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관리 - 공부만 하면 장땡인가?

in #kr6 years ago

@book.habit 님이 쓰신
“페이스북 친구 2,800명 저 비정상인가요? (feat. 사회학 썰풀기)”
를 읽고 든 생각을 써보았습니다.
그 글을 못 보신 분들은 한번 읽어보세요 :)

이 글에서는 제 실제 경험담을 비롯해서 조금 다른 논지를 포함한 의견을 적어볼까합니다.
참고로 @book.habit 님의 글은
얕은 인간관계와 같은 ‘약한 연결’도 강한 힘을 가진다는 걸 말하고 있습니다.

#1. 교환학생 가서 느낀 점


전 대학교 때 교환학생을 간 적이 있어요.
운이 좋아서 엄청 좋은 학교로 갈 수 있었어요.
그 곳에서 제 복에 넘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결혼식때도 서로 초대할 정도의 사람들을.. :)

저는 학점 따는 수업 뿐만 아니라 경영대학원의 MBA 수업들도 청강했어요.
(청강을 허락받는 과정이 엄청 험난했답니다… resume 내고 인터뷰까지… 어휴)

MBA 수업이니까 당연히 수업 중에 교수님과 학생들과 계속 끊임없이 토론했어요.
얼마나 열띤 토론을 하는지 어떤 날은 수업 끝나고 나면 목이 아플 정도였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MBA 학생들과 친해지게 됐습니다.

그때는 제가 술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파티도 좋아했기 때문에,
MBA 학생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거의 모든 곳에 저도 함께 했어요.ㅋㅋ
그땐 간이 싱싱했는데, 지금은…… ㅠㅠ

놀때보면 정말 정신줄 놓고 노는 사람들이었어요.
뻘소리도 잘하고, 이상한 X소리도 잘하고.

놀때는 ‘쟤네들 진짜 정신이 이상한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미친듯이 놀다가,
일 얘기나 어떤 이슈에 대해서 토론할 때면 또 무섭게 집중하더라구요.
그렇게 놀면서 대체 언제 공부했나 싶을 정도로 다들 아는 것도 많고,
그것을 “잘 포장해서” 말할 줄도 알고.

알고보니, MBA 오기 전에 근무했던 회사들을 보면 다들 어마어마 하더라구요.
전세계의 모든 이름난 회사들이나 연봉 높기로 유명한 곳들만 모아두었을 정도였어요.
물론 그 중에서는 창업을 해서 벌써 재산이 몇백억인 사람들도 많았고,
부모 잘만나서 상속재산이 몇천억인 애들도……
귀족, 왕족도 심심찮게 있구요.

그렇게 한 2달정도 지났을까요?
주말마다 같이 놀러다니고 하던 그 친구들한테 제가 고민상담을 했습니다.
저는 아직 학부생이었기 때문에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았거든요.
제가 그러한 고민을 공유하자,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저를 자신의 ex-직장 오피스에 데려가줬어요.
그 곳에서 저는 각각의 회사 분위기가 어떠한지, 어떠한 일을 하는지를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때 가봤던 회사 중 한 곳에 운좋게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2달이라는 짧은 시간에 비해 저와 그 친구들은 많이 친해졌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아직 잘 모르는 저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서
진로 상담을 해주고, 자신의 ex 직장에 데려가고..
그렇게 해주기가 쉬울까요?

전 사실 놀랐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 분들도 많이 놀라시더라구요.

#2. 공부만 하는 성실한 학생


제가 본 해외대에서 유학중이거나 교환학생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 공부 안하고 맨날 한국사람들끼리 놀러다니면서 부모님 돈 축내는 도피유학형 학생
  • 무조건 성적 잘받는 걸 목표로 하고, 모든 social event 에 참석 안하면서 도서관에서 밤늦게까지 공부만하는 성실형 학생


도피유학형 학생은… 뭐 따로 말할 필요가 없을 거 같구요.
여기서는 성실형 학생에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성실하게 목표로 묵묵히 걸어가는 걸 칭찬합니다.
하지만 목표로 걸어가는 과정에서
경마의 눈가리개처럼 옆을 보지도 않고 나아가다보면 길을 헤맬수도 있어요.

\ / 와 같은 갈림길이 나오더라도 앞만 보고 가니까,
그 곳이 갈림길인줄도 모르고 갈림길 사이길로 계속 직진만 하는거죠.

공부만 하고 다른 일에는 관심을 끄다보면 그러한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산 속에 틀어박혀 세상의 이치를 깨우치는 선비가 되는 목표를 갖고 있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하는 공부의 목표는 “내가 공부한 내용을 세상에 알리고 변화를 주는 것” 이겠지요?

내가 공부한 내용을 나만 아는 건 그 누구도 원하는 결과가 아닐겁니다.

따라서 우리는 내가 공부한 내용을 누군가와 공유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아무 사이도 아닌 사람의 이야기를 그 누가 들어줄까요?

그래서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요합니다.

제가 교환학생으로 있을 당시에도 한국인 유학생/교환학생 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도서관에서 거주하는 분들도 계셨구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곳 저곳 참석하고, 다양한 수업에 청강했던 제가
짧은 교환학생 기간 중 가장 많은 걸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공부는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빡세게 공부할수도 있구요.

저는 그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했고,
그 생각이 주효했습니다.

#3. 인맥관리는 무엇인가?


제가 생각하는 인맥관리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공통의 관심사가 있는 사람과 진솔한 몇마디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만나는 기간이 길어야 인맥관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5분밖에 얘기를 안해서 인맥관리가 안되는 것도 아닙니다.

짧은 시간동안이라도 누군가와 ‘통한다’라는 느낌만 주면,
그 사람은 두고두고 기억이 남는 사람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맥관리”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사람이거나 거짓된 말과 행동을 한다면…
절대로 그 누구와도 진정한 인맥 형성이 안되겠지요.

사람은 거짓된 말과 행동은 기가 막히게 알아챕니다.
우리가 네이버 블로그에 교묘하게 쓰여진 수많은 광고글을 쉽게 알아채는 것 처럼요.

또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나의 ’진실성’ 뿐만 아니라 ’준비성’ 또는 ’능력’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book.habit 님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수많은 강의 요청이나 스카웃 제의는 @book.habit 님의 그간의 프레젠테이션 포스팅이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스스로의 능력을 끊임없이 기르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구요.

#4. 최근 며칠간 스팀잇에서 이슈가 된 글을 보며


@dakfn 님이 쉰 떡밥은 먹는거 아니랬는데….
짧게만 언급하겠습니다 ^^;

자기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과정은 기본입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은 필수입니다.
나 혼자서 공부하고 나 혼자서 세상이치를 아는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굳이 안그래도 되죠.
하지만 우리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잖아요? :)
누군가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란 걸 알려주는 최소한의 노력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나는 이렇게 실력이 뛰어난데 왜 보상은 이렇지? 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조급한 것 아닐까요?

사실 누구에게나 출발점은 똑같습니다.
물론 실제로는 차이가 있지만, 이곳 스팀잇에서는 거의 똑같죠.
First-mover advantage 를 누리며 지금 어마어마한 보상을 받으시는 분도 계시지만,
대다수의 우리와 같이 이제 막 가입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공부만 열심히 한 학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이 아니듯,
때로는 여기 저기 다니면서 여러 사람과 교류하는 게 필요합니다.

저도 생업이 너무 바빠서 지금 제가 팔로우하는 분들의 글조차 전부 다 못 읽습니다.
하지만 읽게된다면, 정독하고 나름대로의 생각을 남깁니다.
그리고 하루에 한 분 정도는 새로운 분을 팔로우하려고 노력합니다.
참 힘든 일이지만요…

그 과정에서 저에게 행운이 찾아올수도, 안 찾아올수도 있는데요.
그건 하늘이 결정하는 거니까,
우린 열심히 준비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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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2018년에는 두루 평안하시길!

오치님도 새해 잘 시작하셨길 바랍니다 :)

덕분에 @book.habit님의 글을 읽게 되었어요.
거기에도 댓글 남겼지만, 사실 어제 저도 weak ties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럴만한 다른 계기가 생겼었거든요. 그리고 결론은 weak tie 역시 중요하다! 로 혼자 내렸었구요. 마치 뒷받침하는 글을 본 것 같아요ㅎㅎ
그리고 사실 인간관계라는 게,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거라서, 세월을 뛰어넘어 친해질 수도 있는 거구, 반대의 경우도 많구 그렇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맞아요,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나봐요! 저는 쉽게 좋은것/나쁜것으로 구분하고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대다수의 생각에 휩쓸려 weak ties 는 의미없다고 생각하는 큰 오류를 범했어요 ㅠㅠ @book.habit 님의 글을 우연히 보고 깨우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
수지님도 최근 그러한 일을 경험하셨나봐요 ?

스티밋을 통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어요. 스티밋을 계기로 보육원에도 가게 되었고요. 같이 가게 된 스티미언 @girina79님 같은 경우, 스티밋으로 알게 된 weak tie였지만 같이 활동하고 만나면서 마음이 통하는 활동을 같이 하다보니 마음이 열려서 점차 strong tie로 변하고 있는 중이라고 할까요?

태어나면서부터 strong tie를 갖는 건 가족 외에는 없지 않나 싶어요. 모두 weak tie에서 시작하지만 점점 자라나서 의미있는 관계들이 형성되니까요.

많은 분들, 특히 Celestelle님같은 좋은 분들과 많이 사귀고 싶어요 :)
근데 이름이 독특하면서 예뻐요~~~ 발음이 쎌레스텔 맞나요?

신기하면서도 부러워요! 전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을 여는게 너무 힘들어지더라구요.. 이곳에서 만난분들과 실제로도 만나기고 봉사도 가시는게 참 부러우면서도, 전 머뭇거리게 돼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구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저한테는 unusual 한 일이네요 ㅎㅎ 저도 좀 변화하고 있는걸까요? :)

아 그리고 제 원래 영어이름은 따로 있는데, 이곳에선 제가 예전부터 쓰고싶었던 Celestelle 을 썼어요 ㅎㅎ 영어/불어 이름 Celeste 에 불어의 여성형 elle 을 붙여서 만든거예요 +_+ 뜻은 celestial 이구요 !

제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네요. 인맥관리 ㅎ_ㅎ
그 진솔한 말 몇마디가 참 어려운 부분이에요.

저도 제가 좋아할 요소가 맨처음부터 느껴지는 사람한테는 잘하는데... 안 그런 사람들한테는 진짜 못해요 ㅜㅜ

예전 글 뒤져보다 이제 읽었습니다. 교환학생 생활 참 알차게 보내셨네요. 인생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미국애들 정말 어디가서 부비는거 정말 잘하죠... 몇년 짜 미국에서 일하는데 부러울 정도로 잘합니다. 하지만 게중에는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도 많더라고요 나중에 알고보면. 결국 미국에서 빽없는 유학생들은 내공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양쪽 다 가져가야죠. 저 같은 경우 미국와서 살면서 오히려 끝없는 네트워킹이 좀 지쳐가는 느낌입니다만... 이 글 보고 초심을 되찾게 되네요.

요새 계속 출장이며 일이 바빠서 댓글에 답을 못하고 있었네요 ㅠㅠ
말씀하신 것처럼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내실을 다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끝없는 네트워킹을 해도 그 사람이 능력이 없다면, 네트워킹의 한계는 뻔히 보이니까요. 그런데 '특히' 미국이나 서구권 사회에서는 내가 조용히 있으면, 내 존재 자체를 모르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없고 내 실력을 찬찬히 알아볼 생각조차 안하니까, "나 같은 사람이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노력이 네트워킹 같아요 ㅎㅎ
하지만 의미없고 형식적인 네트워킹은.. 하나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결국 내가 정말 진심으로 좋아서 만난 사람들과 교류를 하게 되고, 그 외의 형식적인 네트워킹으로 맺어진 인연은 딱 거기까지더라구요.

하나만이 정도가 아니라는 걸 다시금 알게 됩니다!
할 만큼 하고 편안하게 기다리는 태도 정말 유연하고 좋은 것 같네요.
좋은 글 잘 읽고 가요!~

물론 기다리는 마음은 좀 속이 탈 순 있어도... 할수없죠 마음을 비우는수밖에 ^^;

쉰 떡밥도 잘 빚으면 맛난 술이 되기도 하니 괜찮습니다. 하나 하나의 관계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약하거나 강한) 연결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이 논문 (The Strength of Weak Ties )이 생각나네요.
https://www.journals.uchicago.edu/doi/abs/10.1086/225469

네맞아요! 저도 strength of weak ties 이론을 생각하면서 썼어요 :) 그런데 그 이론을 이론으로만 대해다가 내 삶에 접목하려니 또 생각처럼 되지 않더라구요. 저 스스로를 다시 한번 일깨우면서 썼어요 :)

그나저나 qrwerp 님은 논문도 잘 아시고.. 열심히 사신게 느껴지네요 :)

저는 스팀잇이 이러한 weak tie의 거대한 실험 장이라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좋은 통찰과 글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열심히 살려고는 했는데, 사실 잘 안됩니다ㅠㅠ 행복 가득한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제가 좀 더 일찍 이 진리를 깨우쳤다면...이라고 쓰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나이가 뭔 상관?'이라는 물음도 뒤따르네요. 나이가 들면서 생각도 굳고 엉덩이도 무거워지는 걸 느낍니다. ㅠㅋㅋ

친구만들기는 죽을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아요.ㅋㅋㅋ 그런데 확실히 시간이 지날수록 만나는 사람도 좁아지고 내가 선호하는 인간상이 확고해져서, 예전처럼 유연하게 다양한 사람에게 다가가기가 힘들어요 ㅠㅠ 끝임없이 노력해야할 부분인가봐요.

저는 안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일년 일년이 지나면서 저도 낯을 가리기 시작했고, 만나려는 사람, 하려는 말만 하려는 사람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

이러면서 저도 '꼰대'가 되어가는걸까요.... 생각이 굳고, 행동도 굳고, 변화가 점점 더디어지는 걸 느껴요 ㅠㅠ 그래서 최대한 스스로 자각하려고는 노력하는데 쉽지는 않네요..

한 우물만 파게 되면
그 우물 안에 들어가게 되어
다른 것을 보지도 듣지도 못하게 될 수도 있다는게
아차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그와 더불어서
결국 쟁취하려고 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쟁취되어질 준비가 되어진 이들인 만큼

그 과정에서 저에게 행운이 찾아올수도, 안 찾아올수도 있는데요.
그건 하늘이 결정하는 거니까,
우린 열심히 준비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건 어떨까요? :)

깊은 공감을 표합니다.

잘 보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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