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Brothers / 나의 형제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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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nowkorea 입니다

최근 저의 [유학 일기]를 통하여 제가 만 15~16세에 겪은 영국 유학을 일기형식으로 작성해보고 있습니다.


전편을 읽고 오시면, 오늘 포스팅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1편 - 16살, 홀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다.]
[2편 - 홈스테이를 시작하다]
[3편 - 영국학교, 첫 발을 내딛다]
[4편 - 한국인들과의 추억과 우정]
[5편 - 내 생애 첫 룸메이트]
[6편 - 9시간의 기억]


홈스테이를 바꾸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쳤던 9시간이 끝나고, 지친 몸과 마음으로 학교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홈스테이를 바꾸겠다는 저의 강력한 의지를 보신 선생님께서는 저를 토베이에서 가장 좋은 홈스테이집으로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단점이 있다면 학교와 멀다는 것이었죠. 걸어서 20분정도의 거리..
토베이 언덕 젤 높은곳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학교는 언덕 밑에 있었는데요. 홈스테이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매번 등산하는 기분이었죠.


Helen 을 만나다


드디어 홈스테이를 옮기었고, 저는 처음으로 새로운 호스트를 만났습니다.
영국 40대 아주머니셨는데, 키가 짐작하기에 최소 180 cm 로 보였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Helen (헬렌) 이었고, 아들 Jack (잭) 과 불독 한 마리와 함께 살고있었습니다.

그 분은 저를 2층으로 안내하셨고, 제 방을 소개해주셨습니다. 방은 이전보다 훨씬 넓었고, 옷장과 책상 그리고 개인침대가 있었으며, 한 쪽은 통창문으로 되어있어서 채광이 정말 좋았습니다.

아주머니와 아들은 1층에서 살았고, 저와 다른 아이들은 2층에 살았습니다. 총 3개의 방이 있었는데, 각 방마다 2명의 학생들이 거주했죠. 화장실은 공용으로 2층에 한 곳 존재했습니다.

집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있었으며, 지하 1층과 3층은 창고로 사용했습니다. 1층에는 부엌과 큰 대형식탁이 있었고, 거실에는 4개의 소파와 대형 텔레비전이 있었습니다. 딱 집을 보자마자, 왜 선생님이 최고의 홈스테이라고 설명했는지 알수있었죠.

오자마자 헬렌은 저를 반겨주었고, 제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왜 물어보는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게되었죠. 집에는 항상 우유와 음료들이 가득했고, 저희가 배고플 상황을 대비해서 인스턴트 음식들도 항상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녀는 매일 저녁 각 아이들의 취향에 맞게 다른 요리를 준비했고, 저녁시간에 저희가 오지않으며, 접시 위에 담긴 음식을 랩으로 싼 후, 포스트잇으로 '누구의 것' 이라고 적어놨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다보면, 홈스테이집에 저녁시간에 못 들어가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과제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밤늦게까지 놀다보면 집에 11시 넘어서 들어가는 경우도 진짜 많았는데, 항상 저희들의 저녁은 랩으로 잘 싸여져서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었습니다.

예전 호스트와 다르게, 그녀는 정말 저희들을 좋아했고, 저희에게 최선을 다하는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녀를 Mom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죠. 헬렌도 거리낌없이 저희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다른 나라에서 온 자신의 Son (아들) 이라고 했습니다. 저희들도 헬렌이 정말 좋은 호스트라는 것을 알았고, 그 누구도 헬렌의 집에서 나가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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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제가 영국을 떠날 때에 헬렌과 저는 진정으로 슬퍼했고, 지금도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서 가끔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이 후 영국으로 여행을 가게되면, 저는 항상 헬렌의 집을 방문하고, 저녁을 함께 먹으며, 제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술(소주/막걸리)과 라면들을 선물하죠.


6명의 아이들 : 다른 인종, 다른 국적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때, 저는 솔직히 무서웠습니다. 저보다 덩치도 컸고, 백인과 흑인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죠.

처음으로 그들과 함께 큰 식탁에 앉아 저녁을 먹던 중,

감자튀김에 케찹을 찍어먹고 싶었던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 테이블 반대편에 있는 케찹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 알렉산드로라는 포르투갈에서 온 아이가 이렇게 말했죠.

"그냥 나한테 달라고하지. 왜 굳이 일어나서 케찹을 가지고 와? 우리는 너를 잡아먹지 않을거야. 그러니깐 편하게 지내"


당시 저는 어안이 벙벙해서 Ok 라고만 이야기했는데, 이후로 저는 아이들을 대할때 조금 더 자신감이 생겼죠. 매번 함께 걸어서 등교하고, 학교에서 집으로 같이 언덕을 올라가고, 저녁식사를 계속 함께하니, 그들과 저는 점점 친해졌습니다.

6명의 아이들 중


이란에서 온 Nima (니마)
포르투갈에서 온 Alessandro (알렉산드로)
앙골라에서 온 Giovanni (지오바니)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Timothy (티모띠)


이렇게 4명과 제일 친했는데, 저희는 단짝친구처럼 항상 붙어다녔고, 서로를 도와주었으며, 항상 유쾌하게 놀았습니다. 4명의 인종은 모두 달랐는데, 저희가 함께 다니는것을 본 영국인들은 매번 신기한듯이 쳐다보더군요.

흑인, 동양인, 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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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댄스배틀


시간은 밤 11시 40분.

옆 방에서 노랫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아이들이 한 명씩 방문을 열고 나옵니다.
즉흥적으로 펼쳐지는 댄스 배틀이 이어지고, 함께 즐기면서 춤을 추는 아이들.
이렇게 춤출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남았기에, 아이들은 다들 최선을 다해서 즐깁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나면,

"Guys, silence"
"얘들아, 조용히 해."

헬렌이 1층에서 소리칩니다! 그렇게 저희는 노래를 끄고, 키득키득 웃으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죠. 그러다 새벽 2시에 Nima 가 노래를 틀고,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립싱크를 하는건지, 노래를 부르는건지 ㅎ
그 당시 저희가 한참 빠졌던 노래가 Justin Timberlake 의 Cry me a river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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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냐면, 저희 모두 가사를 완벽히 외우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노래를 틀면, 모두 하던 일을 멈추고 그 노래를 불렀죠.


도타에 빠지다


도타에 빠져버렸습니다.
밤 8시부터 새벽 3시까지 저희는 계속 도타를 즐겹습니다. 당시 저희들의 실력이 한참 모자라서, 다른 사람들과의 대결은 못했고, 그저 컴퓨터를 상대로 게임했는데 이긴 기억보다 진 기억이 훨씬 많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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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 자는 만큼 저희는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하게되었고, 학교에 계속 지각하자 헬렌은 자정에 와이파이를 꺼버립니다. 도타가 너무 하고싶었던 저희는 헬렌에게 거짓말을 합니다. 학교과제가 너무 많아 아직 다 못 끝냈다고, 와이파이를 켜달라고 간절하게 부탁하자, 헬렌은 와이파이를 다시 켰고, 저희는 새벽까지 도타를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고 유쾌한 추억으로 남아있네요.

후에 제가 영국에 방문했을 때, 헬렌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 당시 학교과제는 거짓말이었음을 알고있었다네요.


함께


이렇게 몇 개월을 보내니, 저희는 서로를 Brother 라고 부르게되었습니다. 그들과 항상 함께했고, 함께 즐겼으며, 제가 힘들때에는 그들이 옆에 있었고, 그들이 힘들때에는 제가 옆에 있었죠. 그들이 없는 영국유학 생활은 상상하기도 싫었고, 그들은 저에게 큰 힘이 되었으며, 저에게 많은것을 가르쳐주었죠. (그들 사이에서도 제가 가장 어렸기에, 많이들 챙겨주었습니다)

저희는 서로를

"my brother from different womb"

표현했죠.


내가 페이스북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


스팀잇을 시작하고, 페이스북 활동은 일절 안합니다.

2개월동안 포스팅도 작성한적 없고, 좋아요를 누른적도 없으며, 심지어 눈팅한적도 없죠. 이 정도면 페이스북 어플을 핸드폰에서 삭제해도 무방하지만, 저는 그러지를 못합니다.

국적이 다른 저의 친구들 그리고 형제들과 가끔이나마, 연락 가능한 가장 편리하고 빠른 수단이 바로 페이스북이죠. 가끔 영국에 있었던 일이 그리울 때, 페이스북으로 친구들과 제 형제들에게 메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도 안되어서 답장이 오죠.

한국인들이 사람들과 카톡아디와 전화번호를 교환하듯이, 저희는 페이스북 아이디를 교환하고, 서로 타지에서 멀리 떨어져있으면, 페이스북 메세지를 통해서 아직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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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그들과 제가 느끼는 유대감과 보이지않는 Bonding 은 영원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영어실력도 참 많이 늘었던거 같아요 ㅎ 언젠가는 저와 제 형제들. 멋진 곳에서 함께 만날 일을 진심으로 기대해봅니다. 다음은 영국에서 제가 직면한 여러 문제점들과 그리고 그 문제들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 포스팅 해볼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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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친구들 보고싶겠군요~!

언젠가는 다시 함께 만나기를 !!,,

영국..?! 그럼 발음도 영국발음이야? 영국발음 간지인데 오..

영국 발음 따라하는건 하는데, 발음은 미국발음ㅎ.ㅎ

최악을 지나 최고의 홈스테이를 찾았군요!
저런 홈스테이라면 나도 살고싶다요..

진짜 재밌었어요ㅋㅈㅋ

이제는 생존이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는 시절이 나와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그래도 영국에서의 기억은 마냥 좋지만은 않네요

글이 길어도 실감나는 유학생활과 소소하지만 재밌는 일상 이야기로 읽는데 지루하지가 않네요.^^
헬렌이 밥을 해주는 거나, 늦게까지 게임하는 학생들을 위해 와이파이를 끄고, 늦은 시간에 춤추고 노래하는 학생들에게 소리치고 하는 모습은 정말로 엄마같아요^^

그렇죠ㅎ 그래서 저희가 더 엄마라고 불렀던거 같아요. 아이들이랑 친해질려고 했던 노력이 정말 다른 호스트들과 차별화인거 같아요

우와... 그맘 알거같아요... 비유가 조금 다르지만 알피지게임도 너무 오래하면 재미는 없는데 채팅과 정으로 몇년을 더 한적이 있거든용... 저는 호주에서 그정도로 친해진 친구가 없어서 부럽내용 ㅎㅎ

지루한 게임도 정때문에 계속 플레이하기도 하죠ㅎㅎ저 아이들때문에 그래도 영어 많이 늘었네요ㅎ

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다른 인종 다른 국적임에도 생겼을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지네요!

이참에 친구들을 스티밋으로 불러보는건 어떨까요?? ㅋㅋㅋㅋㅋ

ㅋㅋ해외는 아직 어렵고 제 한국친구들 한명씩 초대중입니다.

짱짱맨=날씨인사...

요런느낌이군요...^^ 오늘은 날이 아주좋아요^^

호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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