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Stella 다시 그 여름의 스텔라로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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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고물 @fgomul은 다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운명처럼 스팀잇에 가입했습니다.
2021년 7월 스텔라 @bestella, 도망쳤던 그 여름에 도착해 다시 이름을 찾기로 했습니다.


마법의 아침을 맞은 고물은 이제 '고물'이란 자기 방어를 던져버리기로 선택했습니다.
운명을 맞이할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랑하는 그대들을 위해서요.


고물이란 아이디를 언제부터 썼지?

아마도 중학교 2학년 아직 모든 세계가 망가지기 바로 직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때 내 자서전의 제목을 '비극'으로 정하기로 했다. 내 삶이 고통으로 가득차고 잔뜩 어두워지고 우울해질거란 걸 직감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forgotten gomul 잊혀진 고물이라고 스스로를 불렀다. 아무도 날 기억하지 않을 거고, 아무도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지만 나는 안전하게 내 세계를 지키겠다는 마지노선이자 유일한 이름이었다.

나의 본명은 김혜진, 김혜진이란 이름은 발에 채이고도 또 채였다. 차라리 고물이 되련다.

물론, 대외적으로 날 고물이라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아이디가 fgomul일 뿐이었다. 거의 대부분의 한국 사이트의 fgomul은 대부분 나이다. 나는 숫자 4를 좋아했고, 이름을 빨간색으로 쓰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고, 한 때 마리화나라는 필명을 썼고, 결국 고물이 되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의 정체성을 간직하는 이름이었다.

'고물'이 무슨 뜻이죠?

단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한 적이 없다. 이 모든 걸 의식적으로 내린 선택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너무 오래지나 나조차 진짜 속 뜻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roundyround 님의 말에도 나는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아무 뜻 없는데 하도 물어봐서 이젠 의미부여 해보려고요. 빈티지 감성, 편안한 사람이란 뜻이에요.'

마음이 내키면 한 단계 내려간 대답을 해줬다.

'중학교 때 혼자 짝사랑하던 남자애가 있었는데요, 걔가 저를 괴물 물괴 물개 등으로 부르다가 결국 고물이라고 불렀어요. 엄청 유치하지만 아이디를 정할 때 중복되지 않는 특이한 아이디 없나 생각해서 fgomul이라고 정하고 그 후로 그냥 쭉 쓰게 되었네요.

거짓은 아니었다.

그 남자애는 날 한 번도 사랑한 적 없었다. 박영우, 나는 여전히 그의 이름도 내가 그를 좋아한 이유도 그가 좋아했던 노래도 그가 내게 보낸 쪽지도 모조리 기억하고 있지만 그는 내 이름을 모른다. 나라는 존재를 본 적이 없다. 세상이란 그랬다. 날 보지 않았다. 날 사랑하지 않았다. 내가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 점을 잊지 말자. 나는 그에게 잊혀졌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질래.

어중간한 관계를 맺을 생각이라면 꺼져. 난 상처받기 싫으니까.

학창 시절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고 세상에 벽을 쳤다. 우울증을 앓게 되면서 관계와 사람에 대해 불신하고 거리감을 두었다.

영원이 없다는 걸 알았지만 그럴 수록 영원하고 싶었다. 세상에 변치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에 변치 않는 관계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한결 같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면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관계 따위 없는 게 나아. 차라리 혼자가 될래. 버려지는 건 너무 아파.

고물은 그런 내 의지의 표현이였다.

고장난 것, 옛날 것, 낡은 것, 버린 것, 사람들이 천대하고 터부시하는 것, 누구도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것

소리내어 말하기 꺼려지는 것

내 이름은 고물이야. 이걸 입 밖으로 낼 수 있어? 이런 이상한 이름을 부르면서까지 확실히 나랑 친해지고 싶다면 그렇다면 네게 마음을 줄게. 네게만 줄게. 넌 세상에 특별하지 않을지 몰라도 적어도 나에겐 특별해. 너와 나에겐 유일하고 영원한 only one이 되줄게.

그렇게 소극적이고 방어적이고 상처받았지만 희망을 버리지 않는 가끔씩 사랑을 꿈꾸는 고물이 탄생했다.


그런데 고물이란 이름으로 스팀잇에서 살고 사람을 만났다. 나는 오프라인으로 입밖으로 '고물'이라 소개했고 날 알게 된 이들은 내 눈을 보고 내 손을 잡고 '고물님'이라고 "꼬물"이라고 "고물작가님"이라고 또 '고무라타쿠야'라고 다정하게 사랑을 담아 불러주었다.

혼자 고립되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고 세상에 아무 흔적없이 사라지길 꿈꾸며 절망하고 외로워하던 고물은 어느새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밝게 웃고 우는 고물이 되었다. 계속 사랑을 하고 싶어졌고 사랑을 나누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인연을 만나고 상처도 고통도 갈등도 인간으로서의 환희와 축복이 담긴 경험이고 성장이란 걸 깨달았다.

그렇게 나는 스팀잇을 만나 고물을 사랑하게 되었다. 고물의 과제는 배제감과 소속감과 외로움이었다. 고물은 울고 웃고 사랑하고 밝아졌지만 여전히 소속감의 이슈에 시달렸다.

여름에 태어났지만 여름을 싫어했다. 끈적한 날씨가 싫다고 했지만 핑계였다. 내가 태어난 계절이라 싫었다. 나를 만든 계절이라 증오했다. 다들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고 가족이 친구가 연인이 손에 손을 잡고 레포츠를 즐기는 건강한 계절이 밉고 부러웠다.

7년 전, 쿠바의 작열하는 뜨거운 태양을 만났다. 내 인생 전환기이자 미친 선택을 하며 사랑이 무엇인지 배웠다. 자유가 무엇인지 배웠다. 선택이 뭔지 배웠다. 그건 내 삶의 전환점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진정 여름을 맞이한 적 없었다. 움츠러든 고물은 고통받고 괴로워하고 그러면서도 늘 끊임없이 그 무력감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용기를 내려고 애쓰던 사람이었다.

지난 겨울, 조금씩 성장하던 고물은 운명처럼 라라님을 다시 만났다. 코로나로 집콕하며 침잠하던 고물을 라라님은 자꾸 깨우고 흔들고 용기를 북돋았다. 그와 이야기하면서 많이 울고 많이 웃었다. 꺼져가는 사랑과 열정의 열기를 채워갔다. 그와 대화하며 내가 겁쟁이 사자라는 걸 깨닫고 내가 센캐라는 걸 깨닫고 내가 세상과 나를 너무너무너무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내 것이 아니라 믿었던 스팀시티는 라라님의 선택으로 운명처럼 내게 다시 열렸다.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운명이 열렸다. 이들이 나를 초대했다. 이번에는 In이다. 무슨 일이 있어도 어떤 역경에도 나는 in이고 in이다. 나는 라라님을 사랑하니까. 라라님과 함께 하고 싶으니까. 이들과 함께하며 34년 동안 골몰했던 내 자신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진정 내 자신을 알게 되었다.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매일 매일 진짜 나를 알게 되고 해방되고 자유롭게 된다.

새벽 6시 눈이 떠져 일찍 온 아침, 마법사님은 갑자기 마법의 아침을 함께 하자고 했다.
'개새끼 소년' 1장을 함께 읽었다. 사랑에 대해 물었고 나는 쿠바에서 사랑을 처음 배웠다고 대답했다.

마법사님은 말했다. 고물님은 P가 아니라 J에요.
나는 J였다.위기 상황에서 리스트를 정리하고 할 일을 챙기고 머릿 속으로 체계적으로 일을 정리하고 그대로 했다.

고물님은 리더에요. 지배욕이 있다고요. 세상에 영향력을 끼치고 싶어하고요.

내가요? 내가요?...

이제 당신이 리더라는 걸 받아들여요.

이제껏 괴로워하고 나를 압박하고 재갈을 물리고 세상에 외치고 튀어나가려고 할 때마다 아팠던 울분과 상처를 기억한다. 이제야 나를 알았다.

나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고물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누군가를 시험하며 간을 보는 고물이 아니다.

나는 사랑받고 사랑하는 스텔라이다. 세상에 활보하고 자유롭고 나를 말하는 스텔라이다.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한 번도 나를 고물이라 부른 적 없다. 모두 스텔라라고 불렀지. 나는 알레들을 만날 거다. 그들을 바로 보고 그들의 꿈을 함께 이루고 함께 성장하고 같이 울고 웃고 아파할 것이다.

나는 적극적으로 당신을 부를 거다.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누구에게나 손을 내밀고 안아버릴 것이다.
앞으로 선택은 내가 한다. 혹시 나 때문에 소심하게 누군가가 아파하거나 삶이 바뀔까 염려하지도 않을 거다.
사랑을 담아 당신을 부르고 안을 거다.

'내겐 선택이고, 당신에겐 운명이야.'

운명을 받아들인다면 나를 만나야 한다면 본질대화가 필요하다면 사랑을 원한다면 관계를 맺고 싶다면
2021년 여름 다시 태어난 스텔라를 만나러 20세기 소년으로 와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매일 매일 사랑의 에너지를 가득 담아 당신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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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남미로 떠났던 Stella가 2021년 7월 장충동 20세기소년으로 돌아왔습니다.
Bestella

-Stella



스텔라를 깨운 @mmerlin 님의 마법의 아침은 매일 오전 10-11시, 브런치 메뉴를 주문하시는 선착순 5인에게 열려있답니다.
운명을 깨우고 자신을 만나고 싶다면 마법사님을 만나러 20세기소년으로 오세요.

20세기여름

Sort:  

'고물'이 된 이유,
'고물'을 사랑하게 된 계기,
'고물'에서 '스텔라'로 다시 시작하게 된 이야기.

모두 가슴에 와 닿네요 'ㅡ' ㅎㅎㅎ

뭐 그래도 저에겐
'고물'이었던 혜진님도,
'스텔라'인 혜진님도 모두 멋지고 대단한 사람인 건 분명합니당 ㅎㅎㅎ

'스텔라'로의 새시작도 응원할게욥!! >_<


집콕하며 '침잠'하던 고물을

고물님께, 아니, 스텔라님께 배운 단어 나왔땅 'ㅡ' ㅋㅋㅋㅋㅋㅋㅋ

 3 years ago 

뉴발님 진심 너무너무너무 보고싶어요 우리 만나면 안 되나요? ㅋㅋㅋ

여름이 가기 전에 꼭 들려볼게요 'ㅡ' ㅎㅎㅎ

가보고 싶어졌어요!!
네이버에 걸린 소시지 사진이 맛있어보여서ㅋㅋㅋㅋ

 3 years ago 

앗싸 신난당 😎 기다리고 있을게요!

와~ 필력이 장난이 아니십니다.

 3 years ago 

비타이님 반가와요! 스텔라로 만난 것도 인연이겠지요 종종 뵈어요☺️ 비트코인과 AI의 약자 비타이님

와우~ 벌써 파악하신 건가요? 반갑습니다. ^^

 3 years ago 

스텔라 다시 만나 반가워!

 3 years ago 

태어나게 해줘서 고맙다구요 춘자 그리고 라라님!

스텔라님 반갑습니다 앞으로 친하게지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years ago 

오이님 잘부탁드립니당 :D 우리 굉장히 잘 통할 것 같은 예감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years ago 

언니라고부르숑얘는중성

 3 years ago 

ㅋㅋㅋㅋㅋㅋㅋ 오이언니 입에 착착 붙네여

어허 이아자씨가 ㅋㅋ

방가방가요~^^

@tipu curate

 3 years ago 

레이븐님 반가워요 :D ㅋㅋ tipu도 감사드려요!!

 3 years ago 

아이, 눈물 나. 알에서 깨어난 스텔라는 더욱 더 반짝일거예요! 20세기의 여름을 환하게 비추어 주세요 :-)

 3 years ago 

내 사랑 나의 비타민 젠젠님💜 아주 많이 사랑한다고요 이 여름 우리 함께라서 너무 좋아요 이게 저의 낭만입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거의 매일 걸어다닌 익숙한 동네네요. 남산을 거처셔 장충동족발 골목을 거쳐서 동대문에 갔다가 청계천을 걷곤했는데....
그 동네도 많이 변해 있을거라고 상상이 되네요.

 3 years ago 

파스칼님 반가워요 이 시공간의 의미와 추억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만나봐야 한다 생각해요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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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팀잇 유저여러분~

7월 이벤트 너도나도 파인트 이벤트를 시작합니다.

기존 유저분들이 모여서 함께 좋은 스팀잇 생태계를 만들어갔으면 합니다.
뉴비분들을 본격적으로 초대하기에 앞서, 아직 오시지 않은 기존 유저분들을 모십니다.
아직 오시지 않은 분들은 꼭 참여부탁드려요..^^

오픈채팅방 입장만 하셔도 8월중 베스킨라벤스 파인트를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보내드립니다.


https://open.kakao.com/o/gPJjmzgd
비밀번호 : 1004

입장후

@maikuraki 초대로 왔다고해주세요

아이디는 스티밋 계정과 동일하게 변경해주시면 됩니다.


 3 years ago 

마이님 ㅋㅋㅋ 저 김작가인 거 아시쥬?

알프스소녀 하이디아닌가요?

 3 years ag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디 좋다

박..영..우..너.. 이시키.....
꼬물님의 본 모습! 미소가 사랑스런 스텔라님을 뵙습니다^^

 3 years ago 

고마운 시키입니당 저 역시 그를 사랑한 건 아니었어요 제 맘대로 의미부여한 것 뿐이지, 힣 호돌박님 감사해요 다시 만나 너무 반가워요☺️

나중에 한국함 가면 몰래 Stella 님 훔쳐보러 가야것다 ^^…

 3 years ago 

훔쳐보지 말고 인사도 하고 악수도 하고 포옹도 합시다. 곤님 너무너무너무 보고싶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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