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용 장군의 국경선에 밤이 오다) 29 광혜원에서 대대장 대리로 보직을 받다.

이대용은 철수명령에 따라 경기도 이천을 거처 백암리를 지나 충청북도 광혜원으로 향했다. 보따리를 걸머진 피난민과 총들 둘러멘 군인들 그리고 달구지와 군용트럭으로 길은 아수라장이었다. 달구지를 끌고가던 황소가 빙판에 미끄러져 다리가 부러지자 그 소를 잡아 싸구려로 파는 사람도 있었다. 축음기와 레코드를 짊어지고가던 음악가는 힘에 겨워 싸구려로라도 팔아보려고 했으나 피난민들은 본체 만체였다. 공짜로 주어도 가져갈 수 없었다.

피난민에게 필요한 것은 돈과 겨울옷과 먹을 것이었다. 그 이외 나머지는 모두 있으나 마나였다. 축음기와 레코드를 싸구려로라도 팔아보려고 했던 음악가는 모두 내던지고 쌀자루만 걸머진 채 무표정하게 남으로 걸어 내려갔다. 북한에서 천리길을 걸어온 어린아이를 업은 부녀자들과 노인들은 추위에 지치고 피로가 겹쳐 점차 낙오되었다. 그러다가 길가의 빈집 마루에 쓰러지곤 했다.

1951년 1월 7일 충청북도 진천군 광혜원에서 이대용은 제7연대 제1대대 부대대장으로 보직을 받았다. 그리고 대대장 김용배 중령은 부연대장이 되었다. 제1대대는 대대장이 없었으므로 이대용은 대대장 대리로 제1대대를 지휘했다.

중공군은 1월 5일 한강을 건너 그 일부가 광주로 내려오고 있었다. 주한 유엔군 총사령관의 작전개념에 따라 유엔구 및 한국군은 주저항선을 장호원, 죽산, 안성을 연결하는 선에 설치하여 주력부대를 배치해 놓고, 그 앞에 멀리 엄호부대를 내보내 중공군의 전진을 지연, 와해, 조기 경보케 했다.

이 작전개념에 따라 김량장 서쪽에는 터키 1개 대대가, 김량장과 양지리 사이에는 이대용이 지휘하는 제7연대 제1대대가, 그리고 그 우측 이천에는 호주군 1개 대대가 배치되었다. 며칠이 지나자, 광주에서 내려온 중공군은 양지리에 들어왔으며, 수원-여주 철도를 사이에 두고 이대용의 제1대대와 경미한 교전상태에 들어갔다. 약 8시간에 걸쳐 산발적인 교전이 있었으나 승패는 나지 않았고 밤이되자, 양측은 모두 약 2킬로미터 정도씩 후방으로 물러나 야간 경계태세로 들어갔다. 이를 시점으로 피아의 수색정찰전이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가운데 며칠이 지났다.

중공군의 남진이 일단 저지되자, 이대용은 박 대위가 지휘하는 제2중대를 양지리 남방 일대에 배치하고, 서 소위가 지휘하는 제1중대는 이천에서 백암리 쪽으로 오는 길목인 동산리에 배치했다. 안 소위가 지휘하는 제3중대는 대대 예비로 백암리에 집결시킨 다음, 대대본부를 백암리 경찰지서에 설치하여 중공군의 남진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당시 정보에 따르면, 중공군 병참선은 유엔군의 공중 폭격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고, 부대내에는 장티푸스가 만연하였다고 한다.

어느날 저녁에 제2중대장 박 대위가 대대본부로 이대용을 찾아 왔다.
그는 이대용을 만나자 마자,

“대대장님, ‘빽'이란 이야기를 들으신적 있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이대용은 “그게 무슨 이야기냐 ?”하고 되물었다.

박대위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면서 얼마전에 보충 받은 신병들이 대부분 서울 출신이며 똑똑한 아이들이 많은데 후방에서 요즘 빽이란 말이 창궐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 빽이란 것이 후방 국민들의 공기를 흐리고 있다고 했다.

제일선에 나온 사병들을 빽이 없어 도매금으로 묶여 나왔으나 국회의원이나 장차관의 자식들은 아예 군대도 나오지 않았고 후방에서 편안히 쉬든가 그렇지 않으면 미국 유학을 가든가, 또 그렇지 않으면 군대에 들어오더라도 후방에 있는 헌병대나 부관부 또는 병참부 같은데서 안일한 생활을 한다는 것이었다.

박대위는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울분을 토했다.

국경선에 밤이 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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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esting article sir.
I really admire always your works sir @wisdomandjustice

혼란의 시기네요

빽없는 놈은 줄이라도 잡아야 산다는 .... 서글프고 가련한 현실이 어떻게 되었는지요.

보클하고 갑니다.^^

그런 국가 위기 상황에서도 빽이...

이때에도 빽 없으면 전방에서 총알받이로, 빽 있으면 후방이나 해외로 도피했네요...
나라가 위급한 시기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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