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미국③

in #kr8 years ago

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지난 미국 이야기에 이어봅니다.

 병원에서는 환자를 보는 진료 시간 이외에 의사들끼리 끊임없이 공부합니다. 교과서나 논문도 읽습니다. 매주 컨퍼런스를 열어 핫토픽에 대해 다루기도 합니다. 직접 논문을 읽을 시간이 없는 교수님들은 학생들 레지던트의 발표 형식으로 함께 공부하곤 합니다.

 끊임 없이 공부하는 건 미국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실습을 돌 때에도 매주 아침 컨퍼런스와 점심 컨퍼런스가 있었죠. 아침 컨퍼런스는 주로 심장내과 스탭들이 참여하는 컨퍼런스로서 어려운 케이스나 토픽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 심장에 국한되어 있긴 하지만 생리학적인 이야기부터 분자유전학적인 이야기까지 심장의 깊은 곳을 다루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외부 초청 강연에서 체내 지질과 혈압 변화를 가져온다고 밝혀진 유전자들에 대한 강의였습니다. 지금까지 지질과 혈압 변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밝혀진게 많지 않은데  ANGPTL3이라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knockout), 중성지방, LDL, HDL 등의 지질 수치가 낮아진다고 합니다. (사실 저도 어렵습니다...) 

점심 컨퍼런스는 내과 레지던트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컨퍼런스로 Problem-based learning(PBL, 문제기반학습) 방법으로 이루어집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육에도 많이 이용되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45세 남자 환자가 하루 전부터 오른쪽 아랫배가 아프다고 응급실로 내원하였다. 내원 즉시 측정한 혈압은 95/60mmHg, 분당 호흡수는 23회, 체온은 39.5도였다.  
(물론 영어로 주어지겠죠?ㅎㅎ)

 위와 같이 기본적인 정보부터 시작해서 점차 내용을 확장해 나갑니다. 그런 과정 속에 질문과 답변이 오고가며 환자의 진단과 그에 따른 검사 및 치료방법이 무엇일지 열띤 토론을 벌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면 앞에 서있는 레지던트가 칠판에 많이 써놓은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환자의 주 증상과 기본적인 정보를 먼저 적습니다. 환자의 현재 상태가 어떤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 되겠죠. 그리고 난 다음에 가능성 있는 진단이 무엇일지 계통별로 쭉 적어보곤 합니다. 사진 속 컨퍼런스에서는 만성 설사로 온 환자의 케이스를 분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균이나 바이러스의 감염(infection)일지, 면역과 관계되어 생긴 염증 질환(inflammation)일지, 암(cancer)을 고려해야할지 등등 다양한 생각을 펼쳐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충분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 질문을 잘 하지 않는 습관이 배어있어서 그런지 억지로 질문을 끌어내기도 했고요. 이 질문이 받아들여질 만한 질문일까, 내가 포인트를 놓치고 질문을 하는 건 아닐까 등등 고민을 하게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실습을 돌면서는 어떤 의견을 던지더라도 그 의견의 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서로 자세하게 설명해줍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없던 질문도 막 생겨나는 느낌입니다.) 스쳐 지나가듯이 생각나는 말을 던져도 깊은 깨달음을 얻고 돌아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ㅎㅎ 


담당 교수님께서는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최신 발행본을 주시면서 읽어보라고 독려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널을 들고 근처 스타벅스를 찾아서 이런 허세샷을... 찍었습니다.ㅎㅎ (실제로 읽긴 읽었습니다.ㅎㅎㅎ)

마지막으로 멀리서 병원 모습도 담아보았습니다. 멀리 보이는 높은 건물들이 전부 병원 건물입니다. 맨 앞쪽에 있는 벽돌로 된 낮은 건물은 정신과 병동입니다. 정신과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게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에서의 실습은, 때마침 5월의 좋았던 날씨와 더불어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미국 유학에 대한 고민이 있던 중에 좋은 기회가 찾아왔고, 이번 경험을 통해 더욱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유로운 교육 환경과 좋은 병원 시설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았고, 같이 실습에 참여했던 시카고에서 왔던 학부생과 요르단에서 왔던 의대생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는 게 여러모로 좋겠다고 느꼈습니다. 모두들 미국에서 의사가 되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그 친구들 건강하게 잘 지내는지 궁금하군요.ㅎㅎ) 하지만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의사가 미국 의사가 되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미국 국가고시에 해당하는 USMLE라는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해야하고, 영어 면접도 봐야합니다... 노력이 많이 필요한 과정입니다.ㅎㅎ

다음 이야기에는 미국 여행 후기(+미국 의사가 되는 길)로 돌아오겠습니다. :)


   앞의 이야기들이 궁금하시면 아래를 방문해주세요 :)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①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②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③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④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⑤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번외편(음식/여행) - 1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번외편(여행) - 2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번외편(여행) - 3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인도네시아 발리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미국①
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미국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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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잘봤습니다. 미국의 교육은 한국보단 확실히 열려있는 느낌이네요. ㅎㅎㅎ 제가 아는 의사선생님은 전부 아저씨라서.. 지상님 사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미남이셔서..

엇... 과찬이십니다... (내심 좋아합니다ㅎㅎㅎㅎ)

디테일한 설명 아주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방문 감사합니다 :)

확실히 이런 과정이 녹아져 있기에 "협진" 도 더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것이 아닐까 감히 생각해봅니다 ^^

저도 동의합니다.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잘 정돈된 협진 체계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계속 있습니다. 제가 실습 돌때도 여러 과에서 같이 컨퍼런스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가상화폐 평가에서 스팀이 B-래요! (5위)
^^
좋은 컨텐츠가 즐거운 스티밋을 만드는거 아시죠?

스팀 가즈앗!!

어디든 그렇겠지만 나라마다 주는 느낌과 디테일함은 다른 것 같네요 ㅎㅎ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주시니 이해가 쏙쏙 됩니다 :)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써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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