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창업기 : 13편 - 대화

in #kr6 years ago

목차

1편- 무모한 결정 그리고 실행
2편 - 조언과 격려 사이
3편 - 일단 실행하고 보자
4편 -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다.
5편 - 우리배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6편 - 첫번째 실험
7편 - 성장
8편 - 어떻게하면 잘 알릴 수 있을까?
9편 - 다시 원점으로
10편 - 무식하면 용감하다
11편 - 무제
12편 - 소탐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통해 철학을 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질문이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상과 철학이 등장하게 만든 장본인이죠.

경험이 많이 없고 지식도 없는 20대가 무언가를 하기에는 불확신이 너무 힘들게합니다.
'이걸 하는게 맞는 걸까?' 라는 생각도 요즘엔 하루에도 몇 번씩 합니다.
사업성이 있는지 없는지... 정확히 물건을 파는 것도 아니고 실력도 미숙하니까요.
'나는 왜 이걸 해야할까? 왜 해야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긴 한 걸까?'


2018년 11월 27일

팟캐스트 편집을 하다보니 우리가 했던 녹음을 계속해서 들어야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예민함을 얻게되었는데 바로 '씁'과 '쩝'에 대한 예민함이었다.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점검을 해볼까. 나 역시도 내가 내는 목소리를 간간히 들어보기나하지
주구장창 들어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공동창업자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아주 고질적인 습관이 있었는데, 씁과 쩝을 남발하는 것이었다.
처음 녹음할 땐 전혀 들리지 않았는데 한번 문제를 인식하고 들어보니 너무너무 듣기가 힘들었다.

근데 이게 들리는 사람만 들리는건지 공동창업자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이야길 한다.

문제는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말을 할 때 내가 내는 씁과 쩝이 들리는건 물론이고 공동창업자, 나아가 주변사람들이 내는 씁과 쩝이 너무 잘들리게 되었다. 다른 팟캐스트를 들어봐도 씁과 쩝이 들렸다.

물론 다른 팟캐스트같은 경우는 아주 가끔씩 들리는 경우라서 크게 신경쓰이진 않았는데, 우리 팟캐스트는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
계속해서 이 점을 모니터링하면서 편집해나가야겠다. 처음부터 안 쓰는 것도 중요하겠지.

상당히 고되면서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기에 좀 더 잘 찍어야겠다는 의견에는 우리 둘 다 동의하는 바였다.

2018년 11월 28일

나는 다시 필요성에 대해 의문점을 던졌다.
정말 필요해? 정말 이거 써야돼?

팟캐스트 작업이 재녹음으로 이어지고 정작 준비하고 있던 게임은 진척이 안되는 상황에서 오는 조바심이 투영된 결과였다.
거기에다 광고와 유입 수치가 큰 변동이 없다보니 조바심은 더욱 커져만 갔다.

확실한 건 이런 조바심에서 나오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공동창업자와 이야기를 하면서 생겨났다는 것이고
이런 의문점을 내면 깊숙히 묻어두는게 아니라 수면 위에 올릴 수 있는 것도 공동창업자 덕분이라는 것이다.

창의력과 개선 방향은 대화로부터 나오는 것이 분명하다.

공동창업자는 나의 이런 조바심을 잘 컨트롤 해주었다.

2018년 11월 29일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나 행동이 바뀌는지,
반대로 행동에 따라 마음먹기도 달려있는지 그 오묘한 이치를 조금씩 깨닫고 있다.
이 이치에 대해서는 아마 죽기 전까지 완벽히 알 수는 없겠다. (알면 부처님따라 열반하겠지)

2018년 11월 30일

아하순간을 조금 찾아낸게 아닐까.

어제 교우회 송년의 밤을 가던 길에 페북에 우리 사이트를 짤막하게 홍보를 했다.
누군가가 어떤 답을 구하고 있었고, 나는 거기에 이런 사이트는 어떠냐고 하면서 올렸던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바로 가입을 하고 글을 남겼다.
가입까지 쉽게 전환이 안되는데, 거기다 글까지 남기다니

이게 바로 얼마전 책에서 읽었던 아하 순간인 듯하다.

이런 아하 순간을 일단을 기록해두자. 다른 아하순간이 생기면 우리만의 아하 순간을 명확히 규정할 수 있을 것 같다.

2018년 12월 2일

어뷰징 시도가 2건이 있었다.
하나는 광고였고, 하나는 xss 시도 였다.

광고야 글을 차단하면 그만인데 xss는 내심 짜증나게 만들었다.

내가 쓰고 있는 Angular 프레임워크가 xss를 기본적으로 방어를 하기때문에 우려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내가 의도하지 않은 행동을 그것도 부정적인 목적으로 하려고 했음이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로그를 살펴보니 '잘 만드셨네요' 라는 로그가 찍혀있었다. (댓글 창으로 이것저것 공격 시도를 해보았다.)

덕분에 공격가능한 루트를 내가 알 수 있는 범위에서 전부 점검을 하게 되었는데 내가 생각치 못했던 보안취약점을 알게되었다.
나머지는 나도 이것저것 시도해보면서 잘 막아지는지 확인을 했고....
우려되는 보안 취약점도 아마존이 털리지 않는 이상 우리 사이트도 오염될 일은 없겠다고 판단했다.

어쨌든 기분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구나.

2018년 12월 3일

나는 명확한 행동근거가 마련되어야 움직이는 사람이다.
행동근거가 있지 않다면 무언가를 행동함에 있어 제약이 걸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애초에 이 사이트가 테스트 용이었고, 시간이 지난 후에는 마케팅 채널로써의 커뮤니티로 여기게 되었다.
싫어하는 것을 소통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은 그냥 탑재되는 소프트웨어였을 뿐 큰 의의를 두지는 않았다.

진행하고 있는 간단한 게임조차 개발이 늘어지고, 커뮤니티 활성화도 생각보다 더 오래오래 두고봐야한다는 것을 직시하게 되면서
기존의 본질(테스트, 마케팅 채널) 을 잃어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런 상태에서 공동창업자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는건지 설명이 되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밥을 먹고 나서 1시부터 공동창업자와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긴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고, 같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되풀이했다.
나는 답을 모르고 있었고, 공동창업자는 자신만의 답을 가지고 있었다.

싫어하는 것을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왜 우리가 만들어야하는지 물어보았다.
공동창업자의 답변은 이랬다.
'싫어하는 것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려 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들이 서로 공감하고 유쾌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해줄 것이다.'

왜 우리가 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이 아니었다.

나는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이 사이트 정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건지...?

공동창업자는 자동차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고 했다.
처음엔 무슨 소린가 싶었다. 그 내용을 계속 곱씹어보니
이 말은 자동차가 없던 시절에는 자동차라는 것을 필요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였다.
세상에 없는것을 필요로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더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로 했을 뿐이다.

싫어하는 것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커뮤니티는 눈에 쉬이 보이지는 않는다.
분명 사람들은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그런 공간이 있다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그 행위를 한다.

필요성에 대한 것은 어느정도 감이 잡혔다.

내가 구하고자하는 답은 왜 이걸 우리가 해야하냐였다.
나는 다시 물어보았다.
공동창업자는 또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싫어하는 것을 쉽사리 이야기하지 못하는 상황이있다.
불만이 있음에도 사회적 관계때문에 혹은 핀잔을 들을 수도 있어서 이런저런 다양한 이유로
이야기 하지 못하는 상황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을 모으면 서로 공감도하고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들으면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다.'

무언가가 머리를 슥 스쳐 지나갔다.
문답을 여러번 거치면서 무언가 머리속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나는 이번엔 우리가 왜 그런 사람들을 모아야하는가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공동창업자는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다' 고 이야기 했다.
더불어 ' 그렇게 하는 것은 굉장히 멋진 일. 우리가 그런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라고 답변했다.

여전히 모호한 답변이었다. 공동창업자도 명확히 이야기 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곱씹었다. 사람을 모은다 라는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싫어하는 것에 지치고 공감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모아라.
우리의 대화 속에서 왜 모아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런데 머리가 확 밝아져오는 기분이 들었는데, 그런 사람들을 모으면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로울 것이라는
왠지모를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모아보고 싶어졌다. 그런 사람들이 모였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 그리고 그게 정말 그들을 이롭게 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나는 왜 이걸 내가 왜 해야하는지 나름의 답을 내렸다.
이걸 한 번 밝혀내보고 싶다.
이 과정이 쓸데없는 것인지 아닌지는 지금 현시점에서 잘 모르겠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100%로 확신할 수 있는 사업이 존재할까)
왠지 쓸모 있는 행동이 될 것 같다.(아주 높은 확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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