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케냐 이야기③

in #kr7 years ago

이번 포스팅은 다시 병원 안으로 돌아와서 외과 실습 돌 때의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먼저 우리나라와 케냐의 의료시스템을 잠시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요. 우리나라는 외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일반외과(general surgery)만을 의미합니다. 제가 학교 다니면서 실습을 돌 때도 주로 복부 장기(간, 위, 소장, 대장 등)를 포함해 갑상선, 유방 등의 수술에 참여하여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등 다른 과들은 각각 심폐질환, 근골격계 질환, 신경계 질환을 전문적으로 다루게 되지요. (물론 신체의 영역이 딱 끊어지는 것은 아니라서 일정부분 겹치기도 합니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교육을 담당할 전문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전공의 들은 모든 수술 분야의 과를 '외과'라는 이름으로 통합해서 배우고 있었습니다. 외과를 전공하게 되면 교통사고로 다리 골절된 환자도 보고, 뇌종양이 생긴 환자도 보고, 식도암이 생긴 환자도 보게되는 것이죠. 게다가 케냐는 우리나라에는 흔하지 않은 질병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참 다양한 환자를 많이 보았습니다.


대표적인 질환이 위에서 언급한 식도암입니다. 케냐에서는 뜨거운 밀크티(?)같은 음료를 좋아한다고 합니다. 좋아하는 것까진 괜찮은데, 펄펄 끓던 뜨거운 차를 후루룩 마시는게 습관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뜨거운 음식을 식히지 않고 빨리 먹을 경우 식도암의 위험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식도암 환자들이 많습니다. 식도 질환의 경우에는 가슴 깊은 곳에 위치하기 때문에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가슴쪽과 옆구리 쪽으로 여러번에 나누어 수술을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도 더 깊이 있는 설명을 하기엔 한계가 있네요.)

또 하나는 류마티스 심질환입니다. 지난번 포스팅 에서 잠깐 언급했었죠.  류마티스 심장병은 주로 심장 판막을 손상시키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장  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갈아주는 수술을 하게 되죠. 그럴 때 반드시 필요한 기계가 아래 사진입니다.  ECMO(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 에크모=체외막형 산화장치)라고 불리는 기계죠. (에크모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나무위키 를 참조하세요.)  



심장은 24시간 뛰고 있기 때문에 미세한 수술을 하기 위해선 칼륨 용액을 넣어 심장을 잠시 멈춰두어야합니다. 전해질 조성을 바꾸어 전기적인 신호를 차단하는 것이죠. 하지만 심장을 멈추기만 해놓으면 환자가 죽습니다. 그래서 에크모 장치를 이용해 피를 대신 순환시켜 주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하면 '몸 밖에 있는 인공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렇게 한번 인공물질로 된 판막을 넣으면 특별한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죽을 때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케냐에서 먹었던 음료 하나를 소개하고 이번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크레스트(Krest)라는 음료인데요. 코카콜라 회사에서 만든 제품입니다. 사이다와 비슷한 맛이 나면서도 약간 쌉쌀한 맛이 납니다. 성분을 보니 퀴닌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말라리아약과 비슷한 물질인데요. 병원에서 일하던 내과 선생님이 말라리아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넣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ㅎㅎ 효과가 얼마나 있었을지는 모르겠네요. 여하튼 케냐에서 먹을 음료가 마땅치 않았는데 크레스트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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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케냐 의료 이야기 잘 보고 있어요 저도 얼마 전에 케냐 옆에 탄자니아로 봉사를 다녀와서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감사합니다ㅎㅎ 탄자니아는 케냐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지 않을까 싶네요! 고생 많으셨을 것 같은데... 봉사 관련 포스팅 하시면 당장 읽어보러 가겠습니다ㅎㅎ

와.. 글 읽기만 해도 실습한번 갔다온 느낌의 디테일함이 살아있네요. 좋은일도 하시지만 건강도 잘 챙겨가세요! 화이팅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 풀어내볼게요ㅎㅎ

와 생생한 현장감.. 소독약 냄새, 하얀 가운의 의료전문인들 그 치열함이 저에게도 느껴지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

에크모라..
의학쪽은 정말 파이가 큰만큼 좋은 기구들이 많네요.
이곳저곳 실습겸 봉사활동을 잘 다녀오셨군요!! 멋지십니다 ㅎㅎ

관심가지고 방학마다 부지런히 돌아다닌 게 지금 모두 좋은 자산으로 남아있네요ㅎㅎ

드라마 보는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ㅎㅎ 더 많은 내용으로 찾아뵐게요 :)

제가 다녀온 것 같은 기분.. 더 올려주세요!! 구독의사 완전 있습니다!!!

네!! 아직 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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