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說 스팀시티 영웅전] 25. 이제까지 해 왔던 모든 일의 방식과 사고 패턴을 넘어, 한 단계 성장하고 업그레이드되기를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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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대를 수락합니다


어느 날 마법에 걸렸습니다. 사실 마법사 멀린님의 글이 어떻게 제 눈에 띄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멀린님을 팔로했던 건 아니니 제가 팔로했던 분들 중 어느 분이 리스팀을 하신거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스스르 글이 떠올랐습니다. 신기한, 아니 기이한 경험입니다. 무슨 일이 저에게 일어난걸까요. 마법사 멀린님과 함께 한 지난 20여 일간을 복기해보고 있자니 뭔가 묘한 기시감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이제 마법사와의 계약을 이행하려고 합니다. 계약은 단순합니다. 저의 마법 여행에서 얻게 될 마법의 코인 중 10%를 마법사의 다음 미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 계약을 영원히 보증하기 위해 1스팀을 마법사 멀린의 계정으로 송금합니다. 송금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이 마법이 실현되라는 의미로 이번 여행의 중요한 도구인 모이또 앱을 이용해서 보내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마법하세요~!

_ [스팀시티] 마법에 걸린 어느 날, / 조총수


처음 마법사님의 생각을 전해 들었을 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라 사실 많이 당황했습니다. 마법에 걸렸다는 표현이 딱 맞을 수도 있겠네요. 다 듣고 나니까 얼굴이 시뻘게지고, 이마에서는 막 열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먼 미래에나 가능한 공상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인간의 모든 상상은 이미 경험한 것에 대한 기억이라는 그 말을 믿거든요. '생각해볼게요'라고 대답은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렇게 첫 번째 만남이 마무리되었지요. 하지만 구체적인 그림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져서 잠도 못 자고 매일 밤 심장이 바운스 바운스 했습니다. 먼 미래까지 가지 않아도, 지금 하면 되는 일,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선뜻 나설 수는 없었어요. 이건 나 혼자 재밌으려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래도 용기를 냈던 것은, 스팀잇이라는 공간에서 수많은 가능성과 꿈들이 눈앞에 현실로 나타나는 과정을, 그 결과물들을 우리가 함께 지켜봐 왔고, 그 모든 것들이 이 꿈의 근거가 되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생각했던 대로 일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지라도 그 모든 시도와 과정이 이미 아주 큰 의미가 있을 거라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저는 원래 김칫국 마시기를 즐겨합니다. 이 김칫국도 즐겁게 마실 겁니다. 떡 줄 사람이 많거든요. 아주 맛있는 김칫국일 테니, 떡 줄 사람이 없다 해도 괜찮을 거예요.

'총수'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 때문에 지금도 '내가? 과연?'이라고 몇 번이나 스스로 되묻게 되지만, 그 무게에 짓눌리지는 않을게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그리고 지금 이곳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하나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꿈은 아주 힘이 세거든요.

_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마저 쉬고, 하나 둘 셋 넷 / 라총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새로운 우주를 경험하는 일입니다. 우리는 저마다 제각각의 우주를 경험해 왔고 그 경험은 사람의 말과 글, 정서와 태도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그러므로 만남은 빅뱅! 거대한 충돌과 같은 일이지요. 온라인의 만남이 거리를 두고 스쳐 지나가는 궤도비행이라면, 오프라인에서의 만남, 게다가 일종의 도원결의는 충돌 그 자체입니다. 부서지거나 융합하거나 아니면 계를 이루거나. 우리의 만남은 [스팀시티]의 계를 이룰 수 있을까요? 태양계, 은하계처럼 우리는 하나의 궤를 이루어 우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마법사는 태양이 아니니, 각 총수들은 태양이 되어 행성들을 끌어당겨야 합니다. 그 인력引力은 각자가 살아온 인생의 여정에서 충분한 자력을 가지게 되었겠죠. 그것을 실험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 에너지의 자장을 검증할 일이 남아 있었습니다."



권한과 책임



DPoS의 시스템에서 시도되는 총수체제는 어떠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일까요? 모든 권한을 갖고 또한 모든 책임을 지는.. 잘하면 선정善政이요, 못하면 독재가 되는 이 시스템을 우리는 너무도 많이 겪어 왔습니다. 이 시스템은 욕할 대상이 명확합니다. 책임지는 주체는 하나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위임된 권한의 대의제는 욕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의원들이라 불리며 싸잡아서 욕을 먹지만, 실상은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게다가 돌려가며, 물려줘 가며 자리를 종속지배하니, 말 그대로 왕보다 못한 권력입니다. 생각해 봅시다. 나라 전체를 가진 왕은 모든 책임 또한 왕의 탓이 됩니다. 비가 안 내려도 왕의 탓, 비가 너무 와도 왕의 탓, 심지어 이집트의 왕은 가뭄이 들면 나일강 제방에 서서 비가 올 때까지 자위를 해야 했다고 하니 극한 직업이 따로 없습니다. 한반도의 왕은 또한 어떻습니까? 사사건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왕비와의 동침의 시간, 체위의 각도까지 통제를 받아야 합니다. 왕 신세가 죄수 신세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군과 폭군은 모두 그 압력을 이겨내는 강한 자입니다. 사람들의 눈치와 아니되옵니다를 뚫고, 심지어 매 끼니 암살의 공포를 감당하며 숟가락을 들어야 하는, 그들은 참으로 엄청난 담력과 에너지의 소유자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최적화된 시스템을 찾아가는 것을 진화의 과정이라고 하면, 스팀잇은 아직 석기시대에 불과합니다. 돌도끼 들고 무차별 다운보팅을 해대도 누가 나서서 정리하는 자가 없으니, 이때에 등장할 존재는 강력한 중앙집중적 권력이 아니겠습니까? 그게 고래든, 증인이든, 네드든, 저스틴이든 말입니다. 그런 권력에게 몇 번 털리고 나면 그 땅이 초토화되거나, 살아남은 개미들이 연대하여 무언가 방법을 찾아내겠지요.


"모든 권한을 가졌다는 말은 아무것도 갖지 못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모든 권한에는 모든 책임이 따르니까요. 모든 것을 가진 왕은 그래서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신이 무엇을 가졌을까요? 신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은 무無이거나 전체입니다. 소유는 비교 대상이 없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진화는 편을 나누는 것입니다. 음과 양, 빛과 어두움으로 나누어 경쟁하는 겁니다. 모든 권한을 가진 존재는 빛도 어두움도 아닙니다. 음도 양도 아닙니다. 그것은 그냥 無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나 어둠에 대항하는 빛은 無가 아닙니다. 분리된 자신이 뚜렷하니까요. 어둠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뚜렷이 인식할 수 있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스팀잇의 초기 시스템은 無와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어둠에 대항하는 상대가 없으니까요. 고래에 대항하는 무엇? 그게 대항이나 된답니까? 존재를 뚜렷하게 하려면 반대편에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데, DPoS 시스템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은 위임된 권한이 아닌 강력한 중앙집중적 권력을 세우는 일입니다. 그래서 투표도 아닌 추대의 방식을 선택했고, 누구의 추인도 없이, 스파와 명성도 없는 2인의 총수를 세운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는 책임지고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존재를 부각시키는 일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게 자신 있을 사람이 있겠습니까? 유력한 누군가들이, 대단한 무엇을 지원해 주어도 시원찮을 판에, 선언만 있을 뿐인 총수라는 자리를 누가 맡으려 하겠습니까?"



괴물을 잡으려고 괴물이 되는 일은 어리석습니다. 스팀잇의 진화과정은 스팀잇의 시스템과 반하는 방식이 등장할 때 시동이 걸리는 것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존재하는 일은 아류를 만드는 일일 뿐입니다. 그래서 건강한 사회에는 서로 다른 목소리가 존재해야 하고, 시끄러운 공동체가 발전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00여 일 간, 마법사가 지켜본 스팀잇 커뮤니티의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커뮤니티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방식으로 대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기록하는 이 시점에 스팀잇은 진화했습니다. 트론의 저스틴이 스팀잇의 총수로 등극했기 때문이죠. 덕분에 적폐라고 여겨지던 구증인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커뮤니티는 둘로 갈라졌습니다. 스티미언들의 자산은 두 배가 되었죠. DPoS 시스템의 오랜 적폐를 해결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왕이었어요. 그는 책임(스팀의 자산 인수)을 짊어졌고 권한을 행사(증인 교체와 계좌동결)했죠. 반란이 일었고 커뮤니티는 분기되었어요. 각각의 잘잘못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컨센서스는 누구도 확보하지 못했으니까요. 그저 행위가 발생하고 충돌이 일어났고 그에 따라 빅뱅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커뮤니티의 자산과 외형은 증가했죠. 이게 진화의 매커니즘이에요. 우리는 서로 착하기를 바라지만 착한 세상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그건 착한 게 아니라 무기력無氣力한 거에요. 기력氣力에는 갈등이 생겨나고 갈등은 에너지를 증폭시킵니다. 그러므로 위임증명의 커뮤니티에 왕의 귀환(?)은 갈등을 수면위로 끌어올리고 커뮤니티를 분화시키며 자산을 확대했어요. 반대로 독재 시스템에는 연대로 맞서야겠죠. 독재에 맞서는 독재는 자리바꿈에 불과하니까. 연대가 아니고서는 전복이 일어나지 않죠.

다만 아쉬운 것은 성숙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는가 하는 점이죠. 방관자들만 즐비했던 커뮤니티의 주인은 구증인들이었고, 침입자는 저스틴이었죠. 행성 충돌로 서로 에너지를 얻은 두 개의 계가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에너지의 파장을 감당하지 못하는 계는 산산조각 날테고, 에너지를 동력으로 변화시키는 계는 진화하겠죠."



업그레이드되기를



책임을 지고 권한을 행사하는 일, 그것은 쉬워 보여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사람들은 권한 이상의 책임을 요구하고, 행사하는 이는 책임을 넘어서는 권한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간극의 사이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에너지가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총수는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권한을 획득하기 위해 책임을 감당해야 하고, 그것으로 커뮤니티에 자신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것은 실제적이어야 하고 지속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견뎌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누가 총수를 지원하겠어요. 둘 중의 하나입니다. 허세에 쩔어 자기가 뭐나 된 줄 아는 허풍쟁이거나, 진짜로 무언가를 가진 준비된 영웅. 멍석 깔아준다고 나설 수 있는 이도 흔치 않습니다. 몸이 움찔움찔하고 엉덩이가 들썩들썩하다가, 애써 누른 마음이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게 만드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얼떨결에, 나도 모르게 덜커덕, 어떤 자리를 맡고 난 뒤 알지 못했던 능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도 하니까요.

이 시점에 총수의 추대는 도박 같은 일이었어요. 마법사와 두 명의 총수 모두, 어설프게 나섰다 망신만 당하고 뒤돌아설, 섣부른 시도가 될 수 있는 일이었죠. 선언한 마법사는 이미 그 시점을 지났다 치고, 두 명의 총수들은 거부하거나, 외면해도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마법에 걸린 두 사람은 그것을 받아들였어요."



일면식도 없는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이제는 도박 같은 시간을 지나가야 합니다. 척하면 척하고 서로 알아들을지, 사사건건 제동이 걸리고 갈등하게 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운명의 부름에 응답한 두 명의 총수가 세워졌고, 그것으로 [스팀시티]는 대장정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다음 기회에.. 했더라면 그냥 해프닝으로 끝났을 일을, 두 명의 총수는 현실로 고정시켜 버렸습니다.



마법사는 총수추대를 앞두고 타로 카드를 뽑아 보았습니다. 마법사에게 현현한 [스팀시티]의 무의식이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 타로카드의 첫번째 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었습니다.


내적 각성을 상징하며 한 단계 성장하고 업그레이드되는 카드.. 준비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소식

이 일은 진일보 되어 있습니다. 준비된 사람만이 이 소식을 들을 수 있고, 그는 내적 각성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해야 하고 업그레이드되어야 합니다. 이 일은 준비된 개인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해 왔던 모든 일의 방식과 사고 패턴을 넘어, 한 단계 성장하고 업그레이드되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이 시작 단계의 구체적인 성과물이 되어 줄 겁니다.

_[스팀방송국 (11)] 우주는 무어라 말하는가? / @mmerlin


" 우주는 '이제까지 해 왔던 모든 일의 방식과 사고 패턴을 넘어, 한 단계 성장하고 업그레이드되기를 요구' 했어요. [스팀시티]는 총수들에게 매우 강력하게 업그레이드되기를 요구했습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쉬지 않고 전력질주하지 않으면 따라 붙을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게 총수들을 다루어 온 것이 [스팀시티]의 요구였습니다. 영웅의 자리는 특별합니다. 아무나 할 수 있다면 영웅이 아니겠지요. 그러므로 업그레이드의 수준 역시, 인간적인 그것으로는 따라 갈 수 없는 가혹한 것들이었습니다. 이 시점의 총수들, 그것까지 예상하고 있었을까요? 자신 앞에 어떤 기회들이, 어떤 시험들이 놓여있는지 알았더라도 선택했을까요?"


"제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라다크에서 카페를 연 과정을 엮어서 책으로 냈는데, 그 책을 읽은 어떤 다큐멘터리 제작사에서, 내년에도 카페를 하면 그걸 찍어서 다큐로 만들고 싶다고 제안을 해왔어요. 저는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이렇게 얼굴을 팔고 이런다는 것을 생각도 못 했던 터라, 어유~ 절대 못 한다고 거절했죠. 근대 그 일을 제가 몇 년 뒤에 후회한 적이 있어요. 그때 했으면, 그게 얼마나 나에게 큰 추억이 됐을까? 그런 욕심이 들어 뒤늦게 후회한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 일이 떠올랐죠. 몇 번, 제가 어떤, 저의 그런 두려움 혹은 걱정으로 거절했던 몇 가지 일들이 같이 떠오르면서.. 제가 원래 후회를 잘 안 하는데, 그 몇 가지 사건에 대해서 되게 후회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마법사님의 제안을 받고 아, 이거를 안 하면 분명 후회할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빠른 시간 안에 다시 후회할 거란 생각이 들었죠. 여전히 계속 두렵지만, 이건 해야 할 것이라고, 그 목소리를 이제 듣지 않으면 안 된다고.."

_ 라총수, 총수추대식 소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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