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말하지 않았던 그날의 기억

in #kr-pen6 years ago (edited)

@kimthewriterPEN클럽 공모전 덕분에 한번도 말한적 없던 그날의 기억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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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런 그녀와의 만남 그리고 아버지


잠이오지 않는다.
아마도 태어난 딸과의 만남의 감격때문일것이다.

태어난 아이를 내 품에 안았을때 느껴지는
그 감촉과 기분을 글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얼굴은 쭈글쭈글하며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웠다.

부인의 얼굴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

드디어 내가 아버지가 된것이다.




행복뒤에 이어지는 슬픔


새벽부터 시끄럽게 전화기가 울린다.
전화기 너머로 어머니가 짧게 한마디를 하신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나는 일어나 출근을 하듯 옷을 챙기고 양복을 챙긴다.

병원에 있는 부인에게 소식을 전했다.
탄생의 기쁨으로 가득차던
산부인과 병동에 흐느낌이 가득찬다.

그렇게 아버지가 사라졌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감정


국화가 시들어간다.
장례식장의 에어컨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조문객은 나에게 슬픔을 줘야할지
축하를 줘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것 같다.

그들의 감정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괜히 미안하다.




메마른 슬픔


장례를 치르는 동안 단 한방울의 눈물도 흐르지 않았다.

아버지가 쓰러지신 그때부터
"내가무너지면 안된다" 라는 생각으로 15년을 살았다.

어쩌면 이러는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에게 슬픔의 감각이 사라진걸까?




터져버린 감정


장례가 끝이나고 혼자 서울로 올라간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흘러나오자.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휴게소에 차를 멈추고 1시간이 넘도록 펑펑 울었다.

오늘은 울어도된다고 아버지가 말한걸까?




다시 아버지로.. 가장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사랑하는 부인이 말없이 안아주며 방으로 인도한다.
사랑스런 딸이 침대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잠시 흐트러진 나를 다시 조절한다.

나는 아버지이고, 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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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아버지 그늘이 늘 그립습니다.
아버지가 되어 보니 더 그러네요.

저도 아버지 글을 올렸는데, 그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와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방금 두 정상들 때문에 살짜기 눈물이 나려고 했는데, 이 글을 보니 눈물이 조금 더 커지려고 합니다.

아이 잘 키우세요. 문득 생각나는 아버지를 생각하면서요...

저와 비슷한 기억을 가지셨군요.
맞아요 아버지가 되고나니 더욱 그리울때가 많습니다.
그때는 그 존재만으로도 고마웠다는것을 왜 몰랐을까요.
이 맘이 함께 젖어버릴까 두렵지만, 달려가 보겠습니다.^^

기쁜 날과 슬픈 날을 한번에 겪으셨네요.. 감정이 참 복잡하셨겠어요..

맞습니다.
내 생에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에 주어진 큰 슬픔이었죠.

잘 읽고 갑니다.
@stylegold 님의 슬픔이 뭍어나서 저도 마음이 아퍼집니다

감사합니다.
제딸의 생일과 아버지의 기일이 가까워지니
그 기분에 더 많이 빠져드는것 같습니다.
함께 슬퍼해주셔서 큰 위로가 됩니다.

우리는 무너지면 안되지요. 가장은 그런거죠.
몸도 피곤했을텐데 마음까지 많이 힘드셨겠네요.

가장이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무거워질때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질때두요.
이럴때 아버지가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들긴 합니다.

우리가 힘들때 기대라고 가족이 있는거겠죠. 그게 사람 사는 법 아닌가 싶습니다. 아버님께서도 스트일골드님과 가족분에게 많이 기대셨을겁니다. 저도 제 가족에 많이 기대는 것처럼 말이죠.

네 그래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기대는것도 노력이 필요한듯 합니다.^^

저는 아버지도 가장도 아니지만 공감합니다.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게, 가장이라는 이름의 무게가 느껴지네요.

아버지라는 자리가 무거운 이유는..
모든 문제의 마지막 방패막이 되어야 한다는것 같습니다.

내려놓고 싶을때가 있지만...
그러는 순간 더이상 돌아갈수 없을까봐^^

공감 감~사합니다.

슬픔이 오면 울 장소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껏 울 장소요.. 저도 차 안에서 그렇게 울었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그렇군요. 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렇게 울어본듯 하네요.
하지만, 이후에는 여전히 슬픔은 꾹꾹누르며 살아가게 되네요.
그것에 적응하려는 나를 놓아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버님께서 손녀가 세상에 나와 첫 숨을 쉬는 모습을 보고싶어서 열심히 버티셨나봅니다!

건강히 출산한 손녀를 보며 아버님도 편안히 가셨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버지가 되며, 아버지를 보내드린 날이라.. 아침부터 생각치도 못한 먹먹한 글이네요.

맞습니다.
일기에는 적진 않았지만 무려 한달전 쯤 한주를 넘기시기 힘드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견디셨고 제딸은 예정일을 한주를 더 보내며 아버지를 응원하셨답니다.^^
그리고선 그둘의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진듯합니다.^^

아침부터 먹먹한 글을 드렸으니 저녁에는 기분좋은 시상식으로 달려갑니다.^^

저도 기분좋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요즘 워낙 쟁쟁한 분들이 많으셔서~~ ㅎㅎ

오늘은 조금은 늦은 시간에 발표를 시작할것 같네요.^^

설마.. 야근이신가요??ㅠㅠ 어차피 주말 중에 올리셔도 되니깐 쉬엄쉬엄하세요!

으흣 오늘은 회사일은 끝났습니다. 스팀잇 야근중입니다.

저도 사실 오늘 글쓰기 이벤트 참여해본다고 괜히 키보드 잡았다가...

예상 퇴근시간보다 2시간 늦게 했네요 ㅋㅋ

참 기쁜날을 표현하기도 슬픔을 표현하기도 힘드셨겠어요;; 글을 보니 참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또 아들로서의 힘듬이 느껴지네요..ㅠㅜ

저는 맘껏 기쁨을 표현하려 했으나,
상주인 제가 반대의 감정을 드러내면
문상객들께 실례인 듯하여 자제를 했던 기억이 있네요.

참 힘들었던 기억이고 종종 그 기분에 빠지기도 하죠.^^

위로 감사합니다.

골드님의 마음...
모두 다 이해할 순 없지만 쓰신 글 속에서 묻어나는 감정에 마음이 먹먹해 집니다
아빠로서 아들로서 행복과 슬픔이 교차될 때 얼마나 힘드셨을지...

감사합니다.
한 주 동안은 정말 다양한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긴 했었습니다.
얘기를 꺼내는 것 자체만으로 그 기분에 빠질까 걱정이 돼서 자제하기도 했고요.
오랜만에 그 기분에 빠져보네요.^^

위로감사드립니다.!

글만 보아도 슬픈 감정이 몰려오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무거운 주제가 된건 아닌지 좀 걱정이 되긴 합니다.

요즘 감수성이 이상해요 눈이 자꾸 먼가 흑

하핫 가슴의 언어에 조금더 다가선거겠죠.^^
저도 점점 노력하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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