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diary] 쫓기듯 산 지

in #kr5 years ago


쫓기듯 산 지 꽤 된 것 같다. 나는 항상 무수한 죽음이 나와 내 주위 사람들의 삶의 뒤를 쫓는 것을 견딜 수가 없다. 언제나 영원히 살 것 처럼 - 지금 이 순간에 박제될 것처럼 미래를 잊어버리면서 살곤 하지만 오히려 그 고요에 대해 불안해질 때가 있다. 확정되지 않음이 불안을 증폭시키고 위험의 경계를 넓히게끔 - 넓히도록 상상하게끔 한다.

그래서 나는 모두의 시간은 소중하고 비싸다는 마음을 항상 갖곤 한다. 특히나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여럿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의 교집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의외로 시간과 공간의 교집합을 가진채 마주할 수 있는 인연이 그리 많지 않다. 짧고 작으며 적다. 내가 몸을 불살라가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면, 이러한 쫓김과 불안을 매달아둔 채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차피 삶을 마감하면 흙으로 돌아갈 인생이라지만, 나는 그 흙이 누구나 언제나 사람들이 기억할만한 고운 흙이었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무에서 무로 돌아갈 삶의 숙명이 억울하다면, 무언가 하나 쯤은 남기고 가는 것이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은 남을 테지만, 흔적의 빛깔이 강하게 고왔으면 좋겠다. 아마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바람일 것이다.

순간을 영원처럼 사는 것도 좋고, 영원을 순간처럼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순간이든 영원이든 내게 허락된 것은 순간도 영원도 아닌, 흐름 - 그 것도 다른 사람들의 수많은 제약 조건 하에서의 교집합을 따라 흐르는 제한된 흐름 - 일 뿐이며, 흐름의 키를 내가 맡아야 할지, 아니면 나를 흐름에 맡겨야할 지를 고심한다. 일부러라도 깨어있지 않으면 안될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 죽음이 목덜미를 낚아채는 순간까지 영원한 불면이다.

Sort:  

표현력이 상당하시네요 . 순간도 영원도 아닌 "흐름" 매우 공감됩니다.

흐름은 쥐거나 고정시키기보단 언제나 타거나 거슬러야 하는 것 같습니다.

불면의 숙명을 타고 나셨군요. 못고치죠.. 아무쪼록 건투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삶에 있어서는 깨어있지 않으면 배기지 못하는 성격이라지요.

영원히 깨어있다는 것이 바로 수행자들이 지향하는 삶이지요. 영원한 현재에 현존하는 것이지요. 이것이 이루어지면 삶과 죽음이라는 의미조차 필요없다고 합니다. 우리는 자는 도중 조차도 깨어있지 못할때가 많지요. 그것도 죽음의 일종이지요.

머리를 탁 칠만한 시선인 것 같습니다. 영원한 현재라니, 듣기만해도 무시무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위안이 되네요. 죽음을 자각하는 것이 형벌이자 복이자 삶이자 다시 죽음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32
TRX 0.11
JST 0.034
BTC 66791.24
ETH 3239.69
USDT 1.00
SBD 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