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essay] 등가교환의 수선

in #kr8 years ago (edited)


오래되거나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을 수선하는 게 일종의 취미이다보니, 내가 가진 기술이나 지식의 범위 하에서 수선이 가능한 물건들에 대해서는 항상 수선을 하려고 하는 편이다. 특히 출시된 지 시간이 지난 물건의 경우 부품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고 그렇지 못한 경우도 다반사라서 향후 구하지 못할 부품이 요구된다는 생각이 들면, 구할 수 있는 경로를 가급적 모두 찾아나서게 된다.

이번에 수선한 물건은 아이폰 5s 였다. 내 기준에는 출시된지 만 4년 정도면 아직 현역으로 뛰기 충분한 물건이지만, 워낙 스마트폰 시장이 빨리 변하고 어떤 부품은 다른 부품에 비하여 수명이 짧거나 쉽게 고장이 나는 탓에, 은퇴 시점이 이르기도 하다. 이번 폰은 배터리가 문제였는데, 배터리 수명이 짧아진 것을 넘어서 이제는 전원이 연결되지 않으면 거의 켜지지 않는 상황이 되었다. 굳이 빠른 수리가 필요 없었기 때문에 부품은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nohon 배터리를 주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국내의 가격에 비해서 2/3 정도로 저렴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송 기간이 40일 정도까지 걸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종종 이 곳에서 주문하는 경우 3주 정도 걸렸던 것에 비하면 약 두 배 정도가 소요되었다.)

아이폰 5s 의 경우 홈버튼 - 터치 ID의 케이블을 끊어먹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는 이야기를 누누히 들어왔기 때문에 작업은 조심스럽게 진행되었다. 배터리 교환 키트에 포함된 공구와 함께, 원래 가지고 있었던 시계 공구를 활용하였다. 첫번째 난관은 액정 케이블과 연결된 나사 하나의 홈이 잘 파여져 있지 않아, 드라이버가 겉돈다는 것이었는데 다행히 다른 3개의 나사는 잘 맞아서 금속 뚜껑을 휘는 방식으로 해서 열 수 있었다. (물론 이후에 이 작업은 상당히 삽질로 생각되었는데, 배터리 교체에 있어서 액정 판넬의 움직임을 조금 자유롭게 해서 더 열게끔 하는 것일 뿐, 굳이 분해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사의 홈이 드라이버로 인해 긁히고 상하면 상당히 문제가 되는데, 결국 열지도 닫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한 나사 작업을 할 때에는 주의를 요한다. 나사 작업을 할 때에 나사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오히려 더 안좋을 수 있는 경우가 된다. 그래서 마음이 급하게 먹거나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억지로 돌려서는 안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 빠졌을 때에는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하게 된다. 그 중 하나는 펜치로 직접 나사를 잡고 돌리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나사를 굳이 풀어야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후자로서 해결할 수 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아이폰의 판넬에 양면 테이프로 잘 부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떼어내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특히 이런 종류의 배터리는 외부 충격이 강하게 가해지면 폭발의 위험성이 있다. 양면 테이프는 우리가 생각하는 재질이 아니라, 탄력성이 무척 좋은 고무나 합성 수지와 같은 재질로 되어 있다. (흡사 껌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테이프 자체를 살살 땡기면서 제거해주는 것이, 배터리를 직접 떼어내는 것보다 쉽다.

결국 배터리를 잘 교환하였고, 케이블을 원래대로 해놓은 다음 잘 닫는 것이 남았다. 하지만 여기서 예상치 못한 실패를 했다. 판넬을 닫을 때 윗 부분이 잘 닫히지 않았는데, 무리하게 누르다가 액정 유리가 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랫 부분이 잘 들어갔기에 굳이 다시 열고 싶지 않아서 - 왠만큼 힘을 주면 잘 닫혀지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하여 벌어진 사달이었다. 잘 닫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사실 앞선 작업에 비하면 정말로 가장 무난한 작업이었는데 (단지 귀퉁이를 잘 맞추고 견착을 잘 해서 닫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으므로...) 마무리가 엉망이 된 것이다. 미세한 유리조각이 바닥에 흩뜨려지는 것을 보며, 수선의 만족감에도 금이 갔다. 언제나 쉬운 마무리는 없음을, 마무리가 결국 전체 작업의 질을 결정할 수 있음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이 아이폰 5s는 배터리를 얻고 액정의 일부를 잃었다. 화면을 터치하거나 다른 기능들에는 이상이 없으나, 화면에 금이 많이 갔다. 임시 방편으로 화면 위에 테이프를 붙여놓아 더이상의 깨짐이나 손상을 방지하기로 했다. 하지만 무척 아쉬웠다. 어려운 케이블 작업도 모두 마칠 정도로 완벽한 형태의 수선이 가능했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탈이 났다. 어쩌면 내 마음가짐 만큼의 수선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신을 잠깐 놓은 만큼 수선의 과정이 상한 것이다. 등가교환의 수선이란 단지 수선 대상만이 무얼 얻고 무얼 잃은 것의 차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반적으로 꽤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그러나 까다롭지 않은 부분에서 외려 손상이 생겼다. 주의를 기울이는 것에는, 그리고 정석을 추구하는 것에는 과정의 난이도와는 관계가 없으며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해야한다는 다짐을 했다. 아이폰은 액정을 잃고 배터리를 얻었으며, 나는 수선에 대한 만족감을 잃었고 내가 판단하는 과정의 경중과 실제의 경중은 다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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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시네요.
폰을 수리하시다니.... 굿!!

사실 교환 정도는 그리 대단한 건 아닙니다. 잘 정리된 부품을 사서 갈아끼는 건데요 뭐ㅎ
소자 하나하나 뜯어보아 납땜 제거하고 다시 땜질 하시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초보 수준에 불과합니다 :)

굉장히 미세한 움직임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었네요. 배송에 오래 걸린 만큼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면 좋았을 텐데.. 여러모로 만족감이 반감되셨겠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을 유지하면 좋을 테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힘의 과함과 넘침이 생기게 마련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기분이 좀 상했는데, 지금은 그러러니 합니다. 오히려 다시한번 정신을 차리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적절한 휴식과 설레발에 대한 조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

중요한 작업에서는 마음을 잔잔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실수 때문에 어지럽혀지지 않도록 말이에요.

저런! 안타깝네요.

지금은 해탈했습니다. (...)

저릐 남편도 몇년째 쓰는 아이폰과 노트북을 직접 키트 및 부품을 구입해서 수리해서 씁니다. 옆에서 보기에 단지 절약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아요.^^

닫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다 되었다 싶을 때,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하지요. :)

그렇습니다. 수리/수선 과정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크게 보면 지구의 망해가는(?) 과정을 늦추고 있다는 뿌듯함도 함께 합니다.

닫을 때가 사실은 가장 위험하고 중요할 때임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전 최대한 저렴한 것을 사서 최대한 오래 쓴 다음 고장나면 버린다,는 주의가 되었습니다. 수리에는 재능이 없어서요 ㅎㅎ

최대한 오래쓰는 것만 해도 복이죠.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니까요. 수리에 재미를 붙이게 되면 더 오래 쓴다는 단점(?) 이 있습니다. 최신 기기를 쓰는 주기가 점점 늘어납니다ㅎ

화면에 금이라니...안타깝네요. 서랍속에 잠들고 있는 제4s는 앞이 아닌 뒤가 금이 가 있는데 저도 쓸 일이 생기면 수리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보다보니 익숙해졌습니다. (...) 뒷면 금이면 사실 저는 케이스를 붙이고 그냥 쓸 것 같기는 합니다. 제가 아마 기능을 우선하는 성향이라 그럴 겁니다. 물론 물건이 멀쩡해지는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에 저라면 결국 나중에라도 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4s 후면 교체가 까다로운 편은 아니네요. ㅎ

갑자기 생각난 건데, @kmlee 님이 베트남 여행중에 @qrwerq 님 같은 금손을 만나셨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하게되네요.

도구만 있다면 까다롭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지금 쓰고 있는 6s가 용량(64기가)이 부족해 노래를 넣다 뺏다 하고 있는데 나중에 4s 후면 교체하는김에...아 너무 공사(배터리 + 용량)가 커질 것 같아 이것도 상상만으로 끝을 맺어야 할 것 같아요. ㅎㅎㅎ

제가 금손은 아니고 똥손에서 살짝 진화한 동손 정도에 가깝습니다. 여행 중 스마트폰이 고장난다고 하면 사실 무척 난감할 것 같습니다. 일정을 늦추거나 포기하고서 고쳐야할지 아니면 그대로 두어야할지 말이에요. 아마 살짝 뜯어서 케이블이 빠졌는지, 부품들이 잘 견착되어 있는지 정도만 확인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지라서 아마 도구나 공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메모리 교체에 비하면, 배터리나 후면 교체는 그래도 쉬운 편에 속할 것 같습니다. 찾아보니 여러 방법이 있는데, 핫건 등으로 내장메모리를 건드려야해서 (실패할) 위험성이 높은 작업이 될 것 같네요ㅎ

으하하아핳하 똥손에서 살짝 진화한 동손이라니! 너무 웃겨요. 참고로 현웃...

으엇 ㅜㅜ 그럼 이번엔 액정에 도전하시게 되는건가요?

사실 쓰는데 엄청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아직은 보류중이긴 한데, 결국에 한번은 갈아야하지 싶습니다. 기기가 너무 오래되면 부품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워서 부품이 단종되기전에 구하거나 갈아두는 것이 핵심이 아닌가 싶습니다.ㅠㅠ

실화인가요~?
폰을 고쳐 쓰다니요..
금손으로 인정합니다~^^

고쳤다고 보기에는 그냥 단순 부품 교환에 가까워서요ㅎ 보드의 부품을 직접 갈아 끼우시는 분들에 비하면 초보 수준이긴 합니다. 동손 정도만 되면 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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