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8. "발상의 전환"은 뭐라고 번역하지?

in #kr-english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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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In this episode I wanted to translate 발상의 전환 into English. It literally means "change of the way you see things." How can I translate it nicely?, I thought. Well, when you translate one language into another, you can find good expressions if you try to think outside the box. Wait a minute. Oh!!! ;-)


오늘 공부할 @tata1 님의 붓툰은 마니어 스토리입니다. 오늘은 굉장히 울림이 깊은, 읽고 나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는 이야기예요. 아래 링크를 타고 가시면 타타님의 붓툰을 보실 수 있습니다. Shift 키를 누르고 클릭하시면 새창으로 떠요.

[붓툰bootoon-마니어스토리-배를 멈춰라!]

스승님이 제자들에게 창 밖으로 지나가는 배를 멈춰보라고 합니다. 망연자실한 제자들. 과연 저 배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자, 그 고민은 조금 뒤에 하고, 우리는 같이 공부할 표현을 살펴보도록 하죠.

바빠 죽겠는데.


안 그래도 바쁜데 누가 말을 시키면 정말 짜증 나죠? 사공이 열심히 배를 저어 가고 있는데, 저 멀리에서 제자들이 창문을 열고 배를 멈추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그러자 무심한 듯 툭 내뱉는 사공의 한 마디.

미친놈! 바빠 죽겄는디...

이건 어떻게 번역하면 좋을까요? '바쁘다'라는 말은 다들 아시죠? 바로 busy입니다. 아주 많이 바쁘다는 걸 나타내려면 very, so, too, incredibly 등등 온갖 부사를 붙여주면 되지요.

I'm very/really/so/too/incredibly busy.
나 진짜/정말/아주/너무/엄청나게 바빠.

이 말을 하면서 인상을 팍! 쓰면 바쁜 사람 잘못 건드렸구나 하는 걸 알 수가 있지요. 하지만 저는 다른 번역을 택했습니다. "바빠 죽겄는디..."라는 말은 "바빠 죽겄는디 왜 부르고 난리야? 바빠 죽겄는디 왜 멈추라고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라는 뜻이니까요. 말 속에 짜증과 화가 고스란히 묻어 있거든요.

일단 단어부터 보고 가시죠.

Don't you see~?: 안 보이니? 모르겠니?
I'm: 내가 (~이다)
busy: 바쁘다
here: 여기

Don't you see I'm busy here?



이 문장은 "나 지금 바쁜 거 안 보이니? 나 지금 무지 바쁘거든!"이라는 뜻입니다. 문장을 읽기만 해도 짜증이 막 묻어나지요? (우리말에서는 '지금'이 들어가지만 영어문장에서는 now보다 here가 들어가는 게 조금 더 자연스럽습니다.)

미친놈


"미친놈"은 있는 그대로 직역하면 crazy man이 되겠지만 그것도 살짝 바꿨습니다. 여기에서의 "미친놈"은 말하는 사람을 힐난하면서 자신의 짜증을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에, 굳이 "특정인의 정신세계가 온전하지 못하다는 걸 나타내는" 단어로 번역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What an idiot(머저리 같은 놈)이라던가, What a nonsense!(말도 안 되는 소리) 같은 말을 쓸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선택한 번역은 what the... 입니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요? what은 '무엇'이고, the는 정관사니까 뜻은... @.@ 해석이 안 되지요?

원래는 what the 뒤에 heck과 같은 다른 단어가 더 옵니다. 그러면 "도대체 뭐야? 뭔 소리야? 뭔 말 같지 않은 얘기야?"하며 짜증과 화를 내는 반응이 됩니다. 별로 고상한 말투는 아니지요. heck 말고 똑같이 -ck로 끝나는 더 격한 단어를 쓰기도 하고요. ^^;

이때 what the heck을 전부 다 써주지 않고 그냥 what the...하며 끝을 흐리기만 해도 같은 뜻이 된답니다. 우리말도 그렇지요? "이런 미친놈!"하기도 하지만 "이런... *%#$%@%^!"이라고만 해도 의미가 다 전달되니까요.

여기에서 "What the...""이런... %#$%@%^!"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고나 할까요? ^^

사공: 미친 놈! 바빠죽것는디...
Boatman: What the... Don't you see I'm busy here?


발상의 전환이닷!


창 밖으로 지나가는 배를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모두들 고심하고 있는데, 천샤는 그냥 창문을 닫아버립니다. 오오~!! 창을 닫아서 배를 멈추게 하다니, 이건 발상의 전환이지요! 그런데, 이 말은 영어로 어떻게 번역할까요?

가만 있어보자... '발상'은 idea인가... '전환'은 change인가, conversion인가...

머리가 뱅글뱅글 돌죠? 이럴 때는 우리말의 의미를 다시 찬찬히 생각해봅니다.

발상의 전환! 늘 하던 대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획기적이고 새롭게, 전혀 다른 방향에서 생각해보는 것.

이런 것을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다행히도 영어에도 이런 식의 표현이 있습니다.

think: 생각하다
outside: 밖에서
the box: 상자

Think outside the box



"상자 밖에서 생각하다"라는 이 표현은 "독창적이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다, 새로운 사고를 하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사고를 하다"라는 뜻입니다. 발상의 전환과 딱 맞닿아 있지요? (think outside of the box라고 of를 넣어 표현하기도 합니다.)

제자2: 발상의 전환이닷!
Disciple 2: He's thinking outside the box!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저는 "발상의 전환"을 딱 맞게 번역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번역도 때로는 think outside the box하는 게 중요해요. 그렇죠?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마니어스토리-배를 멈춰라!]
English version: [Bootoon - Manyer Story] - Stop the Boat!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번역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4. "덜 익은, 농익은"은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5. "됐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6. "차를 (손으로) 끌고 가면 힘들어요."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7. "나 잘하지?"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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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

우오...! 넘나 대단하세요...
어디서 이런 표현을~

ㅎㅎㅎ 어디서 이런 표현을 알았을까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주 좋은 표현이네요~ 쏙 들어왔습니다. 자주 인용할 듯 합니다 ^* @tata1 님의 글들이 해학적이고 개성이 강하셔서, @bree1042 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고생이지만, 즐기시는 모습, 리스펙합니다 ^*

행복한 challenge라고나 할까요? ㅎㅎ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서 좋습니다. ^^
리스펙~ 고맙습니다. ^^

요즘 브리님 설명이 술술 재밌게 잘 읽혀요 ㅎㅎㅎ좋은 표현 잘배워갑니당

썬샤인님은 프사 볼 때마다 무조건 제게 쌍따봉을 날리시는 거 같아서, 댓글 내용에 상관없이 참 기분 좋아요. ㅎㅎ 물론 댓글 내용도 좋지만요. ^^

와우! 이거 진짜 유용하게 쓰이겠네요. 오늗도 한 수 배워갑니다 ㅎㅎ

고추참치님은 프사를 보니 think outside the can 하셔야겠는데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처음보는표현이네요 ㅋㅋ 영어가 워낙 잼병이라ㅠㅠㅠ

think outside the box. 어려운 단어는 없지만 외우기 쉽고, 활용도도 높은 표현이에요. 알아두시면 좋을거에요. :)
제 글 보시면서 영어 재미있게 공부하셨으면 해요. :)

역시...
잘 배우고 갑니다

오늘도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

오늘도 잘 보았습니다.^^ 항상 멋진 번역 하시느라 노고가 많으세요.^ㅅ^

힘들면서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

외쳐 갓브리! ㅎㅎ

민망하군요...
하지만 외치라 하신다면...

갓브리~~~!!!!!
ㅎㅎㅎㅎㅎ

미친놈을 무조건 크레이지로 번역하면 안 되겠군요. ㅇ_ㅇ

게다가 발상의 전환도 전 체인지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think outside the box. 여기서 박스가 틀이나 고정관념이 되는 거군요. :)

오늘도 많이 배워갑니다 브리님. :)

아무래도 저는 번역할 때 문맥이나 상황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라 의역을 하게 되네요. ^^;

맞습니다. Box가 틀이나 고정관념이 되는 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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