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포스팅 공모전 참가] 부루마불의 경제

in #kr7 years ago (edited)

https://en.wikipedia.org/wiki/Monopoly_(game)#/media/File:German_Monopoly_board_in_the_middle_of_a_game.jpg


이번 글은 @floridasnail 님께서 진행하시는 돈에 대한 교육, 그 경험과 지혜를 알려주세요 5월 공모전에 참여하며 작성한 글입니다. 오랜만에 보드게임을 했던 어릴적 나날을 떠올릴 수 있어 좋네요. :)


어릴 적부터 부루마불, 모노폴리, 호텔왕 게임과 같은 보드게임류를 참 좋아했다. 부루마불은 특히 지구의 땅을 다룬 1탄과 우주의 영역을 다룬 2탄이 세상의 지평을 여는데 참 도움이 많이 된 것 같다. 각국의 수도나 우주에 등장하는 여러 행성들은 게임을 통해 조금 더 친숙해질 수 있었다.

게임의 룰과 목적

게임의 룰은 정말로 단순했다. 열심히 토지나 땅, 행성과 같은 영역을 구매하거나 교통수단을 미리 선점하여 이용객들 혹은 방문객들에게 이용료과 통과료를 열심히 받아, 결국 상대방을 파산시키는 것까지 하면 된다. 대체로 '파산하기 전까지 중요한 땅이나 탈것은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 재기 할 수 있기 때문에'와 같은 전략이 가장 잘 먹혔고, 각 플레이어들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불리한 쪽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유리한 쪽은 계속해서 풍부한 자금으로 여러 땅들을 사들였고, 땅에 건물을 올려 부가가치를 만들었으며, 불리한 쪽은 울며겨자먹기로 건물을 팔고 땅을 파는 식으로 영역이 줄어들곤 했다. 결국 누군가는 파산했고, 대체로 울면서 게임이 끝이 났다. (아니면 이번 판에는 지지 않을거라는 다짐과 함께,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제안

유리한 쪽에서 이따금씩 불리한 쪽의 불운에 대해, 선심성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중요한 땅을 팔면 처분 시세의 2배 정도를 쳐주겠다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 아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 영악했던 것이다. 승기를 잡은 쪽은 어차피 풍부한 유동 현금이 있으니 하나 비싸게 구매한다고 해서 -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이니만큼 - 손해볼 것도 없고, 어떻게든 만회하려는 쪽은 당장 파산하는 것보다 더 비싸게 팔 수 있으면 이득이었다. 이러한 전략은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었는데, 다들 감각적으로 알게 되었다.

은행

가끔 나는 이러한 거래나 다툼에 끼기 싫어서 은행을 도맡아 했는데, 은행의 업무는 잘 꾸어주고 잘 돌려받는 것이 핵심이었다. 플레이어가 한 바퀴를 돌고나면 은행으로부터 일종의 월급을 받게 되는데, 처음에는 그 돈이 크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월급이 각 플레이어들의 자산에 기여하는 바는 점점 줄어들게 되었다. 은행을 하는 플레이어가 있으면 게임에서 주어진 최대 플레이어보다 1명 더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화투로 치자면, 광팔이 같은 느낌이었지만, 게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구경꾼의 역할과 아주 일부의 참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친구들은 행운과 불운의 계산을 은행에게 맡겼고, 은행은 정확히 계산하여 자금을 지원하거나 회수하는 것이 주 업무였다.

은행의 파산

아주 간혹 은행이 파산하는 경우도 있었다. 너무나 균형이 완벽하게 잘 떨어져서, 결국 한바퀴 돌 때의 월급과, 가끔 행운 카드를 뽑을 때 플레이어에게 지불해야하는 액수를 은행이 보유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 때에는 결국 두가지 중 하나를 택하곤 했는데, 하나는 은행없이 그냥 게임을 계속 진행한다와 다른 하나는 우리가 실제로 돈을 그려넣어서 기존 돈과 같이 유통할 수 있도록 합의하는 것이었다. 두 가지 모두 은행 입장에서는 사실 생경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전자는 은행의 역할이 없어지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이렇게 새롭게 그려넣은 화폐가 게임에서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은행의 자산이 늘어난 것 같은 착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든 새로운 종이 화폐는 버리지 않았고 게임 박스에 넣어두곤 했다. 더 강대해진 은행을 꿈꾸며 말이다.)

건물 철거의 룰

불운을 맞아하게 된 아이가 있을 때, 우리는 이 건물 값을 어떻게 매길 것인지 고심하곤 했다. 어떤 룰에는 건물을 올린 값의 반 값으로 처분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룰에서는 건물 올린 만큼 그대로 제 값을 받아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지간하면 건물 올린 값 만큼 다시 처분할 때 보상해주기로 '합의' 했는데, 기껏 건물을 올려놓았다가 팔 때 제 값을 받지 못한다는 것에 왠지 불쌍해보이기도 했고, 나도 그러한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만약 나에게 불운이 찾아온다면 나도 제 값을 받는 것을 선호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왜 설명서에 반 값으로 처분해야하는지는 적혀있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건물을 올린지 오래되었을 것이라 가정하고 감가상각을 반영한 것만 같다.

행동으로서의 경제

빨리 헤어져야할 시간이 아니면 결국 누군가의 파산으로 끝이 났지만, 그래도 게임을 하면서 행운의 주인공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즐거웠던 것 같다. 각자 자신만의 전략을 고안해오곤 했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주사위 빨이었다. 오죽하면 다들 게임 후반부에 주사위를 잘 던져서 무인도에서 쉴(?) 수 있기를 바랐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자연스레 자신의 제안과 전략을 보여주며 '우리'는 이 룰에 대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바라보고 투닥댔던 시간이 참 좋았던 것 같다. 누가 누구에게 전달하는 일방적인 교육으로서의 경제가 아니라, 즐거움과 함께 어렴풋이 시스템을 느껴보는 행동으로서의 경제였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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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은 이벤트 열어주시고 좋은 글들 잘 모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

제가 스팀잇을 게을리 하는 한 주동안 새로운 공모전이 있었군요 :)
돈에 대한 교육과 부루마블, 정말 좋은 연결인 것 같아요.
무엇이든 즐겁게 배우는 것이 좋지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부루마블 속에는 운과 파산, 균형과 투자 감각 같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어릴 적에 정말로 계산하는 법부터 시작해서, 왜 빌딩을 지을까 고민했던 기억이 납니다. 약육강식의 경제를 배우는 듯한 느낌일까요- 용돈 교육과는 또 다른 감각들을 배울 수 있어서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도 씨앗은행 발권이 찍혀있는 종이 지폐들이 기억나네요 :)

은행의 보유 현금 은근히 잘 떨어졌죠 ㅎㅎㅎㅎ

씨앗 은행이 정말로 현금을 씨앗 만큼 가지고 있어서 (...) 그런 것 같습니다. 현금 떨어질 때쯤 되면, 이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거액이 왔다갔다 했던 것 같아요ㅎㅎ

부르마블에서는 지급준비율이 없어서 은행파산이 잦은 듯 합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부르마불에서 도는 돈의 9배를 은행이 가상으로 돌린다는 (이미 아시겠지만 ㅎㅎ)

아이들에게 왜 은행이 파산할까를 물어보면 좀 더 재미있는 교육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급준비율 자체에 대한 용어는 잘 모르더라도, 파산을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하고 물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

(오히려 부루마불을 할 때에는 은행이 법인 경우도 가끔 생기더라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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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닿을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 어릴 때랑 군대 있을때 부루마불 정말 많이 했었기에, 글 읽으면서 예전 기억을 더듬을 수 있었습니다.

건물 반값 룰은, 마구잡이로 건물을 올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호텔은 한번만 걸려도 올리는 데 든 비용을 뽑고도 남았던 것 같아요.

게임 후반부에 주사위 잘 굴려서 바로 들어가거나 콩코드 여객기 타고 무인도 들어가면 승기를 잡는건데, 꼭 운 없는 날은 더블이 나와서 나와야 하곤 했죠.

정말로 갖가지 룰이 많이 등장하곤 했지요. 호텔이나 빌딩을 무한정 짓는 로컬룰도 존재하긴 했습니다. (...) 저도 이십대 초반까지 부루마불 정말로 많이 했던것 같아요. 사실 이론적으로는 몇 명이든 같이할 수 있으니까요. (물론 너무 많아지면 주사위 순서가 크리티컬 하다지요.) 게임 후반부에는 무인도가 정말 무인도인지 바글바글한 유인도인지 분간이 안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임대료 급상승의 폐해 같은 걸까요...

그러고보니 부루마불 말고 머리가 굵어진 뒤의 주(酒)루마불도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_-)

주루마불이 아주 제맛이죠. 저희는 가끔 '공금' 모으기 주루마불로 벌주 한잔 대신 얼마 내는 로컬룰도 두곤 했는데(술 못마시겠으면 술값을 내라!), 이건 어째 공금이 늘어나면 술값도 늘어나고 술도 늘어나서 결국 다 만취..

좋은 (?) 인플레이션이네요 :)

qrwerq 님은 정말.... 어릴때부터 지금과 같은 수준의 사고력을 갖고 계셨나요? ㅠㅠㅠㅠ 이거 너무 불공평한데요 ㅠㅠㅠ 하아.....

사고력이라기 보다는, 갖가지 사고를 좀 많이 치기는 했습니다. (...)

부르마블은 어릴 때 한 두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전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나봐요. ㅎㅎ
실물이 아니라서??ㅋ^^;;

그럴 때에, 내기 도박(?) 이 아니라 내기 부루마불을 하시면 뭔가 전투적이 되곤 했다지요. 물론 동전 정도에서 그쳐야 하긴 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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