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①

in #kr-join7 years ago (edited)

드디어 의사 국가고시 시험이 끝났습니다.  
시험끝나니 해방감이 짜릿하군요. 몸은 천 근 만 근이지만 기분은 날아갈 것 같습니다. 

시험공부하면서 스티밋에 어떤 글을 올려볼지 많은 생각을 했었습니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국가고시 준비할때만큼 기본지식이 쌓여있는 시기가 없다던 선배들의 말을 기억하고, 쉬운 말로 가벼운 의료상식을 전달해볼까 싶기도 했고요. 최근 결혼준비를 하면서 결혼과정에 대한 포스팅을 할까 하다가 이 곳은 한 번 내뱉으면 주워담을 수 없는 곳이라는 생각에... 우선 보류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의대생으로 있으면서 경험했던 해외 의료 이야기를 여행기와 곁들여 포스팅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국가가 많진 않지만 다들 해외여행 한번쯤은 가보실테니 외국 어딘가에서는 이런 상황이구나 정도만 간접경험할 수 있다면 제 개인적으로는 큰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은 제가 경험했던 케냐의 의료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세브란스병원 의료선교센터에서는 매해 의대생 네 명을 케냐로 실습을 보내고 있습니다. 평소 개발도상국의 의료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지금이 아니면 아프리카에 언제 가볼지 모른다는 생각에 방학기간임을 확인하고는 얼른 지원을 하게 되었죠. 지원자가 많지 않았기에 자기소개서와 짧은 영어면접을 보고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인 2017년 1월, 의대생의 마지막 학년인 본과 4학년에 들어가기 전에 저는 케냐로 의료 실습을 가게 되었습니다.

케냐는 인구 약 4,435만명(2013년)의 나라로 우리나라와 인구는 비슷한 정도입니다. 기대수명이 남성 57세, 여성 59세 정도이고, 인구 만명당 의사 수는 1.3명으로 한국의 1/20정도라고 하네요. 


케냐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도심은 화려하지만, 그 바깥에는 끝이 없는 사바나가 펼쳐집니다.

제가 갔었던 곳은 케냐의 수도이자 중심, 나이로비에서 차를 타고 6시간 정도 이동해야 있는 곳이었습니다. 도착했던 텐웩 병원은 시설이 준수한 편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오신 의료선교사 들로부터 시작해서 점점 확장된 텐웩 병원은 300병상 정도의 크기로, 그 지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병원입니다.   


텐웩병원에서 경험한 상황은 한국에서 경험한 그것과 너무 달랐습니다.


CT/X-ray도 이렇게 봅니다.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에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광경을 보지 않으셨을까 싶네요. 

입원 환자의 2-30%정도는 면역이 약화된 환자였습니다. 이 곳에서 면역이 약화된 환자라는 뜻은 AIDS(후천성면역결핍증)환자임을 의미했습니다.(에이즈 검사를 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에이즈 환자에게 나타나는 면역세포 수를 대신 측정해 검사를 하곤 했습니다.) 에이즈라는 질병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면역력이 약해져 온갖 감염병과 암이 발생할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아파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밖에 나가서 신나게 뛰어놀 아이들이 부모로 받은 바이러스때문에 에이즈환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한 것이죠. 소아과 실습을 돌던 중, 입원해있던 13살 아이가 류마티스심장병으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인 상황까지 이르렀습니다. 여러 의료진이 달라붙어 산소치료와 약물 등을 주입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 아이는 심장을 멈추었고 우리는 번갈아가면서 심폐소생술을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심장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소아과 실습 2주라는 짧은 기간동안 소아과 병동에 있던 아이 둘을 그렇게 보냈습니다. 항생제 치료만 제때 받으면 이런 합병증을 막을 수 있는데 말이죠.  


처음 심폐소생술을 했던 아이의 빈자리입니다.
급박했던 순간이 지나고 나니 감정이 울컥 올라오더군요.
이 순간의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사진에 담아두었습니다.

케냐에 있던 당시에는 아직 학생 나부랭이였을 뿐이었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아 옆에서 보조하며 발만 동동 구르곤 했었죠. 하지만 앞으로 할 일이 많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케냐 뿐만 아니라 수많은 곳에서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고있을 테니까요. 


케냐 텐웩병원 정문입니다. 왼쪽에는 응급실로 들어오는 환자들이 있네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쉽지 않네요. 다음 글에서는 제가 만난 케냐 어린이들 이야기와 가정방문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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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보니 국시가 오늘이었네요. 23일날 발표나죠?

네 맞아요!!ㅎㅎㅎ 아직 가채점도 안했는데 떨리네요

꼭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발표는 2주 뒤에 나니... 그때까지는 잊고 기다리려구요ㅎㅎ

너무 안타깝네요.
세상에는 아직도 제대로 지원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네요.

그래도 제가 갔던 곳은 병원시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만약 그곳에 그 병원이 없었더라면... 상상만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시험치느라 수고많으셨어요 짝짝짝~~ 저는 작년에 고시치고 가채점도 안한채 바로 해외로 여행쐈는데 지상님은 어떻게 한숨 돌리실 예정인가요? 옆에서보니 의대생은 시간이 많이 없던데.. 모쪼록 찰떡같이 붙으셔서 좋은 의사선생님 되어주세용^.^!

감사합니다ㅎㅎ 찰떡같이 붙어볼게요!!
저는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약속을 잡아볼까 합니다. 다시 바빠지기 전에요.

시험 끝나도 해방감은 잠시 결과 안나오면
뭔가 불안하지 않나요? ㅎㅎ 불안하시더라도
즐거우일 하시다 보면 어느순간 합격 통보 받으셨을꺼에요.
시험 끝나셨다니 추카 추카요~

감사합니다~ㅎㅎ 이제 잠시동안은 밀린 일들 하면서 쉴까 해요

꼭 합격하세요.

넵!! 꼭 붙어보겠습니다ㅎㅎ
감사해요!

스팀잇에 오신것 을 환영합니다.^^
저는 krwhale이라는 아기고래와 코인시세 챗봇을 운영하고 있어요 :)
- 아기고래에게 Voting 받는 법
- 코인시세 챗봇
1주일 뒤 부터 유용하게 쓰실 수 있을 거에요~^^

감사합니다^^ 뉴비한테는 한줄기 빛 같은 댓글이네요
바로 이용해보겠습니다ㅎㅎ

부모로부터 바이러스를 물려받은 아이들 얘기가 마음을 아프게 하네요... 꼭 좋은 의사선생님 되시길 바랍니다^_^

감사합니다! 부끄럽지 않은 의사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도 국가고시 끝나고 이런 저런 글들을 읽어보다가 스티밋에 오게 되었네요! 앞으로 관련글들 관심있게 읽어보겠습니다 :D

앗-! 스티밋에 오신걸 환영합니다ㅎㅎ
자주 소통해요!!
저도 팔로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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