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엔 풀 뜯어먹는 소리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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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엔

풀  뜯  어  먹  는  소  리






공간을 감싸는 공기


비가 뭐길래 이렇게 하루 혹은 그 이상이 되는 날들의 기분을 좌우하는 것인가.

외출할 때 우산이 필요하고, 중간중간 옷과 물건들을 축축하게 만드는 분주함 때문일까. 아니면, 타닥타닥 혹은 쏴-아 하면서 하루종일 청각을 자극해서일까. 모두 다 해당되겠지만, 가장 큰 건 매일을 감싸는 이 수분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물리적인 수분감 말고. 연이어 흐르듯 쏟아져 바깥 공간을 모두 감싸는 비는 장마철이 되면 시간의 흐름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느낌이 든다. 계속 이런 날이 당분간을 계속된다는 감각이 다른 기분을 갖게한다.

요즘은 비를 보면, 오늘은 미세먼지가 씻겨나가 적어도 공기는 좀 깨끗할까..하는 마음으로 비를 쳐다본다. 설거지 후 괜히 마음이 후련한 것 처럼, 끝나지 않은 고민과 복잡한 생각도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적당히 감상적인 채로 정신을 차리게 된다.

날씨에 따라 사람의 기분은 크게 좌우되고, 그래서 다른 계절을 가진 사람들은 다른 성향과 문화를 지니기도 한다. 춥고 덥냐의 차이도 크겠지만, 하나의 날씨가 계속되느냐 4계절을 겪느냐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는 듯하다. 4계절을 모두 겪는 것을 우리나라의 장점으로 가르치는 교과서의 시선은 뭔가 갑갑하게 느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 급격하게 체온이 떨어지며 면역력과 기분이 한꺼번에 다운되는 나로서는 겨울을 살아낸다는 것이 정말 고되다.








풀 뜯어먹는 소리


'풀 뜯어먹는 소리'는 다름 아닌, 1화만에 마음을 빼앗긴 프로그램이다.

열여섯 소년농부는 농사를 공부하고 닭과 양, 소를 키운다. 걸그룹 이름은 하나도 모르면서 전국노래자랑은 열심히 보고, 좋아하는 가수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셨단다. 걸죽한 사투리가 왠지 너무 컨셉같다고 느껴지는 찰나, 부모님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더 친근해보이는 모습을 보니 납득이 된다. 꿈이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것이니 열여섯에 꿈을 이뤘다고봐도 되겠다. 할아버지한테 선물받은 염소 두 마리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바글거리는 염소떼들과 자기 소 두마리가 되었다. 새로 산 이앙기를 처음 운전하는 표정은 마치 신상 스마트폰이라도 선물받은 또래들처럼 보인다.

연예인들은 이 소년농부와 함께 몇일간 농사일을 돕는다. 예능의 짜임에 의해 흘러간다기 보다는 소년이 주도하는대로 할일이 주어진다. 어른들에게 예의를 갖추면서도 농사일에 있어서는 베테랑의 면모를 보이면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발휘한다. 아이같으면서도 아이같지 않은 면이 느껴진다.

그 모습이 묘하게 편안하게 느껴졌다. 삼시세끼를 봤을 때처럼 편안한 멍때림을 힐링이라 표현해야할까. 게다가, 삼시세끼는 어느 정도 연출된 시골살이였다면, 이건 진짜 시골의 모습이다. 지나치게 미화되지도, 폄하되지도 않은 그대로의 모습을 본다는 것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진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bgm | The Internet의 Come Over



플레이리스트는 항상 따로 모아두었다가 아티스트를 소개하며 따로 포스팅하고 싶은 욕심이지만, 오늘은 그냥 한 곡 소개해본다. 다섯명으로 구성된 미국밴드고, 시드(syd)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속해있다. 멤버들을 찾아보니, 프로듀서도 있고 랩퍼도 있다. 아는 것은 여기까지. 그냥 좋아서 소개하는 거다.

비오는 날엔 너무 쳐지는 음악도 한없이 밝은 음악도 센스없게 느껴진다. 물론 순전히 개인적 취향으로 느끼는 느낌이란 뜻이다. 그저 내가 이런 리듬과 분위기를 좋아하는 것일 뿐일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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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여기도 내일 비가 온대요.
비 오는 날 집안에 있거나 차 안에 있는 걸 좋아해요. 빗소리와 빗줄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요.
하지만 옷이 젖는 건.. ㅠ.ㅠ

저도요 ㅎㅎ 비오는날은 역시 실내 ㅎㅎ :)

음악 들으니 비 온 후 시원해진 느낌이 들어요. 잘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비가 그쳤네요 :D

P님이 무척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에요. 우리 오랜만인가요? ㅋㅋㅋ 처음엔 풀소리 같은 게 좋더니... 듣다 보니 노래에 빠져버렸어요. P님의 취향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아리송합니다. 한 번만 들으려고 했는데, 좋아서 두 번째 듣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풀 뜯어 먹는 소리는 저도 한번 보고 싶네요. 뜬금포 홍보를 응원합니다(!)

오랜만 아니에요. 전 항상 나루님을 지켜보고있습니다!!ㅋㅋㅋㅋ 풀뜯어먹는소리는 다른 무엇보다 어린나이에 자신의 길에 대한 확신과 그걸 묵묵히 해나간다는게 남달라보였어요. 그냥 꽂히는 노래를 듣습니다. ㅎㅎ

이곳도 비가 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기도 오늘은 그쳤어요. 어제는 하루종일 오더니 ㅎㅎ

날씨 영향 크게 받는 나란 여자..

저도 그러네요 ㅎㅎ

저는 비오는 날을 좋아합니다. 창에 빗물이 부딪히는 소리를 좋아하거든요.
제겐 맑은 날이 '좋은 날'이 아니라 제가 좋은 날이 '좋은 날'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오는 날은 '좋은 날' 이죠 ^^

역시감성적인트래블워커님 ㅎㅎ저도외출시 약간의 불편함만아니면 비오는날좋아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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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뜯어먹는 소리..삼시세끼 리얼버전인가요? 재밌겠당..! 이런걸 보면 왜 보고 있나 생각이 들면서도 부럽기도하고..ㅎㅎ

네 정말 딱 왜보나.. 싶은 느낌인데,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서 편안하고 재밌어요. 한번보세용 꿀잼ㅋㅋ

신기해요. 한국과 뉴질랜드의 거리는 너무나도 먼데, 한국에 비가 오면 뉴질랜드에도 비가 내려요. :-) 노래도 함께 들으니 비 오는 날의 청량한 몽상가님의 기분이 느껴지네요ㅎㅎㅎㅎ 저도 다운템포나 로파이 음악들을 좋아해요 :-) 축 처지지 않고, 별로 빠른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나름의 속도가 적당히 깨어있게 하는 기분이 마음에 들더라구요 ㅎㅎㅎㅎ

싱그러운 주말 보내자구요 몽상가님!!!!!
살롱실험도 응원 듬뿍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리듬을 너무 잘 묘사해주셨는걸요 ㅎㅎ 노동요로도 제격이고 이래저래 좋은 음악들 ㅎㅎ 응원감사해용 리리님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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