잘 표현하시는 거 같아요. 깊은 공감입니다!!

역시! 다니님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저를 덩실덩실 춤추게 합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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