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창업기 : 5편 - 우리 배가 잘 나아가고 있는지

in #kr6 years ago

1편 - 무모한 결정 그리고 실행
2편 - 조언과 격려 사이
3편 - 일단 실행하고 보자
4편 -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다.

추석 연휴를 지내고 나서부터는 전반적으로 데이터에 의존한 방향 설정을 계속해서 수정해나갔습니다.
깜깜한 밤에 야간 행군을 하듯이 손으로 앞을 더듬으며 나아가는 모습처럼 말이죠.

저희는 계속해서 가설을 세우고 실행해보고 잘 나아가고 있는 건지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2018년 9월 27일

추석 연휴동안 (사실 부모님 식당을 도와드리느라 거의 내 일은 거의 못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머릿속으로 되내었다.
아무래도 컨텐츠 기반으로 돌아가는 커뮤니티다 보니 컨텐츠에 대한 내용의 책을 읽으면 어떨까 싶어서 바로 전자책 하나를
구입하였다.

구입한 책은 '콘텐츠의 미래' 라는 책이다.
콘텐츠의 미래

책 초반기에서 강조하는 부분은 네트워크 아웃 즉 얼마나 공유가 잘되는지, 전파가 잘되는지 였다.
우리 서비스에도 뭔가 공유할 거리가 필요할 거 같아서 카톡 공유를 바로 붙여놓았다.
아무도 사용하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부족한 건 무엇인지 이런 식으로 계속 생각하고 해결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직 엉성하고 버그 투성이의 이 웹 어플리케이션을 몇명의 사용자에게 노출 시켰다.
애널리틱스에 실시간으로 4명만 잡혀도 들떴다. 누군가가 우리가 만든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신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몇 번 클릭해보더니 슥 빠져나갔다.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이때까지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2018년 10월 1일

날이 갑작스레 쌀쌀해지는 10월이 되었다. 시작한지 한달이 지났다. 주말동안 고민을 했다.
저번 주에는 사이트 홍보를 조금씩 해보면서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그래도 노출을 시키니까 클릭을 해서 들어오는구나! 하지만 그럼 뭐하나 사람들이 머물지를 않고 다시 오질 않는데.

우리는 회의를 하고 가설을 세워 보았다.

1. 만약 우리 사이트가 뭐하는 곳인지를 알면 더 머무를 것이다.
우리가 이전까지 홍보를 했던 방식은 기존에 잘 알려진 커뮤니티에 가서 우리 사이트의 글을 참조하는 형식으로 노출시키는 것이었다. 가령 예를 들면, 대상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놓고 우리 사이트의 출처를 밝히는 형식이었다.
생각을 해보니 이런 방식이라면 우리 사이트가 대상 커뮤니티 사이트와 비슷한 성격의 사이트라고 인식하고 들어왔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실망해서 나가는 것 아니냐에 대한 물음이었다.

2.뭐하는 곳인지를 알아도 흥미와 가치를 못 느끼고 이탈해버리는 것이다
만약 이 사이트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았다 하더라도 너무나도 적은 유저와 컨텐츠를 보고 흥미를 느끼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컨텐츠를 좀 더 다져넣고자 했다.

먼저 이번 주에는 1번 가설에 대한 부분을 검증해보기로 했다.

2018년 10월 2일

우리는 주로 오후에 밥을 먹고 나서 회의를 한다. 식사시간부터 시작되는 대화가 오후때까지 회의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이 때가 가장 졸린 시간이라서 차라리 이때 회의를 하는게 정신도 말짱해지고 좋았다. (물론 너무 졸리면 아예 한숨 자고 온다. 억지로 깨려 하는 것보다 훨씬 나은 방식이다.)

어제의 연장선상에서 우리가 가져가야할 컨텐츠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싫어하는 것을 소통하는 커뮤니티로써 그 -싫어함-의 기준은 무엇이냐에 대한 것이다.
취향의 싫어함과 감정적 싫어함은 그 색깔과 온도가 너무나도 달랐다.
먼저 감정적인 싫어함은 생각보다 무거웠다. 분노의 감정을 동시에 가져가기 마련이었다. 우리는 사람들이 그런 분노의 감정으로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풍자와 해학같은 분위기로 풀어내길 바랐다.
취향의 싫어함은 그런 무거운 분위길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또 너무 가벼워 보일 수도 있었다.

이 2가지를 한꺼번에 아우르기에는 조금 버겁다고 나는 생각했다. 인력도 부족하고 컨텐츠를 살리기도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공동창업자는 하나에만 빠지면 나중에 오히려 더 중심을 잡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였다.

간만에 의견대립이 생겼다. 나는 더 반론을 할까 생각하다가 이내 생각을 접고 공동창업자 말대로 해보기로 했다.
왜냐하면 한번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한들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확실한 반론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일단 실행을 해보고나서 확인해보면 될 일이었다. 그래서 컨텐츠의 방향을 2가지를 전부 아우를 수 있되, 지금보다는 그 커버리지를 줄여서 집중하는 것으로 했다.

1번 가설에 대한 실행으로
우리 사이트가 뭐하는 곳인지를 잘 인지하도록 만드는 기능들을 기획하고 추가하였다.
우리를 소개하는 페이지가 잘 노출되도록 유도를 했다. (처음 진입하는 사람들은 상단 네비게이션에서 소개페이지 링크가 흔들리거나 색이 더 진하게 보이도록)
또한 가장 많이 노출되는 공간인 메인 페이지 상단에 대놓고 '국내 최초의 싫어하는 것을 소통하는 커뮤니티' 라고 적은 배너를
붙여 놓았다.

2번 가설에 대한 실행은 다음와 같았다.
우리 사이트에는 '도피처' 라는 개념의 게시판이 있다.
00 도피처로써 예를 들면 오이 도피처가 있다. 도피처는 사람들이 싫은 것을 피해 모이는 곳이라고 생각해서 붙인 것이다.
기존에 30개 정도가 되던 도피처를 11개로 줄였다. 오이, 출근, 술, 담배, 상사 등등...
그리고 컨텐츠를 채워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컨텐츠를 넣는 작업이 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정작 컨텐츠가 있어야 둘러보는 곳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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