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시티 + 글쓰기 유랑단] 신청자는 없습니다.

in #stimcity2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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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습니다. 하지만 다음 기회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뭐 이따위 입에 발린 말로 그럴듯하게 마무리를 해야 하겠지만, 마법사입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누구든지 너희를 영접도 아니하고 너희 말을 듣지도 아니하거든 그 집이나 성에서 나가 너희 발의 먼지를 떨어버리라.

_ 신약성서 마태복음 10장 14절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려고 닭이나 처먹고 떠나려 했건만, 어쩌다 시작한 [스팀시티], 손 번쩍 든 총수님들 때문에 이렇게 딱 붙들려서 도망도 못 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큰 잔치를 준비하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였다. 잔치 시간이 되자 초대받은 사람들에게 자기 종을 보내어 준비가 다 되었으니 어서 오라고 전하였다.

그러나 초대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못 간다는 핑계를 대었다. 첫째 사람은 '내가 밭을 샀으니 거기 가봐야 하겠소. 미안하오.' 하였고, 둘째 사람은 '나는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부려보러 가는 길이오. 미안하오.' 하였으며, 또 한 사람은 '내가 지금 막 장가들었는데 어떻게 갈 수가 있겠소?' 하고 말하였다.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청하였던 그 사람들은 하나도 내 잔치를 맛보지 못하리라 하였다 하시니라.

_ 신약성서 누가복음 14장 16~24절



미안합니다. 니가 예수냐? 하시겠지만, 초대하였으나 거절한 이를, 두 번 초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대에게 하는 말입니다. 아무 상관없는, 그냥 지나가다 눈팅이나 하고 있는 뭇사람들에게 하는 말이 아닙니다. 2019년 5월, 자신을 유럽에 데려가달라고 저에게 부탁했던, 바로 그 누군가에게 하는 말입니다.



잘하셨습니다. 귀찮았는데 잘 됐습니다. 텐트 치고 운전하고.. 피곤한 일, 안 해도 되니 좋습니다. 그러나 내민 손은 부끄러워졌습니다. 무안해졌습니다. 아닙니다. 그것은 운명이었으니.. 이제 그대 앞에 펼쳐질 그 일들이 참..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마법사는 천사가 아닙니다. 하필 마법사에게 부탁을 하셨으니 거절은 저주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부터 일어나는 일은 모두 이것 때문입니다.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운명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제안을 거절했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마법사는 알지 못하지만, 언젠가 '아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지?' 생각이 든다면.. 이때를 떠올리시게 될 겁니다. 저주는 별게 아닙니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 그렇기 때문에 선택한 길에서 내야 하는 결과에 대한 압박감. 그리고 선택하지 않은 길에서 들려오는 기적 같은 이야기. 선택한 길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난관이 떠올리게 하는 후회. 뭐 그런 것들입니다.



겁주는 게 아닙니다. 협박하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선택을 하셨으니, 뒤도 돌아보지 말고 선택한 길로 달려가라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힘들 겁니다. 고생스러울 겁니다. 두려울 겁니다. 그러나 혼자 가셔야 할 겁니다. 선택하셨으니 말입니다. 그 길에 마법사는 없습니다.



선택한 이들이 있습니다. [스팀시티]의 총수님들 말이죠. 왜 그러셨는지 모르겠지만.. 마법사의 제안을 이렇게 덥석 받아들인 흔치 않은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말이죠. 그렇다고 뭔가 막 기적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기 시간들여서, 자기 돈 들여서 지구 일주를 하고 있습니다. 돈이 똑떨어져 숙소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밤을 지새우고, 12시간씩 등받이도 젖혀 지지 않는 버스를 타고 대륙을 횡단하며 (아, 그것은 24시간의 비행보다는 그래도 나은 것이었을 겁니다.) 초가삼간을 다 태운다는 빈대의 공격에 잠을 못 이루어도, 여정을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는 총수님은, 시간이 남아 돌고 돈이 남아 돌아서 이걸 하고 계시는 건 아닐 겁니다. 만만치 않은 돈을 들여서, 사비로다, 조회수도 많이 나오지 않는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총수님은, 돈 많고 한가한 관심 종자여서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닐 겁니다. 수억 소송에 시달리며 돈과 시간이 모가지를 바짝 조여오는데도, 사업 10년 차에 심사를 해도 모자랄 판에, 덜덜 떨며 제주도까지 달려가 PT를 해내신, 그래서 사업을 따내신 총수님은 '내가 이 나이에..' 하신 건 아닐 겁니다.



그렇습니다. 마법사는 이들에게 붙들려 있습니다. 볼모로 붙들려 있습니다. [스팀시티]의 '총수님을 찾습니다'를 시작할 때에도 아무런 기대가 없었습니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결과를 예상했습니다. '신청자는 없습니다.' 그러나 신청자는 있었습니다.



부탁입니다. 하실 수 있다면 이분들 말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법사는 아무것도 못하고 이분들 덕분에 꼬박 [스팀시티]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락장에 다들 파워다운하고 사라지고 있건만, 마법사는 그 장기인 휘리릭~도 못하고 아직도 이 구린 스팀잇 담벼락에 글을 써대고 있습니다. 초청질을 해대고 있습니다. 다 이분들 때문입니다. 이분들 때문에 우주가 지구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그냥 사라져 버릴 뻔했던 [스팀시티]의 평행우주가 우리의 현실 속으로 진입해 들어오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분들 어케 좀 포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시키지도 않았는 데 꾸역꾸역 잘도 뭔가를 해가고 있습니다. 아, 이쯤이면 이 핑계로다가 포기시켜야지 하고 있으면, 기가 막히게 어떻게 알고 또 한 발을 내딛습니다. 아 이 인간들...



그러다 그러다 [스팀시티] 많이도 와버렸습니다. 벌써 지구의 반바퀴를 돌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제주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 이 일을 어쩝니까? 우리는 정말 인류사에 남을 결전을 실행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거대 포탈들과의 일전 말이죠.


신청자는 없습니다.
신청자는 없습니다.



청자는 새로(新) 온 자입니다. [스팀시티]에 새로 올 자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총수님들과 함께 이 역사의 대업에 한 획을 그을 만한 이 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에서 그대를 초청했습니다. 지구에서 가장 낮은 땅에서 그대를 호출했습니다.


청자야!
청자야!
이리 오렴!
이리 오렴!
새로운 세계로
어서 오렴!
빨리 오렴!



그러나 청자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른 삶을 선택했습니다. 정중하게 보내드립니다. 하지만 발병은 날 겁니다. 운명을 외면했으니 말이죠. 저주는 물리치셔야 할 겁니다. 마법사가 없으니 말이죠. 그러나 그럼에도 할 수만 있다면 정상에서 만납시다. 그러면 억울하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모로 가도 인생은 다 정해져 있으니까요. 제자리 걸음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죠.



[스팀시티]가 이곳에서 누군가를 초청하는 일은 이제 없을 겁니다. 운명의 문은 닫혔고 [스팀시티]호의 탑승은 이제 모두 끝이 났습니다. 총수님들과 60여 명의 위즈덤 러너분들. 이제 이들이 긴 항해를 시작해 나가게 될 겁니다. 총수님들이 마침내 가라앉은 [스팀시티]를 찾게 되면 그때부터 항해는 시작됩니다. 그리고 위즈덤 레이스를 마친 위즈덤 러너들은 새로운 러너들을 초청하게 됩니다. 위즈덤 러너에게 [스팀시티] 시민 초청권이 주어질 테니까요. 그들도 위즈덤 레이스를 마쳐야 할 테지만요.



100권의 책, 100곡의 음악, 100편의 영화 그리고 100개의 도시.. 얼마나 걸릴까요? 그리고 그 첫 번째 완주자는 언제 나오고 누가 될까요? [스팀시티]가 뭐하나 싶으시겠지만 [스팀시티]는 위즈덤 레이스 중입니다. 비록 [스팀시티]는 가라앉았으나 위즈덤 레이스는 멈춘 적이 없습니다. 운명을 느끼는 이들은 알아서 참여하는 겁니다. 떠먹여 주지 않습니다. 대신 보상은 클 겁니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겁니다. 곧 아시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스팀시티]는 Keep going 중입니다.

그리고 신청하지 않은 그대! 발병이나 나십쇼!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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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글쓰기 유랑단 모집 글을 보니 상상만 해도 즐거운 프로젝트인데 성사되지 못해서 아쉽겠네요. 언제, 어떻게 시작될지 모를 또 다른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저도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해외는 가본적이 없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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