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그로드 간즈의 어떤 바(Bar)
이 시골 산동네에도 '바'라는 공간이 있다. 원래 술을 마실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더 있었지만 '스마트 시티 건설'이라는 인도 정부의 괴상망측한 정책에 따라 메인 스퀘어라 불리는 동네의 중심으로부터 반경 몇 미터(몇 미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내에서는 주류 판매가 금지되었다. 주류 판매는 물론 그 반경 이내의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것도 불법이다. 메인 스퀘어에서부터 시작되는 산책로 입구에 좋아하는 길맥 포인트가 있었는데, 그 벤치에 앉아 길맥을 못하게 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
아무튼, 32m 차이로 운 좋게 그 반경을 벗어나게 된 단 하나의 바가 스마트 시티 대란에서 살아남았다. 경쟁자가 없다. 사실 그 반경 안에 있는 바와 레스토랑들도 처음에는 룰을 따르는 듯하더니 어느새 몰래 술을 팔고 있기는 하다. 걸리면 벌금이지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이미 뒤로 손을 써놓고 당분간 안심하고 장사를 하는 것이다. 사실 인도 경찰은 갱단 수준이라 법 집행에 있어서 정의 비슷한 것도 찾기 어렵다. 대도시는 다르려나? 아무튼, 이 시골 짝에서는 그렇다. 대충 돈 찔러주면 어떤 불법을 저지르든 모르는 척해준다고 한다. 아주 노골적으로 대놓고 그렇게들 한다.
운 좋게 살아남아 적법하게 영업 중인 맥그로드 간즈의 어떤 바, 마운트뷰는 동네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 중 하나이다.
계단을 따라 올라 입구에 들어서면 살짝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바나 다 그렇겠지만 실내가 굉장히 어두컴컴한데, 그건 그렇다 치고 나름 신경 써서 달아놓은 조악한 조명들이 오히려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나보다 더 먼저 이곳을 찾았던 내 친구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 여긴 아니다' 싶은 분위기에 발길을 돌린 적이 있다고 했다. 내 친구는 이곳이 게이바인 줄 알았다고 했는데, 그때 남자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었다. 요즘엔 여자 손님도 많아져서 성비는 더 문제가 되지 않고, 그냥 전체적으로 얄딱꾸리하고 촌스러운 분위기가 문제다. 형광등 달아놓고 테이블 위에 바둑판을 놓아두면 영락없이 시골의 오래된 기원 같은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한 쪽에 대형 수족관을 들여놓으면 시골 다방 같은 모습일지도. 인테리어는 미처 2018년의 분위기를 따라오지 못했지만 이래 봬도 동네 힙스터들은 다 모이는 핫 플레이스다.
술은 맥주부터 위스키, 럼, 보드카, 진, 데낄라, 와인까지 꽤 다양하게 판다. 대부분 인도 브랜드의 국산 술들이고, 사람들도 대체로 국산 술을 마신다. 대표적으로 맥주는 킹피셔, 위스키는 로열 스태그, 시그니쳐, 블랜더스 초이스, 럼은 올드 몽크, 보드카는 매직 모멘트, 와인은 술라가 있고, 남인도에서 생산된 '포트 와인'이라 불리는 저렴한 와인도 있다. 망나니 재벌인 킹피셔 소유주가 각종 금융 사기로 8000억 원이 넘는 돈을 해 처먹고 영국으로 날라버린 후, 한동안 이 동네에서 킹피셔를 찾아볼 수 없었는데, 일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요즘엔 다시 판매하고 있다. 킹피셔는 인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맥주일 것이다. 스트롱, 울트라, 프리미엄 세 가지 종류가 있는데, 스트롱은 내 입맛 기준 소맥과 매우 비슷한 맛이 난다. 요즘은 저녁 날씨가 쌀쌀해서 레몬 진저 허니에 올드 몽크를 섞어 마신다. 뜨겁고 쌉쌀하며 달달하다. 이건 약이다, 생각하며 홀짝거리다가 곧 취해버리기 일쑤. 킹피셔가 인도 국민 맥주라면 올드 몽크는 인도 국민 럼이다. 한 때 스페셜 에디션이랍시고 사람 얼굴 형상의 보틀을 출시한 적이 있는데, 몽크 얼굴로 술병 만들어도 되는 거냐 어쩌냐 말들이 많았다.
아래층엔 레스토랑이 있다. 레스토랑 사장이 바 사장의 처제라서 사실상 패밀리 비즈니스이고, 바에서 아래층 레스토랑의 음식을 주문해 먹을 수 있다. 이 동네 식당들은 대부분 9~10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편의점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밤에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 여기뿐이니, 오밤중에 밥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분명 아래층 레스토랑은 문을 닫았는데, 위층 바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아래층 레스토랑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올려 보내는 기괴한 시스템이다. 술을 마시면 배가 고파지기 때문에 12시가 넘어가면 술 취한 사람들이 어마어마하게 음식을 시켜 먹는다. 좀비가 따로 없다.
이 바에서는 일주일에 네 번 파티가 열린다. 불금, 불토 같은 개념은 일개미들의 나라 한국에나 있는 것이지 이곳 로컬 사람들에게는 '주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화, 목, 금, 토 일주일에 네 번 광란의 파티가 벌어진다. 그 날엔 바가 클럽으로 변한다. 불금 이태원 혹은 강남의 클럽만큼은 아니지만, 이 작고 조용한 동네에 이 정도 난장이면 광란의 파티라 이름 붙여 마땅하다. 자주 바뀌지만 파티를 책임지는 디제이도 있다. 한창 EDM이 유행할 때 UMF를 방불케 하는 플레이로 파티 피플들을 휘어잡던 디제이가 있었다. 아무도 그를 바라보고 있지 않은데(?) UMF 헤드 라이너라도 된 듯 플로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신나게 음악을 틀어 재끼는 그 디제이의 이름은 체왕이었다. 나는 꼭 이름 앞에 DJ를 붙여 디제이 체왕이라고 불렀는데, 그러면 그는 진심으로 기뻐하며 웃었다. EDM의 시대는 지났고, 어쨌든 여기서도 힙합이 대세다.
주 고객은 티베트 사람들이고, 나머지는 인도 사람들과 외국인들이다. 대부분 디제이가 틀어주는 음악에 맞춰 잘들 논다. 그런데 인도 사람은 인도 노래를 틀어달라고 꼭 그렇게 떼를 쓴다. 인도 사람 대부분은 옆 동네 펀잡에서 놀러 온 사람들이다. 펀잡 사람들이 어떤가 하면, 일단 '펀잡 출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펀잡의 춤과 노래를 엄청나게 사랑한다. 인도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펀잡 사람들은 좀 유별나달까. 특유의 사운드와 비트를 가진 펀자비 뮤직이 흘러나오기 시작하면 환호성을 지르며 영혼을 갈아 넣은 펀자비 댄스로 플로어를 장악한다. 그 순간 그들 얼굴에 피어오른 환희에 가득 찬 표정을 보면 곧 무슨 일인가 벌어질 것만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펀자비 뮤직 혹은 댄스는 방그라 뮤직 혹은 댄스라고도 하는데, 사운드와 비트가 특징적이기 때문에 몇 번 듣다 보면 누구나 펀자비 뮤직의 특징을 알아차릴 수 있다. 대표적으로 뚫훍송으로 알려진 Daler Mehndi의 Tunak Tunak Tun이 있다. 펀자비 뮤직이 대체로 이런 분위기이다. 반복적인 '띠링띠링' 사운드가 주술적이기까지 하다. JAY-Z가 피처링한 Punjabi MC의 Beware of the boys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JAY-Z의 톤이 방그라 띠링띠링 사운드와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다. 그밖에 요요 허니 싱 같은 뮤지션도 있다.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유명한 곡들이 많은데, 제목은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펀잡 사람들이 펀자비 뮤직을 틀어달라고 그렇게 디제이를 들들 볶는다. 디제이는 규정상 신청곡을 받지 않는다며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지만, 사실 모든 신청곡을 거절하는 것은 아니고 특히 펀잡 사람들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유튜브에 방그라 댄스 혹은 펀자비 댄스를 검색해보면 안다. 그들의 춤은 양팔을 양쪽으로 뻗고 한 발씩 번갈아 딛으며 겅중겅중 뛰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게다가 펀잡 남자들은 덩치도 산만 하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날카로운 소리로 손가락 휘파람을 불고, 후렴구 같은 것을 미친 듯이 외쳐댄다. 흥분한 펀자비들이 맘먹고 춤추기 시작하면 말 그대로 난리가 나는 것이다. 얼씨구나 절씨구나 춤을 추다 보면 서로 부딪치기 마련이고, 술 한 잔씩 한 사람들이 그렇게 시비가 붙어 치고받고, 뒹굴고, 싸우고... 상황이 심각해지면 병도 깨고, 피도 나고, 경찰도 오고... 그래서 이곳 로컬 사람들은 펀잡 사람들이 와서 펀자비 뮤직 틀어달라고 조를 때마다
"여기 펀잡 아니야. 히마찰이야. 돌아가."
하며 그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나도 처음엔 그 장관을 넋 놓고 구경하며 재미있어했지만, 이젠 글쎄.
술도 술이고, 파티도 파티지만, 사실 내가 이 공간에 흥미를 느끼는 진짜 이유는, 이 마을을 이루는 구성원들 사이의 꼬이고 꼬인, 얽히고 얽힌, 그 모든 종류의 갈등이 움트고 폭발하는 양상을 지켜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기회가 되면 풀어보기로 하고. 오늘에야 비로소 해야 할 일이 '하나도' 없는 상태인 데다가 날씨도 좋아서 저녁엔 그 바에 가볼 셈이다.
불금! 불금!
건배합시다, 이웃 여러분! :-)
펀잡.. 처음 들어요. ㅋㅋㅋ
검색해봐야겠네요.
아. 저도 건배하고 싶다.
유난님은 과일 먹고 원기 회복했어요? 이 글 쓰고 바에 가서 술 마신 날, 갑자기 졸음이 쏟아져서 남은 술을 생수병에 싸달라고 해서 집에 가져왔지 뭐예요. 못마시겠으면 그냥 두고 오면 되지 술 테이크아웃이 웬말입니까... 다음날 아침 그거 보고 되게 자괴감 느껴서 내다버림. 유난님 축배 드는 날, 저도 이곳에서 함께 하겠어요. 그 날 짠 할까요?
아뇨.. 결국 약국 가서 약 사왔어요.
술은 양반이죠.
전 먹다가 양파 쪼가리 남은 안주굳이 싸달라고. ㅋㅋㅋㅋㅋㅋ
양파 쪼가리... 우리 둘 다 알뜰살뜰한 사람들인 것으로 마무리합시다! :-) 오늘은 기운 차리셨기를!
Thanks ever such a lot. A great post ever @roundyround ⊱✿ ✿⊰
사실 상상하면 좀 무섭지만, 현장에 있는 것 같아요. ㅎㅎ
맞아요. 직접 보면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예요... 영상도 있지만 글에 미처 다 담기지 못한 현장감은 제이미님 상상으로 채워주세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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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
짱짱맨 호출로 왔습니다!
한주 수고하세요
코인거래소인 고팍스에서 멋진 이벤트중이네요!
https://steemit.com/kr/@gopaxkr/100-1-1
오! 짱짱맨이 이렇게 빨리 달려온 것은 처음이에요!
아 인도에 계셨군요. 와... 기원풍 클럽서 마시는 인도술 궁금합니다
네! 인디아입니다! 이 기원풍 클럽에 지금 손님 저 혼자예요... 칼님 조니워커 리뷰를 떠올리며 오늘 마셔봐야지 룰루 하며 왔는데, 레드 라벨 밖에 없어요. 블루 라벨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레드 라벨은 내게 없던 옵션인데...? 칼님? 전 어쩌면 좋죠?
저 위에 빼꼼 훌륭한 대안이 보이네요^^
https://steemit.com/kr/@afinesword/6t6fwr
와 그나저나 이국에 낮선 술집에서 혼술이라니 넘나 멋진 것. 저는 한국의 집에서 혼술 중입니다!
으아니 아이리시카밤에 들어가는 위스키가 저것이었군요! 이렇게 또 꿀정보를! 저도 아이리시카밤 진짜 완전 너무 좋아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기네스도 베일리스도 있을 리가 없고... 흙흙... 맨날 마시던 거 시켜버렸는데 다음 잔은 칼님 추천으로 가겠어요. 짠 해요! 짠 짠!
우와 이역만리를 초월해서 짠 짠
인도의 사법계에 듣긴 들었지만 '갱단'수준까지 된다는 것에 놀랍네요 ㅎㅎㅎ
그래도 술을 좋아하는 1인으로서 적법한 주류 판매처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긴 합니다 ^-^ ㅎㅎㅎ
그리고 '펀잡'이 지역인 건가요?? ㅎㅎㅎㅎ
만약 지역이라면 왜 '펀잡출신'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인지??ㅎㅎㅎ
'펀잡'에 대해서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ㅡ' ㅋㅋㅋㅋ
(만약에 제가 포스팅 내용중에 놓쳐서 이해를 못한 것이라면 죄송죄송 'ㅡ' ;;;;;;ㅋㅋㅋ)
네! 펀잡주! 지역 이름이에요! :-) 제가 알기로는 펀잡주가 인도 내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지역인데, 그게 아마 여러 이유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시크교도로서의 자부심도 함께 작용하고요! 알록달록 커다란 터번 두른 시크교도들이요! :-)
아ㅎㅎㅎ 일단 소득수준이 높아서네요ㅎㅎ
그리고 시크교....?? @_ @???ㅋㅋㅋㅋ
진짜 스스로 너무 무지해보이는...ㅠㅡㅠ
이래서 세계로 많이 많이 나가봐야하는 거 같사요ㅋㅋㅋ
참 그런면에서 라운디님은 대단하신 분 같아요!! ^-^ ㅋㅋㅋ
흐흐 저도 잘 몰라요. 인도 몇 번 오면서 줍줍했을 뿐... 그러고보니 뉴위즈님 지난번 캐마 타지마할 인도에 있잖아요. 저 그거 보고 뉴위즈님 천재라고 생각함...
아ㅋㅋ 그 1분 컷 당한 씁쓸한 캐마 말씀이군요ㅋㅋㅋ
저에겐 씁쓸한 기억이지만ㅋㅋ 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
인도 영화에서 가끔 보던.. 펀잡 댄스..!! 클럽에서 추면 무대 독식이겠는데요. 지금, 인도 여행 중이신건가요!?
네, 바로 그거예요! 대충 그림이 그려지시죠?봄을 지내려고 여기 왔는데 아직 춥기만 하네요. :-)
여행 다녀오느라 이제 봤네요. 불금 하셨나요? ^^
후후... 불금 불금 외쳤지만, 엄청 신명나는 불금은 아니었고요. 사연 있는 여자처럼 바에 앉아 술을 홀짝이며 불금을 보냈지요... 후후... 계도님은 요세미티 다녀와서 좀 쉬셨나요? :-) 캘리포니아 쨍쨍 하늘 구경 잘 했습니다! :-)
네 이제 방금 일어났어요. 출근 해야죠 TT
저도 모르게 홀라당 다 읽었어요. 하나만 먹자고 감자칩을 입에 쏙 넣었는데 정신차려보니 다 먹어버린 것처럼! 내 이럴 줄 알았지! (사실 라운디님 글은 급하게 읽고 싶지 않아 새 태그 띄워놓고 여유있을 때 읽으려고 했다가 벌써 몇개는 페이아웃이 되어버린 거 있죠 ;ㅁ; 네, 저는 바보예요 ;ㅁ; 그래서 이 글은 보팅부터 해두었어요!)
인도에 가본 적이 없는데, 마치 그곳에 있는 것 같았어요. 얄딱꾸리한 분위기, 닫힌 레스토랑에서 내오는 음식, 덩치 큰데 방방 뛰며 춤추고 노래 틀어달라 떼 쓰는 펀자비 ㅎㅎㅎ
특정 사회, 문화와 풍습을 오히려 고스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어쩌면 이방인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안으로 굽을 팔이 없으니까 ;ㅁ; 물론 그 역시 객관적일 수 없고 그네들의 속사정을 알면 또 달라지겠지만요. 그래서 금요일에 바 다녀오셨나요! ㅎㅎㅎ (아 댓글 보니 우아하게 혼술하셨군요. 역시 멋진뇨자.. +ㅁ+)
페이아웃 전에 읽든, 후에 읽든, 쓰고 읽고 이렇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스프링님 인도 정말 좋아할 것 같아요. 인도도 스프링님을 좋아할 것 같고요. :-) 언젠가 제가 썼던 글들을 떠올리며 스프링님이 인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면 참 기쁠 거예요!
맞아요. 현지인도 여행자도 아닌 애매한 지금 저의 자리가 그런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최적의 위치인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이 자리에서 외로울 때가 있어요. 제가 아무리 이곳 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지낸다 해도 저는 결국 이곳 사람은 아니거든요. 그럼 나는 여행자인가? 생각하면 그건 또 더욱 아닌 거예요. 며칠 지내다 떠날 여행자들과 마음을 나눈다는 일도 쉽지 않고, 어차피 떠날 사람들인데 뭐... 하다 보면 저도 여행자들에게 잘 다가가지 않게 되어 버려요. 여행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있고요. 여기 한국 사람들 되게 많은데 한국 사람하고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것이 언제인지... 여기 너무 자주 왔고, 너무 오래 있었나봐요. 완전히 낯선,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기도 하고. 빨리 한국 가서 떡볶이 먹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