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창업기 : 1편 - 무모한 결정. 그리고 실행.

in #kr6 years ago

창업을 하기로 결심을 한 글에 창업기를 공유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댓글이 있었습니다.

괜찮은 제안이어서, 그 날로 부터 일기처럼 하루에 대한 걸 메모를 해두었습니다.

그 메모를 중심으로 그 날의 기억을 더듬으며 하루 일과 및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공유합니다.

몇 일 단위로 묶어 시간 날때마다 한편한편씩 연재하고자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20대 청년이 무모하게 도전하는 것인 만큼

이 이야기가 그렇게 쓸모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써보려고합니다. 이 연재가 끝나지 않았으면 하네요. ㅎㅎ

2018년 8월 16일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을 했다.
이미 마음속에는 퇴사를 결정한 상황에서
창업을 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결정을
매일같이 내일로 미루고 있었다.

이 날은 예전에 같이 공부를 했던 누나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판교로 향했다.

이 누나가 창업을 하고, 사람을 모으기 위해서, 그러니까 나에게 같이하자는 제안을 위해 나와 약속을 잡은건 알고 있었다.
같이 해볼만 한지, 또 어떻게 시작했는지가 많이 궁금했다.

누나는 게임 회사를 차렸고, 주위의 많은 사람에게서 많은 도움을 얻어 시작했다고 한다.
곰곰히 듣고 있자니 나라고 못할게 또 무언가 싶었고, 이 무모한 자신감은
잃을 거 없는 이 젊은 때에 해보자는 생각에 불을 지폈다.

그 날 저녁, 지금의 공동창업자,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옛 고등학교때 친구와 함께 만났다.
나는 내심 이렇게 3명이서 창업을 하길 원했다. 그릇에 담긴 부리또(?)를 입에서 비우고 난 뒤 입을 열었다.

"우리 이렇게 셋이서 창업 해보는게 어때?"

고등학교 친구의 대답은 조금은 의외였다. 같이 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 나는 좀 어렵다. 이미 법인을 2개나 가지고 있거든. 언제든지 조언이 필요하면 도와줄게!"

언제 회사를 2개나 차린거지? 그것보다 그런게 가능했구나... 생각하며 공동창업자에게도 이야기 했다.

"같이 하시는게 어때요? 아예 결심을 내리려고 합니다."

"예. 저는 좋습니다."

그 날 저녁 강남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와는 헤어지고 공동창업자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 우리 둘다 설렘과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나는 공동창업자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배경에서 어떤일을 하고 있었는지 잘 몰랐다.
궁금했지만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우리가 앞으로 어떤일을 하게 될지,
그게 뭐든 우리 스스로가 헤쳐나가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이것저것 묻지 않았다. 우리는 페이스북으로도 친구사이가 아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이미 창업을 시작한 동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힘든 길에 온 것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크나큰 격려를 얻었다.
조그마한 원룸 문을 연 뒤 침대에 털썩 누웠다.
막상 앞으로의 경제사정이나 잘 안될수도 있다는 생각은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평소처럼 내일로 미루기 싫었다.
카톡을 열고 대표님께 무작정 카톡을 보내버렸다.
[대표님.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내일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두근거리는 마음을 붙잡고 눈을 감아버렸다.

2018년 8월 17일

떨리는 마음으로 출근을 했다.
이런 이야기는 정말 힘들다.

11시께 대표님과 함게 커피숍으로 향했다.
왠지 모를 미안함이 강하게 느껴졌다.
왜 나가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여쭤보셨고, 나는 그간 있었던 생각들과 일들에 대해 설명했다.
생각보다 술술 나왔다.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인 대표님 눈에는 기가 막히셨나보다.
걱정으로 시작해 걱정으로 끝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알겠다며 언제 퇴사하는지를 물어보셨다.

8월까지만 다니고 9월부터 제대로 시작해보려한다고 이야기를 했고, 알겠다면서
언제한번 술 한잔 하자고 하셨다.

대표님과 면담을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CTO분이 계셨다. 그 분께도 말씀을 드렸고
잘해보라는 쿨한 대답을 해주셨다. 앞으로의 인수인계에 대한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회사는 대표님이 두 분이셨는데 다른 한 분께는 말씀드리기가 좀 그랬다.
평소에도 어려워하다보니 막상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게 쉽지가 않았다. 그렇다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분도 아니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말하지 뭐 하며 일을 시작했다.

이 날 저녁 공동창업자와 함께 아이템 선정단계에 돌입했다.
댄 샤피로의 핫시트라는 책의 내용을 중점으로 어떻게 아이디어를 선정할지 이야기를 했다.

아이템 선정에만 꽤나 시간이 걸릴 수 있겠다 싶어 퇴사 전까진 스무스하게 진행하자고 했다.
공동창업자도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이것저것 마무리하느라 시간을 갖는다고 하였다.

2018년 8월 18일

커넥팅 닷이라는 개념이 있다.
이 개념이 정말 확실한 것이 전에 보았던 책들이나 고민했던 것들, 경험했던 것들이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이야기해보면서 그런 것들을 느꼈다.
2년 전의 나였다면 생각도 하지 못할 것들이었다. 그래도 매번 느끼는건 하늘 아래 새로운 아이디어 아이템은 없다는 것이다.

공동창업자와 만난지 4개월만에 처음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이제 정말 한 팀이 되었음을 서로 선포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의지가 더 강하고,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보였다.
믿음이 갔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조금은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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