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레이스] 교토 안녕 + 도쿄 안녕

in #kr2 years ago (edited)

IMG_4122.png


춘자의 가을


IMG_0610.jpg
inspiration


부드러운 카펫 위에선 춤을 춘다. 폭신한 매트리스 위에선 앞구르기(?)를 한다. 그리고 딱딱한 맨땅 위에는 헤딩을 한다. 맨땅에 헤딩은 나의 행동 패턴 중 하나가 되었다. ‘맨땅에 헤딩’을 하며 산지도 꽤 오래다. 덕분에 내 이마는 아주 단단해져서 어지간한 충격이 아니고서는 외상 혹은 내상을 입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다만 엄살이 아주 심한 편이라 아프다, 싫다, 괴롭다 끝없이 중얼거리기는 한다. 그 누구도 그런 엄살을 진지하게 들어줄 필요는 없지만, 위로나 격려의 말은 언제나 고맙다.

교토에서의 마지막 2주 동안 열심히 맨땅에 헤딩한 결과로 매거진 [春子] 창간호를 발간하게 되었다. 매거진 [春子] 는 나의 사이드 프로젝트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만드는 오프라인 매거진이다. 이 여행이 계속되는 동안은 쭉 진행할 예정인데,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글들로 엮고, 매거진 [春子] 에 실리는 사진과 글은 온라인에 게재하지 않으며, 여행지에서 바로 구독자에게 발송한다. 매거진 [春子] 의 구독자는 한 달에 두 번, 춘자가 여행지에서 보내오는 매거진 [春子]와 춘자의 사진, 글씨, 그림과 같은 것들, 그리고 춘자가 여행지에서 찾아낸 멋지고 근사한 무언가를 함께 받아볼 수 있다. 물론 최소 단위의 배송료를 위해 일정 중량 이상을 넘어가는 물건은 아닐 것이다.

이번 교토 밋업에 참가했던 이들은 (자동으로 그리고 반강제로) 매거진 [春子] 의 첫 구독자가 되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은 춘자의 멤버가 되셨어요.




구독자 1000을 목표로! 정기 구독자 대모집!


매거진 [春子]

춘자는 지금도 낯선 거리를 서성입니다. 나누고 싶은 것들이 많고, 계속 생길 예정입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춘자와 영감을 나눌 member를 모집합니다. 춘자는 members only 니까요.

구성

매거진 [春子] 1부
춘자의 사진, 그림 혹은 글씨
춘자가 여행지에서 찾아낸 작고 가볍지만 멋진, 어떤 것

구독료

_1개월 3만 3천 7백 원
_3개월 정기구독 시 5% 할인가 9만 6천 원
_6개월 정기구독 시 7% 할인가 18만 8천 원
_1년 정기구독 시 10% 할인가 36만 3천 원

정기 구독 신청 방법

_아래 정기 구독 신청 폼을 작성해주세요.
_구독료 납부 방법을 이메일로 안내해드릴게요.
_구독료 납부가 확인되면, 정기 구독 신청이 완료됩니다.
_낯선 곳으로부터 당신의 품으로 날아들 춘자의 소식을 기다려주세요.

매거진 [春子] 정기 구독 신청하기




페달을 밟자


IMG_0865.JPG
sour


매거진 [春子]를 만들며 꽤 괴로웠다. 이런 똥글이나 쓰자고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아닌데, 자꾸 똥글만 나와서 노트북을 던져버리고 싶었던 순간이 많았다. 무념무상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을 때 가장 행복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해야 한다거나, 허벅지 근육에 더 힘을 주어야 한다거나, 기어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한다거나, 그런 따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관성에만 의존하여 발을 굴러야 한다. 그러면 머릿속에 히사이시조의 멜로디가 자동으로 재생되며 행복감이 고조되었다. 나는 청승을 진짜 싫어하는데 그러다 가끔 눈물방울을 뿌리기도 했다. 부끄... 아무튼, 일본에서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길을 걷는 사람들, 자동차들, 다른 자전거들, 교통 신호와 도로의 요철 등 그 모든 것을 신경 쓰느라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고생했다. 덕분에 몇 번이나 넘어졌고, 다리에 상처도 여럿 얻었다. 몸에 힘을 빼고, 머릿속을 깨끗하게 비우고 자전거를 타면 시간이 3배속 정도로 흘렀다. 매번 소중한 명상의 시간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자전거 명상을 하고 있을 때 빼고는 늘 춘자 생각을 했다. 멋진 글도, 때깔 나는 사진도, 근사한 편집도, 쩌는 디자인도, 내 안에서는 도저히 나오지를 않았고, 시간은 자꾸만 흘렀다. 그리고는 정말 시간이 없어 버리는 순간이 왔다. 밋업 날까지는 완성해서 참가자들에게 나누어주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꼭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인쇄 맡기러 가는 길 위에서도(직원에게 파일을 넘기기 직전까지도), ‘아, 쪽팔린데 그냥 하지 말까’를 고민했다. ‘아시발몰라’는 이 다섯 글자 통째로 하나의 감탄사인 것이다.

일본에도 이제 겨울이 코앞이다. 언제 또 자전거를 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서 또 페달을 밟고 싶다. 코가 시려 빨갛게 되어도 하염없이 좋을 것이다.


구글 번역기


IMG_0665.JPG
세이메이 진자에서 산 소원성취부


쓰고, 찍고, 엮고, 만들고 그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다. 쓰고, 찍고, 엮는 건 혼자 한다 쳐도 만드는 것은 혼자 할 수 없었다. 처음에 다짜고짜 인쇄소에 찾아가서 내가 원하는 바를 하나하나 설명하는데, 그 막막함이란... 인쇄소의 직원은 영어를 못하고, 나는 일어를 못하는데 구글 번역기는 세계의 모든 언어를 할 줄 아니까 다행이었다. 그녀와 나는 몇 차례 헛다리를 짚어가며 고군분투했다. 그림도 그리고, 숫자도 쓰고, 온갖 손짓발짓을 동원한 결과 그녀는 완벽하게 나의 컨셉과 의도를 파악하기에 이르렀다. 부수를 많이 찍는 것도 아닌데, 일어라고는 한마디 하지 못하는 외국인 손님의 기이한 주문을, 그녀는 은근과 끈기로 받아준 것이다. 그녀는 나를 응대하느라 다른 고객들을 꽤 오래 기다리게 해야 했고, 몇 차례나 어딘가에 전화를 걸어야 했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왔다 갔다 해야 했다.

그녀가 ‘쏘리, 노 잉글리시’하고 포기해버렸다면 매거진 [春子]는 교토에서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미래의 인간은 더는 외국어를 학습할 필요가 없다고, 미래학자들은 이야기하지만, 구글 번역기의 힘을 빌려 그녀와 소통하는 내내 나는 일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녀에게 꼭 자필로 고맙다는 편지를 써서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구글한테 물어봐서 해야지 해놓고 결국 시간이 없어서 못 했지만. 인쇄소 사무실로 매거진 [春子]를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서 보내줄까 한다. 그때는 정말 정말 고마웠다고 편지도 쓸 것이다.


‘걸스럽게' 밋업 그리고 교토 안녕


IMG_0637.JPG
대중주장 주카이의 위엄


밋업 1차 장소는 대중주장 주카이. 뽀빠이에도 실린 적이 있는데 3000엔 이상 쓰는 것이 도전처럼 느껴질 정도로 모든 메뉴가 저렴한 곳이다. 우리도 도전했으나 다섯이서 7000엔을 넘기지 못했다...

밋업 후기와 교토 후기도 이 포스팅에 같이 하려 했으나 따로 해야겠다. 할 말이 너무 많으니.


도쿄 왕자


IMG_1049.JPG
jinbocho bookstore


밋업을 마치고 바로 도쿄로 왔다. 도쿄. 나는 이 도시가 싫다. 옛날에 스팀잇에도 쓴 적이 있는데 이 도시는 나와 합이 맞지 않는다. 혼자인 것을 좋아하지만 이 도시에서만큼은 혼자여서 싫다고 느끼곤 했다. 모두가 혼자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미워하는 마음이 남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으휴, 징글징글한 도쿄’라고 구시렁거리기는 한다. 신주쿠역에 도착하자마자 참담한 기분을 느끼며 바로 아오모리로 도망갈 예정이었지만, 첫날에 묵었던 숙소가 아주 기상천외해서 꽤 깊은 영감을 주었다. 그래서 도쿄에 좀 더 있어 볼까 한다. 그 숙소는 오오지 역에 있었다. 오오지는 ‘왕자王子’이다. 왕자역... 동네 분위기는 어딘지 모르게 왕가위적이다. 숙소는 오래된 모텔을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한 곳이었는데, 아주 레트로한 분위기를 풍겼다. 레트로한 룸에서 왕가위적인 거리 풍경을 바라보는 느낌이라니... 그게 아주 기가 막혀서 창밖으로 노면전차가 지나갈 때는 ‘크...’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의도한 바가 아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그럴싸하달까. 그것마저 의도한 것이라면 진짜 도쿄놈들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 나의 감탄사 ‘크...’ 조차 계획 속에 있었던 것이라면 너네가 세계 짱 먹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도쿄에서 세 번째 숙소는 극한의 인더스트리얼 인테리어를 체험할 수 있는 호스텔로... 후기 따로 써야겠다. 어젯밤 여기 도착했는데 진짜 감옥(최소 폐교) 개조한 곳인 줄 알았다. 곤지암 생각나서 귀신 만날까 봐 밤에 화장실도 못 감. 그런데 또 매력적이어서 며칠 더 있어 볼까 한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자주 올게요! 자주 만나요! 보고 싶었어요! 할 말이 너무 많은데... 카페 문 닫는다고 나가래요... 다시 올게요!



위즈덤 레이스

위즈덤 레이스는?
위드덤 러너 1기
위즈덤 레이스의 이상한 시작
위즈덤 레이스 CITY 100 & BOOK 100

 
 
위즈덤 레이스 CITY 100
 
[서울]

꽃무늬 원피스 안에 숨지 말고
나랑 놀자
위즈덤레이스 인 서울 첫 번째 밤
5월에, 오월애

 
[오사카]

킁킁은 일본말로도 킁킁이야
Stay or forever go
희수야, 일곱시에 우메다역 13번 출구에서 만나

 
[교토]

교토 단상 1
감각의 제국
WISDOM RACE in KYOTO!

 
 
위즈덤 레이스 BOOK 100
 
[80일간의 세계 일주]

기지를 발휘해야 할 때 _ @roundyround
80일간의 러브 일주 _ @mmerlin
to 라라님 (feat. 80일간의 세계 일주) _ @zenzen25




Sort:  

아니 정말 미치겠다, 동글님....! 일본에서 인쇄소를 찾아가신 것도, 『춘자』를 기획한 동글님의 반짝이는 생각들도, 한치앞도 생각하기 어려운 해외에서 이 모든 걸 이렇게 잘 이어가고 계시는 것도! '맨땅에 헤딩'이라지만 그 헤딩조차 어느 대단한 모험가의 영혼에 의해 이미 치밀하게 짜여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걸요 히히 아 너무 존경스럽습니다 동글님 ♥ 春子의 탄생을 축하해요!!!!!

히히히히히 채린님 따뜻한 응원 고마와요. 엉엉. 눈물이 나려고 하는 것은 기분 탓일 거야... 추운 곳에 와 있으니까 따뜻함에 계속 목이 말라요. 저질러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으아 미치겠다' 하고 있지만 저질렀으니 이마가 다 까질 때까지 해볼게요. 짧은 댓글에 다 담길지 모르겠지만 따뜻한 동지애를 꾹꾹 눌러 담아 보냅니다. :-)

智恵自転車 in Kyoto

쏘리 질럿! 오늘밤 자장가는 이것으로다가! 피터님 감사!

흥미진진하다.
글도.
당신의 삶도.

오늘밤, 토랙스, 로맨틱, 성공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