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일기] 9시간의 기억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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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knowkorea 입니다

최근 저의 [유학 일기]를 통하여 제가 만 15~16세에 겪은 영국 유학을 일기형식으로 작성해보고 있습니다.


전편을 읽고 오시면, 오늘 포스팅을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오늘 포스팅은 5편과 깊은 연결고리가 있기에, 5편을 꼭 읽어주셨음 좋겠습니다.

[1편 - 16살, 홀로 영국 유학길에 오르다.]
[2편 - 홈스테이를 시작하다]
[3편 - 영국학교, 첫 발을 내딛다]
[4편 - 한국인들과의 추억과 우정]
[5편 - 내 생애 첫 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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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영국에서 제가 머물던 토베이 지역은 영국 내에서 가장 날씨가 좋은 곳입니다. 아무래도 남쪽 해안가에 있다 보니, 날씨도 런던이나 다른 북부보다 훨씬 따뜻하고요. 그런데 날씨는 좋지만, 소나기가 정말 많이 내립니다. 짧게는 30초, 길게는 30분 정도 내리다보니, 저는 우산을 챙기지않고 매일 바람막이를 입고 다녔어요.

30초 소나기에 우산을 찾아서 사용할 바에는 그냥 바람막이에 달려있던 모자를 쓰고다니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집 열쇠가 없어서 안으로 못 들어가는 그 시간에 자정부터 30분동안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바람도 쌩쌩 불고요.

집 앞에서 혼자 30분동안 쭈구려 앉아있었어요. 제 몸에 맞는 비는 괜찮지만, 가방 안에 있는 노트북은 비로부터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 온 몸을 사용해서 가방을 보호했네요.

자정이 지나가니깐 가로등이 하나씩 하나씩 차례대로 꺼지더라고요. 정말 무서웠어요. 솔직히 토베이 도시 자체가 인구가 많은 편이 아닙니다. 정말 인적 드문 도시이고 주택가들이 대부분 산 언덕에 있습니다. 정말 캄캄해서 너무 무서웠어요. 낯선 나라에.. 낯선 도시에.. 외국인 그것도 동양인 만 16세가 밖에서 홀로 밤을 새야 한다니.


하나씩 가보다


핸드폰이 없었기에, 누구에게 연락할 수도 없었어요. 노트북을 켜서 페이스북을 들어가야 하는데, 와이파이 잡기도 어려웠고, 게다가 배터리도 10% 밖에 안 남았었죠. 비가 오니깐 날씨가 점점 추워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몸을 움직이기로 했습니다.. 가로등이 꺼지니 전방 5m 앞에 있는 나무가 안 보여서 머리를 박을 뻔도 하고, 미끄러운 길바닥에 계속 넘어질 뻔하였습니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나고, 귀뚜라미는 울어대고.. 그래서 한국인 형들의 집을 찾아가보았어요. 집을 계속 찾아다니다가 창문을 통해 불빛이 보이면, 가서 도움을 요청해보려고 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모두 불빛이 꺼져있었고, 저는 어쩔 수 없이 저랑 친했던 중국아이의 홈스테이집에 찾아갔습니다.

그 친구의 방은 2층이었는데,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창문에 조약돌을 던질 용기가 나질 않았어요. 결국 10분 후에 창문에 불빛은 꺼지더군요. 그렇게 몇 시간을 같은 골목을 돌고, 또 돌고, 또 돌면서 보냈습니다.

바람이 쎄게불면 바람이 덜 부는곳을 찾아가고, 길가에 앉아서 벽을 기어다니는 달팽이들을 하염없이 구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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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그렇게 길을 하염없이 걷고있는데, 멀리서 두 영국인이 담배를 피고오더군요. 그런데 담배 냄새와 완전 달랐습니다. 알고보니 대마초였던거에요. 영국에서 대마초는 불법이지만, 여러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알고있었는데, 실제로 대마초를 피는 사람들을 처음 보니깐 많이 놀랬어요. 두 명은 제 옆을 지나가면서, 인종차별발언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한번 펴보라고 권유했지만, 저는 거절하고 지나갔습니다.

둘의 시시덕거리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영국에서 인종차별을 한 두번당한것도 아니기에.


다운타운으로 내려가다


언덕 밑에는 항구와 작은 도시가 있었어요. 그래서 자꾸 어두운 주택가를 돌아다니면, 더 무서운 일들이 벌어질거 같아서 언덕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영국에는 PUB 술집이 정말 많은데요, 아무래도 토베이 도시자체가 관광도시이자 휴양지 개념이니, 평일 밤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있더라고요.


술에 취해서 바다에 풍덩 빠져서 수영하는 사람.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사람.
담배를 피며 저를 유심히 지켜보는 사람.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으로 가면 제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서 저는 인적이 드문 항구로 내려갔습니다. 항구는 완전 저의 아지트였습니다. 등대에서 비추는 빛으로 어둡고 캄캄하지 않았고, 인적도 완전 드물었기에, 저는 그곳에 편하게 앉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쉬었습니다. 바로 발밑에서 노는 물고기들을 보고, 등대를 보고, 밀물이 몰려오는 것을 보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냈죠.


날이 밝다.


잠을 단 1분도 자지못했기에 저는 굉장히 피폐해졌습니다. 그리고 계속 긴장을 하고 있었으니...

등대가 꺼지고, 어부들이 항구에 한 명씩 모이는 것을 지켜보고, 사람을 피해서 다시 언덕 주택가로 향했습니다. 제 홈스테이집은 여전히 굳건히 잠겨있었고, 저는 학교 정문앞에서 그냥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갈매기들이 하늘을 날라다니고, 햇살이 도시를 밝게 비추더군요.


Myself


솔직히 그 당시에 저는 무슨 생각으로 9시간을 보냈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9시간동안 계속 긴장하면서 빛을 찾아다니고,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다닌 기억뿐입니다. 몸도 마음도 지쳤었겠죠. 경찰을 찾아갈 용기, 창문에 돌을 던질 용기, 소리를 지를 용기 모두 없었습니다. 남들에게 민폐가 되고싶지 않다는 생각이 너무 크게 작용했던거 같아요.

지금은 힘들었던 기억이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목숨을 건 생존기에 가까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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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이야기하다


저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학교 선생님과 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홈스테이가 마음에 안든다고 바꿔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정말 좋은 홈스테이로 바꾸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유학원들은 어떤 마음으로 만 16세의 아이를 이런 호스트로 보냈으며, 도대체 왜 핸드폰을 가져가지말라고 하였는지 아직도 깊은 의문이 듭니다. 심지어 나름 이름있는 유학원인데.

실제로 저는 정말 좋은 홈스테이로 이사를 갔고, 제 룸메이트들과 아직도 서로를 Brother(형제) 라고 부를 만큼 좋은 우정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다음번 포스팅에는 새로 옮긴 홈스테이와 저와 룸메이트들과의 우정을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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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네요. 역시 knowkorea 님 포스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었어요. ㅎㅎㅎ

ㅎㅎ 감사합니다! 유로님

9시간...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무서운 시간이었을것 같아요. 본인이 그렇게 무서운데도 그 와중에 남들을 배려하는게 참...대단하면서도 속상하네요 ㅠㅠ

감사합니당! 9시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던만큼, 그 당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기억해보려고 해도, 생각이 안 나더군요. 다만 정말 생존하려고 노력하고, 아침을 계속 기다렸던거 같아요

어른이라도 감당하기 힘들었을 그시간을..
안일한 그 유학원에 의문점과 화가나네요 ㅠ

힘든 시간 잘 견뎌내셔서 다행이에요~ 다음 포스팅 기대되어요 ㅎㅎ

다음 포스팅은 분위기자체가 밝습니다 ㅎㅎ

그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버텨내다니..대단하군요!그때의 경험이 반드시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경험은 곧 자산이죠 ㅎ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긴장했던게 아무일없이 버텨낼수 있는 원동력이었네요. 진짜 무섭고 힘들었겠네요~~~ 그때 당시에는 얼마나 서럽고 외로웠을지... 의연하게 잘 버티셨네요^^

다행입니다 ㅎ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 당시 정말 위험한 순간들이 많았네요

다행히 좋은 홈스테이로 바뀌었군요... 그럼 중국인 친구는 헤어진거로군요 ㅎㅎㅎ 열쇠 잃어버린일이 기회가 도엇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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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으 하루 되세요

정말 다행히 좋은 홈스테이로 바뀌었죠 ㅎ

대단하고 멋있다는 생각밖에 안드네요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다가 두려움이 덜컥 앞서버렸어요..ㅋ

다음 룸메이트와의 우정 편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읽는 것만으로도 긴장되고...하... 지난 일이라도 맘이 안좋네요..
다행입니다 그래도..
다음 룸메이트들과의 우정은 밝은 내용이 가득했으면 좋겠네요!

넵 다음 내용은 밝습니다 ㅎㅎ

마치 영화같은 순간이었겠네요.. 저도 호주에서 인종차별을 당한적이 몇번 있어서.. 공감이 갑니다. 그것도 어린나이에 ㅜㅜ 고생많으셨겠어요

인종차별은 없어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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