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다시 새롭게 태어나고 또 태어나고

in #kr6 years ago (edited)

지난주엔 생일이었다.

생일이'었'다, 라고 쓰니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 정도로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기억은 앞으로도 두고두고 곱씹으며 소중하게 간직하려고 한다.

아름다운 기억과는 별개로.

우리 가족 전원이 내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다. 식탁 위에 미역국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충격을 받았는데, 가족들이 더 당황하길래 짐짓 태연한 척을 하느라 진짜 혼났다. '생일 따위 뭐 별거라고' 하며 분위기를 전환해보려 했지만 내 말투와 표정이 이상해지고 있는 것은 내가 먼저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가 열 번도 넘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나는 살면서 엄마에게 미안한 일을 백 번 천 번도 더 했는데, 고작 생일 미역국 한번 잊었다고 이렇게나 미안해하다니. 엄마는 울 듯한 얼굴로 미역국 내일 끓여줄게, 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날에도 미역국을 먹을 수는 없었다... 저기요... 엄마...?


택슨님(@teaxen)의 팬이다. 오도바이 여행기 1화를 읽고 그의 팬이 되었다. 이야기꾼의 재능이란 이런 건가. 읽다가 터진 웃음의 강도와 빈도로 치자면 풍류판관님 러시아 여행기와 투탑을 이루는 듯... 지금 생각해보니 특히 좋았던 건 그가 술 마시면서 밥 먹는(밥 먹으면서 술 마시는 것은 분명 아닌 듯) 장면들이다. 음식 사진은 물론 맛에 대한 화려한 묘사조차 한 줄 없는데 '지금 당장 나도 그거 먹고 싶다' 라고 매번 생각했다. 테이스팀 포스팅의 새 지평을 여세요, 택슨님. 아무튼, 그런 그가 스팀잇에 새로운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가 웹툰계의 홍상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 아니다. 무엇이 되었든 그 이상일 것이다.


친구에게 생일선물로 쑨님(@soonhh)의 펜을 받았다.


IMG_4068.jpg

@soonhh 님의 펜들.


우리 셋은 각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기로 했는데 신기하게도 일말의 망설임 없이 각자 다른 것을 골랐다.

내가 고른 것은, 이것.

IMG_4067.jpg

짠. 한번 손에 쥐면 하염없이 쓰고 싶어진다. 몸체를 살살 돌려 퍼즐처럼 줄무늬를 맞춰보기도 하고, 나무 냄새가 나는지 코 밑에 두고 한참 킁킁거리기도 한다. 로즈우드를 고른 친구는 펜을 손에 쥐자마자 놓지를 않고 스케치북을 몇 페이지나 채우다가 잉크 아끼라는 우리들의 잔소리를 몇 차례 듣고서야 멈췄다.

쓰고, 쓰고, 쓰고 또 쓸게. 고마워, 젠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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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생일 축하드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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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미소의 제이미라니... 이거 넘나 귀여워서 계속 쳐다보다가 그림처럼 같이 웃음! 고마워요, 제이미님! :-)

고독한 미식가도 기획해 봐야겠네여 ㅋㅋ
생일 축하드려요!

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려 깊은 작가님이시군요. :-)

저번 주부터 날이 선선했던 기억인데, 좋은 계절에 태어나셨어요.

라라님 글이 그리웠는데, 전에 올리신 글이 있네요. 여행을 가시는 건가요? 좋은 펜으로 좋은 생각과 풍경들을 담으시겠군요.

저는 이 좋은 계절이 금방 지나가 버릴까 봐 조마조마한데, 나루님은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요 며칠 올리시는 글들에 꼭 오선지 사진이 들어있는 것을 보면 나루님은 피아노와 함께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는 거겠죠? 아름다워라. 여행을 떠날 건데 떠나기 전에 나루님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어떤 모습으로 그런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올지 모르겠지만. :-)

조마조마할 만큼 아름다운 계절이에요. 말씀하신대로 피아노와 이 계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가끔은 한강에 가서 가만히 앉아있다 오는 때도 있고요. 세상이 아름다우니 그 안에서 뭘 하든 아름다워 보이네요.

긴 여행을 떠나시는 것 같은데... 언제 떠나시는 거죠?

저도 최근에 한강에 몇 번 갔어요. 해가 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짜릿하더라고요. 지구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빙글빙글 돌며 낮과 밤을 만들어내고 있잖아요. 나루님 오늘도 어제보다 더 아름다운 날이 되었으면!

저는 10월 초에 떠날 것 같아요. 더 자세한 이야기를 담아서 또 포스팅 할게요!

으아아 동글님 생일이셨군요!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 ˘⌣˘)♡(˘⌣˘ )
여름과 가을이 맞닿는 시간 속에 태어나셨네요 ㅎㅎㅎ
/
소개해주신 택슨님의 글도 얼른 읽으러가봐야겠어요-!!!
/
쑨님 펜도 참 예뻐요.저도 동글님이 고르신 보고테가 젤로 마음에 드네요. :)

채린님 고마워요! 온라인에서 만나 글로만 마음을 나눈 사람에게 생일 축하를 받는다는 것을 제 인생에서 상상해본 일이 없는데 채린님의 축하를 받고 이렇게 기쁜 것을 보면 저는 채린님을 많이 좋아하는가 봐요! :-)

생일 축하드려요 :D
젠젠님께 라라님 생일 선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더 집중해 깎았던 기억이 ㅎㅎ. 세 분 다 망설임 없이 서로 다른 펜을 골랐다는 것도 신기하네요. 그러니까 친구일 수 있는 걸지도??

많이 부족한 펜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달 라라님을 위한 스툴로 다시 만나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심을 리필할 수 있어서 잉크 안 아끼셔도 된답니다 :D

쑨님 펜으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려요. :-) 살찐 고양이랑 함께 한 글과 그림은 쑨님과도 공유할게요.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늘 응원합니다!

생일축하해요! @roundyround님은 사막같은 제 스팀잇에 오아시스 같은 존재랍니다!!! ♡.♡

소봉님! 이렇게 아름다운 말을 제게 남겨주시다니. 선물 같은 댓글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어서요. 가끔 사막처럼 느껴지지만 우리 여기에서 끝까지 같이 놀아요! 목마르거나 그늘 필요할 때 언제든 놀러오시고요! 저도 그럴게요! :-)

지났지만 생일 축하 드려요
미역국은 드신거에요? ㅎ ㅎ
아님 반대로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로 내년에 부모님께 미역국을 끊여주세요.
그럼 감동 받으셔서 좋아하실거 같아요
생일선물 좋은거 주실수도 ㅎ ㅎ

네 결국엔 먹었어요.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은 아니었지만요. :-)

생일 축하드립니다. 동글이님 고르신 펜이 저도 젤 맘에 드네요..

유니콘님도 펜 쥐어보세요. 없던 창작 욕구가 막 살아나는 것 같아요. 시 지으셔야 하잖아요!

어머니께서 잊지 못 할 생일을 만들어주셨네요 아름답진 않지만...ㅎㅎㅎ
늦었지만 생일 축하해요!

늦었지만 감사해요! 생일 지난 지 일주일도 더 되었는데 아직도 축하받고 있는 기분이에요. 노린 것은 아닌데... 뭐 어떻습니까! 이렇게 기분 좋으니까 그걸로 됐지요! 이터널님도 좋은 계절 보내고 계시죠?

헛..생일 축하드립니다.~~어제셨군요..!!

감사합니다! 열흘째 생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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