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을 산책하며 느낀 점

in #kr6 years ago (edited)

요즘 스팀잇 활동에 대한 감흥을 위주로 포스팅 하는 내 모습이 솔직히 (나는) 좋다. 하지만 '이런 글이 잘 먹힌다(?)'는 가정 아래, 내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이러는건지 스스로 몇 백번을 생각한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으나, 묘한 기대 심리가 전혀 없지도 않다. 이 정도로 내 심정을 고백하고 글을 적는다.

제목 읽으시고

#1

일단 기가 죽는다.

스팀잇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많으신 듯 하다. 내 입장에서 도저히 범접하기 힘든 포스가 글을 누르기도 전부터 흘러나와 손이 녹을까봐 입구에 손도 안 댄 경우가 많다. 솔직히 나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은없는편이다. 나는 아는 분야만 계속 알고 싶다. 알면 알수록 내가 얼마나 아는 것이 없는지 깨닫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앎이 깊어지는 경험을 즐긴다. 또한, 나는 이해가 안 되는 것을 그냥 보아 넘기는 경험에서 불쾌함을 느끼기 때문에 내 스스로 나의 알량한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하여 익숙하지 않은 문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다.

이러는 와중에 내가 스킵하는 글의 개수가 너무 늘어남을 느꼈다. 이 것은 공을 들여 글을 쓰고 게시하는 스티미언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타성에 젖어 버린 내 성향을 바꾸기로 했다. 그러고 나니 '내가 너무 기가 죽는다'는 문제점이 생겼다.

대체 저런 것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면 알게 되는 것인가..?

싶은 것들이 자주 보였다. 마치 소설 '대망'(지금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제목으로 출간 되어있다.)을 처음 읽는데 오다 노부나가 말고 다른 이름들은 식별할 수 없었던 것과 같은 극한 수준의 혼란을 다시 겪어야 했다. 더불어 그런 퀼리티의 글이 나에게서 나올 수 없다는 사실때문에 큰 실망과 좌절을 느끼고 있다. 그 느낌으로 인해 요즘 스팀잇에 대한 감상평을 적는 내 자신의 행동에 스스로 더욱 민감한 것 같다.

나는 이런 류의 글이 편하거나 쉬워서 적는 것이 아니다. 의외로 내 글에 공감하고 위안을 받는 분이 보여서 적는다. 나는 모든 글에 공을 들인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내가 가지지 못 한 것'에 대한 미련을시기 질투를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몰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스티미언에게 말하고 싶다.

'대단한 글'을 보고 갑자기 문사철이나 음악, 미술에 관한 책을 구입하기보다 일상을 조금 더 세밀하게 관찰하고 생생하게 느끼시라고

#2

글을 '공들여' 읽어보자.

나는 독해에 큰 부담을 느낀다. 대체 필자가 어떤 의미와 의도로 그 것을 적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 무슨 심정으로 어떤 상황에서 적었는지 상상한다. 이런 예를 들어보자.

비뚤어진 미소일랑 집어치워
나는 지금 다른 여자를
사랑하고 있어
너는 아니다
너는 너 자신이 알고 있을 거야
잘 알고 있고 말고
내가 쳐다보는 것은 네가 아니다
너에게 온 것도 아니다
네 옆을 그냥 지나쳐도
내 마음은 아무렇지도 않아
다만
창문을 들여다보고 싶었을 뿐이야.

나의 최애시 중 하나인 세르게이 예세닌의 '손을 부비며'이다. 이 시가 어떻게 읽히는가? 상대방에 대한 감정을 '일부러' 반대로 표현함이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어 원문은 그런 느낌이 적다고 한다.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반어적인 느낌이 생긴 것이다. 나는 예세닌의 시만큼이나 인물 자체를 좋아하기에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의 시를 '제대로' 감상하고 그를 이해하고 싶어서 수 년동안 다시 읽고 음미해왔다. (그래도 내가 러시아어를 배워서 원문을 읽지 않는 이상..반어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글을 대충 읽는 일에 익숙하다. 가독성이라는 단어를 운운하며 쉽게 읽히는 글만을 '제대로' 읽는다. 하지만 어떤 소재나 어떤 개념은 쉽게 읽히는 것만을 제 1 목적으로 해서 적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글이 조금 거칠어도 넘기지 말고 필자를 배려해 줄 필요가 있다.

"뭐라고 하시는거지?"보다 "뭘 적으신건지 알고싶군" 의 태도를 가지면 좋다.

스팀잇은 다른 SNS 플랫폼에 비해서 독자의 수준과 태도가 월등하다. 그런만큼 필자들도 한 두 줄짜리 흔한 개드립만을 덜렁 올리지 않는다. 이 것은 내 경험이 토대이다. 읽어 주시는 분께 뭔가를 전달하고 싶고 그 분들이 내 글을 읽느라 들이신 시간을 헛되지 않게 하고 싶은데.. 글을 적다보면 머릿 속의 추상이 글로 일목요연하게 풀리지 않는다. 최대한 갈무리를 해봐도 석연치 않을 때가 많다. 그 때 화룡점정이 필자에 대한 독자의 배려라는 생각을 한다. 아예 읽히지 않는 글을 억지로 읽으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필요할 수 있는 태도라는 생각이 들어 제안한다. 글을 공들여 읽어보자!

#3
겨우 두 가지를 적었는데 꽤나 길어졌다. 내 밑천의 보존과 독자의 지루함 방지를 위하여 글을 줄인다.

대망.PNG

소설 '대망'입니다. 개인적으로 삼국지 광팬이지만 삼국지보다 재미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처음 읽을 때부터 모든 인명을 식별하려고 하시면 완독하기 힘듭니다. 몇 번 돌리다 보면 저절로 됩니다. (후반부 핵노잼 주의) 세 명의 인물을 비교한 유명한 이야기가 있죠.

울지 않는 두견새가 있다. 어떻게 하면 울게 할 수 있을까?

노부나가: 울지 않는 두견새는 필요 없으니 죽여 버린다.
히데요시: 두견새가 울 때까지 어르고 달래서 울게 한다.
이에야스: 두견새가 울 때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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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글을 공들여 읽을려고 하다보니 스키봐는 글이 점점 많아져요. 글들을 너무 정성들여 잘 쓰시는 분이 많다보니 댓글도 정성들여 쓰게 되구요. 같은 느낌인거 같습니다

누님, 오정희씨 불의 강을 읽고 적은 글은 정말 인상깊게 봤습니다. 누군가의 서평을 읽고 그 책을 읽고 싶어 진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뭔가 내부에 차오르는 것이 있었는데 말로 설명하기가 힘들어 댓글도 바로 못 달았습니다. 지금 가보니 많은 분들도 큰 인상 받으신 듯 하여 저는 마음 속에 떠오르던 것을 더 천천히 생각해봐도 될 것 같습니다. 누님 글은 공을 들이지 않아도 잘 읽힙니다.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고 (제가) 생각하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

저도 가끔씩 정말 말도안되는글을 볼때가 있습니다. 글쓴이와 저와의 간극이 벌어지다못해 간극사이에 통곡의벽이 3개정도 박혀있는 그런글.
분명 한글로써져있는데 읽는순간 다른언어로바뀌는느낌? 웃긴건 그런 무시무시한분들이 한둘이아닌..ㅋㅋㅋㅋㅋ

크흠..우리 둘과 가까운 한 명도 그렇습니다. 분명히 좋은 글임이 명백한데 다 읽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져서 (비흡연자인 제가) 담배 한 대가 생각납니다. 그래서 보팅만 누르고 도망쳐 나오듯이 뛰쳐 나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죠...후... 오랜만에 붕붕님의 댓글이 1빠로 달리니 제가 아주 흐믓합니다 ㅋ.ㅋ.ㅋ.ㅋ

그래도 그분은 나름 만만(?)합니다.ㅋㅋㅋ 보다보면 익숙해지는감이 없잖아있어요.ㅋㅋ

ㅋㅋㅋㅋ저는 늘 9시 후반에서 10시 초반대에 나오는 송가보감을 기다립니다. 요즘 새벽에 일어나는 생활때문에 그 전에 잠들 때도 있지만요..날로 내용이 알차고 제 폐부를 찌르는 듯 하여 읽고 나면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 한 편씩은 꼭 끝까지 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나는 아니기를 ㅜㅜ

ㅋㅋ 다행히(?) 저런분들은 흔하지않습니다.

스티밋안에는 각개 전문가분들이 많으시고 평군이상의 필력으로 읽다가 가끔 나도 몰래 주눅이 들어 보팅만 살짝하고 맘속에 댓글을 적곤하기도 했어요
과연 내글에 공감할까하고 오늘도
뒤돌아 보게 하네요 흑흑💦

어느 스티미언이시든, 달아주시는 댓글을 환영 하실 겁니다. 제 글을 읽어 주시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기쁨인데요! 지금처럼 꼭 댓글 남겨주세요~ 귀찮으실 때(?)는 넘어 가셔도 좋지만요! 자주 교류하면 좋겠습니다 ^^

전 아예 코알못이라서 읽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글을 쓰시는 걸 보면 대단하더라구요. 코인 이외의 분야 글도 마찬가지로 엄청나게 질 높은 글이 많던데... 그걸 보면 제가 글을 쓰고 있지만, 너무나도 비교가 되더군요.

그런 의미에서 전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이 들던.... 흐으...

그래도 꾸준히 쓰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글을 쓰시는 분이 이렇게 말씀 하시면 저는 더욱 더 기가 죽어서 안 됩니다. 함께 오래오래 스팀잇 활동을 하면 좋겠습니다!! ^^

얼마전 친한 형 (많이 똑똑한) 에게 술 마시다 물어봤습니다. "형.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뭐시기 읽어봤어?", "응 그 이러저러한 이야기?" (응.. 읽어봤구나..) "읽지마. 성격 버려.." 대략 이러합니다. ^^;

꾸준히 무언가를 읽고 생각하고 성장해 나가기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elecpole님이 스팀잇에서 많은 글을 읽고 생각하심은 곧 스스로의 발전을 추구하시기 때문인 듯 합니다. 언제나 제 글을 정독해 주심에 감사하면서도,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더 내도록 만들어 주십니다..! 함께 어떤 의미로든 성장해 나가면 기쁘겠습니다 ^^

날고 긴다는 사람 살면서 제법 봤다고 생각했지만, 이곳 만큼은 아닌듯 합니다. 뭐, 그렇다고 자괴감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아요. 단지, 궁금할 뿐. "저들은 책을 먹고 살았나?" 뭐 저렇게 아는 것이 많은가 싶습니다.

이해 되지 않으면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고, 또 그들은 그들대로 말입니다.

그 말씀이 정답인 듯 합니다. 최근에 자주 찾아 주시어 정말 감사합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글이 좋아서지요.

으....넘 찔리네요 ㅠㅠ 전문분야나 제가 모르는 분야의 글은 안읽에 되더라구요 ㅠㅠ 스팀잇을 하면서 가상화폐관련 글들은 패스하는 아이러니함이란 ㄷㄷ 그래도 뭐 괜히 아는척 보다는 소소한 일상글이라도 제가 공감할수 있고 그걸로 인해 제가 즐겁게 스팀잇을 할수 있다면 된거라고 제 나름대로 합리화해봅니다 ^^;

앗! 저랑 공통점이 있으시군요.. 저도 가상화폐 글들을 안 읽고 있었는데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너무 좋은 인사이트가 담긴 글들을 스티미언 분들이 올려주심을 알고 있기에, '그 자료들을 기반으로 가상화폐와 블록 체인에 관한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제 추측에는 @supermaru님도 한 달 정도 뒤부터 저와 같은 생각이 드실지도 모릅니다! ^^ㅋ

너무 겸손하신거 아니에요? 글 읽으면서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ㅠ 그리고 그렇게 겸손하시에는 글의 흡입력이 너무 뛰어나세요.(감히 평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잘 읽고, 배우고 가요:)

저를 평가하시는 일에 아주 조금도 망설이실 필요 없는 분인 거 알고 있습니다. 그동안 표현은 하지 않아왔지만 늘 좋은 글을 쓰시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분석하고 본인의 인사이트를 담아서 문제를 해결로 가져가는 글은 결코 쉽게 나오지 않음을 알고 있습니다. @likersh7님이 존경스럽고 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자주 교류하면 좋겠습니다 ^^

과한 칭찬입니다. 좋은 글 읽고 남긴 감상에 오히려 부끄럽네요. 진심으로 배울점이 많은 분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많이 느껴지네요:) 앞으로 글을 통해서 많이 배우겠습니다. 자주 찾아 뵙겠습니다~^^

대체 저런 것은 무엇을 보고 어디에서 어떻게 살면 알게 되는 것인가..?에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의 난사로 초토화 되었네요. 아...ㅠ. 좀 더 웃어야 할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골적에 가까운 정직한 직관이 가든 팍님의 장점이자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전반적으로 느끼는 건 흡사한 게 많아요. 다만, 그걸 담아내는 문체의 어조나 단어배열의 색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추신. 저는 일단 히데요시 ->근데 상대가 완고하다 싶음, 그럼 이에야스로 코스프레.

티가든님은 독서의 스펙트럼이 넓고 지식이 많으신 듯 합니다. 또 사람들의 특성에 맞추어 소통하시는 법도 알고 계시고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늘 하고 있습니다. 함께 이 곳에서 적응하고 성장하면서 오래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냥저냥 보통 사람이에요. 너무나 좋게만 봐주시니 기대에 부흥 못드려 죄송하기만 합니다.사실은 좋아죽는 중이면서특성에 맞추어 소통하시는 법도 알고 아마 이건 직업 특성상 그런 상 많이 베어있는 모양입니다.

제목만 보고 터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앗 들켜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책'에 당황했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댓글만 안 달지 제이미 글은 한 개도 안 빼고 읽고 있음. (알고 있겠지만)

뭐 꼭 산책 때문이라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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