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jy의 샘이 깊은 물 - 숨바꼭질

in zzan3 years ago

img085 대문.jpg

언제나 커다랗게 들리는 문소리와 땅이 꺼지게 짚은 지팡이 소리가 할아버지의 신호였다. 할아버지께서 밤 늦게 귀가하시는 날엔 같은 통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놀라서 잠을 깨기 일쑤였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 할아버지는 지팡이로 계단을 찍어누르고 거기에 의지해 한 칸을 오르셨다. 그러자니 한 밤중에 울리는 소리는 전쟁이 난 것처럼 무서웠다고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할아버지 뿐이 아니었다. 할머니도 어지간히 목소리가 크시고 한 번 시작하면 말씀이 끝을 보기 힘들 정도였다. 그렇다보니 두 분이 함께 마실이라도 가시면 호떡집에 불났다고 하며 웃었다. 그렇게 두 분은 어딜 가나 붙어다니셨다. 마을 회관에서도 같이 않아 민화투도 치시고 식사도 하시고 시장 구경도 꼭 같이 다니셨다. 두 분은 백년해로 하지 못한 한을 안고 외롭게 사시다 중간에 만나셨다. 늦게 만나 한을 풀기라도 하시려는 듯 금슬이 좋으셔서 동네에서는 잉꼬부부라고 놀렸다.

그런 할아버지 혼자 지팡이로 땅을 찍으며 혼자 어렵게 길을 건너셨다. 혼자 택시를 타시거나 병원에 혼자 앉아계셨다. 할머니는 그런 할아버지를 찾아 매일처럼 온 동네를 다니셨고 시장에서도 전화를 해서 할아버지를 찾아 국밥이라도 드시고 같이 행복택시를 타고 돌아오셨다.

그러나 할머니의 애타는 마음도 아랑곳 없이 할아버지를 못 찾으시는 날이 점점 많아졌다. 귀가 어두우신 할아버지가 전화 벨소리도 못 들으시고 진동으로 해서 안 주머니에 넣어드려도 감각도 떨어지시니 나중에는 전화기가 몸부림을 쳐도 알지 못하시게 되셨다. 하루에도 몇 번씩 할머니가 애가타서 할아버지를 찾으러 다니셔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할아버지가 집은 안 잃어버리신다는 점이었다. 집과 돈은 아직도 분명히 알고 계시다고 하시는 할머니는 그것도 언제까지가 될지 모른다고 하시며 눈물을 훔치신다. 동네에서나 자식들도 요양원으로 모시라고 했지만 할머니는 당신 힘 자라는데까지는 같이 있는게 도리라며 더 이상 말을 못 꺼내게 하셨다.

아직 해가 퍼지기도 전인데 싸늘한 얼굴이 되어 명란젓 파는 곳을 물어보신다. 할아버지가 명란젓을 드시고 싶다고 하시는데 갑자기 어디가서 사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마트를 가르쳐드렸다. 오래 살아야 백살인데 이제 얼마나 남았다고 자시고 싶은 것 못 해드리느냐며 걸음을 떼어놓으시는 할머니도 머리는 먼저 가는데 엉치는 미처 따라가지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라도 숨바꼭질 하면 사시면 축복이라고 해야할까, 남의 일이라고 하던 일이 점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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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어느 농네나 남에 일 같지 않습니다.
제 어머니도 정신이 이리 저리 다니시고 우리 형제들도 죄다 기억들이 잡았다 놨다. ......

사는 동안 피해 갈 수 없는 일 갔습니다.
어느 날 동네에서 보이지 않게 된 어르신들은
대부분 요양원으로 모셔지는 것 같은데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족들과 떨어지는
그분들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게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들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결국 자신의 일이기에 더 도와야 합니다.

얼마 후에 닥칠 일입니다.
그런 분들 뵈면 마음이 아려요.

앞으로 점점 더 할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시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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