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자소서 예시 2

in #kr-pen6 years ago (edited)

IMG_9840.JPG


벽 앞에 누운 다음 벽을 밟고, 걸었다.


나는 집에 있었고, 집에 없었고, 학교에 있었고, 학교에 없었다. 나는 유치장에 있었고, 유치장에 없었다. 나는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주사를 맞지 않았다.


나는 걸었고, 기었고, 달렸고, 날았다.
그녀는 내 여자였고, 내 여자가 아니었다.
이 커피는 쏟아졌다. 그리고 쏟아지지 않았다.

별 하나가 밤하늘에 박혀있다.
별은 나에게서 멀어졌다. 동시에 다가오고 있다.


시간을 썰었다.
시간을 길게 늘인 후,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을 붙였다. 원이 되었다.
그것은 잘 굴러갔다.


나는 달렸다. 달리지 않았다.
나는 숨쉬었다. 숨쉬지 않았다.
나는 여기에 있었다. 나는 저기에 있었다. 나는 거기에도 있었다. 나는 모든 것들이었다. 촘촘하게 있었다가 없었다가 했다.






퀀텀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S
소녀와 모퉁이
키요키
보고 있는 나

Sort:  

시간을 썰었다.
시간을 길게 늘인 후, 시작점과 끝나는 지점을 붙였다. 원이 되었다.
그것은 잘 굴러갔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감탄하고 가요ㅎ
보얀님..굳나잇!

경아님도 굳밤되시고 설레는 아침 맞으세요^^

보얀님 글은 정말 좋아요. 산문도, 운문도 읽으면 어떤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냄새랑 소리 같은 것들까지 같이요. 그리고 딱 들어맞는 음악을 막 찾아 듣고 싶어진달까...!

라운디라운드님 댓글은 늘 저를 춤추게 하네요^^

도 닦으세요?

명상이 도 닦는거에 포함된다면 그렇습니다^^

그러셨군요. 수행놀이 냄새가 폴폴~, 觀이 익으셨나봐요. 찰나생찰나멸.

양자역학적이네요. ^~

🎇 한때 빠져있었죠^^

그리고 독자들은 댓글을 달았다. 달지 않았다. 독자가 아닌 사람이었다. 독자가 아닌 사람이 댓글을 달았다. 달지 않았다. 방문하지 않은 사람들은 아직 운명이 결정되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미완(未完)은 무수한 긍정과 부정의 변주일지니.


글을 읽고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둡니다.
이 것은 댓글이거나 댓글이 아닐 것입니다.

댓글인 동시에 댓글이 아닌 댓글에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시인들의 언어는 마치 마법같이 느껴져요.. 제가 구사하는 한국어와 같은 언어인데 다른 언어 같은 느낌.. 보얀님의 언어가 그래요. 근데 보얀님은 시만 그런 게 아니고 다른 포스트도 보면 매우 세련된 느낌.. 언어를 가볍게 구사하신달까... 감탄하고 갑니당!

수지님 감사합니다^^ 시는 처음 올려보는데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용기가 납니다!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4
JST 0.030
BTC 58659.71
ETH 3164.52
USDT 1.00
SBD 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