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87. 신청자는 없었습니다.

in #stimcity7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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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짓



네 신청자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참가자는 이미 확정되어 있었습니다. <위즈덤 레이스> 중인 라총수는 물론이요, 과거를 찾으러 서쪽으로, 바다를 거슬러 온 이오가 유럽 대륙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었고, 유럽 수도원 기행을 시작한 [스팀시티]의 영성가 피터가 글쓰기 유랑단에 합류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법사는 새로운 누군가, 그에게 예언을 전달했을 뿐입니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잔치 시간이 되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자기 종을 보내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오라고 전하였다.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으며,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청하였던 그 사람들은 하나도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_ 신약성서 누가복음 14장 16~24절

미안합니다. 니가 예수냐? 하시겠지만, 초대하였으나 거절한 이를, 두 번 초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대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무 상관 없는, 그냥 지나가다 눈팅이나 하고 있는 뭇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2019년 5월, 자신을 유럽에 데려가달라고 저에게 부탁했던, 바로 그 누군가에게 하는 말입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신청자는 없습니다.



"그 여행은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기회였는지 모릅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폐쇄된 지금 이 시점, 딱 일 년 뒤네요. 누가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까? 심지어 인류의 세계여행은 이제 끝났다 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마법사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의 삶이 폐쇄될 거라는 걸 말이죠. 글쓰기 유랑단에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생전에 마법사에게 말을 맡긴 그는 예상대로(?) 참여하지 않았고, 지금은, 다시는, 여행을 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지만, 그는 아마도 그렇게 될 것입니다. 주저와 포기의 경험이 쌓였으니까요. 이 주저와 포기의 기억이 모든 도전의 순간, 그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

핑계는 많습니다. 그러나 핑계가 쌓이도록 놓아두면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됩니다. 질식해 죽는 건 핑계가 아니라 자신입니다. 특히 사람들은 돈이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 하지만 그 돈 생기면 딴 데 쓰고 싶습니다. 자기가 번 돈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여행은 빚내서 가는 거고, 다녀와서 열심히 갚는 겁니다. 에너지를 먼저 채워야 의욕이 생기니까요. 마법사는 그놈의 돈 핑계 대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심지어 돈을 주겠다고까지 했습니다. 여행경비 1,000만원을 줄 테니까 지금 당장 떠나라고.."


그래서! 그대들이 안 하는 미친 짓, 마법사가 해 보겠습니다. 이 포스팅이 올라가고 48시간 안에, 아시아 이외의 대륙으로 여행을 떠나시는 1분께, [미친 짓 격려금]으로 여행경비 1,000만원을 쏘겠습니다.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 인천공항 출발, 마감시한 내 (포스팅 후 48시간 이내) 도착이어야 합니다. (항공권 인증)

  • 아시아 대륙은 제외합니다.

  • 도착하신 공항에서 인증샷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댓글로 달아주세요)

  • 체류 기간은 상관없지만 여행경비 1,000만원을 모두 쓰고 오셔야 합니다.

  • 선착순 1분께 드립니다.

  • 여행경비 1,000만원은 인증 확인 즉시 송금해 드립니다.

  • 지금은 5월 5일 오후 2시 35분입니다.
    시한은 5월 7일 오후 2시 35분까지입니다.

48시간!!
자, 출발합시다!

_ [멀린's 100]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 @mmerlin



이런 미친 짓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멀린은 이전에도 다른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금액을 걸고 외국에서 한달살기를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결과는 언제나 동일합니다. '신청자는 없습니다.' 문제는 돈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시간일까요? 다들 시간이 없다며 한탄스러워했습니다. 그래서 지원할 수 없다고.. 하지만 인류에게 자유롭게 여행할 시간은 2019년까지였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시간이 없다고 핑계를 대는 이들에게, 그 시간은 존재한 적이 없습니다. 그 시간은 이번 생에는 더이상 주어지지 않을 겁니다. 마음을 바꾸기 전까지는..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



"문제는 이것이 그 누군가, 그 신청자에게는 운명이 달린 일이었다는 겁니다. 그런 것이 아니고는 이 가난한 마법사에게 저따위 미션을 하라고 우주가 시킬 리 없습니다. 그때에도 그랬습니다. 누군가, 가고 싶다고 한 이가 있었는데 그는 결국 포기했고, 그리고나서 공황장애에 걸려 버렸습니다. 그 정도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운명이 바뀌는, 아니 운명을 따르는 엄청난 선택이, 바로 이 글쓰기 유랑단에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그는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에 들어서고 말았습니다."


잘하셨습니다. 귀찮았는데 잘 됐습니다. 텐트 치고 운전하고.. 피곤한 일,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그러나 내민 손은 부끄러워졌습니다. 무안해졌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운명이었으니.. 이제 그대 앞에 펼쳐질 그 일들이 참..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마법사는 천사가 아닙니다. 하필 마법사에게 부탁을 하셨으니 거절은 저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이것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운명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마법사는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 '아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지?' 생각이 든다면.. 이때를 떠올리시게 될 겁니다. 저주는 별게 아닙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길에서 내야 하는 결과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길에서 들려오는 기적 같은 이야기. 선택한 길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난관이 떠올리게 하는 후회. 뭐 그런 것들입니다.

겁주는 게 아닙니다. 협박하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선택을 하셨으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선택한 길로 달려가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힘들 겁니다. 고생스러울 겁니다. 두려울 겁니다. 그러나 혼자 가셔야 할 겁니다. 선택하셨으니 말입니다. 그 길에 마법사는 없습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신청자는 없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것 또한 그의 주체적인 선택이었을 겁니다. 사람은 누구나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댓가를 지불합니다. 그래서 다들, 이 모양으로 살고 있지 않습니까? 하지만 누군가 들은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마법사에게 말을 맡겼습니다. 지지난 생에서처럼. 마법사는 그것을 전달할 뿐입니다. 지난 생에서처럼. 전달했으니 저는 이제 되었습니다."



멀린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제안을 하고 기다리는 일은 참으로 못할 일입니다. 1분 뒤의 미래를 보는 누군가가,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는 이에게, 빨리 이리 오라고, 거기 그렇게 있다 큰일 난다고, 소리치는 마음이 이와 같을까요?


안 가도 된단다.
하지만 뒷감당은 어찌 할려고 그러니?
가면 뭐가 달라지냐고?
글쎄?
그걸 내가 알겠니?
니 인생인데..

하지만
유럽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아니면
한국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아마도
유럽에서 좋은 일이 생길지 몰라.
아니면
한국에서 나쁜 일이 생길지 몰라.

이런 얘기 하는 사람 본 적 있니?
누가 네게 이런 제안 한 적 있니?
너는 왜 이 글을 보게 된 것 같니?
그런 일이 늘 일어나는 일이니?
마법사를 만난 적이 있니?
살면서 말이야.
앞으로도 말이야.

후회하지 않으려면 가야 해.
유럽에서 생길 그 일 만나려면,
한국에서 생길 그 일 피하려면.

그런데 그런데
가장 크게 후회할 일은 말이야.
여행 이후 너의 인생 말이야.
달라져 버린 너의 인생 말이야.
달라질 뻔했던 너의 인생 말이야.
어느 게 더 후회가 될까?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너 왜 신청 안 하니?



그리고 유럽과 한국에서 그 일이 생겨나 버렸습니다. 2019년에는 아무도 상상치 못한 그 일.



"이렇게까지 강력하게 권고했던 적은 마법사 인생에서도 흔하지 않은 일이었어요. 나는 느낄 수 있었죠. 그에게 이번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고 무겁고 결정적인 선택이 될 것인지. 하지만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다른 선택을 했다고 해서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는 길의 풍경과 함께 가는 이들이 달라질 뿐. 외로울 겁니다. 이런 길을 걷도록 운명 지어진 이들은 드물거든요. 어쩌다, 아주 어쩌다 동행자 몇을 만난 건데, 그리고 기왕이면 함께 걸어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건데.. 이렇게 되었네요. 그와는 아쉽지만, 다음 생을 기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문은 닫혔다


신청자는 없습니다.
신청자는 없습니다.

청자는 새로(新) 온 자입니다. [스팀시티]에 새로 올 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총수님들과 함께 이 역사의 대업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이 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에서 그대를 초청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땅에서 그대를 호출했습니다.

청자야!
청자야!
이리 오렴!
이리 오렴!
새로운 세계로
어서 오렴!
빨리 오렴!

그러나 청자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른 삶을 선택했습니다. 정중하게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발병은 날 겁니다. 운명을 외면했으니 말이죠. 저주는 물리치셔야 할 겁니다. 마법사가 없으니 말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할 수만 있다면 정상에서 만납시다. 그러면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모로 가도 인생은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제자리걸음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신청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 제안을 끝으로 [스팀시티]의 문은 닫혔습니다. [스팀시티]는 더이상 누군가를 초청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단언을 전해 왔습니다.


[스팀시티]가 이곳에서 누군가를 초청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운명의 문은 닫혔고 [스팀시티]호의 탑승은 이제 모두 끝이 났습니다. 총수님들과 60여 명의 위즈덤 러너분들. 이제 이들이 긴 항해를 시작해 나가게 될 겁니다. 총수님들이 마침내 가라앉은 [스팀시티]를 찾게 되면 그때부터 항해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즈덤 레이스를 마친 위즈덤 러너들은 새로운 러너들을 초청하게 됩니다. 위즈덤 러너에게 [스팀시티] 시민 초청권이 주어질 테니까요. 그들도 위즈덤 레이스를 마쳐야 할 테지만요.

100권의 책, 100곡의 음악, 100편의 영화 그리고 100개의 도시..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고 그 첫 번째 완주자는 언제 나오고 누가 될까요? [스팀시티]가 뭐하나 싶으시겠지만 [스팀시티]는 위즈덤 레이스 중입니다. 비록 [스팀시티]는 가라앉았으나 위즈덤 레이스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운명을 느끼는 이들은 알아서 참여하는 겁니다. 떠먹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보상은 클 겁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겁니다. 곧 아시게 됩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신청자는 없습니다.



신청자는 없었지만, 운명을 느끼고 알아서 참여한 이들, 누가 떠먹여 주지 않아도, 이 운명을 거부할 수 없다며 유럽까지 달려 온 이들, 그들이 있었습니다. 글쓰기 유랑단은 신청자 없이 계속되었고, <위즈덤 레이스> 글쓰기 유랑단에 참여한 이들은 상상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누군가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서 들려오는 기적 같은 이야기'가 선택한 이들에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P.S.

그리고 1년 뒤 [스팀시티]의 영성가 피터는 자신의 첫 책을 내게 됩니다. 그의 첫 책의 제목은 <배낭영성>입니다. 물론 다른 참여자들의 책 역시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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