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대화클럽] 공과 사를 구별하고 싶지 않다.

in #bonjclub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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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대화클럽 _ 02 사랑이 열쇠야

라라님이 쓰신 글에 관한 답가 중 일부랍니다.



“노조는 기업에 꼭 필요할까요?”

대학교 3학년, 곧 노무사가 될 동아리 선배의 특강 중 있던 일이다. 이 쉬운 질문을 골똘히 생각하던 나는 ‘필요하지 않다’에 혼자 손을 번쩍 들었다. 선배는 마치 무지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는 듯 허허 웃더니 당연히 노조는 모든 기업에 꼭 필요하다며 강의를 이어 나갔다.

그때 그런 비상식적인 결론에 도달했던 의도는 이러하다. 노조를 탄압하거나 입을 막아 노동자의 권리를 없애 버려야 기업에 유리하다는 생각 같은 건 없었다. 노동자가 힘들게 굳이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자신의 권리를 쟁취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기업 문화나 시스템이 알아서 그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면 되는 일 아닌가? 물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순진한 발상인지는 깨닫게 되지만, 여전히 난 산타를 믿는다. 내가 기업을 만든다면 이러한 태도를 절대 잊지 않고 그것을 향해 조금씩 나아갈 것이다.

삶의 여러 부분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얼토당토않은 그런 믿음을 나는 진심으로 지니고 있고, 그것을 현실에서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매번 현실에 부딪히고 마모되면서도 무언가 마음속 작은 근본적인 결정체는 조금도 훼손되지 않아 겉으로는 타협하면서도 여전히 순진한 바보처럼 이상적인 믿음을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


흔히 사람들은 ‘공과 사를 구별해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이 말이 매우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라는 말을 인정하면서도, 실은 더 좋은 방법이 있지만, 그 방법이 너무 어렵고 고단하니 어쩔 수 없이 차선으로 택한 타협안처럼 보인다. 나는 공과 사를 구별하고 싶지 않다. 공과 사를 구별하라는 말은 경계를 정해두고 관계를 좁히려는 반쪽짜리 방어적인 말로 들린다.

왜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지는 나도 알고 있다. 착한 마음, 배려, 정이란 무기로 줘야 할 것을 정당하게 지불하지 않거나 타인을 자신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거나 호의를 무리한 요구로 탈바꿈하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사정 알잖아.’ 하면서 초과 업무를 시키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거나 ‘자기가 나 대신 한 번 해줘.’ 친한 척하며 자기 일을 미루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뻔뻔하고 염치없는 세태를 경험하게 되면 ‘가족’이니 ‘관계’니 하는 말들은 위험 경보가 되어버리고 그저 일과 일로 노동자와 고용자로 담백하고 깔끔한 계약 관계를 맺고 싶어진다.

그러나 깔끔하고 딱 떨어지는 비즈니스 관계가 가장 바람직한 일터의 모습은 아니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줄 것만 주고, 받을 것만 받으면 거기서 끝이 난다. 내가 더 줄 수 있어도 굳이 주지 않고, 우리가 무언가 더 좋은 걸 만들 수 있어도 굳이 만들 필요 없다. 너의 개인적 사정이나 의견, 생각 따위 알 바 없고 너는 그저 결과로 대답하면 끝이다.
나는 일에도 감히 사랑을 끌어들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고,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과 서서히 더 큰 사랑을 쌓고 싶다. 만약 서로가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약간의 갈등이나 번잡함은 생길지언정 절대로 누군가를 착취하거나 업신여길 수 없다.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사랑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나?

사랑한다면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싶어지고, 억지로 누군가에게 자신을 맞춰주는 척할 필요도 없고 피드백을 주거나 의견을 내는데도 막힘이 없다. 실패도 거부도 두렵지 않다. 진짜 사랑한다면 나 혼자 잘 살자고 수익을 독차지할 수도 없고, 개인적인 감정과 의견을 끌고 들어와 일을 망치는 것도 불가능하다. 사랑 앞에서는 그럴 수가 없다. 우리가 오래 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역량보다 더 큰 잠재력을 내게 되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용기 내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다.

현실의 제약을 넘어야 하는 일은 사랑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일도 사랑해야 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도 사랑해야 하고, 함께 하는 일상도 전부 사랑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단하고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기란 불가능하다.

위에 적은 문장이 사회생활의 맛을 덜 본 순진한 이상주의자의 힘 없는 의견으로 들릴 거란 걸 안다. 내가 겪어본 사회생활과 관계,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시스템에서 저런 태도는 호구라는 인증과 다름없으니까. 그러나 BTS의 성공도, 세상 수많은 종교의 성공도, 파나고니아가 성공한 원인도 나는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그들이 압도적으로 특별한 이유는 오로지 사랑이 본질적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나는 진정 사랑이 상징이나 감정이 아니라 모든 일과 삶에 깃들여져야 하는 본질적인 가치이자 해답이라고 강력히 믿는다. 무엇을 만들든 어떻게 일하든 사랑은 늘 최우선이다. 이미 맛본 사랑의 힘을 다른 요소로 대체할 수 없다.

사랑은 나를 살리고, 내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약해 빠지고 게으른 나를 성장하게 하는 강력한 힘이자 내가 믿는 전부이다. 그러니 사랑에 온 생을 다 바치기로 한 이생은 절대 헛되지 않다.


p.s. 본질대화태그를 만들었어요. bonjclub 입니다.
그리고 저는 스팀잇을 사랑합니다.


-2021년 4월 23일, by 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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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견해입니다.

엇 멋지다구 해주시다니💜

ㅋㅋㅋ이짤 뭐죠 왠지 멋있어
레이븐님 감사합니다

你好鸭,fgomul!

@ravenkim给您叫了一份外卖!

单身狗粮

吃饱了吗?跟我猜拳吧! 石头,剪刀,布~

如果您对我的服务满意,请不要吝啬您的点赞~

제가 이해하는 사랑의 모습이 이런 거예요. 고물님의 사랑도 그런 것인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힘 센 고물님의 글로 읽으니 더욱 기뻐요!

그날 라라님과 대화하면서도 우린 같은 걸 생각하고 있구나 격하게 느껴지요. 여전히 미약하지만 나아갈 수 있는 건 라라님을 만난 덕택이에요 😛

공과 사를 구별한다..
이런 생각을 다시하게끔만드는글 너무 잘보고갑니다:)

소중한 댓글을 놓쳤네요. 읽어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려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