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야그 #11] 스스로 보일러가 되어 생각하니

상대방의 마음을 알려면 내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물 역시 내가 사물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게 되면 사물의 이치는 물론 문제점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다구마식 보일러가 그 좋은 예이다.

거의 무학력으로 마흔이 넘어서까지 제재소를 운영하던 일본인 다구마는 산속에서 제재할 때 사용하는 보일러 때문에 애를 태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보일러가 한 번 고장나면 수리될 때까지 제재소 일은 전혀 손도 댈 수가 없었다. 그만큼 당시의 보일러는 열효율이 좋지 않고 성능도 떨어졌다. 그러던 그에게 어느 발명가가 새로운 보일러를 발명했다는 기쁜 소식이 들려 왔다.

“그래, 새 보일러로 바꿔보자. 돈이 좀 들기는 하지만 새로 나온 보일러로 바꾼다면 사업이 더 번창할거야. 보일러 때문에 그 동안 얼마나 애태웠던가!”

그러나 많은 돈을 들여 사들인 새 보일러 역시 기존의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에 화가 난 다구마는 결심하였다.

“좋다. 차라리 내가 보일러를 만들어보자. 보일러에 대해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지 않은가!”

그는 어느새 잦은 고장으로 인해 보일러에 관한 한 박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보일러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다. 그런 그를 보고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하였고, 과다한 비용으로 인해 연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제재소는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었다. 그렇게 되자 그는 몇 번이나 죽을 생각을 했지만, 그런 생각이 날 때마다 스스로를 타일렀다.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지. 비록 제재소는 망했지만 보일러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이내 자신의 연구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고 자신이 보일러가 되어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것이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그에게는 어쩌면 효과적인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파이프의 김은 어떻게 움직일까?”

다구마는 시선을 한 곳에 고정시키고 마치 자신이 보일러가 된 것처럼 보일러 속에서 가열되어 상승하려는 김과 식어서 내려오려는 물이 서로 맞부딪치며 대혼란을 일으키는 장면을 연상하였다.

이번에는 파이프가 되어 생각한다. 더운 증기는 가열된 파이프의 외벽과 가까운 벽을 타고 상승한다. 반면 냉각되어 내려오는 물은 파이프의 한가운데를 지나게 된다. 결국 외벽 가까운 부분과 한 가운데 경계가 되는 곳에서 혼란이 일어나는 것이다. 여기까지 연상한 다구마에게 문득 영감이 떠올랐다.

“그래, 상승하는 증기와 하강하는 물을 교통정리하면 되겠다.”

그는 자신이 생각한 파이프 속에 또 하나의 가는 파이프를 넣어보기로 한것이다. 즉시 실험에 착수한 그는 바깥쪽 파이프는 상승용, 안쪽 파이프는 하강용으로 한 이중 파이프를 만들고, 집수기도 달았다.

그의 연구는 대성공이었다. 보일러의 효율이 종래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아졌으며, 당시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영국의 팝콕스‧월콕스보다 성능이 우수했던 것이다.

=>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그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가 보라. 변두리에서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한 문제의 핵심을 중심에서는 쉽게 찾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바로 보일러가 되어 생각한 다구마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특허 이야기 시작~
발명야그 1: 애인과 코카콜라병
발명야그 2: 십자 나사못과 드라이버
발명야그 3: 연필과 지우개의 만남
발명야그 4: 한 소년의 철조망
발명야그 5: 살갗을 베이지 않는 면도기
발명야그 6: 반갑다, 달손님
발명야그 7: 똑깍똑깍 끊어지는 커터칼
발명야그 8: 아내와 바꾼 옷핀
발명야그 9: 화분 속의 비밀, 철근 콘크리트 공법
발명야그 10: 꿈에 본 고무유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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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years ago 

발명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무궁무진한 사람이죠.. 저는 아닌듯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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