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백 일기] 사람 잃기.

in #kr6 years ago (edited)

아웃백 알바 파운데이션.png

안녕하세요 @knowkorea 입니다.

어제 포스팅에서도 소개했지만, @tutorcho님께서 자정과 새벽 3시 사이에 올리시는 일기글들을 보며 느낀점이 많아서, 저도 아웃백 아르바이트 일기를 꾸준하게 작성 중입니다. 또한, 출범한지 얼마안된 kr-youth 태그 활성화를 위하여 꾸준하게 1일 1포스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사람 잃기' 라는 제목으로 조금 무거운 주제로 글을 써보려고 해요. 이번 포스팅의 이해를 돕기위해 저번 포스팅들 링크를 달아두었습니다. 가볍게 읽고 오시면 이해하기 편하실거에요!

[아웃백 일기 - 모두를 만족 시킬 수 있는가]
[아웃백 일기 - 리더로서의 역할]


아웃백 영업 흐름은 총 3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바로 런치타임, 스윙타임, 그리고 디너타임 입니다.


런치타임 :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의 영업 / 평일은 회사원들의 식사가 많은편이고, 주말은 가족들의 식사가 많은편이다. 바쁨의 정도에 따라서 직원들에게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못할 수 있다.

스윙타임 : 오후 3시부터 5시까지의 영업 / 입점이 천천하지만, 꾸준하다. 런치타임에 사용한 수저 및 기물을 닦는 작업과 식자재를 다시 보충하고 채우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 직원들에게 휴게시간 부여가 가능하다.

디너타임 : 오후 6시부터 8시까지의 영업 / 입점이 꾸준하고, 가족단위 및 회사원들의 회식이 많다. / 식자재를 더 이상 채우지않고, 영업마감을 준비한다.


보통 매니저님들과 점주님은 스윙타임을 이용해서 식사를 하거나 휴게시간을 가지는 편입니다. 그 스윙타임은 매니저의 부재를 메꾸기위해서 저같은 직급이 낮은 Key 나 Senior Key 매니저가 홀영업을 판단하고 결정합니다.

스윙타임은 매니저님에게 전달받은 일들을 직원들에게 대신 전달하거나, 제가 직접 결정한 일들을 직원들에게 전달하고, 직원들은 그 틀안에서 근무하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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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람을 시키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입니다. 리더로서 아니면 관리자로서 사람에게 디렉션(Direction)과 오더(Order)를 결정하고 전달하여야 하는데,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직원들에게 디렉션과 오더를 주기보단, 차라리 제가 직접 처리하는것이 효율적이고, 직원들에게도 스트레스를 덜 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일처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몸은 하나인데, 마음만 급하고, 많은 일들을 한번에 일처리를 해보기위해 노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그것을 계속 지켜본 저의 선임 매니저님께서 저를 부르셨고,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매니저님께서는

"내가 홀영업을 할때, Key 나 고참직원들이 많으면 편하듯이, 너도 너가 믿고 영업을 진행할 수 있는 직원들을 만들고, 그들을 교육시켜라. 그리고 너가 혼자 움직이기보다는 디렉션 및 오더를 주고 직원들을 움직이게 하라."

저도 솔직히 인지하고있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Key 의 역할이 직원들을 교육시키고, 일을 진행하면서 습득한 노하우나 경험을 전달하며, Key 는 홀에서 움직이지않고, 진두지휘를 해야한다는 사실을.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1. 저와 직원들의 나이 때가 비슷하다. (심지어, 저보다 나이가 많은 일반직원들도 많습니다.)
  2. 그들과 평소에 함께해왔던 친밀감과 그들의 매니저에 대한 불만불평을 들은적이 많다.
  3. 지금 직원들의 30%는 내가 일반사원일때 함께 편하게 근무했다.

그들과 술자리를 가지거나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낼때도, 예전에 그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와 지금 그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는 미세하게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은 일반사원이고, 저는 어떻게보면 매니저팀의 일원이니깐요. 이 부분을 곰곰하게 생각해보며 답을 찾다가 나온 결론이 바로 '디렉션과 오더를 주기보다는 내가 직접 움직이자' 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피드백을 받았으니, 앞으로는 제가 움직이기보다는 디렉션과 오더를 주어야했죠.

그래서 솔직하게 친한 직원들에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면담을 한 내용과 앞으로 디렉션과 오더를 주어야하니 잘 부탁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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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영업 중, 무전기를 통해서 계속 지시가 내려옵니다.

어느 직원을 어디로 보내라 / 어느 직원을 무엇을 시켜라 / 어느 직원에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쉬는 시간을 부여하라 / 컴플레인을 처리하라 등등*

제 할일을 하다가 직원들을 찾아서 그 직원들에게 매니저팀에서 부여한 업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도 나름 힘들죠. 하지만 더 힘든 일은 바로 그들의 반응을 보는것입니다. 토요일 영업은 정말 힘듭니다. 손님들의 입점이 많기에, 계속 테이블케어를 하다보면 기가 빨려나가는 기분이 듭니다. 저도 그들의 심정을 정말 잘 이해하고 있기에, 그들에게 계속 디렉션을 전달하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또 한번, 무전이 내려옵니다.

"40번대 테이블 별로 없으니, @@를 룸으로 보내서 정리시켜라."


@@ 직원을 찾습니다. 찾은 후 직원에게 설명을 시작합니다.

"룸에 손님들 다 나갔고, 40번대 테이블 별로 없으니, 40번대 넘기고, 룸으로 들어가서 정리해줘."


그 직원의 표정에서 피곤함이 묻어났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그 직원은 짜증이 있는대로 났는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집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토요일 디너영업 중 자신의 섹션을 다 마무리하고, 조금씩 쉬면서 일하고있는 도중에 또 새롭게 할 일을 부여받았으니, 당연히 스트레스를 받겠죠.

"아 XX, 룸정리 짜증나는데."


저한테 직접 욕을 한것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신경이 계속 쓰이더라고요. 인건비를 관리하는 매니저팀 입장에서는 어떻게보면 직원들의 맡은 업무를 계속 변경해야합니다. 그래야 유기적으로 돌아가고, 일부의 직원들에게 일이 과부화로 쏟아지지 않으니깐요. 그 날 퇴근을 하고, 아무 인사없이 지하철역으로 향했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으로부터 상처를 받았다기보다는 매니저의 역할을 진행하면서 사람을 잃고 있는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일반사원이었으면, 같이 으쌰으쌰 하면서 영업을 진행할 수 있었을텐데.

퇴근하고 매번하던 인사를 안한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밤 11시가 지나고 직원들에게 카톡이 계속 왔습니다.

"오빠, 오늘 수고했어"

"형, 집 잘갔어?"

"@@야, 오늘 완전 수고했어!"


지금은 제가 진행하는 사업의 규모가 작아서, 제가 혼자 사업을 진행하기 큰 무리가 없지만. 나중에 사업의 규모가 커지게되면, 저도 직원들을 채용하고, 그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보다 스케일도 커지고, 다른점들이 존재하겠지만, 이번 일을 리더로서 성장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때 이 고민을 하는것보다, 지금 고민을 미리 해놓는 것이 훨씬 낫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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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 중 '인간관계'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이번에도 깨달았습니다. 수평적 관계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수직적 관계 내에서의 인간관계를 어떻게 능동적으로 처리하고, 해결할지 계속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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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백 매장의 운영관리가 직원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피로감과 스트레스의 연속이지요. 아웃백은 아니지만 별 5개 호텔의 주방에서 알바를 오랫동안 해본 경험이 있어서 잘 알거든요.

요식업이 정말 어렵습니다..

예전에 아웃백에서 일했을때 저희 매니저님도 엄청 고생하셨어요. 나이도 어린편이라서 뭔가 지시를 하면 직원들이 불평을 쏟기 일쑤였죠 ㅠㅠ 괜시리 노코님하거 오버랩되면서 더 응원하고 싶어지네요. 많은 고민을 통해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시기를 바랄게요 :)

직원들의 나잇대가 어리다보니.. 생기는 헤프닝같은데.. 효과적으로 사람들을 다루는 법 계속 노력해봐야겠어요 ㅎ

나이가 적으면 적은대로, 되려 많으면 많은대로,
저마다의 번뇌는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성자님과 매우 반대되는 상황이었습니다만,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 상황적 딜레마는 언제나 힘겹게만 합니다.ㅠ
중간관리자로서의 영원한 숙제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래도 멋진 분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그 딜레마를 풀어가고자 공유하고, 노력하는 열정이
제 눈에는 아름답게 비춰지기만 합니다.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바람이 거칠게만 만져지는 하루입니다.
부디 알찬 하루 되시길 염원해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중간관리자는 위에서 치이고 아래에서 치이지만, 어떻게보면 중간관리자로서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한거 같습니다. 아래와 위를 함께 볼 수 있다보니.

'직장 나이'라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간단히 말해서 직급으로 보는 서열이겠지요.
직장에서는 현실 나이보다 중요한 것이 직장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아랫사람을 괴롭히거나 억누르는 수단이 되지 않는 한, 직장 내에서의 순조로운 업무 흐름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나이와 다른 직장 나이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쉬운 예로 군대가 있겠네요. 나이에 상관없이 군대계급으로 정확히 나누어지는..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만큼 더 확실해야겠지만, 모든 직장에 필요한 개념으로 보여집니다.

  1. 업무 자체에는 감정이 들어가서는 안됩니다.
    그걸 부하직원들에게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보여줘야 합니다. 사람이기에 감정이 섞이지 않을 수 없지만 훈련하면 됩니다.
  2. 부하직원들의 업무를 도와주는것은 좋으나, 당연한것이 되겠끔하면 안됩니다.
    권위가 사라져서 컨트롤이 힘들어집니다.
  3. 웃는 얼굴로 싫은 소리를 해야합니다
    내가 먼저 짜증난 얼굴로 이야기하면 안하니만 못합니다. 지금도 그러시겠지만 업무 끝나고 나서 아끼고 사랑하는 선후배로 대해 주세요
  4. 외로움에 익숙해지세요
    외롭다는 것을 많이 느끼실겁니다. 하지만 어쩔수 없는건 말 그대로 어쩔수 없는겁니다.
  5. 평소 미팅때 잔소리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기에 반드시 지켜야 할 것에 대해서 지겹도록 반복하여 잔소리 하는것은 그 중요함 때문이고, 그러기에 현재 상황이 위험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고 집중해달라는 신호라고 생각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이해시켜 주세요
  6.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 외에는 스스로의 눈에 거슬린다 해도 하나하나 간섭하지 마세요
    서로 지켜야 할 선을 알게되어 갈 것입니다

전체의 상황을 통제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딱 결정해 주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잔일 도와주는 것보다 결정을 못내려주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서로 힘들어집니다.

댓글을 적으면서도 참 고민 많이했습니다. 휠씬 훌륭히 수행하고 계실텐데 제가 무슨 자격 있어서 이리 적을 필요가 있겠나 싶기도 하구요. 그러나 저도 40명 정도 고과를 부여하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부분 공감되어 글 올리오니 참고용으로 봐 주셨으면 합니다.

PS:업무 자체보다 사람에 대해 더욱 고민하시는 모습에 깊이 공감하며, 인정받고 존경받는 리더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충분한 자격되십니다. 댓글들 하나하나마다 진심이 가득 담겨져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댓글을 읽어보다보니, 업무를 진행하면서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네요.. 아직 공과 사 / 일과 감정이 정확하게 구별이 안되는거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리더는 고독하다고 하시는데.. 고독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과 어울리는 리더의 존재가 가능할가요?

아무래도 직급이란 선이 존재하기에 좀 어려운 부분일것 같으나 이리도 진중하게 접근하고 고민하시니 @knowkorea 님께서 먼저 도달하시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

사람들을 먼저 생각해주는 준비된 예비 사업가군요~~

아직 배워야할 부분이 많습니다.

고생하셨다는게 글에서 느껴집니다..
나중에 이 경험이 사람을 만나는데 있어 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계속 경험을 축적해보겠습니다!

신입사원일땐 시키는 일을 무작정 하느라 힘들지만, 나중에 위치가 올라갈 수록 사람에 일을 시켜야하니 몸도 몸이지만 상대방의 감정까지 신경써야 하니 더욱 더 힘든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제가 좀 더 일을 해서 상대방에 덜 시키고 그런 감정적인 불편함을 최소화 하려고 하였는데, 결국에는 불편함이 있더라도 동료들이 스스로 힘듦을 겪으며 성장해나기는게 결과적으론 좋은 것 같더라구요. 그들도 나중에는 책임자가 되어야 하고 일을 시켜야하기에~
포스팅 잘 봤습니다 ^^ 아웃벡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알게 됐네요.

불편함이 있더라도 동료들이 스스로 힘듦을 겪으며 성장해나기는게 결과적으론 좋은 것 같더라구요

저희 매니저님께서도 이 말씀하셨습니다 ㅎ 성장하게 냅둬야하는데, 성장을 방해하는 꼴이 되어버렸네요..
저도 지금 생각해보면 신입사원일때가 그립네요. 무엇이든지 시키는거 열심히만 하면 되고, 못했으면 아직 신입이라는 핑계거리도 존재했으니깐요. 위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열심히도 해야하지만,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글이 훌륭해지시네요..? 아웃백에서 일하시는 분 이제 그냥 못지나칠듯 ㅠㅠ 고생한만큼 성숙해지셨네요~

고생한만큼 무엇인가 배우는게 있어야겠죠..? ㅎㅎ 안그러면 억울해집니다! 아직 @posthuman 님 글 따라갈려면.. 멀었습니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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