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이즘] 스팀잇에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in #stimcit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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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 졸, 소설쓰기를 따로 배운 적은 없고, 필사도 안 해 봤음. 삼성전자 때려치우고 독립 출판 강좌를 듣고는 텀블벅에서 펀딩. 100만원 목표금액의 18배 1,800만원 모금. 종합베스트 셀러 1위. 판매부수 30만 부, 290쇄 인쇄.



1,

'대단하잖니? 너도 할 수 있다니까.' 이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들은 '에이~ 삼성전자 출신이라잖아.'하고 도망간다. 자기하고는 출신부터가 다르다고. 글쓰기랑 삼성전자랑 무슨 상관이람. 하지만 그런 얘기는 씨알도 안 먹힌다. 대책 없는 호언장담보다 무서운 건 밑도 끝도 없는 낮은 자존감이다.


이 작가는 부산대 재료공학과를 나와 삼성전자 엔지니어로 입사해 반도체 생산 설비 관리를 담당했다.

_ 그만둔 회사가 삼성전자다.

“그때는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퇴사하기 전까지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많은데, ‘지금이라도 다시 다닌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단 한 번도 안 들었다. 그만두고 나니까 그제야 ‘다니면서 할걸’ 후회했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2,

남다르긴 하다. 아무나 삼성전자 때려치는 건 아니니까.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니. 그러나 글쓰기 역시 아무나 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를 때려치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기도 하다. 다니면서 할 걸 후회했다고? 아서라, '내가 회사만 아니면, 애만 아니면, 가족만 아니면, 부모님만 아니면..' 핑계가 산더미인데 글을 썼겠나? 본인 말처럼 뭔가에 홀렸으니 된 거지. 그러나 작가가 남다른 건 이게 아니다.


_ 이렇게 잘될 걸 예상했나.

“전혀. 처음에는 ‘문피아’에 웹 소설을 연재했다. 10여 편 올렸는데 가장 많은 조회 수가 ’15′였다. 댓글도 없었다. 안되겠다 싶어 3D 프린터를 구입해, 쿠키 틀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파는 사업을 내 오피스텔에서 시작했다. 텀블벅 펀딩은 책 만들어 내 책장에라도 꽂으려고 했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3,

마법사 글의 조회수, 보팅수랑 비슷하구나. 마법사도 오피스텔부터 하나 얻어야 겠다. 빈 책장에라도 꽂으려고 시작한 텀블벅에서 1800%라는 대박이 터졌다. 이런, 마법사는 20% 달성으로 펀딩에 실패해버렸는데. 역시 같은 조회수가 아니었어. 이쯤에서 또 도망가고 싶겠지? '에이, 텀블벅에서부터 싹수가 보였네.' 과연 그럴까?


_ 기성 출판사(팩토리나인)에서 다시 책을 출간했다. 종이책 아닌 전자책으로.

“좋게 봐주셨다는 리뷰가 많아지니까 정식 출판을 안 한 게 아쉽더라. 다시 책을 내보고자 여러 출판사에 투고했는데, 팩토리나인에서 연락이 왔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4,

펀딩을 1800% 초과달성 했는데 이쯤 되면 막 유명 출판사에서 출간제의가 쏟아질 것 같지? 에라이~ 세상이 얼마나 멍청한지 아니? 작품을 알아본 출판사는 유명 출판사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일단 실험 삼아 전자책으로 내보자는 제안이었다. 정식 출간도 아니고.

“소설은 문단에 데뷔하지 않으면 판매가 쉽지 않다. 종이책으로 출간하기는 조심스러워서 전자책을 낸 다음 독자 반응을 보고자 했다.” 출판사 담당자는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마법사라면 아마 '냉큼 꺼지쇼!' 했을 거다. 내 글을 뭘로 보고. 3일 만에 리디북스 1위에 올랐다.



5,

무명작가의 첫 소설이다. 문단에 데뷔한 것도 아니고 조회수는 '15'가 최고였다. 물론 펀딩에서 대박을 터뜨리긴 했지만, 그의 운은 거기까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다. 대부분 그랬을 것이다. 누가 이어질 행운을 기대했을까? 운이 좋았던 것은 작가보다 출판사다. 게다가 전자책을 제안했을 뿐인데.

운칠기삼으로 읽자면 출판사의 운이 대박이었나 보다. 작가의 인세도 적지는 않지만 이대로 밀리언셀러로 자연스레 등극할 출판사의 수입은 정말. 출판사가 한 일은 소홀히 지나치지 않았을 뿐. 그것 아니었는가? 아, 물론 이 출판사도 그간 수많은 원고에 퇴짜를 놓았을 것이다. 궁합과 운때가 맞았다고 얘기하면 더 할 말은 없다.


_ 만국의 직장인들이 오늘도 퇴사하고 꿈 찾아 나서기를 소망한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퇴사 안 했어도 (책이) 잘됐을 수도 있다. 내 이야기가 ‘저 사람은 퇴사하고 모든 걸 다 걸었으니까 된 거야’ 이렇게 와전되지 않았으면 한다. 나도 이제 겨우 책 한 권 낸 작가고, 시작이며, 이게 다일 수도 있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6,

이런 얘기는 잘된 사람의 못된 얘기다. 삼성전자 현직 직원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라. 인사고과에 뭐라고 적힐까? 게다가 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삼성전자가 아닌가? 본인이 오피스텔 책장에 꽂을 생각으로 만든 책이라며. 그것, 그 상황, 그 빈 책장이 불러일으킨 에너지를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는 사소한 것에서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나게 되니. 그리고 저 작가는 퇴사하고 모든 걸 다 걸어놓구선 아닌 척하고 있다. 봐라.


_ 그만둔다고 할 때 부모님 반응은 어땠나?

“말 안 하고 그만둔 거라서(웃음)···. ‘아휴, 쟤가 왜 저러나’ 이런 정도? 오히려 남자 친구한테 미안했다. 결혼 승낙받으러 갈 때 비전 있는 사람으로 보이면 좋겠는데, 거기서 내 꿈이 뭐고 그런 걸 구구절절 말할 수도 없고. 왜, 사족이 길면 못난 사람 같지 않은가.”

이 작가는 지난해 9월 결혼했다. 결혼식 당일 교보문고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소설 부문 판매 1위에 올랐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결혼을 건 거다. 부모님의 자랑을 꺾었다. 체면과 연봉은 당연하고. 그런데 '재생관財生官' 했는지 결혼하는 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자기만 잘나 된 게 아니다. 운으로 보자면 결혼도 운이었고. 그런데 그런 결혼을 걸고 삼성전자라는 명패를 내던졌다. 자연은 진공상태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지? 버리고 채워진 거다. 게다가 원하는 형태로. 그걸 하찮게 여기면 다음은 없다. 그러나 이 작가가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자신에 대한 평가는 엉망이어도 태도는 굳이다.


_ 꿈 백화점을 소재로 삼은 계기가 있나.

“꿈은 매일 꾸는 건데 아무도 아는 바가 없다. 신기하다고 하면서도 이상하게 무관심하다. 어릴 때는 뭔가 꿈에 얽힌 비밀이 있는데 다들 나만 빼놓고 쉬쉬한다고 생각했다. 이 비밀에 대해 쓰고 싶었다. 수능 치고 나서부터 내 첫 소설의 소재는 꿈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인셉션’ 이 나오고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도 나오고(웃음)···. ‘계속 미루면 누군가 써 버리겠구나’ 하는 초조한 생각에 얼른 쓰기 시작했다. 속도가 느려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전세 자금 대출 빌린 게 있어서 참았다. 그거 다 갚는 날 그만뒀다.”

_ 독자들 반응이 좋았다.

“텀블벅에 구매자와 판매자가 소통할 수 있는 게시판이 있다. 보통은 배송이 잘못됐거나, 책 귀퉁이가 찢어졌을 때 사용하는데, 책을 받은 사람들이 여기에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후기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금도 기억 나는 게, 고등학생 독자가 학교에 책을 가져갔다가 쉬는 시간 오기만을 기다리며 읽었다는 거다. 책 읽기를 안 좋아하는데, 페이지 줄어드는 게 아쉬워서 아껴가며 읽었다고 했다. 이 후기를 읽고 울었다. 돈 주고 내 책을 사서 본 사람의 첫 반응이었다.”

_ 공모전이나 신춘문예에 도전할 생각은 안 했나?

“내가 쓰는 장르(판타지)를 좋아하지만, 상 받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노력하면 상 받을 수 있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버틸 힘이 없었다. 상 받으려고 몇 년을 도전하고 기다리지 않나. 왜 떨어졌는지 말도 안 해주시는데(웃음). 자꾸 우울하기만 하고, 글은 점점 못 쓰고···. 악순환이 될 것 같았다.”

_ 대학 때 습작도 해본 적 없나.

“없다. 대신 재밌는 작품이면 만화책부터 드라마 대본집까지 가리지 않고 보면서, 내 방식대로 재미 분석을 했다. 캐릭터 이름이 언제부터 외워지는지, 두 줄짜리 문장이 몇 초 안에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수백 작품을 분석했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나 혼자 재밌어서 했다.”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7,

좋아하는 그것을 꾸준히 계속했다. 그리고 조바심이 났다. 누가 나보다 먼저 할 것 같아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심리 패턴이다. 쓸데없는 타이틀(문학상)을 쫓느니 그 시간에 가리지 않고 읽고 자기 방식대로 분석했다. 그런 노트가 20권이 넘는다더라. 무엇보다 자기 글을 대하는 독자의 감정을 소중하게 여겼다. 넌 누구의 댓글에 울어 본 적이 있는가?



8,

[도서출판 춘자]의 첫 책을 출간할 즈음에 이 책도 나왔다. 이미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었다. 당시 작가의 사연을 접하고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런 책이 스팀잇을 통해 나왔다면.' 그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이다. 텀블벅 역시 제작비 조달이 어려운 영화인들 몇이 코딩을 배워가며 만들었다더라. 작가가 이 작품을 스팀잇에 연재했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조회수는 여전히 '15'였을 것이다. 그리고 10편을 연재하고 그만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을 춘자가 마법사가 채굴해 내었겠지.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출간하자 제안했을 거다.

그러면 그녀는 그랬을까?



"에이, 제 책이 팔리겠어요? 보상액이 0점대라구요. 하하하"


_ 인세는 많이 받았나.

“계약할 때 1월 말과 7월 말에 인세를 받기로 했다. 종이책이 작년 7월에 나와서 오는 1월 말이 되면 첫 인세를 받는다. 그래서 더 실감이 안 나는 것 같다. 인세 받으면 결혼할 때 산 아파트 대출금부터 갚고 싶다(웃음)."

_ 한국판 조앤 롤링? 삼성전자 관두고 쓴 첫 소설로 베스트셀러 1위



9,

30만권, 어림잡아도 30억이다. 인세 10%면 3억. (신인 작가라 10%보다 낮을 듯하지만) 팔리는 것만 팔리는 요즘 한국 출판시장의 분위기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지 100만권은 충분하다. 그럼 매출은 100억 이상이다. 작가는 10억. 그것도 크지만 출판사는 뭘했다고 나머지를 다 가져가는가? 출판은 BEP를 넘기고 나면 수익률이 엄청나다. 게다가 전 세계로 팔려나가는 판권에 2차저작물, 각종 부가판권을 모두 합하면. 작가는 이 대목에서 '아차!' 싶어지기 마련이다. 요즘 1인 출판사 차리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그게 번거롭다고 저걸 다 넘겨주다니. 물론 어떤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지는 알 수 없고, 출판사는 매번 모험을 해야 하니 이렇게 저렇게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기도 하다. 또 그간의 관행은 그렇게 주어진 수익으로 세상에 꼭 남겨져야 할 중요한 텍스트들을 책으로 묶어낸다는 업계의 사회적 함의 같은 게 있었다. 요즘은 어디 그런가?



10,

스팀잇의 출판기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이만큼이나 매력적인 출판 플랫폼은 여전히 없다. 작가는 이곳에서 습작하는 와중에도 독자의 반응과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굳이 제작비 펀딩을 하지 않더라도. (요즘의 분위기를 말하는 건 아니다. 원론적인 얘기) 플랫폼에 기반한 출판사는 그렇게 선별된 텍스트를 출간하여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다. 암호화폐 플랫폼의 위력은 무엇인가? 도박 같은 도전을 시스템으로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열 개의 도전 중 하나만 성공해도, 열 개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만 대박이 나도, 열 개의 책 중 하나만 베스트셀러가 되어도. 투자의 기본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생겨난 수익은 다시 스팀파워로 재투자 된다. 독자와 작가, 출판사와 플랫폼 모두가 행복한 시스템이다. 그런 걸 시도해 보려 시작되었다. [스팀시티]와 대한민국, 어쩜 세계 최초의 블록체인/암호화폐 기반 출판사 [도서출판 춘자]가 말이다.



11,

요즘 누가 책을 읽냐고 하지만, 여전히 책은 팔린다. 누가 인문서를 읽냐고 하지만 <지대넓얕>은 200만 부가 넘게 팔렸고, <00의 온도> 시리즈도 150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 책의 작가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뒷이야기를 들으니, 이미 기성 출판사를 통해 냈던 책을 가져와 자기가 다시 내면서 전세금을 빼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했다고 하더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온라인 서점의 메인화면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 역시 출판사가 돈 주고 사는 거다) 전세금을 뺐다면 목숨 걸었다는 얘기니 그건 인정이다. 자기가 냈으니 수익은 다 자기 것. 다른 원고가 아니니 누구의 운이었을지는 분명.

그러니 1인 출판은 더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작가들은 자신의 책을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데 거리껴 한다. 인정받고 싶으니까. 확신이 없으니까. 그래서 일단 유명 출판사에서부터 내려온다. 안다. 받아주는 곳은 없다. 그러면 내가 낼까?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위의 작가도 앞으로 어느 시점, 아니 벌써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는 한숨을 쉬고 있을지 모른다. '수익이 얼마야? 아, 이걸 내가 냈어야 되는데.' 그러나 아무리 쉬워도 제작과 유통의 새로운 세계를 학습하는 데 역시 에너지가 든다. 마음이 선뜻 내켜지지 않기도 하고.



12,

다행히 춘자는 편집을 좋아한다. 매커니즘을 학습하는 데 게으르지 않다. 게다가 상당히 고집스럽게 정통성을 추구하며 작품을 소중하게 여긴다. 지난주에는 <어쩌다, 크루즈>의 단체구매가 들어왔는데 절반만 내주었다. 그 결정을 듣고 식겁했지만 춘자답다고 생각했다. 돈만 생각하면 얼씨구나 달라는 대로 주었을 테지만, 춘자는 책의 품위를 지키고 싶다 했다. 이제 판매를 시작한 책을 덤핑 넘기듯이 치워버리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마법사의 월급과 지분을 생각하면 눈깔을 쫙 찢으며 현실적인 소리를 늘어놓고 싶다가도 뭐 그런들, SNS에 열나게 홍보를 한들, 온갖 마케팅의 수단을 다 동원한들 모두 베스트셀러가 되는 건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날고 긴다는 출판사들도 불황에 허덕이는 마당에, 문단에 데뷔도 하지 않은 누군가는 첫 책으로 손쉽게 베스트셀러를 만들고는 회사 다니면서 해도 될 뻔했다고 이 바닥을 우습게 씹어대 버린다. 그런 게 인생이다. 그런 게 팔자고 그런 게 운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모든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야 한다. 들려오는 베스트셀러의 소식에도 조바심내지 않고, 낮은 조회수에도 실망하지 않으며, 자판에 손을 얹을 때마다 가슴 아래에서 밀려올라오는 '니가 지금 글이나 쓸 때니, 통장을 좀 보라구'하는 소리에도 정신줄을 놓지 않은 채, 이 책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작가처럼 하는 것이다.



"재밌는 작품이면 만화책부터 드라마 대본집까지 가리지 않고 보면서, 내 방식대로 재미 분석을 했다. 캐릭터 이름이 언제부터 외워지는지, 두 줄짜리 문장이 몇 초 안에 머릿속에 이미지로 그려지는지. 수백 작품을 분석했다. 누가 시켜서 했으면 못 했을 것 같다. 나 혼자 재밌어서 했다."



하는 것이다. 하고 또 하는 것이다.



13,

염려마라. 춘자는 셈에도 능해서 손해 보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 그 단체구매의 건도 절반만 내주면서도 가격협상의 우위를 놓지 않아서 높은 값을 받고 팔았다. 너의 꿈도 마찬가지다. 춘자는 너의 꿈도 제값 받고 제 대접받으며 싸구려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도서출판 춘자]는 제반비용을 회수한 이후로 작가와 5:5 수익 배분의 원칙을 세워 가려 하고 있다. 이것은 온당하면서 영리한 원칙이다. 좋은 작가를 놓치지 않으려는.) 마법사는 그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믿고 있다. 30년을 글을 써 온 마법사라 출판 기회가 없지 않았으나, 싸구려 취급하는 이들에게는 '냉큼 꺼지셈!'하고 퇴짜를 놓기도 한 자존심꾸러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춘자를 만나고는 선뜻 작품을 내어주었다. 때가 이르지 않아 종이책으로 얼굴을 드러내고 있지는 못하고 있으나 그럼 어떤가? 손해는 독자의 몫이지 작가의 몫이 아니다. 감동을 얻는 것은 독자니까. 돈은 삼성전자에 다녔어도 벌었을 것이다. 연봉이냐 인세냐의 차이일 뿐. 원하는 일인가 지긋지긋한 일인가의 차이일 뿐.



14,

그러나 출간을 존재증명의 도구로 접근하면 그건 못 할 짓이다. 너가 썼으나 너의 것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 책이 그렇고 모든 텍스트가 그렇다. 게다가 편집자와 디자이너, 제작과 유통의 과정을 거친 모든 것은 이미 공동체적 작업인 것이다. 모두의 운과 노력으로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다. 작가는 그저 시작을 했을 뿐이다. 니 인생에 잠깐 들른 누가 나타나 '쟤 내가 다 키웠잖아!' 하면 얼마나 꼴사납겠는가? 부모의 역할이 커도 성장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그러니 그대의 텍스트를 놓아줄 필요가 있다. 작가의 몫은 세상에 내어놓는 것까지이니, 그 후론 잘 입히고 먹이고 세상에 아름답게 내어놓을 편집자와 출판사의 손에 놓아주어야 한다.



15,

마법사는 stimcity.net의 [Human Library] 채굴 중에 [스팀시티]의 동방박사 보얀님이 춘자와 우리들에게 3년 전 쓴 편지를 발견했다.




카프카는 딱딱한 의자에 앉아서 펜을 들었습니다. 낮에 보험공사에서 일하고 퇴근을 한 후 잠시 눈을 붙이고 누가 그러라고 명령하지 않았음에도 새벽까지 글을 썼습니다. 카프카는 홀로 수많은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카프카는 죽었습니다. 다행히도 태워버리라는 유언은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카프카의 글은 남았고 나는 그가 죽은 지 50년 후에 태어났습니다.

새파랗던 젊은 시절에 그가 남긴 글을 읽으며 홀로 수많은 새벽을 맞이했습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K와 그의 아버지. 나와 나의 아버지에 대해서. 그의 아버지가 틀렸다는 것을, 그리고 나의 아버지가 틀렸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때가 있었습니다. 나의 생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이 최근에 사라졌습니다. 누군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삶이었기 때문입니다. 괴로운 삶에 종지부를 찍으니까 오랜 시절 버렸던 꿈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꿈을 되찾자마자 신기하게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습니다. 내 글을 올릴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입니다. 그런데 이 공간은 마치 해리포터가 자신이 마법사인지 꿈에도 모르고 잠들던 계단밑 방처럼 어떤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펼쳐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나의 온기로 채워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한 밤이 가고 있습니다.

스티밋에서 새로 꿈을 꾸는 분들, 혹은 버렸던 꿈을 다시 키우는 분들이 있다면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할게요. 내일도 멋진 꿈 꾸시길 바랍니다.

_ [스팀에세이] 당신에게 쓰는 편지 / 2018.02.19 @levoyant



누군가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삶을 멈춘 보얀님에게 춘자는 그의 소설책을 내자고 제안했다. 괴로운 삶에 종지부를 찍은 시공간에서 오랜 시절 버렸던 꿈이 다시 떠오르던 아득한 순간이며, 태초부터 운명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작가와 편집자가 조우한 영광스러운 순간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대의 다음 이야기이기도 하다. 존재증명을 위한 글쓰기를 멈추고 꿈 백화점 스팀잇, [스팀시티]를 찾아오면 거기서 그대를 기다리는 누군가들이 있다. 그들은 그대의 글을 읽어 주고 댓글을 달며, 보상도 나누어 줄 것이다. 그러면 너는 계속 쓰고 또 쓰면 된다. 때가 이르면 춘자가 찾아갈 테니.

다행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은 매진되었다는데, [스팀시티] 꿈 백화점의 꿈은 아직 판매 중이다. 늦지 않았으나 서둘러라. 남들이 다 사가기 전에.



휘리릭~







[코인이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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