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어가는 엄마의 등, 그리고 넓어져가는 나의 등.. [글작가 콜라보 이벤트]

in #kr-art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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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ata1 님 그림

1

어려서부터 다리가 약한 내게
엄마는 늘 포근한 등을 내어주었다.
목이 한참 늘어나 가슴이 보일 것 같은 후줄근한 옷가지에서는 푸근한 냄새가 났다.
나를 업어가느라 한껏 흘린 땀과
냉장고에 있는 몇 안되는 반찬을 모두 모아 끓인 찌개냄새,
그리고 어린 동생이 토해놓은 젖냄새가 섞여 한참이나 아련한 냄새를 만들어냈다.

서른살이 되고 엄마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찌개를 좋아하던 아빠도 돌아가시고 없는데
젖을 먹던 어린 동생은 다 자라 군대에 갔는데
엄마에게서는 여전히 그 냄새가 났다.
돌아누운 엄마의 등은 여전히 넓었고 그때보다 조금 굽었다.

서른살의 젊은 엄마는 나를 업고 먼 길을 걸어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2

울음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날
너를 업고 타박타박 걸어가다보면 모든 게 괜찮아진다.
등에서 느껴지는 너의 온기가,
팔딱팔딱 뛰는 작은 심장이,
내게도 그리 따뜻한 날들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한다.

나의 엄마도 나를 업고 걸어가며
눈물을 흘렸을까.
내 좁은 어깨에 머리를 파묻으며 너는 여기도 넓다고 느낄까.
내 등이 조금씩 굽을 때마다 너는 조금씩 자라날까.

그리고 나도 엄마 냄새를 조금은 닮아왔을까.


그림보고 에세이쓰기


@zzoya 님의 이벤트 : https://steemit.com/kr/@zzoya/kr-art-and
(그림작가 & 글작가 콜라보 이벤트)

참여의 일환으로 @tata1 님의 그림에 영감을 받아 글을 써보았습니다.

저는 유난히 엄마에게 잘 업혀다니던 아이였는데요.
제가 커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업고 가다보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그리고 그때의 엄마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고요^^

1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인 제가
2는 엄마가 된 제가

화자가 되어 쓴 글입니다.

엄마와 아이라는 건, 정말 소중한 인연임에 틀림없지요.
오늘도 엄마에게 감사하고
아이에게 감사한 하루를 보내네요.
모든 엄마, 그리고 모든 아이는 소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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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이 조금씩 굽을 때마다 너는 조금씩 자라날까." 이 문장이 너무 좋네요... 알고보니 유어허니님은 시인이셨군요!

멋집니다. 저도 참여하려고 짱구를 굴리는 중인데.. 아직 영감이 안떠오르네요..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면 영감이 솔솔!!!
@tata1 님 그림 너무 아름다운거 많아요~~!! ^^

유어허니임!!! 깜짝 놀랐어요.
제가 아끼는 그림이라서 님의 글이 더해진것이 너무도 기쁘고 자랑스럽네요. 허니님의 글은...굉장한 진정성으로 뜨거운 온도가 그대로 남아있네요. 이런 온도는 식지않고 계속 불을 지피죠.
저도 이 그림 그리며 목이 맸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든 콜라보해주세요.
시간되시면 밥한끼 사드리고 싶네요.

세상에! 저도 타타님의 추억이 담긴 글이라 더욱 따뜻한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언제든 콜라보 허락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사실 묵화라 그런지 뭔가 아련하고 그리운 기억이 많이 나는 좋은 그림인것 같아요. 그림 쓰도록 허락해주셔서 감사하고 댓글과 보팅까지! 너무 감사합니다 ㅋㅋ

어릴적 부모님께 업혔던 기억은 아직도 있어요^^
언니는 엄마가.. 덩치가 조금 있는 저는 아빠가 업어주셨는데..
글을 보니.. 어릴적 생가기 나네요^^
좋은 글과 그림 너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tata1님의 좋은 그림에 좋은 기억이 떠올랐을뿐^^..ㅎㅎㅎ

그림이랑 같이 쓰여진 글 같아요ㅎㅎ
감탄하고 있습니다..ㅎ

감사합니다^^ 그림을 보고 생각나는 글을 쓰는 이벤트에요^^ @kyunga 님도 참여해보심이..!!?ㅎㅎ

넵! 이참에 아트샵 작가님들꺼 순회한번해야겠네요ㅎㅎ

어머니가 너무 보고싶어지는 글이네요.. 눈물날뻔..ㅠㅠ
좋은 그림, 좋은 글 모두 고맙습니다.
리스팀&팔로우&보팅 하고 갑니다. 또 들를게요!!

크어...감사합니다^^
좋은 그림은 @tata1 님의 글..^^
내일은 어머니에게 한번 전화라도 드려보는게 어떨까요?^^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가는 모습에서
찡한 감동이 느껴지네요....

덕분에 추운 이 와중에서도
따스한 온기를 느끼게 됩니다.

잘 보고 가요

감사합니다.. ^^
저도 아가씨적엔 마냥 엄마가 힘들진 않았을까 엄마를 연민하게 됐는데
애기를 낳아보니 아기가 있어 엄마가 버티고 힘내는 것 같더라고요
서로를 의지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거 인정입니다!ㅎㅎ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최고입니다.

세상에... 제글이 이렇게나마 다른 분들에게 작은 감동으로 다가왔다면...
제가 잘한게 안이라 엔지니어님 어머니가 잘하신거 같아요^^
우리모두 어머니에게 잘합시다!!ㅎㅎㅎ

정말 한문장 한문장이 가슴을 찡하게 만드네요 ㅠ_ ㅠ
tata1님 그림체, 색감이랑 너무도 잘 어울리는 글 같아요!!
오늘따라 스팀잇하면서 여기저기서 많이 훌쩍이네요
이런 감동은 그냥 바로 풀보팅이죠!! ㅠ_ㅠ

저같이 미천한 것에게 스파를 가득모아 풀보팅을...!!! 감사합니다 ♥
이게 마음을 울린건 제탓이 아니라 어머니의 사랑 덕입니다!

와..그림과 글을 보니 마음이 꼬물꼬물, 아릿아릿한거같아요ㅠㅠ
엄마는 항상 내편인 존재랄까.. 엄마한테 잘해야겠어요ㅠㅠ

내가 무슨 짓을 해도 엄마는 내편인걸 알기에 우리는 너무 모질게 ㅠㅠ 흑흑..
내딸은 그러지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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