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 창업기 : 4편 -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다.

in #kr6 years ago

1편 - 무모한 결정 그리고 실행
2편 - 조언과 격려 사이
3편 - 일단 실행하고 보자

같이 할 사람과 일을 할 장소를 구했습니다. 어떻게 시작을 하고 무엇을 하게 되었을까요.
지금은 계속해서 삽질을 하고 있습니다만 공동창업자와 함께 그 과정을 헤쳐나가는게 정말 즐겁습니다.
마치 신대륙을 발견하는 것 같아요.
출발 하기 전, 대륙이 있다는건 인지를 하고 있습니다. 어떤 모습일지 머릿속에 상상이 됩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 대륙에 발을 내딛고나면 더 경이롭고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내가 상상하던 것과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되는거죠.

그런 맥락에서 이번 주제는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알겠다' 입니다.

2018년 9월 4일

공동창업자가 일이 있다며 재택근무를 하자고 했다.
출근한지 하루만에 재택근무를 신청했지만, 한 번 경험해보기로 했다. 실제로 재택근무가 잘 될 것인가.
집에서 하다보니 사뭇 출근하는 기분과는 달랐다. 결론적으로 나는 재택근무랑 맞지는 않는다. 일을 잘 안한다...
빨래를 돌려놓고, 노래를 켜놓고,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을 구상했다.
흠...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만약 나중에 혹여나 사람을 뽑게 된다면,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게 된다면 재택근무가 효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라는 것이었다. 일단 나중 일이니 덮어두기로 했다.

2018년 9월 5 - 11일

특별한건 없다. 내가 놀란 건 전 회사를 다닐때처럼 생각보다 다이나믹한 어떤 상황이 발생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뭐 춤을 추면서 일하는 그런 것 까지는 상상조차 안 했어도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일단 기획을 하고 개발 단계에 들어가면 결국 말없이 코딩을 하게되기 마련이었다. 중간중간에 필요한 업무적 대화를 빼놓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몰입해서 일을 하는 수밖엔 없었다. 그나마 점심때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주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는데, 그런 대화가 오히려 나에게는 맛있는 식사와 함께 또 하나의 휴식이었다.
전 회사에서는 대화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느껴졌는데, 공동창업자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편이었고 간간히 다른 대화 주제도 꺼내주면서 배려해주었다. 즉, 대화가 끊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런 분위기였다. 내가 원했던 문화중에 하나는 이렇게 배려하는 대화였다. 그 대화에 관심이 있든 없든 적어도 말하는 사람이 무안하지 않게 하는 것 말이다.
어떻게 보면 대화를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는데, 나는 같이 일하는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싶다.

천재적인 업무능력을 가졌어도 말이 안 통하고 같이 있기 불편한 사람보다 기본적인 능력을 가지고 같이 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 하고싶다.

한편, 개발 속도가 매우 더디다고 생각이 들었던 때이다.
애초에 나는 간단한 게시판 형태의 사이트는 3일만에 만들 수 있다고 전편에서 공동창업자에게 말을 했었다.
하지만 막상 개발을 시작해보니 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서버와 어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개발 외적인 것들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가 쉽게 만드는게 아니었구나를 몸소 겪고나서야 알 수 있었다.
AWS에 IAM, DB, 네트워크 설정도 꼬박 하루를 다 투자하고나서야 어느정도 골격을 맞추어놓을 수 있었다.
배포 프로세스도 쉘스크립트로 한 번에 짤 수있도록 세팅해두었다. (퇴사 전 인수인계시에 배웠던 건데 너무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쨌든 점점 더뎌지는 개발속도에 공동창업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는 커뮤니티의 이름을 쉘터 독(Shelter Dog)이라고 정했다. 이름을 정하는 것도 며칠 계속 미루다가 하루 날 잡고 반나절이 걸려서야 마칠 수 있었다.
하나같이 쉬운건 없었다. 우리는 그 전에 테스트용으로 싫어하는 것을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했었다.
그 커뮤니티의 이름을 정한 것이다.
Shelter는 대피소라는 뜻이다. 이는 싫어하는 것들을 공유하는 곳이니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을 피해 이곳으로 오라는 것이었고, Dog는 나중에 추가된 것이다. Shelter라는 도메인을 따려고보니 이미 고유명사라 남는 도메인이 없었다, 그래서 Dog를 덧붙였다. 강아지니까 대피소를 관리하는, 지키는 그런 의미로 붙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하고 무엇을 신경써야하는지, 어떤 리소스와 시간이 걸리는지를 체득해나갔다. 그러나 그걸 체득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적은 시간이었다.
쨌든 무작정 시작해놓고 보니 책상에서 이건 어떤지 저건 어떨지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유익했다.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알겠더라.

2018년 9월 12- 21일

우리는 이 전부터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운영해오고 있었다. 실제로 1주일에 7천원 정도로 광고비를 집행하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확인해보았다. 크몽이라는 사이트에서 좋아요를 눌러주는 서비스도 이용해보았다. (효과는 없었던 걸로 - 주로 외국인들이 눌렀다. 이런 걸 파는 거 자체도 신기하긴 했다.ㅋㅋㅋ)
유튜브 영상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가고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전달하려는 주제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카드뉴스로 전환해서 마케팅을 돌렸는데 그것 역시 효과가 미미했던 것 같다. 비슷한 효과 대비 영상보다 들어가는 리소스가 더 적게 들어서 결과적으로는 더 효율적이었다.
사람들이 어느 방면에서 흥미를 갖게되는지 판단하기에는 너무 광고집행수가 적었다. 컨텐츠의 질이 엄청 크게 작용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반적인 그런 광고집행은 별 효과가 없더라는 것이다. (효과는 있지만 가격대비...?) 가장 좋은 마케팅은 돈은 쓰는게 아니라 손과 발을 쓰는 것임이 분명해보였다. 왜냐면 직접 알릴 때가 효과가 배는 더 컸기 때문이다.

...

이런 경험도 있고 해서, 우리는 우리의 뇌피셜을 믿지 말고 데이터에 더 중점을 두기로 했다.
먼저, 구글 애널리틱스를 붙였다. (더불어 애드센스도 신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아직 충분한 컨텐츠가 없었기에...)

작게나마 유머사이트,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로 가서 우리 사이트를 홍보했다. 퍼온 것 마냥 링크를 걸기도 했고, 대놓고 이번에 만들어 보았다며 홍보를 하기도 했다. 애널리틱스에 사람들이 잡히기 시작했고 우리는 살짝 들떴다.
그러나 사람들은 몇 번 페이지 뷰를 일으키더니 다시 훅 나가버렸다. 왜 그럴까? 너무 한 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써주길 바라는 그런 도둑심보였던 걸까. 우리는 판단하기 어려웠다. 데이터가 좀 더 필요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방향을 잡아야하는지 모르겠었기에 데이터를 더 쌓아보기로 했다.
그렇게 추석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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