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이 경험한 해외 의료 이야기 - 미국①

in #kr7 years ago

안녕하세요 @jisang 입니다. 오늘은 미국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전 세계에서 의료 선진국 No. 1은 미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료시장의 파이가 가장 크고, 미국 제약회사의 자본도 무시할 수 없죠. 그렇기에 선진 의료를 배우기 위해서는 미국이 가장 좋은 곳 중 하나입니다. 기술 수준 뿐만 아니라 교육적인 면에 있어서도 훌륭합니다. 한국의 의대 교수님들은 대개 외래환자 진료 및 입원환자 케어+학생들 교육+연구 모두 합니다.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능력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상대적으로 일부분을 차지하는 교육 면에서 힘이 부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attending doctor(전문의와 유사)라고 해서 환자를 케어하면서 레지던트와 학생들의 교육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별개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미국 의료 실습을 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법적인 문제도 있기 때문에 특히 외국에서 온 학생에게 쉽게 실습 자리를 주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신용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불법체류 이력이 있거나 하면... 포기하는게 마음이 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clerkship의 경우 TOEFL 100점이상 또는 USMLE(미국의사시험) step 1 합격점 이상의 점수를 요구하곤 합니다. 영어울렁증이 있는 저는 어느 시험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그래도 저는 다행히 후학 양성에 힘쓰시는 한국인 교수님이 계셔서 이력서(Curriculum Vitae) 및 서약서 등을 작성하고 observership program으로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Clerkship은 미국의 medical school 학생과 비슷하게 실제로 담당 환자를 받고, 문진 및 신체진찰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집니다. 반면에 observership은 일반적으로 환자에 대한 직접적인 진료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단어 그대로 열심히 보면서 배우는 것이죠.) 

저는 Milwaukee, Wisconsin에 있는 Froedtert hospital의 심장내과(Cardiology)에서 약 한달 정도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다룰 이야기도 심장과 관련된 내용이 많겠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의 특징을 같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크게 Inpatient(입원)와 Outpatient(외래)로 나뉘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Inpatient입니다.

CVICU(심혈관계중환자실)입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방 하나에 환자 한 명씩만 입원해있다는 것이 새로웠습니다.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의 병실은 4-5인실부터 7-8인실 까지 다양하게 있습니다. 중환자실 상황을 고려해도 하나의 병실에 환자가 여러 명 입원해있게 됩니다. 이럴 경우 소수의 의료진으로 효율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곳에서는 1인실 외의 병실을 보지 못했습니다.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환자 간의 영향이나 또는 감염 등을 미리 차단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지만 비싼 병실료가 문제가 됩니다. (미국은 의료비가 굉장히 비싸다는 것, 알고 계시죠?) 

오전 7시부터는 rounding(회진)을 돕니다. 환자 수는 열명 남짓 되는데 3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굉장히 길죠. 우선 resident 및 attending 뿐 아니라 임상 약사, 사회복지사, 임상 간호사 등 다양한 의료진들이 모두 참석합니다. 환자를 어떻게 치료할 것인 지 다 함께 논의하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 환자에게 사용 가능한 이뇨제는 무엇이 있을까?”라고 attending이 물어보면, 임상 약사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환자의 정보를 훑어보고 가장 안전한 약을 정해주고, 레지던트 선생님이 바로 처방을 냅니다. 그래서 해결하기 난해한 질병을 갖고 있는 환자의 경우 1시간이 넘게 토의가 이뤄지곤 합니다.

Froedtert 병원에서는 매주 교육담당 심장내과 attending이 바뀝니다. 그래서 심장내과의 기본인 EKG(심전도)의 생리학적 원리와, 읽고 해석하는 방법, 심초음파의 해석, 심장 내 카테터를 삽입해 압력을 측정하는 방법 등 포괄적으로 배우게 되죠.

한국과 비교했을 때 특징적인 점은 기초와 원리에 충실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개 기초를 빠르게 습득하고 응용 및 적용을 하는데 목적을 둡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원리의 반복, 또 반복이었습니다. attending 중 한 명은 청진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죠. attending과 함께 입원해 있는 환자 병실을 하나 하나 돌아다니며 30~40분씩 시간을 갖고 각기 다른 심장병을 가진 환자들의 심잡음(murmur)을 듣고 설명해주곤 했습니다. 밀려오는 환자들을 끊임없이 봐야하는 한국에서는 찾기 어려운 교육 현장이었습니다. 짧은 경험으로 간단히 설명해보면 한국의 레지던트는 '일하기 위해 배우고', 미국의 레지던트는 '배우기 위해 일하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러한 차이는 개개 의사의 차이라기보다 의료수가와 보험정책을 포함한 여러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결정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outpatient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추운 날씨와 미세먼지 속에서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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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좋은 포스팅에 감사드립니다
짱짱맨 가즈아!

미국 병원은 너무나 좋아요.. 의사들도 자부심이 대단하더라고요. 하지만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는 점 ㅠㅠ 보팅과 팔로우하고 갑니다 :)

정말 비쌉니다...ㅎㅎ 더군다나 보험도 없다면 병원 가지 말란 거죠ㅠㅠ
저도 맞팔가겠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확실히 우리나라는 기초교육을 빠르게 하는데 미국은 기본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반복학습하는 것 같아요. 미국 대형병원이 우리나라 병원들보다 이윤 추구를 덜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편견일까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어떤 사립병원이든 경영자가 개입하기 마련이고, 이윤 추구는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전반적인 의료의 질 발전을 위해서도 어느정도 필요하긴 하죠.
미국의 경우 환자를 성의를 다하여 진료하고 나면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이익이 가능한데, 한국은 그렇게 할 경우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게 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끼워팔기’를 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죠.
제가 위에서 언급한 의료수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만 댓글로만 언급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ㅎㅎ 나중에 포스팅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의료비가 높은만큼 역시 좋은점도 있군요!1인실외에는 찾기 힘들다니 신기하네요

저도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모두가 vip환자인줄 알았더랬죠.ㅎㅎ

의료비가 비쌀수 밖에 없는 구조이긴 하네요..그래두 비싸도 너무비싼 미국의료비... 팔보하고 갑니다. ^^

방문 감사합니다 :)
맞팔 갈게요-!!

Very nice post I like it, and I will share it.
Follow back------> @petar.pekovic

한국과 미국 의료의 차이점도 설명해주시고, 미국병원에서의 일과도 보여주셔서 신기하네요 :) 몇 년간 미국에 살면서 병원을 몇 번 찾은 적이 있는데 한국과 다른 시스템이 좀 낯설었어요- 저는 한국 병원이 좋습니다. 하핫

저도 한국 병원이 스트레스는 많지만... 편하긴 합니다.ㅎㅎㅎㅎ

정말 좋은 기횔 잡으셨네요. 많이 많이 잘 배우고 오세요. ^^
미국 병원도 간혹가다 2인실이 있더라구요. 한국 6인실 병실보다 큰 곳에 환자 널찍이 떨어뜨려놓고 케어하고 있더군요. 그거보고 정말 부러웠습니다.
한국의 레지던트는 일하기 위해 배우고, 미국의 레지던트는 배우기 위해 일하는.. ㅎㅎ 뭔지 알거 같네요.

1인실에 저정도 환경이라면 .. 미국인들은 실직하면 먼저 두려워하는것이 의료보험의 상실이라고 들었습니다 ㅠㅠ .. 한 번 암같은 중병이 오면 보험이 없다면 파산을 피할 수가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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