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고기 국물 우려내는 이야기
빨래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었다.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다.
거실 붙박이 에어컨은
건물을 지을 때부터 망가졌다고 했다.
한 번도 쓰지 않은 새 에어컨인데
벽에 붙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나처럼 거실에 그냥 있다.
더운 것은 아니었는데
침실 에어컨을 키고 방문을 열어 두었다.
찬 바람은 여기까지 오지 않는데
애쓰는 소리는 난다.
나도 떡국이 먹고 싶어
고기를 사다 국물을 우려놓았다.
5일째 우려놓기만 했다.
차이나 타운이라도 가야 떡을 살 수 있을텐데.
오늘까지만
하고 꺼낸 냄비 속에는
졸아붙은 고기국물이 차가운 젤리가 되어있다.
물을 사러 나가야겠군.
새 렌즈를 개봉해보았자
앞으로 몇 시간 쓰지 않을테니
안경은 그대로 쓰기로 했다.
거울을 챙겨볼 행색도 아니었지만
입고있던 상의를 유심히 살폈다.
코앞인데 뭐 어때
하다가 주섬주섬 속옷을 챙겨 입는다.
오늘 중국인은 처음보는 남성이다.
남편인가 형제인가
사실 궁금하지도 않다.
오늘은 냉장고에 코드가 꼽혀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거스름돈이 45페소가 나왔는데
5페소짜리를 9장 준다.
삼천 오백원이 나왔는데
400원짜리를 9개 준 셈이다.
무거운 생수통을
두팔로 부둥켜 안고 돌아오며
역시 여름엔 집밖에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두 개의 대문과 집 현관까지
세 개의 문을 열쇠로 돌려 열었다.
생수통도 세 번 내려 놓았다 다시 들었다.
아이 시원해
에어컨을 틀어놓길 잘했다.
이제는 다시 고기국물을 우려야지.
좀 특이한 느낌의 시 같은 시같지 않은 시(응..?)같네요ㅋㅋㅋ
글솜씨가 부럽습니다!
@earthturtle 님 :D 지금 저 비행기도 아니고 우주선 태워주시는거죠...ㅎㅎㅎ 이런 글도 이쁘게 봐주시다니 감사합니다 :D
한국 날씨는 너무 추워서 밖에 못나가겠더라구요 :)
여름엔 나가는게 아닙니다.
외국도, 한국도 :)
@julianpark 님 안녕하세요 :-) 한국은 정말 추운 아침이겠네요. 맞습니다. 여름엔 집에서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 마시며 에어컨/선풍기바람 쐬는게 최고지요! @julianpark 님 댓글 감사드려요. 기운 찬 하루 보내세요! :-)
저도 떡국 못먹었어요... ㅠ
그래서 아직 한 살 젊습니다! :D
@bleury 님 ㅋㅋㅋ 아 그래서 제 무의식이 차이나타운 가는 걸 미루는거군요. 이러다 뼈 으스러질때까지 고기국물만 우릴듯...ㅎㅎㅎ
글 왜 이렇게 귀여운거예욧ㅋㅋㅋㅋㅋㅋㅋㅋㅋ kr-pen이나 kr-writing 태그 다세요~ 책 한페이지 같은 느낌이라 너무 좋아요~~
엄마나 쪼야님ㅋㅋㅋ 제가 한국분들 못볼 시간을 노렸는데... 프랑스에 있는 쪼야님이 있었다!! ㅋㅋㅋ 태그는 아직 부끄러워요 ㅎㅎ
악!! 쪼야님ㅋㅋㅋㅋ이걸 리스팀을 하시면 어떡해욧!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글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ㅋㅋㅋㅋㅋㅋㅋ
ㅎㅎ 그냥 고기 국물에 라면, 고기 국물에 김치찌개, 고기 국물에 밥 말아서 깍두기 고기 국물에 국수 그렇게 드셔도 좋아요~ ^^
플로리다 달팽이님 :-) 김치랑 깍두기도 차이나타운에 가서 구해 와야겠는걸요? ㅎㅎㅎ 고기 국물에 라면은 시도해본 적이 없는데...궁금하네요 +_+ 떡을 구하지 못한다면 노려볼만 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국물 우려내기만 하다가 고기 사라질 것 같아요 ㅎㅎㅎ
더운날엔 해지고 나서 외출이 정답이죠 ㅎㅎ곧 맛나는 떡국드시기를^^
@ttongchiirii 님 :D 아아 여름밤의 산책은 시원하기도 하고 그것만의 낭만도 있는 것 같아요. 모기가 득실대는 것만 빼면 ㅎㅎㅎ 고기가 삭아 없어지기 전에 꼭 떡국을 만들어 먹도록 하겠습니다! :D
뉘집 지붕 들일까요 ^^
@euni 님 :D 꺄아아 드디어 저도 유니님의 깜찍한 댓글을 받아보게 되는건가요! 저희 집 건너편 건물을 내려본 모습이랍니다. 집이 아주 다닥다닥 붙어있죠?
Um.... Nice
Jajaja Okay I will post something in Spanish real soon for you.
I love you senpai , release the leash on Pablo sama pls
Please take him away, por favor lol
고기국물 우린육수에 맛난떡국 해드셨어요?
타지에 계시면 고향 음식이 그리 생각이 난다고 하던데..
잘챙겨 드세요 몸상하지 않게요
시원한 에어컨 틀고 뜨끈한 떡국 먹으면서 행복한 시간 되시길 ♡
러브흠님 :-) 맞아요! 특히 이 곳은 한식재료를 찾기 힘드니 한국에선 먹지도 않았던 한국음식이 괜히 더 그리워지는 거 있죠. 생전 안만들어본 손칼국수에 육개장을 여기서 만들어 먹고 있네요 ㅎㅎ 러브흠님도 건강챙기시구(승윤이도!)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멋진 글이네요! 외국에서는 떡 구하는것도 어렵군요 ㅠㅠ 꼭 떡국 드시는걸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ㅎㅎ!
@illust 님 아이고 ㅎㅎㅎ 예상도 못한 칭찬을 들으니 땀이 뻘뻘나요 ㅎㅎ 감사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