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이들은 피터팬이 아니다.

in #kr-philosoph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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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꿈은 제각각의 이유로 색을 잃는다. 꿈을 충분히 구체화 하기도 전에 지레 겁 먹고 포기하기도 하며, 구체화 된 꿈을 좇고 있었음에도 현실의 벽에 막혀 타협하는 사이 꿈이 변질되기도, 꿈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룰 수 없는 꿈을 가슴 속에 묻어둔다. 하지만 가슴 속에만 품고 있는 꿈은 결국, 꿈으로 남을 뿐이다. 거창한 꿈 대신,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행복한 현실의 희생하며 좇을 가치가 있는 꿈은 없다며 꿈을 내려놓는다.

사회는 누군가에게는 특별히 가혹하다. 가끔은 신념을 지키고 죽어가거나, 신념을 버리고 살아남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 신념을 버리고 사회와 타협한 이들에게는 끝없는 인지부조화가 찾아온다. 그 끊임 없는 인지부조화는 그들을 갉아먹는다. 그들의 순수함은 왜곡되고, 그들은 사회와 타협한 자신을 용서하기 위해, 자신은 사회와 타협한게 아니며 '성장한' 것이며 '어른이 된'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꿈을 버리는건 하나의 신고식으로 기능한다. 혹독한 신고식은 충성심을 만들어낸다. 소중한 꿈을 포기해가며 살아남은 '사회의 일원'이라는 칭호는 소중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리고 꿈을 희생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주어지지 않아야 할 칭호이기도 하다. 그래서 '사회의 일원'들은 꿈꾸는 이들에게 부정적인 태도를 내비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가혹한 사회에서 꿈을 포기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었던 이들은, 꿈꾸는 이들에 대해 반감을 표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다. 자신들은 꿈을 포기하고 어른이 되었기에, 꿈꾸는 이들을 어린아이에 놓는다. 피터팬이라 부르기도 한다.

피터팬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아이다. 아이들만의 공간인 네버랜드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에는 환상의 공간인 네버랜드는 없다. 피터팬이 웬디에게 어른이 되면 네버랜드에 올 수 없다며 경고하듯, 사회는 꿈을 품은 이들에게 꿈을 버리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경고한다. 현실에 꿈꾸는 이들이 숨을 곳은 없다. 꿈을 버린 사람들이 꿈을 버려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고 살아가는 세상에서, 꿈꾸는 이들도 살아간다. 꿈꾸는 이들은 피터팬처럼 네버랜드에 숨어사는 도망자들이 아니다.

꼭 꿈이 있어야 하는건 아니다. 꿈을 포기한 사람이 비겁한 것도 아니다. 꿈이 없는 사람도, 그 나름의 행복이 있다면 충분할 일이다. 꿈을 잃은 자신을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것은 꿈꾸는 이들이다. 끊임 없이 경고하는 사회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들이다. 그러니 세상을 바꿀 이들을 피터팬이라 부르지 말자. 차라리 반항아라고 부르는건 어떨까. 단, 경의를 담아서.


@kimthewriter 님의 제 1회 PEN클럽 공모전이 마감되었습니다. 이제 심사를 해야하는데 78편... 거의 다 읽긴 했는데 심사를 위해서는 여러번 읽어야겠죠. 참가자 여러분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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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다 읽으셨군요! 수고 많으셨어요. 출품작이 많아서 세 심사의원님들의 노고가 ㅠㅠ 엊그제 잊고 지냈던 꿈에 대해 상기한 일이 있었는데, 사실 좀 부끄러웠어요. 내가 아닌 타인이 기억해주는 나의 꿈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현실엔 네버랜드는 없지만 네버랜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들은 존재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 중의 하나가 되고 싶고요 ㅎ

피터는 관용이 없죠. 저는 네버랜드는 원하지 않습니다.

몇 일 잘 쉬셨는지요. 또 바쁘시겠군요 ㄷㄷ

쉬면서도 공모전 출품작들 읽었습니다... 쉬는지 마는지...

오늘 새벽에 스티미언 어떤 분과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서 그런지 오늘 아침에 이 글이 더욱 반갑네요.

나이를 먹어가며 현실사회에서의 경험을 통해 사회가 어떤지 잘 알면서도 꿈을 간직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가혹산 사회에서 자신의 꿈을 포기함으로서 생존할 수 밖에 없어떤 사람들... 모든 이들이 이 글을 많이 보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이들을 피터팬이라 부르지 말자. 차라리 반항아라고 부르는건 어떨까. 단, 경의를 담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크게 와닿고 고맙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잇 공모전 많은 분들이 참가하신듯합니다.
78편이라 kmlee님도 고생많으시는군요
화이팅입니다.

현실이란 굴레에 하나둘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제한하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마음만은 피터팬처럼 자유로울려고요.

그나저나 심사 고생이 많으십니다.

단한번도 꿈을 좇아 살지 않은 저는 피터팬의 네버랜드에 절대 들어가지 못하겠군요ㅜ 인지부조화 이론에 저를 대입시키면 정확한 결론도출이 될거에요 아마 ㅎㅎ 얼마전에 리뷰도 썼는데, 영화 소공녀에 그런 사람들이 나와요 같이 꿈을 꾸다가 모두가 다 세상과 타협하고 어른이 되지만, 그 시간에 머물러 어른이 되지 못하는 주인공 미소... 꿈을 꾸는게 아니라, 꿈 속에 머무른 아이 미소를 보며 어린왕자을 생각했는데, 피터팬이 아닌건 맞는것 같아요. 스티밋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항상 그들을 응원하고 답글을 씁니다, 진심으로 경의를 담아서... 그분들의 꿈이 커 나가고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도 피터?(가칭)인데

행복한 현실의 희생하며 좇을 가치가 있는 꿈은 없다며 꿈을 내려놓는다

에 해당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통을 하다보면 욕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다시 새로운 꿈을 꾸지요. 즉, 꿈을 내려놓은 순간 다시 꿈은 모락모락 올라오지요. 어찌보면 욕심은 꿈과 관련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욕심이 탐욕이 되지 않기를 바랄뿐이지요.

ps. 소통이라는 것이 꿈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소통이라면 꿈이랄 것도 없겠지만 현실과 꿈 사이를 왔다갔다하는 경계인에게는 욕심과 탐욕의 경계선에서 균형이 무너지곤하지요. 그래서 꿈이 잊혀지곤 하지요.

예전에 미국 대학에 자기 소개서를 낼 때 제 자신을 피터팬에 비유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리고 그 대학에서 보기 좋게 거절을 받았죠 ㅎㅎ 우리 대학오지 말고 네버랜드로 가라는 뜻이었을까요.

그나저나 일기 78편을 처음 읽는 건 재미있는데 여러번 읽으려면 힘이 많이 들것 같습니다. 다들 고생이 많으시네요.

꿈을 잃지않고 살아가는 사람들과 현실의 벽에 막혀 꿈을 잃은 사람들 모두 그 결정을 존중하고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응원한다고 :)

그런데 아예 꿈 자체를 꾸지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아예 꿈을 갖았던 적도 없고 현재도 꿈 없이 살아가는 사람... 김리님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본문에도 써두었듯 꿈이 없어 불행한게 아니라면, 꿈이 없어도 행복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꿈이 없다고 말하면 불쌍한 사람 취급을 받기에 김리님의 의견이 궁금했어요 :)
"그걸로 충분하다" 는 말이 참 좋네요.

공모전 글들을 읽느라 뜸하셨군요!
그러면 저를 반항아라고 불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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