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rwerq, think] Time Reserve

in #kr6 years ago (edited)


폭풍같은 주말을 보내고 나서, 밀린 일이 떠올랐다. 친구는 나에게 Time Reserve가 거의 없는 것 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매사에 정신이 없고 몸이 힘든 것 아니겠나며 쉬어야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일을 할 때가 극한까지 몰아치며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간혹 꿈 속에서도 일을 하는 경우가 있다. 꿈을 꿀 때에는 썩 기분이 좋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만큼 여유 시간을 쓸 수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해질 때가 있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약간 변태 같은 느낌이다. 나는 끝없이 일을 할 것이고 아무래도 일이 사라진 일상 같은 건 애초에 상상하고 있지 않은지도 모른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한다는 일종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 여러가지 작업들은 각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집중해야하는 시간과 강도도, 집중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 (예열) 시간과 작업도 다르기 때문에, 작업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발레 수업을 매일 20분씩 듣는것보다 주2회에 70분씩 듣는 편이 더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매일 20분씩 배웠을 때, 할 수 있는 거라곤 스트레칭과 바 워크의 일부분일 뿐이기 때문이다. 70분이라면 스트레칭, 바워크, 센터까지 일련의 단계들을 정합적으로 마무리 했을 것이다. 몸과 머리의 감각을 다시 깨우는 데에 언제나 시간이 든다. 항상 하나의 작업에 매달려서 다른 일정을 포기한 채 살기란 참 힘든 노릇이므로, (그렇게 사는 방식도 괜찮겠지만, 욕심이 많은 고로 나에게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작업이든 머리를 비우고 몸을 편안하게 하는 휴식 (혹은 다른 작업을 함으로써 리프레쉬 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 관리에 있어서는 Dynamic Programming으로 Knapsack 문제와 같은 것을 풀고 있다고 생각한다.

효율과 여분은 사실 반대 되는 개념일 수도 있다. 여분을 '낭비'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굳이 여분을 왜 남겨야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떠오른다. 여분 없이 꽉 채워서 살면 좋은 것이 아닌가? 여분을 남겨두었다가 의미 없이 버리는 시간이 생기면 아까워서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들이 들기 시작하면서 Time Reserve가 자꾸만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우리의 수명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들이 있다는 것쯤은 안다. 그래서 꾸역꾸역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없다고 느껴지는) 과업들을 모조리 하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일례로, 보통 20대 초반에 대학을 다니는 것이 대체로 사람들 사이에서 정상적인 흐름으로 생각되지만, 60세 넘어서 대학을 다시 다녀도 된다. 하지만 20대 대신 60세에 대학을 다닌다고 했을 때에, 대학을 다니는 것에 대한 결과로 인간 관계의 확장을 꾀하거나 직업을 얻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을 것이다. 20대에 대학을 다닌다는 의미가, 무언가 배운다는 자기만족 이외에도 다양한 과실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에, 늦은 과업은 결핍된 것을 충족시킨다는 의미는 있을지언정, 어떻게보면 비효율적인 과업 달성으로 비추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는 것이 더 적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적절한 시간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내 몸은 하나고, 머리도 하나이며, 내가 이루고자 하는 과업들, 이를 위한 작업들은 정말로 너무 많다는 것에 문제가 생긴다. 특히나 가능성을 사랑하는 내 성향과 합치되면서,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늘리면 되지 - 꿈에서라도 작업의 일부를 먼저 하고 있으면 되겠다 (...)와 같은 내재적인 의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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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하고 그걸 다 마무리짓기 위해 분초를 다툴 때가 많습니다. 가끔 왜 이렇게 피곤하게 살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게 내 업보려니 생각하고 생겨먹은 대로 사는 중이네요. ㅎㅎ qrwerq님 이 글 보면서 괜히 동질감이 느껴집니다.

일을 벌리는 것보다 마무리가 중요한데, 저는 이상하게 마무리가 잘 안되더라고요, 뭔가 저도 생겨먹은대로 산다는 느낌입니다. (...) 사실 사주에 역마 2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

쉬엄쉬엄 하시라고 말하기도 ...미안한 마음입니다. 왜냐면 잘 해오고 계시니까요. 걱정은 되지만 끝까지 잘 해내실 것 같아서요. 저 역시 어떤 일을 시작하면 일단 마무리 될 때까지는 쉬거나 잠시 내려놓았다 하거나 하지 못 해요. 할 때 해야 하니까 말이죠. 그런 절 보며 주변에서는 '쉬었다 해라.' 라고 말해요. 가끔 '난 열심히 내가 할 일을 해내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나를 몰라주는 것이 아닐까 억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관심과 애정을 가진 걱정이었다 싶어요. 자칫 무리하는 일이 쌓이다 한계에 부딪히면 터져버릴까 염려스러운 것이었을 테니까요.

집중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시간이 늘어지고 더 손해인 경우가 발생하곤 합니다. 그래서 쉽사리 놓지 못하는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무리하지 않으려 하는데, 역시 생업과 하고 싶은 것 모두를 잡으려다보니 분신술을 써도 모자랄 지경인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ㅠㅠ)

가끔 한계에 부딪히기도 합니다. 그럴 때가 되면, 증요하지 않은 순서대로 하나씩 버립니다. (...)

사람마다 능력은 다르겠지만, 저는 시간이 흐르니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라고 외치고 있더군요. 건강도 챙기시기를. ^^

그렇습니다. 제 몸은 기계가 아닐 것입니다.ㅠㅠ 앗- 하는 순간에 갑자기 건강이 안좋아진 경험을 한 이후는, 살짝 자제하고는 있습니다.

저는 시간은 몰입과 연결시키려고 합니다.
안 그러면 자꾸 분리가 된다는^^

맞습니다. 몰입을 좋아합니다. 덩어리가 큰 시간들을 쓰는 것을 선호합니다. :)

워커홀릭(적고 보니 너무 상투적이네요)이시군요. 저도 일할 때만큼은 저를 엄청나게 학대합니다. 그러면서 쾌감을 느끼니 저도 변태인 것 같아요.

다행인 건 저는 음악 외적인 분야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서 음악만 열심히 하면 됩니다. 그러니 이제 음악만 잘하면 되겠네요... (기승전 푸념이 되었네요)

Work이면서 walk인게 함정입니다. (...) 엄청 돌아다니면서 틈틈히 일하거나, 몇시간 동안 방해받지 일하는 것 모두 선호합니다. 가끔 무리하다보면, 삶을 갉아먹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서 요즘에는 그나마 조금 조심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 분야를 벗어난 영역은 사실 별 관심이 없기는 합니다. 의외로 그렇게 넓지는 않습니다.

질 좋은 집중의 시간을 매일 확보하실 수 있는 행운이 깃드시기를 바랍니다. :)

q님도 꿈에서 일을 하시는군요! 저는 현실과 이어진 꿈을 자주 꿉니다. 일하는 것 포함! '꿈에서도 산다'는 마음인데, q님과 꿈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한 것인지는 모르겠네요. 인간이 잠을 자지 않아도 살 수 있다면 안 자고 싶습니다. 정말로!

저도 왠만해서는 꿈에서 일을 잘 하지 않는데, 최근에 무척 바쁘긴 했나봅니다 (...) 저도 꿈을 꾸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정말 생경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왠지 인간에게 꿈을 꾸는 일이 없으면 조금 슬플 것 같기도 해요. 날아다닌다던가 우주를 가본다던가 하는 건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것일테니까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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