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순간] 모래를 먹어 본 적 있나요?

in #stimcity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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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를 먹어 본 적이 있나요? 날리는 흙먼지가 불가피하게 입안에 스며든 것 말고, 자신의 의지로 손으로 집어 입 안에 넣고 오도독 씹어 본 적 있나요? 언젠가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모래 먹는 사람에 대해서 방영한 적이 있다지만,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경악의 느낌은 배제하고 이야기 하고 싶어요. 형광등을 먹고 쇠를 먹는 사람과 같은 강도는 아니잖아요? 언제가 처음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모래에 관심을 갖고 재조명하게 된 것은 아베코보의 <모래여자>를 봤을 때 쯤이었을까요?

왜 어째서란 의문사는 이미 지워진 채 살기 위해 프로메테우스의 형벌처럼 뜨거운 태양 볕 아래서 모래를 파는 남자, 그리고 살기 위해 그 모래 속에서 모래와 같은 색의 몸뚱아리를 까 보이는 여자. 그 뜨겁고 메마르고 서걱거리는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서도 서걱거리며 각인되었죠. 그리고 난 모래에 몸이 파묻힌 여자이야기를 썼었어요. 그 후로 ‘모래’란 내게 꽤나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었죠. 하지만 그래서 먹기로 결심했던 것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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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모래의 참 맛을 느낀 것은 황량하고 건조한 히말라야의 고원에 위치한 라닥에서 였어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모래 바람이 휘몰아치고 모든 것을 삼킬 듯 쌕쌕거리며 어렵사리 불 붙인 담배도 대신 펴주는 그런 소용돌이 아래, 희게 반짝이던 건조하고 고운 모래를 보게 되었어요. 충동인지 호기심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한 주먹 꼭 쥐어서 바람에 모래가 날리는 모습을 천천히 보다가. 내 살점 위에 남은 몇 알갱이를 혀로 콕콕 찍어먹었죠. 서걱거림과 씁쓸함 그리고 왠지 모를 아련함이 느껴졌어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모래 먹기’가 시작되었죠. 운명이었을까 그 쯤 저는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보고 있었는데, 손으로 흙벽을 긁어먹는 레베카의 이야기가 나왔어요. 고통 때문에 흙을 먹는 레베카가 가련하기도 했지만 누구보다도 이해할 수 있었죠.

담배에 술, 담배에 커피, 보통 담배에 쓰고 맛이 강하고, 달지 않은 것들을 연결시키는데, 담배에 모래도 그 궁합이 기가 막혀요. 생각만 해도 입안이 거칠어지면서 침이 고이네요. 기력이 쇠진해지거나, 돌이키고 싶지 않은 씁쓸한 일을 저지른 다음 날, 저는 어김없이 담배에 모래를 먹었어요. 입 안 가득 넣어 아그작 아그작 그 미세한 알갱이를 씹으면서 시간이 지나가기를 괴로운 일들이 잊혀지기를 레베카처럼 바랐는지도 몰라요.

이기호의 <누구나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가정식 야채볶음흙> 이라는 단편소설에서는 마음에 둔 장님 소녀에게 흙을 먹이는 남자 이야기가 나와요.. 처음에 그는 소녀가 모래에 적응 하게 끔 야채에 흙을 섞어서 주죠. 그렇지만 그는 모래 그 자체의 맛이 더 훌륭하다고 생각하기에 나중에는 모래 만을 소녀에게 주게 되는데, 저도 그러한 생각에 동감한답니다. 야채에 흙을 섞었을 때 흙은 단지 불순물로 전락해버리고, 그 고유의 맛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죠. 그 자체로 먹었을 때 만이 진정한 모래의 참 맛! 을 느낄 수 있달까요.

처음 모래를 먹고2년 뒤, 저는 인도 고아의 팔로렘 비치의 모래를 먹었어요. 젖은 흙은 또 그만의 운치가 있지요. 좀 더 입안에 엉겨붙는 재미와, 짭쪼라한 맛을 느낄 수 있거든요. 작은 조개 껍질에 담아 다시 비닐로 감싸 보관한 팔로렘의 흙은 마치 보석처럼 고이 담아 제 가방에 한동안 있었답니다. 이따금 숨어서 먹을 것을 먹는 사람처럼 몰래 손으로 집어서 찍어 먹곤 했었죠. 여행 중에 만난 누군가는 자신이 마주친 호수, 강물 등의 모든 물을 마시며 그 맛으로 그 장소를 기억 속에 가둔다고 했어요. 그는 시체가 둥둥 떠다니는 갠지스 강의 물도, 목욕탕물 같은 암리차르 황금사원의 호숫물도 마셨다고 자랑처럼 말을 했죠. 제가 흙을 먹는 것도 그렇게 보이나요? 그렇지만 저는 그런 기억을 위한 행동은 아니에요. 제가 간 모든 곳의 흙을 먹지는 않았거든요.

몇 년 전 설악산에 가서 술에 취해 자는 친구들을 뒤로 두고 혼자 바닷가를 거닐었어요. 그리고 젖은 모래를 보니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꿀떡 넘어가며 반사적으로 손으로 모래를 찍어 입에 넣었죠. 입자가 큰 모래 알갱이들은 덜그럭 덜그럭 거리며 오랜 시간 입안에 머물러 있었어요. 삼킬 수 없어 일부를 뱉어내며, 얼굴을 찡그리고 말았죠.

그리고 다시금, 라닥의 모래를 그리워하고 말았어요.
입 안에서 꺼끌거리다 이내 녹아드는 그런 모래말이에요.

*사진은 인도, 라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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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요, 모래를 먹어본 적이없어요~그리고 하품하는 저를 라라님이 보고 있네요~

뭔 얘기인가 했더니 정말 하품하고 계시네요!!! 읔ㅋㅋㅋㅋ

어렸을때 흙먹으며 놀아봤는데 그닥 좋지않았어요~ 지금은 절대 자의적으로는 안먹어요

전 오히려 어렸을 때는 안먹었었어요. 그리고 몇년 전이 마지막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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