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86. 다시, 암스테르담

in #stimcity7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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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멀린 : 왜 암스테르담인가요?



대지의 어머니 : 아니요. 그건 마법사님의 선택이었죠.



멀린 : 네? 전 그저 싼 항공편을 찾다 보니..



대지의 어머니 : 그것이 운명이랍니다. 바꾸고 싶으시면 가끔 비지니스도 타셔요.



멀린 : 그런다고 운명이 달라지겠습니까? 경유 없이 비지니스를 타도 결국 암스테르담에 왔을 겁니다. 요나는 반대편으로 도망쳤지만..



대지의 어머니 : 고래 뱃속이 나을지도 모르죠. 암스테르담은 마법사님에게 아픈 곳이니까.



멀린 : 아시면서.. 그러네요. 2년 만이에요.


구약성서에 보면 신의 뜻을 거역했다가 고래 뱃속에 갇힌 요나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요나는 우리로 치면 일본 같은 나라인 원수의 도시 니느웨에 가서, 회개하고 돌이키지 않으면 심판을 받게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습니다. 그러나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이 회개하기를 원치 않았기에, 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3200km나 떨어진 정반대 편 지중해의 끝(지금의 스페인 지브롤터 인근)으로 도망치다 결국 고래 뱃속에 갇히게 됩니다. 그리고는 니느웨 인근의 해변가에 토해집니다. 뭐 어쩔 수 있겠습니까? 죽지 않으려면 신의 뜻을 따라야지요. 그럼에도 용납할 수 없었는지 요나는 꼼수를 씁니다. 사흘 길은 족히 걸릴 니느웨의 성읍을 하루 만에 주파하며, 신의 메시지를 흘리듯 전하고 미션을 얼렁뚱땅 끝내버립니다. 못 알아들은 니느웨의 사람들이 회개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이죠.

그런데 니느웨의 사람들은 귀신같이 알아듣고 전 백성이 애통하며 회개를 합니다. 그리고 구원을 얻습니다. 물론 심판도 면할 수 있었습니다.

칼 융은 '요나 컴플렉스'를 자신의 운명이나 사명을 피하려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성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는 귀찮지만 피하지 않으려고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말했으니 됐고 글로 썼으니 됐습니다. 반응은 그대들의 몫입니다. 누가 고래 뱃속에 갇힐까요?

_ [스팀시티] 글쓰기 유랑단을 모집합니다 / @mmerlin



대지의 어머니 : 박살 난 유리창을 찾으셔야죠.



멀린 : 박살 난 걸 찾아서 뭐 하겠어요. 그건 그냥 사라지게 두어야죠. 하지만 깨어진 마음은 사라질까요?



대지의 어머니 : 우리는 받아들일 뿐이에요. 누군가의 선택이었다면, 그것을 존중할 뿐이죠. 하지만 마법사님, 그것이 성장이잖아요. 성장하는 것들은 모두 박살이 나고, 깨어지고 다시 자라나는 것이죠.



멀린 : 어머니, 어머니 같은 말씀만 하시네요. 전 그저 마법사일 뿐입니다. 성장하건 말건, 깨어지건 말건, 전 그저 예언을 전할 뿐이에요. 어머니에게는, 어머니의 대지에서 일어나는 일이니 모든 것이 성장이고 상호작용이겠지만, 저는 그저 말을 전할 뿐이죠. 요나처럼..


귀찮습니다. 이제 여행은 좀 지긋지긋하기도 합니다. 순례의 여행은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이미 2년 전, 같은 코스의 순례를 떠난 경험이 있습니다. 아니 10년 전에도 순례를 떠났었고 비슷한 여정을 여러 번 가이드 해 왔습니다. 물론 인생의 여정을 말하는 겁니다. 매번 운명적이었지만, 매번 성공적이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제안조차 수도 없이 해왔지만, 운명의 그들이 매번 반응한 것은 아닙니다. 때론 뺨을 맞기도 하고 무릎을 꿇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제 인생도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이젠 그러고 싶지 않다. 그때에는 나도 초보 마법사라 열정이 가득했다.' 변명하고 싶습니다. 남의 삶에 기적을 일으킨들 돌아오는 것도 없더란 말입니다. 그러나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안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대를 초청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그대의 인생에 매우 결정적인 제안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물론 마법사 역시 더 이상 괴생물체의 습격을 받고 싶지 않아 그렇기도 합니다. 고래 뱃속에 갇히고 싶지 않아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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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어머니 : 저는 아이를 낳지 못했어요. 대신 아이들을 길렀죠. 그건 운명이었을 테니 받아들여요. 네, 저는 대지의 어머니이니까요. 하지만 마법사님은 그러지 않으셔도 되지요. 마법사님은 말을 전할 뿐이라는 걸 저도 알아요. 그런데 왜 매번 함께하시는 거죠? 요나처럼 말을 전하고 떠나시면 그만이잖아요. 암스테르담까지 오시지 않아도 됐잖아요. 그건 마법사의 의무가 아니잖아요.



멀린 : 네.. 맞아요. 저는 말을 전하면 되죠. 물론 순례자의 가이드도 마법사의 역할이에요. 하지만 제 마음이 깨어질 필요는 없죠. 오지랖이에요. 꼼수구요. 그런데 함께 걷는 이들은 마음을 나누게 되어 있어요. 마음을 닫고는 계속 함께 걸을 수가 없죠. 순례는 마음을 여는 일이에요. 타인에게 자신에게 그리고 운명에게, 마법사가 먼저 마음을 열지 않으면 누구도 가이드를 따르지 않을 겁니다. 역시 마법사에게 맡겨놓은 예언도 아무 의미가 없는 거죠.


여기는 암스테르담입니다. 몇 시간 뒤면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한국에 집이 있습니다. 아니 있을 겁니다. 아직 찾지는 못했지만.. 집을 떠나와 여행을 떠난 지 벌써 5년째입니다. 집이 없는 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방랑이고 유랑입니다. 여행은 집이 있는 사람이 떠나는 겁니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에게 여행은 정처 없는 떠돌이 생활일 뿐입니다. 집을 가지고 싶어 여행을 계속하고 있지만..

몇 평짜리 머리를 누일 공간이 있다고 집이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나를 걱정해 주고, 생각해 주고, 마음을 나누고, 함께 삶을 공유하는 사람들. 함께 기뻐하고, 함께 울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환희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집일 겁니다. 서로의 꿈에 동참하고, 응원하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뭐 그런 걸 꿈꾸는 겁니다. 공동체를, 커뮤니티를, 꿈꾸는 사람들 다 그런 걸 꿈꿉니다.

그래서 나는 2년 전 박살 난 밴드와 함께 암스테르담에 왔습니다. 그리고 타던 차의 유리창이 또 박살이 났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워낙 꽁꽁 봉해 놓았던 터라.. 지금 와 생각해 보면 차라리 뭘 좀 가져가지.. 없는 살림에도 뭐라도 좀 가져갔더라면 마음이 좀 더 나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얼마나 힘들면 차를 털려 했을까요? 뭘 좀 훔쳐서 마약을 했더라도 말입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라도 한시름 잊어야 했을까요? 그때에도 그랬습니다. 가져가지도 못할 거면서.. 왜 유리창은 박살을 내어 놓았을까.. 나의 마음도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아닙니다. 나의 마음은 이미 수많은 세월 동안 산산이 부서졌습니다. 매번 공동체를 시도하고 또 시도하며, 그들은 참 많이도 내 마음을 박살 내어 놓았습니다. 깨어진 건 물론 나뿐이 아니었겠지만..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암스테르담 / @mmerlin



대지의 어머니 : 열린 마음들은 위험하죠. 그들은 모두 하나가 된 듯 여기지만, 사실은 서로의 열린 공간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알지 못해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는 것은, 대문을 열어놓고 살아도 불안하지 않을 만한 신뢰가 동반되어야 가능하지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런 관계가 가능하겠어요? 누군가는 먼저 헤집어지고, 빼앗기고, 깨어지는 일을 경험해야죠. 그러고도 닫히지 않는 걸 확인해야 비로소 신뢰가 형성되는 것이죠.



멀린 : 그러라고 여기로 부르셨군요. 여기서 다시 깨어진 마음 그대로, 마법사의 마음을 열라고 말이죠? 그러면 누가 들어올까요? 누가 찾아올까요? 마음을 열고 말이에요.



대지의 어머니 : 그건 저는 모르죠. 하지만 마법사님이 가지고 계시다면서요. 그들의 맡겨진 말..


유리창은 투명해 보입니다. 그것은 서로가 서로의 삶을 모두 알고 있다는 착각을 줍니다. 그러나 소중하게 다루지 않으면 한순간에 깨어질 만큼 연약합니다. 세상의 모든 관계는 모두 유리 위에 놓여 있습니다. 한순간에 박살이 나고 다시 붙일 수가 없습니다. 끊어진 인연을 다시 이어봐야 너덜너덜할 뿐입니다. 조금의 충격에도 다시 박살이 나고 마는 겁니다.

그래서 매번 새로 공동체를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각조각 박살 나다 못해 다시 이어붙일 수도 없을 만큼 바스러질 때까지, 붙이고 또 붙여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원망과 상처뿐.. 그래서 자꾸 봉하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자꾸 묶고 봉하고, 함부로 열지 못하도록,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도록 경계했는지 모릅니다. 스팀잇을 시작하며 마법사는 그랬습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암스테르담 / @mmerlin



유리창



대지의 어머니 : 마법사님, 행복하셨어요?



멀린 : 네? 행복이요?



대지의 어머니 : 네, 행복이요.



멀린 : 음.. 그건.. 만일 과거로 돌아가서도 다시 같은 삶을 살겠냐고 물으시는 거라면.. 행복하지 않았다면 다른 선택을 할 테니 말이에요. 저는 다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요. 아.. 그래서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돌아왔군요.



대지의 어머니 : 네, 마법사님. 우리는 그때 행복했어요. 박살 난 유리창을 바라보는 마음은 슬펐지만, 누군가는 박살 날 유리창도 가져 본 적이 없지요. 우리는 매번 깨어지고 매번 상처 입지만, 결국 매번 다가섰던 거고 매번 마음을 나누었던 거예요. 누군가는 배신할 지언정 받아주었고, 누군가는 떠나갈지언정 함께였었죠. 그래서 하늘은 우리를 부러워해요. 하늘은 누구도, 무엇도, 만질 수 없으니까요. 언제나 바라볼 뿐. 눈물을 내려 주거나, 입김을 불어주고, 햇살을 내려줄 뿐, 함께 비를 맞고, 함께 바람 속을 거닐며, 따스한 햇살 아래 함께 누울 수 없죠. 나는 모든 이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어요. 하늘을 향해 드러누운 사람들 모두 나의 품에 안기어 쉬죠. 그건 행복이에요. 그건 우리가 삶을 반복하는 이유죠.



멀린 : 암스테르담에서 박살 난 유리창을 보며, 나는 차라리 가져가고 싶던 것을 가져가지.. 했어요. 가져가지도 못할 거면서 그들은 마음을 마구 헤집어 놓기만 했죠. 그들은 무엇을 원했던 걸까요?



대지의 어머니 : 아니요. 사람들은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요. 다만 자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자신이 존재한다는 걸 타인에게, 자신에게, 증명하려 할 뿐이죠. 유리창을 박살 낸 이들에게, 유리창은 들여다보기만 할 뿐 만질 수 없는 경계를 상징하는 거예요. 그들은 그 경계를 부수었을 뿐이에요. 마법사님에게서 무엇을 가져가려고 했던 게 아니라구요.



멀린 : 아.. 그랬군요. 내게 무엇을 원했던 게 아니군요. 그러네요. 정작 무엇을 원했던 것은 저였네요. 가져갈 것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들은 경계를 부수었군요. 만질 수 없는 유리창 너머의 진실과 진심을 만지고 싶었을 뿐이군요. 그리고 헤집어 놓았어요.



대지의 어머니 : 네. 저도 많이 헤집어지죠. 사람들은 그렇게 관심을 표현해요. 하지만 우리는 당황하죠. 악의를 품은 줄 알고, 신경이 날카로워지죠. 떠나버린 건 마법사님이에요. 그들은 오히려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런데 누가 물었습니다. 닉네임이 왜 멀린이냐고? 돌아가며 각자 왜 이름이 그 모양인지 설명하는 챌린지가 제게 돌아왔습니다. 마법사는 그간 번 돈으로 닭 사 먹고 이만 뜨려고 하던 찰나였습니다. 그런데 님들이 제게 이름을 물었습니다. 그냥 떠나도 되었을 텐데. 나는 님들에게 꽃이 되고 싶었나 봅니다.

그리고 시작되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이름을, 정체를 드러내고 말게 되자, 더 이상 마법사임을 숨기고, 나의 사명을, 나의 꿈을 외면한 채로 '그럼 이만..' 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러다 보니.. 스팀시티.. 공동체.. 커뮤니티를 또.. 시작하게 된 겁니다.

마음은 반반이었습니다. 이런 공동체.. 이런 커뮤니티.. 늘 뻔한 거니까. 또 박살 날 거니까. 마음의 반쯤은 남겨 놓았습니다. 그래야 나도 살겠으니까요. 어떻게 또 박살이 납니까.. 그렇게는 못 삽니다. 그렇게는 더 못 삽니다.

그렇게 지금까지 왔습니다. 총수님들이 선출되고,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정성을 다해 가라앉은 [스팀시티]를 찾아다니고 계시지만.. 마법사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반쯤은 마음을 남겨놓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반쯤 남겨 놓은 마음으로.. 그리고 다시 암스테르담에 오게 되었습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암스테르담 / @mmerlin



임무



멀린 : 제가 무얼 해야 하죠? 다시 돌아온 암스테르담에서 무얼 해야 하는 거죠?



대지의 어머니 : 하시던 걸 해야죠. 글쓰기 유랑단.



멀린 : 글 쓰고 걷고 여행하고 다시 글 쓰고..



대지의 어머니 : 함께.



멀린 : 잔인하시네요. 제가 얼마나 지쳐있는지 아시면서..



대지의 어머니 :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네가 성내는 것이 옳으냐 하시니라. 네가 수고도 아니하였고 재배도 아니 하였고 하룻밤에 났다가 하룻밤에 말라 버린 이 박넝쿨을 아꼈거든 하물며 이 큰 성읍 니느웨에는 좌우를 분변하지 못하는 자가 십이만여 명이요 가축도 많이 있나니 내가 어찌 아끼지 아니하겠느냐.



멀린 : 옳지요, 옳습니다. 압니다, 안다구요. 누가 있겠죠. 여기 누가 있다구요. 이 글쓰기 유랑단을 가야 할 누가 있는 거죠. 그리고 저는 말을 하면 되구요. 예언을 전하면 된단 말이죠. 그걸 누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두려워요. 두렵다구요. 또 박살이 나겠죠. 그걸 누가 뭐라 하겠어요? 누군가의 선택일 텐데. 다시 미래에서 돌아와 선택하라는 거죠? 지금? 네, 말씀드렸잖아요. 같은 선택을 할거라구요. 그게 행복이라면 행복인 거죠. 하지만 여기는 암스테르담이잖아요. 저는 이곳에서 바닥이 나 버렸다구요. 흐흑..


참 운명이란.. 어케 여기를 다시 오게 되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가난한 마법사가 가장 싼 항공권을 찾다 보니 어쩔 수 없어 그랬다지만.. 왜 하필 암스테르담이었을까요. 환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루를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직관은 [글쓰기 유랑단]에 대해 말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더 거부할 수가 없습니다. 더 미룰 수가 없습니다. 거부했다간 돌아가는 비행편이 취소될지도 모를 테니까요.

그래서 그대들을 초청하게 되었습니다. 반쯤 남겨 놓은 마음으로, 반쪽짜리 마음으로 그대들을 초청하고 있습니다. 그게 솔직한 심경입니다. 그러나 누구라도 오게 되면, 누구라도 운명의 부름에 반응하게 되면, 그래서 [스팀시티] 한 발 더 나아가게 되면.. 이제는 더 이상 반쪽짜리 마음으로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이제는 마음 반쪽 남겨 놓고 공동체, 커뮤니티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또 유리창이 박살 나고 말 테니까요. 내 마음 남은 반쪽마저 박살 나고 말 테니까요.

그래서 그때에는 물러서지 않을 겁니다. 마법사의 마음은 늘 흔적도 없이 바스러졌지만, 깨어진 조각으로라도 살겠다고, 그렇게라도 살아남겠다고 떠난 님들처럼, 그냥 떠나가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아니 박살 나게 두지는 않을 겁니다. 막고 또 막아설 겁니다. 밤을 새워서 지키고, 날이 새도록 지켜서,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될 때까지.. 그리운 나의 집 찾을 때까지.. 견뎌낼 겁니다. 지켜낼 겁니다. 집으로 향하는 여정.. 무사히 마쳐낼 겁니다.

그러니 그대도 깨어진 마음으로 오십시오. 다시 시작합시다. 괜찮습니다. 깨어지고 바스러졌어도, 녹이고 다시 녹여서 새로 만들면 됩니다. 새 마음으로 또 시작하면 됩니다. 상처는 아물고 새 살은 돋아나기 마련이니까요. [스팀시티]의 용광로에서 함께 녹아듭시다. 그리고 새로운 유리창으로, 방탄 유리창으로 다시 태어납시다. 암스테르담에서 말이죠.

여기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만납시다.
여기 암스테르담에서 다시 시작합시다.
여기 암스테르담에서 마법사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_ [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암스테르담 / @mmerlin



대지의 어머니 : 네.. 잘하셨어요. 마법사님, 그러려고 다시 돌아오신 거잖아요. 물론 지난 생에서도, 앞으로의 생에서도, 다른 생에서도, 언제나 여기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돌아오셨죠. 그리고 또 초청하셨죠. 예언을 따라.. 그리고 그 결과는 더 잘 아시잖아요. 물론 이번 생에도 같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운명은 또한 정해져 있죠. 마법사님, 저는 1980엔짜리 속옷이 홀가분하지만 행복하지 않아요. 저는 만비키 하고 있을 때가 불안해도 좋아요. 다시 깨어지겠지만, 다시 돌아가도 선택은 다르지 않을 거예요. 같은 선택을 반복해 온 나의 가족들이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매번 같은 생을 반복해도 매번 같은 우주는 아니니까.



멀린 : 암스테르담, 여기서 또다시 시작이네요. 어머니. 저를 용서하세요. 저는 마법사랍니다. 어머니처럼 품어 안을 수 없어요. 다만 같은 선택을 이번에도 할 거랍니다. 글쓰기 유랑단, 초청하고 제안할 거예요. 물론 이번에도 선택하던 이들이 선택하고, 운명인 이들이 운명을 받아들이겠지만, 거절하고 거부하는 이들에게도 다시 고할 수밖에 없어요. 다시 제안할 수밖에 없어요. 설득할 수도 애원할 수도 없어요. 그건 내 인생이, 내 삶이, 아니니까. 그러니 어머니 기다려 주세요. 대지를 갈라 우리들의 우주를 분리시키지 마시고, 이 일의 결과를 그들이 보게 될 때까지 우리를 한 우주에 묶어 주세요. 울며 이를 갈게 되더라도, 다음 생에는 조금의 변화를, 자신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그들이 글쓰기 유랑단의 결과를, [스팀시티]의 미래를 지켜볼 수 있게 도와주세요.



대지의 어머니 : 네 마법사님, 저는 어디를 가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그들 역시 외면하는 척하지만 지켜보게 될 거예요. 누가 마법사의 제안을 받아보겠어요. 누가 마법사를 그냥 지나치겠어요. 그들은 우연이라고, 해프닝이라고, 애써 무시하겠지만, 지난 생에도 그랬듯이, 이번 생에도 후회하고 다시 마법사님을 찾아오겠죠. 이번 생을 마치고, 그리고 또다시 말을 맡길 거예요. 지난 생에서처럼.. 4년마다 하루가 더해지듯, 조금씩 조금씩 흔들리겠죠. 그리고 이번 생에 만나 드디어 처음으로 선택할 이들처럼, 언젠가는 자신이 맡긴 말의 우주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합류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암스테르담에서 글쓰기 유랑단이 고해졌습니다. 멀린은 암스테르담 공항 로비에 앉아 이 모든 이야기를 받아 안고 공지를 작성했습니다.


[스팀시티] 글쓰기 유랑단을 모집합니다



그리고 신청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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