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이 국경선에 밤이 오다) 36 헌병들의 횡포에 치를 떨다.

in #leedayong6 years ago (edited)

1951년 12월 7일이었다. 날이 흐리고 싸늘하더니 오후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대용은 연대 CP에 가서 대대장 회의에 참가하고 금성 남방에 있는 대대 관측소인 553 고지로 돌아왔다. 이대용은 몸이 불편하여 군의관으로 부터 진찰을 받고 주사를 맞았다. 그리고 깊은 참호속에 산짐승 처럼 들어가 누워있었다. 38-9도를 오르 내리던 열은 주사덕분인지 정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밤은 깊어 11시가 되었을 때다.

‘대대장님 계십니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속으로 들어온 사람은 대대 보급관 박문환 중위였다. 산아래 대대 취사장에 있던 박중위가 눈길을 헤치고 산꼭대기까지 올라 온 것이다. 이대용은 무슨 일인지 물었다.

박중위는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 보급관을 그만두고 소총 소대장을 다시 해봤으면 하고 여쭈러 왔습니다”하고 말했다.
이대용은 그 이유를 물었다. 박중위는 그저 소총 소대장을 하고 싶어서라고 할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한참 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이유를 이야기 했다.

박 중위는 이등병으로 군에 입대하여 공비토벌 작전에 오랫동안 종군하면서 계급이 올라 상사가 되었다. 6.25 전쟁 발발 후 현지 임관제도가 생기면서 소위로 임관하여 소대장을 지냈고 그후 보급관에 보직되었다.

그런데 요즘 1주일에 두세번씩 서울에 나가 연대에서 사주는 장병들 반찬을 받아가지고 들어올 때, 길가의 헌병 검문소에서 부식차를 세워, 속도를 위반했다느니, 차가 낡아서 위험하다느니, 운전병의 복장이 나쁘다느니 하는 온갖 트집을 다 잡아 시비를 걸며 차량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헌병들을 꾸짖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했으나 오히려 그것이 역효과를 불러 일으켜 그 다음부터는 박중위가 타고 오는 차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꼭 붙들어 놓고 성가시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헌병장교를 찾아갔으나, 그 헌병장교라는 작자들은 헌병 사병들보다 더 단수가 높은 악질이이서 상대가 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헌병 검문소를 지나는 모든 부식 구매차들은 현금을 2만원 내지 3만원 정도 헌병 검문소에 바치고 통과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고 그래야 헌병들이 아무 말없이 통과시킨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한강 다리를 지키고 있던 헌병들은 민간인들에게 뇌물을 받아야만 말없이 통과시켜 서울로 들어가게 허용한다는 것이었다. 서울시장에서 헌병들에 의해 압수되는 군수품은 다시 악질 암거래 상인들에게 넘어가 다시 암거래 상인들이 이것을 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었다.

박중위는 이런 꼴 저런 꼴 안보고 총소리 들리고 목숨이 날아가도 깨끗한 일선에서 적과 싸우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었다.

이대용은 너구리 굴같이 흙냄세와 땀냄세가 베어나는 호속에서 한숨을 지었다. 새로 임관해 오는 신임장교, 새로 보충되어 오는 학도병, 병원에 입원했다가 다시 일선으로 배치된 장병들, 이들로 부터 귀가 아플 정도로 후방의 부패상을 들어왔던 것이다.

육군본부에서 국장을 지내는 어느 장군은 자기 친동생, 사촌을 합하여 모두 5명을 군에 입대 시켰으나, 맏형인 장군의 빽으로 모두 병참장교, 군수장교 등으로 모두 후방에 근무하며 아무도 일선의 전투부대에 나와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전선에서는 병사들의 생명이 초개처럼 날아가는데, 후방의 장교들은 부정으로 축재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했다. 대구나 부산에서는 중령이나 대령의 부인들이 호화스러운 옷을 입고 활개치며 싸돌아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여러번 들었다. 이대용은 컴컴한 호 속에서 한숨을 쉴 뿐이었다.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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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좀벌레들은 뻔뻔하기도 하지요 ㅠ

장교란것들이 어쩜그럴가요.
그놈들이 정신만 차렸어도 분단이 안될가능도 있지않았을까요

세상이치가 원래 그렇다는것은
인류역사가 증명한거 같습니다.

헌병이 갑이였나보군요 ㅠㅠ

에휴... 한숨만 나옵니다...
언제쯤 이런 일이 없어질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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