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소설] 크리스마스 선물

in #kr-newbi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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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찻잔들이 먼저 깨졌다. 금테두른 잔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건물주는 월세를 올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너무 낙담했으므로 호재라며 기뻐하기로 작정했다. 커피가게를 그만두게 되어서. 직업같은 걸 없애버려서. 작은 원룸이라 꼭 붙어 있을 수 있어서. 공교롭게 크리스마스날 가게를 접었다. 단골들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인사를 했다. 매주 책 한권을 선물했던 화요일의 손님. 그는 항상 앉던 8번 테이블에서 마지막 핸드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인도네시아 만델링. 헤어지기전에 가벼운 악수를 했는데 살짝 떨리던 그의 손바닥의 감촉이 기억난다. 그는 우리에게 처음 들어보는 낯선 것을 3개나 선물했다. 얼마후 우리는 이사를 갔다. 뽁뽁이에 둘둘말린 찻잔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일만 기쁘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마음은 이상한 마법을 부렸다. 앞으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선택하는 것을 멈추게했다.


그로부터 5년이 흘렀다. 나는 신기하게 매년 크리스마스날 눈을 감으면 8번테이블에 잠시 다녀올 수 있다. 커피가게는 A4지와 흰 무명실로 만든 장식이 있고 베이루트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나는 심혈을 기울여 내린 인도네시아 만델링을 내려놓으며 화요일의 손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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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선물 감사해요.
잘 간직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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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ing 👏💕💕💕

우왓.. 그 손님 참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을까요?ㅎㅎㅎ
참 신기한게 인연이네요 ^^

고백하자면 화요일의 손님이 저에게 준 마지막 선물은 밥 딜런의 CD였지만 소설이라 비트코인으로 각색해봤어요^^ 읽어주셔서 기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하하 그러셨군요ㅎㅎ 저도 그런 상상을 해봐서 상상의 주인공이 여기 계시네 했네요 ^^ @levoyant님도 즐거운 연말 되시길 바래요!

안녕하세요. 독킹장학금에서 나왔습니다. 6일차 당첨자이십니다. 풀보팅하였습니다. 스티밋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시길 기원합니다.

킹비트님 감사합니다^^ 풀보팅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기위해 꾸준하게 포스팅하겠습니다!

재밌는 님의 정신세계를 둘러보다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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